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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SH 님의 서재입니다.

쟁선불패 수선전(修仙传)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HESH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4
최근연재일 :
2023.06.26 23:05
연재수 :
52 회
조회수 :
161,122
추천수 :
4,665
글자수 :
280,156

작성
23.06.17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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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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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글자
26쪽

42화. 한만호

DUMMY

일단 전쟁관은 나중 일이다.


지금은 입찰할 자금도 없으니 가능성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공자님. 혹여 머물 곳이 필요하시면 만금장은 어떻습니까? 대인께서 이는 절대 강요가 아니며 언제든 편할 때 들러주시라 전했습니다.”


“···.”

과한 호의다.


‘이 정도까지 나온다면 아무래도 한번 얘기해봐야겠군.’


“알겠습니다. 마침 머무를 곳이 마땅찮았으니 그 호의를 받도록 하지요.”



그 말을 들은 사내는 허리를 굽히며 안도의 한숨을 지었다.


마침 접수원이 목함 하나를 조심스레 들고 왔다.

사내는 접수원에게서 신분패가 든 목함을 인계받아 소류에게 공손히 건넸다.


아까 피 한 방울 받아 가더니 무언가 복잡한 처리를 한 모양이었다.


소류는 광택이 나는 목함을 열어 비단으로 포장된 신분패를 꺼냈다.


단단하면서도 고풍스러운 문양이 새겨진 손바닥만 한 옥패였다.


‘이것이 3급 신분패.’


이 신분패가 있으면 마륭시에서 어지간한 활동은 제한이 없다고 한다.


소류는 손가락으로 옥패의 겉면을 쓸며 생각에 잠겼다.


오목현에서는 돈이 있다고 해도 살 수 없는 것들이 많았다.


예를 들어 독초가 그러했다.


살상력이 높은 독초는 심가장에서도 구매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았다. 독초에 관해선 현에서도 엄중히 관리하며 이름 있는 세력이 아니고서야 암암리에 극소량으로만 거래될 뿐이었다.


그러하니 산해진경을 익히며 그쪽 방면으로 연구를 하려고 해도 한계가 있었다.


심지어는 판매할 때조차 그러했으니 오죽할까?


양운상단에서 털었던 일령초와 정체 모를 독초는 아직도 혼원마방 속에 고이 잠들어 있다.


일령초야 당장 돈이 급했던 것이 아니라서 들고 있는 것이지만.


“흐음···.”


물건을 사고파는 것에 있어선 마륭시가 적격이긴 했다.


남은 것은 자금만 모으면 된다. 그러기 위해선 최소한의 기반이 필요하고.


이렇게 된 이상, 한 노와 대화를 나눈 뒤 거처를 정하면 될 듯싶다.


“등록은 마쳤으니 구경 좀 하다 찾아가겠습니다. 먼저 가시지요.”


때마침 금진도 소류의 곁에 도착했다.



“뭐가 그리 급하다고 혼자 간 건가? 창피라도 당하면 어찌하..엇?”


금진은 소류가 들고 있는 옥패를 보며 호들갑을 떨었다.


“이야, 자네 예상을 한참이나 벗어나는군? 3급이라니··· 배가 아파서 죽을 지경일세!”


금진은 5급 신분패를 흔들며 자신의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하하, 금형의 농도 적응이 되는군요.”

“끄응, 부러운 건 진짜일세.”


금진은 고개를 저으며 혀를 내둘렀다. 5급도 오목현에서 돈 좀 만져본 사람도 구하기 힘든 신분패다. 그 자신도 혜중원이라는 특혜 덕분에 받을 수 있었던 거고.


금진도 3급을 받기 위해선 마륭시의 이름 있는 세력의 장로쯤이나 되어야 받을 수 있다고 알고 있었다.

혹은 현 따위는 우습게 볼 수 있는 어마어마한 거부이거나.


“저분은 만금장의 허충 대인일세.”

“어찌 잘 알고 계십니다? 아시는 분이신지요?”

“알다마다. 허충 대인은 만금장 한 노야의 심복일세.”

“그렇습니까?”

금진은 소류에게 귓속말로 허충에 대해 설명했다.


“한 대인께서 가까이 두시는 몇 안 되는 분들 중 하나지. 아마 마륭시 내에서 자잘한 일들은 저분을 통해 처리하실 거야.”


허충은 괜히 헛기침을 하며 쑥스러워 했다.


금진은 옷매무새를 바로 하고 허충에게 인사를 올렸다.


“하하, 허 대인을 이곳에서 뵐 줄은 몰랐군요. 안 그래도 마륭시로 오는 길에 노야를 뵙고 온 길입니다.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금공자께서도 이리 헌앙하게 자라셨으니 참으로 기쁜 일입니다. 헌데 여기 소 공자님과는 어떤..”

“아, 이 친구는 이번에 만나게 된 친구입니다. 성격도 허심탄회하고 능력도 좋아 앞으로가 기대되는 친구입니다.”

“아, 하..하하. 그, 그렇군요.”


소류는 허충을 눈으로 위아래 슥 훑었다.


그 시선에 허충은 소름이 오소소 올라왔다.


“그럼 소 공자님. 저는 먼저 가서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겠습니다.”

“네, 이따 뵙겠습니다.”

“대인, 살펴 가시지요.”


허충은 허둥지둥 자리에서 멀어졌다.


“이번에도 한발 늦었군. 허충 대인과 안면이 있어 함부로 나서기가 그랬네.”

금진도 다는 아니지만 허충과 대치한 소류의 일을 대강 지켜보았다.

“별로 신경 쓰지는 않습니다. 마륭시 거래소에 대한 안내나 마저 부탁드리지요.”


애초에 소류도 기대하지 않았고.


연교는 둘 사이가 친한 것인지 서먹한 것인지 알 수가 없어 고개를 흔들었다.


“그럼 가세나. 거래소를 둘러보려면 한나절은 걸릴 거야.”

“가시지요.”


그들이 있던 곳은 마륭시 남부 지구의 열 개 중 하나의 관청일 뿐이었다.


“거래소까지는 좀 걸릴 걸세.”


그들은 관청을 나와 대로를 따라 걸었다.


“마차를 빌려 타야 해. 걸어가려면 며칠을 걸어도 장담하기 어려우니.”


수많은 인파 때문에 마차를 잡는 것도 줄을 기다려야 했다.


“제가 지불하겠습니다.”


물론 돈이면 해결할 수 있는 정도였다.


“공자님들, 안전히 모시겠습니다!”


마부는 묵직한 돈주머니를 품에 넣으며 실실 웃었다.


“남부 제5 거래소로 부탁드립니다.”


금진은 마부에게 목적지를 일러주며 소류에게 설명을 이어갔다.


“방금의 관청은 마륭시 최남단에 있는 관청이네. 아마 남부에만 열 개의 관청이 있을 거야. 그리고 각 관청에 따라 공식 거래소가 하나씩 있는 셈이지.”

“공식 거래소는 어떤 곳인지요.”

“음, 공식 거래소는 시(市)에서 주관하는 장터라고 보면 편하다네. 판매자가 물품과 가격을 등록하고, 구매자는 마음에 드는 가격대를 골라 구매하는 것이지.”

“그렇습니까?”


뭐 낯선 개념은 아니었다. 오히려 친숙하달까?


“시(市)에서 주관하는 만큼, 안정성이 높고 물량이 많은 것이 장점이지.”

“물품의 수량에 따라 가격변동이 꽤 있겠군요.”

“하하, 역시 자네는 명석해. 그렇지 그게 또 거래소의 묘미이기도 하다네.”

“흐음.”


어쩌면 거래소를 자주 들러야 할지도 모르겠다.


“시장을 너무 해치는 행동에 대해선 시령부에서 제재를 하기도 하니, 조심하게나.”


금진은 아차 하며 주의를 잊지 않았다.


“하하, 걱정 마시지요.”

“끄응, 왜 이리 불안한 것인지. 자네는 꼭 물가에 내놓은 아이 같네.”


소류의 너스레에 금진은 앓는 소리를 냈다.


소류는 피식 웃으며 마차 밖의 광경을 구경했다.


무인들도, 일반 양민도 바쁘게 일상을 보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어떻게 보면 평화롭게도 보이는 광경이었다.


‘평화라···. 방심할 수는 없겠지. 자유 도시라 해서 아무리 돈이 많아도 기본적인 무력은 갖춰야 한다.’


소류는 순진하게 돈으로만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곤 믿지 않았다.


활기찬 도시의 풍경에서도 소류의 눈은 그늘진 골목길과 빈민들을 놓치지 않았다.


마차 밖 풍경을 주시하던 소류는 고개를 돌렸다.


연교가 순간적으로 동요하는 모습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명안단을 꾸준히 복용해온 소류는 연교가 무엇을 보고 동요한 것인지 눈을 돌려 확인했다.


“···.”




***




그녀의 눈에 땀을 흘리며 저마다 바쁜 하루를 보내는 그들의 모습은 평화로웠다.

물론 그 속에서는 치열하고 고단한 삶이 있겠지만, 그녀는 마차 밖 풍경이 영 익숙해지지 않았다.


왜 이런 감정을 느낀 것일까.


곰곰이 생각하던 연교의 눈에 아이들을 모아놓고 경극을 하고 있는 광경이 보였다.

그와 동시에 경극을 보고 싶다며 떼를 쓰던 동생에 대한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


최근 소류와 다니면서 무인으로서의 꿈을 위한, 성장에 대한 열망을 충족시키느라 동생을 잠시 가슴 속에 묻어두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무인···.


꿈.


그 꿈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마을에 있던 무관의 관주(館主)가 그녀를 보고 재능이 있을 것 같다는 칭찬을 듣고서였을까?


아니면 그 말을 전해 들은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효심이었을까.


아니면 고사리손으로 언니가 최고라며 손뼉을 쳐주던 동생의 웃음 때문이었을까?


확실한 것은 처음부터 그녀 스스로 무인의 꿈을 가졌던 것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와 동시에 애써 외면해온 과거의 기억들이 떠올랐다.


그녀는 더도 덜도 말고 활기찬 말괄량이 꼬마일 뿐이었다.


-오! 이 아이라면 무공을 대성할 수도 있겠어.


단순한 호객 행위를 위한 관주의 칭찬이었는지, 아니면 정말 그 재능을 알아보고 말한 것인지는 아직도 알 수 없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부모는 그 말을 듣고 무언가 마음을 고쳐먹었다는 것에 있다.


그녀의 부모는 그날 이후 그녀에게 많은 기대를 걸게 되었다.


-아가, 너는 꼭.. 훌륭하게 자라서 우리처럼 힘들게 살면 안 된다.

-연교야. 무공에 재능이 있는 사람은 티끌만큼도 되지 않는다고 하더구나. 그런 재능을 우리 때문에 썩힐 수는 없지 않겠느냐?


그녀의 부모는 가난 때문에 자식에게 재능이 있음에도 펼치지 못하는 상황에 죄책감을 느꼈다.


-언니! 이얍! 이얍! 무사님이 되는 거야?


그러한 부모의 극성은 오직 연교에게만 향했다. 뒷바라지를 위해 부모는 더욱 무리하였고 가난한 집안에서 연교와 연후 둘 모두를 뒷바라지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그 탓에 어린 동생은 아무것도 받지 못했다.


어린 동생이 소원이라며 떼를 쓰던 그 흔한 경극 한 번 보여주지 못했다.


무관은 문파와 다르게 돈을 내고 배워야 한다. 수련복, 장비, 회비, 영양식 등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었다.

부모는 자신들의 밥을 줄이고, 동생에게 들어갈 한 푼 한 푼을 아껴가며 연교의 뒷바라지를 했다.


그러다 기회가 왔다. 어떤 문파에서 나온 무인의 눈에 띄어 제자로 들어갈 기회를 얻어내었다.


-아마 몇 년간은 나오지 못할 것이야. 가족과 미리 인사를 해두거라.


어렸던 그녀는 가족과 이별이라는 말에 덜컥 겁을 먹었다.


-연교야, 문파에 들어가면 너 하나만 신경 쓰면 된다. 우리를 걱정할 건 없다. 높으신 분들께 드릴 돈을 챙겨가면 좋겠다만···. 미안하구나, 그 이상은 너의 재능에 기댈 수밖에 없어 미안하구나.

-아가, 우리는 잘 지내고 있을 테니 하고 싶은 무공 실컷 배우고 와야 한다.

-언니! 언니! 빨리 와야 해?


연교는 부모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었다.

결국, 꼭 성공해서 집안에 보탬이 되리라 다짐하고 떠났다.


-언니! 언니!

연후는 어머니의 손가락을 꼭 쥐고 울먹거리며 방방 손을 흔들었다.

-···.

연교는 그 모습을 절대 잊지 않으리라 가슴에 새겼다.


그렇게 문파에 입문해 삼대 제자가 되어 ‘장천칠검’의 소성을 이룬 날.


집에서 소식이 날아왔다.


부모님이 전염병에 걸려 위급하다고.


-정녕 이대로 포기할 것이냐? 이제 반년이면 너도 수료를 마치고 정식 제자가 될 수 있을 텐데? 이대로 포기하면 규율상 다시는 돌아올 수 없을 게다.

-죄송합니다···.

-아니다, 내 너의 사정을 모르는 것도 아니니. 알겠다. 그래도 정을 생각해 너의 장천칠검을 폐하진 않으마. 혹여 나중에라도 돌아올 생각이 들면 따로 나에게 찾아오거라.


본디 문파를 떠날 땐 무공과 단전을 끊어 모든 걸 내려놓아야 가능했지만, 스승은 그녀를 딱하게 여겨 그것만은 어떻게든 막아주었다.


연교는 스승에게 마지막 절을 올리고 부단히 발을 재촉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이동에만 몇 개월을 걸려 간신히 고향에 돌아올 수 있었다.


황급히 문을 열고 들어갔지만, 방 안엔 싸늘한 냉기만 풍겼다.


연교는 문을 닫고 주위를 둘러보다 그만 다리가 풀렸다.


“···.”


뒷마당엔 두 개의 봉분이 자리하고 있었다.


묘비가 있지는 않았지만, 봉분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알 수 있었다.



꽈아악-


허리춤의 검집을 잡은 손아귀에 힘이 들어갔다.


손톱이 살을 파고들어 핏물이 번졌다.


“···!”


고개를 저어 간신히 정신을 차린 그녀는 동생 연후를 찾아 주위를 돌아다녔다.


“아이고, 왜 이제야 왔어.”

“아주머니, 연후는요? 연후가 어디에 있는지 아세요?”

“연후가 말여.. 그.. 삼식이네 패거리가···” 


연교는 아주머니의 말을 끝까지 듣기 위해 인내해야 했다.

혹여라도 알아야 할 정보가 나올까 봐.


곧장 달려가고 싶은 마음을 억눌렀다.


“..감사합니다. 그럼.”

“연교야? 설마 혼자 가는 건 아니지? 좀 있다가 유 씨 아저씨랑 같이 가. 위험혀!”


연교는 아주머니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곤 뒤돌았다.


연교의 손끝이 바르르 떨렸다.


부모님께선 혹여나 타지에서 신경 쓰여 수련에 열중하지 못할까 봐 소식을 전하지 말라고 하셨단다.


그리고 아픈 부모님을 연후 혼자서 간병했다고.


묵묵히 임종 때까지 홀로 전염병에 걸린 부모를.


결국 이웃들의 성화에 부랴부랴 연통을 넣었지만, 현에서 시까지의 거리는 너무나 멀었고 연교는 임종조차 지키지 못했다.

심지어 그사이 홀로 남은 연후가 왈패 패거리에게 끌려갔다고 한다.


연교는 정신을 다잡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속에서 들끓는 감정을 가라앉히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동생을 찾기 위해서라도 평정을 잃으면 안 되었다.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그날.

연교는 첫 살인을 했다.

도합 스물둘의 목을 베었고 왼쪽 눈의 흉터를 얻었다.


돌아오는 길.

그녀와 그녀의 등에 업힌 소녀는 말이 없었다.

그저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조용히 숨죽여 울었다.


연교는 동생만은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하늘에 다짐했다.

그러나 하늘은 그녀의 다짐을 산산이 부숴버렸다.


다음날 깨어난 연후는 온전하지 못했다.


-언니! 언니! 엄마는 어디 있어?

-···.



연교는 경극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바라보고 있노라면 깊숙이 묻어두었던 감정이 고개를 내민다.

현기증이 돌며 시야가 차차 가라앉는 순간.


꽈악-

흠칫.


어깨를 강하게 쥐는 감각이 그녀를 꺼내 올렸다.


“허억, 허억, 허억.”


연교는 급히 숨을 몰아쉬었다.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소류가 알 수 없는 눈빛을 하며 영단 하나를 내밀었다.


‘철심단···.’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철심단을 삼켰다.


“후우···.”


그녀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이마에 송골송골 맺혀 있는 식은땀을 닦아내었다.


“..감사합니다. 공자.”


연교는 간신히 입을 열 수 있었다.


그런 그녀의 말에도 그는 그녀를 주시할 뿐이었다.


“죄송합···”

“연교.”

“..예.”


“네 동생은 내가 반드시 살리겠다. 그러니 너는 그때를 대비해 동생과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해 뒀으면 하는군.”

“···.”

연교의 두 눈이 흔들렸다.


“애써 잊으려고 할 필요 없다. 네 동생은 반드시 일어날 터이니.”


소류의 확신에 찬 말이 그녀의 가슴 속에 박혀 들었다.


“..예.”




한층 무거워진 마차의 공기에 금진도 입을 다물었다.


“금형, 잠시만 기다려주시지요.”


소류는 금진과 마부에게 일러 잠시 기다리라 이르고는 마차에서 내려 태연히 지나친 길을 되돌아갔다.

연교는 거친 호흡을 갈무리하고는 서둘러 그를 쫓았다.


행인들이 많아 호위에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연교는 주위를 살피며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다. 혹여나 누가 해를 끼치진 않을까 하여.


반면에 소류는 신경도 쓰지 않는지 인파를 가로질러 성큼성큼 걸었다.


소류가 걸음을 멈춘 곳은 어느 한 가판대였다.


경극을 하고 있는 광장의 외곽에 다양한 가면을 팔고 있는 노점상이었다.


소류는 가면들을 천천히 둘러보다 하나를 골랐다.


“주인장, 이걸로 주시오.”

“아이고, 예! 여기 있습니다. 가격은 은자 세 냥입지요.”


소류가 들고 있는 가면은 백색의 새하얀 바탕에 눈 아래로 붉은 물방울 문양이 새겨진 가면이었다.


소류는 그 가면을 잠시 어루만지다 연교에게 건넸다.


“나보다는 너에게 필요할 것 같군.”

“네?”


소류는 다시 마차로 걸어가며 말을 이었다.


“연교, 너의 심마는 완치된 것이 아니다. 아마 동생이 깨어나는 그날까지 달고 살아야 할지도 모르지.”

“···.”

“심마를 위해서도 울고 싶을 땐 차라리 울어라. 혹여 무너진 모습을 내보이기 꺼려진다면 그걸 쓰도록 해라.”


연교는 소류가 건넨 가면을 조용히 손으로 쓸었다.


부드러우면서도 차가운 질감의 흰색 가면.


눈구멍 밑의 엄지손가락만 한 붉은색 물방울 그림이 인상적이었다.


“..예, 알겠습니다.”


연교는 머뭇거리다 가면을 착용했다.


소류는 그 모습을 확인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는 거래소를 들러볼 차례다.


마차로 돌아온 소류는 두 눈을 감고 의자에 몸을 맡겼다.


연교에게 건넨 가면.


적주귀면(赤珠鬼面).


단순히 그러한 이유 때문에 건넨 것이 아니다.


붉은 진주의 귀신 탈이라는 가면으로 쟁선불패에서 나왔던 물품이다.

쟁선불패에서는 대단할 것 없는 기물이지만, 범인(凡人)에겐 평범한 물건이 아님은 확실했다.


이 가면은 착용자의 감정 동요를 흡수해 차곡차곡 쌓는다.

소소하게 감정 동요를 막아주며 평정심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기물이라고 알고 있다.


기물 중에서는 최하급 정도가 아닐까?



소류는 가면을 만지작거리는 연교를 일별하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까?’


아까 전 그녀가 어린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관람하고 있는 경극을 보고 그러했음을 눈치챌 수 있었다.


그것은···. 그도 다르지 않았기에.


다만 연교의 시선을 따라 광장을 주시하다 운 좋게 발견했다.


긴가민가한 감이 있었으나, 직접 확인해 보니 외양은 일단 같았다.


‘동네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으로 돌아다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마침 심마(心魔)에 고생하는 연교에겐 나쁘지 않은 기물이다. 얼마나 큰 효용이 있을지는 모르나, 소류 본인에겐 영 쓸모가 없었다.


소류는 혼원마방을 습득한 이후로 감정의 동요가 상당히 줄었다.


그러니 굳이 평정심을 위해 저런 기물을 가까이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고로 손수 찾아볼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마침 눈에 띄지 않았다면 생각도 못 했을 것이다.


‘흐음···. 적주귀면처럼 모래알 속 진주가 거래소에도 있었으면 하는군.’


연교의 사정은 안타까우나, 소류는 그녀를 동정하지 않았다.


그는 진심으로 그녀의 동생을 치료할 생각이었기에 동정하기보단 하루빨리 성장하는 것이 돕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연단 실력이든, 산해진경이든, 무력이든.


어느 모로 가도 불가능하지는 않았다.



마차가 다시 출발했다.


아까보다 조금은 숙연한 분위기였다.


금진도 몇 마디 말을 하고는 잠자코 침묵을 지켰다.


금진도 잘 알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상실의 아픔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의원이니만큼 모르려야 모를 수 없었다.


이는 한두 마디의 위로로도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마부는 죄 없는 말들만 채찍질했다.


“이랴!”


푸르륵- 히이이잉!


말의 투레질 소리가 아스라이 울려 퍼졌다.




***




허충은 빠르게 만금장으로 돌아왔다.


그가 만금장의 정문에 들어서자 위사가 허충을 알아보고는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오셨습니까! 허 대인!”

“그래. 수고가 많구나.”


허충은 평상시처럼 적당한 치하와 함께 만금장 내부로 들어섰다.


만금장은 그 이름처럼 세상의 부를 한곳으로 뭉쳐놓은 것처럼 화려했다.


거대한 돌담 너머로 호화로운 전각들이 늘어서 있었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전각을 드나들며 북적였다.


그는 걷고 걸어 장원의 깊숙한 곳으로 향했다.


이곳은 외인을 위한 곳이 아닌 만금장 사람들을 위한 장원.


지나가며 몇 차례 인사를 나눈 그는 서둘러 한만호 장로의 집무실을 찾았다.



그는 빠르게 오느라 어질러진 의복을 가다듬고 문을 두드렸다.


똑똑-


“들어오게.”


끼익-


“다녀왔습니다. 장로님.”


허충의 인사에 서류를 들여다보던 한만호가 입을 열었다.


“으음···. 다녀왔나 보군.”


나직하지만 울림이 있는 목소리.


침을 꿀꺽 삼킨 허충은 몸가짐을 바르게 하며 보고를 시작했다.


“다행히 장로님께서 말씀하신 공자님을 중간에 만나게 되어 수속을 마쳤습니다.”

“그래?”


한만호 장로는 여전히 서류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언뜻 보면 무심해 보이기까지 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허충은 긴장을 풀지 않았다. 근래 장로님이 이토록 관심을 가진 자는 많지 않았다.

그런 일인 만큼 허투루 처리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허충은 아까의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식은땀이 흐르는 것 같았다.


장로께서 관심을 두고 있던 사람에게 무례를 저지르다니···.

괜히 목덜미가 서늘했다.


허충은 최대한 그러한 티를 내지 않으며 마저 답했다.


“예, 지시하신 대로 장로님의 보증으로 3급 신분패를 수령하셨습니다.”

“잘 됐군.”

“현재 거래소로 향했으며, 거래소를 둘러본 뒤 들러주신다 했습니다.”

“오호.”


허충은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고개를 든 그의 눈에 안도의 표정을 하고 있는 장로가 보였다.


“그렇단 말이지···.”

“예, 하면 이대로 귀빈을 맞을 준비를 해도 되겠습니까?”

“좋지.”

“..가장 높은 등급의 대우를 해드리겠습니다.”

“그리하도록.”


허충은 다시 고개를 숙이며 뒤로 걸어 집무실을 빠져나오려 했다.


톡. 톡. 톡.

한만호는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리며 생각에 빠진 듯했다.


“저··· 노야. 혹시 어떤 분이신지 알 수 있을는지요?”


허충은 결국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질문을 던졌다. 노야라는 호칭은 사적인 자리에서나 쓰곤 했던 호칭이다.

만금장에서 어린 시절부터 노야에게 거둬져 자라왔던 그만이 할 수 있는 작은 특혜랄까?


“흐음···. 그래. 자네라면 궁금할 수 있겠지.”


한만호는 들고 있던 서류를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다행히 질문한 허충을 나무라진 않을 듯했다.


“일단 나도 확신을 하는 것은 아니야. 하지만··· 내 생각이 맞다면 그분은 선인(仙人)이 아닐까 싶군.”

“···!”


한만호의 말에 허충은 입을 쩍 벌렸다.


“서..선인이라면···.”

“그래, 절대로 이 근방에서 마주칠 수 없는 존재지.”

“하오면.”

“흠, 자네쯤 되면 알게 모르게 하늘 위의 신선이 실존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겠지?”

“..저는 아직도 전설로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긴 보통은 평생을 가도 마주치기 힘든 존재이긴 하지.”

“하지만.. 제가 보기에 그분은 그렇게 특별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음? 하하.”


허충의 믿기 힘든 어투에 한만호는 가볍게 웃었다.


한만호는 내려놓은 서류를 옆으로 물리고 새로운 문서를 꺼내 다시 읽으며 말해주었다.


“선인이라고 모두 우리의 앞에 나타나 거들먹거릴 거라고 생각했다면 크나큰 착각이야.”

“···.”

“그들은 속세에 나오지 않아. 속세···. 그래, 이유는 모르겠지만 우리 같은 일반인들의 눈앞에 나타날 일이 없다고 보면 되지.”


한만호는 서류를 한 장 한 장 넘기며 읽고 있었다.


“그런데 그 말이 속세를 아예 떠나있다는 말과는 조금 다르네. 그들도 종종 사람 사는 곳에 내려와 둘러보고 간다고 하더군.”


한만호는 붓을 들고는 서찰을 적기 시작했다.


“나도 손녀의 일이 아니었다면 이런 정보는 아예 접근조차 못 했을 거야. 아니, 지금도 아는 지인이 아니었다면 자네처럼 전설로만 치부했겠지.”


허충은 믿기 힘든 존재의 이야기에 숨소리도 잊고서 경청했다.


“그들이 속세에 내려올 땐, 그 모습을 감추고 사람 속에 섞여든다고 들었네. 외양은 똑같은 사람이니 말이야. 그것이 일종의 유희일지, 지켜야 하는 규율인지는 전혀 알 수 없지만 말이야.”


탁-

붓을 내려놓은 그는 서찰을 반듯이 접었다.


“다양한 모습으로 사람들 속에 섞여들지만, 아는 지인이 그러더군. 그런 그들이 평범한 양민 행세를 하며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한만호는 서찰에 붉은 인주를 쿵- 찍어 봉했다.


“그렇다고 무인 행세를 하자니 워낙 지랄 맞을 일이 많지 않겠느냐고 말하더군.”

“···.”

“하기야 그치들은 일단 칼부터 휘두르고 보니 귀찮은 일에 휘말리기 쉽겠지.”

“그, 그렇군요.”

“그런 그들이 연단사라면 어떤가? 연단사라는 것만으로도 적당한 대우를 받을 테고, 영약 좀 만들어 팔면 돌아다니는데 적격이지 않겠나? 뭣하면 영약으로 필요한 인물을 구워삶기도 쉽겠지.

물론 확실한 것은 아니야. 우리들의 추측일 뿐이니. 뭐 혹시 아는가? 대단하다는 그 선인이라면 그냥 일반인의 기억을 휙휙 조작하고 편하게 다닐지도 모르지. “

“하.하.”

허충은 왠지 식은땀이 났다.


“어쨌든 어린 나이에 대단한 연단 실력을 갖췄다면 의심해볼 만한 일이라는 의견이네. 특히 그는 현에서만 지내면서 시(市)급 경지를 이뤘다고 하니.”


허충은 한 노가 내미는 서찰을 고이 받아들었다.


“뭐··· 그가 진짜 선인이 아니라고 한들, 큰 손해를 보는 것도 아니고 말야. 그렇지 않은가?”


어쩐지 한만호의 표정은 즐거워 보였다.


아무리 자신이 한만호 장로의 왼팔을 자처하고 있다고 해도 이토록 상세히 설명해주는 일은 없었다.


허충은 머뭇거리다 말을 꺼냈다.


“하지만 신분 보증은···.”


만약 한만호의 보증을 받은 그가 큰 사고를 치게 된다면 한만호도 무사할 순 없다.


한만호는 의자에 깊숙이 몸을 뉘며 턱을 쓸었다.


“음, 그것은 확실히 위험하긴 하지. 그래서 나도 혼자서 감당하기 싫어 다른 누군가를 끌어들이는 거고. 그 서찰을 시령부의 강 대인께 전해드리게. 그라면··· 보증에 문제가 생겨도 잘 무마해줄 수 있을 거야.”


허충은 서찰을 조심히 품속에 넣으며 내심 감탄했다.

‘역시 후덕해 보이는 모습으로 장로님을 판단할 순 없지.’


강 대인은 시령부 소속 집법당의 당주다.

문제가 생겼을 때 무력으로 강제 집행하는 시령부의 칼이었다. 한 장로님의 제일가는 인맥이기도 하고.


“예, 알겠습니다.”

“물론 그 공자가 문제를 일으킬 사람으로 보이진 않았네. 강단이 있기는 하지만, 선은 확실히 있는 걸물이었지.

그럼 가보게. 아 참, 당연히 오늘 들은 일은 어디 가서 입도 벙끗하지 말게. 그저 자네가 공자께 결례를 저지를까 말해준 것이니.”

“...예.”


허충은 위장이 쓰려왔다.

‘X됐다.’


허충은 달리듯 뛰쳐나와 바삐 움직였다.

그.. 선인일 수도 있다는 그분이 언제 올지 모른다.


서찰부터 전하고···, 또 귀빈을 맞을 준비까지 해야 한다.


귀빈을 맞이할 때 생각보다 할 것이 많았다.


최고의 별원을 수배해야 했고, 청소부터 사람, 도구까지 하나하나 세심히 살펴야 했다.


한 장로께서 당부하신 일인 만큼 직접 발로 뛰어 꼼꼼히 처리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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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49화. 묘부인 +8 23.06.24 2,085 83 13쪽
49 48화. 주륜대법 +5 23.06.23 2,175 85 12쪽
48 47화. 혈륜대법 +4 23.06.22 2,204 92 13쪽
47 46화. 내성 +5 23.06.21 2,174 93 12쪽
46 45화. 만초꾼 +3 23.06.20 2,165 86 11쪽
45 44화. 강대인 +11 23.06.19 2,190 85 12쪽
44 43화. 거래소 +5 23.06.18 2,220 81 12쪽
» 42화. 한만호 +6 23.06.17 2,347 83 26쪽
42 41화. 신분패 +6 23.06.16 2,309 88 12쪽
41 40화. 마륭시 +5 23.06.15 2,423 91 13쪽
40 39화. 한 노 +6 23.06.14 2,388 86 13쪽
39 38화. 철산권 왕문금 +11 23.06.13 2,425 86 12쪽
38 37화. 시선 +6 23.06.12 2,521 82 11쪽
37 36화. 광역 지원 +5 23.06.11 2,561 81 12쪽
36 35화. 현령부 +5 23.06.10 2,567 94 12쪽
35 34화. 저마다의 상상 +5 23.06.09 2,598 89 12쪽
34 33화. 내가 잘 써주겠소 +10 23.06.08 2,673 99 12쪽
33 32화. 각자의 시선 +8 23.06.07 2,662 95 11쪽
32 31화. 하하, 이것 참. +5 23.06.06 2,730 82 11쪽
31 30화. 금진 +5 23.06.05 2,861 84 11쪽
30 29화. 성과 +8 23.06.04 2,901 92 12쪽
29 28화. 대련 +3 23.06.03 2,882 85 12쪽
28 27화. 심기철 +8 23.06.02 2,988 8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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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5화. 어리석음 +4 23.05.31 3,032 9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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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7화. 양운상단 23.05.14 3,728 8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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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5화. 범부 +2 23.05.12 4,039 87 12쪽
5 4화. 왕삼 +2 23.05.11 4,348 87 12쪽
4 3화. 선인(仙人) +8 23.05.10 4,648 102 12쪽
3 2화. 혼원마방 +3 23.05.10 5,203 104 9쪽
2 1화. 창공 위의 나룻배 +1 23.05.10 5,856 112 9쪽
1 프롤로그 +2 23.05.10 6,590 115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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