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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술술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7
최근연재일 :
2024.07.07 16:30
연재수 :
1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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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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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글자수 :
645,893

작성
24.05.19 09:47
조회
125
추천
10
글자
11쪽

26. 병아리 네 마리 무사귀환 했습니다!

DUMMY

린제이쿠스를 잡은 네 사람은 30분 후에 고블린에게 기습을 당했던 숲에 도착했다.

지오의 내비가 지름길을 찾아줘서 생각보다 일찍 이곳까지 온 것이다.


길가에는 보라색과 흰색의 다투라시아가 여전히 라일락과 아카시아 향기를 풀풀 날리고 있었다.

솔미가 트럼펫처럼 생긴 다투라시아를 보자, 귀를 막으며 고함을 질렀다.


“모두 귀 막아!”


귀를 막지 않은 지오가 큰소리로 설명을 해 줬다.


“만지지만 않으면 괜찮아.”


지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못 알아들은 솔미는 한참 후에야 귀를 막았던 손을 내려 놓았다.

경보실 대원은 한 명도 보이지 않고, 주변에는 두고 갔던 배낭이 아무렇게 내팽개쳐져 있었다.


“저건 들고 가야겠지? 회사 비품인데 분실했다고 배상하라고 할지도 모르잖아?”

“우리 전투복과 전투화는 어쩌죠? 여기저기 구멍이 나고 타 버렸는데?”

“업무를 수행하다가 발생한 건데 개인 변상이야 시키겠냐?”

“그래, 경보실은 경비가 빵빵하다고 하잖아.”


배낭을 메고 게이트를 향해 걸었다. 얼마 가지 않아 리톱스와 코노피튬 그리고 밤트리우루스가 있는 폭탄 지대가 나왔다. 다행히 몇 시간 전에 만들어 놓은 길은 아직 그대로였다.

그 길을 통과해서 조금 더 가자 게이트가 보였다. 게이트를 바라보는 네 사람은 감개무량한 표정을 지었다.


“와우! 드디어 나가는구나!”

“오늘, 우리 파티, 회식 오케이?”


하윤이가 말하는 파티는 게임에서 함께 사냥을 하는 단체를 의미한다.


“콜!”

“오예에!”


어제 회식을 연기시켰던 솔미가 오늘은 회식을 하기로 결정했다.

사실 지오도 이틀 동안 연속으로 함께 목숨을 걸고 싸웠던 동료들과 밥 한 끼에 소주 한잔 마시며 회포를 풀고 싶었다.


첫 게이트에서 살아나가는 것만 해도 기쁜 일일 건데, 무려 보스 몬스터까지 클리어를 했으니 경보실의 네 마리 병아리는 정말 날아갈 것 같은 기분으로 게이트를 통과했다.


무엇부터 자랑을 할지 고민을 하며 게이트를 나갔는데, 날카로운 고함 소리에 네 사람은 그만 바짝 쫄고 말았다.


“아니, 한효린 님은 일을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거예요? 오늘 들어온 신입을 모두 게이트 안에 두고 자기들만 살겠다고 도망 나온 게 잘한 일이에요?”


처음 듣는 여자의 목소리. 그런데 누구인데 한효린 이사에게 저렇게 말을 하는 거지?


게이트를 나온 네 사람이 고개를 갸웃거릴 때 게이트를 지키고 있던 경보실 대원 한 명이 네 사람을 발견했다.


“어, 어, 어! 너, 너희들 살아있었구나!”


놀란 눈으로 네 사람을 멍하게 보고 있던 경보실 대원에게 하윤이가 한마디 쏘아붙였다.


“아니, 그럼 우리가 귀신으로 보입니까?”


이번에는 한효린 이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최혜원 님, 당신 게이트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고나 하는 말입니까? 내가 그 애들 죽으라고 버리고 온 줄 아세요! 이 대원들이라도 살리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한효린 이사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대원이 고개를 돌리더니 크게 고함을 질렀다.


“실장님, 병아리 네 마리 무사귀환 했습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뛰어오는 한효린의 모습이 보였다. 그 뒤에는 하태산과 다른 대원들도 있었다.

부리나케 달려온 한효린은 네 사람의 앞에 서서 이리저리 훑어봤다.

모두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권솔미와 김수진은 바지와 신발에 구멍이 나 있고, 나하윤은 신발의 앞 부분이 떨어져 나가고 없었다. 특히 안지오는 전투복이 걸레가 되어 있었다.


“너희들 다친 데는 없어? 고맙다! 이렇게 살아 돌아와 줘서!”


눈에 습기가 가득 찬 한효린이 가장 고생을 많이 한 것으로 보이는 지오를 껴안으려 했다. 그때 하윤이가 한 발 앞으로 나가 한효린에게 안겼다.

하윤이는 한효린의 등을 쓰다듬으며 그녀의 귀에 작게 속삭였다.


“한효린 님, 우리가 보스 몬스터를 처치했습니다.”


한효린이 안고 있던 하윤이를 바로 밀쳐 내고는 가느스름하게 뜬 눈으로 쳐다봤다.


“뭐어? 보스 몬스터를 너희가 처치했다고?”

“정말이야?”


뒤에 있던 하태산도 못 믿겠다는 듯이 눈을 가늘게 뜨고 네 사람을 뚫어질 듯이 쳐다봤다. 의심의 눈초리를 받으면서도 하윤이는 당당하게 말했다.


“네, 퀘스트 달성 알림음도 들었습니다.”


한효린이 못 믿겠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질문을 했다.


“그럼, 그 보스 몬스터가 어떻게 생겼는지 한번 설명해 봐!”


사실 이들도 린제이쿠스를 만났었다.

고블린을 쫓아 숲속으로 들어간 경보실 대원들은 얼마 가지 않아 고블린을 놓치고 숲속에서 길을 잃었다. 그들은 숲을 벗어나서 푸른 초원지대로 나왔다.

그런데 거기에서 갑자기 검은 독액 포탄의 공격을 받았다.

대원 네 명이 순식간에 산성액을 뒤집어쓰고 전신 화상을 당하는 바람에 그들을 살리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도망을 쳐서 게이트를 빠져나왔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린 하태산은 소름이 돋는 듯 몸서리를 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설마 하얗고 굵은 촉수에서 검은 산성액을 대포처럼 쏘던 괴물을 잡았다는 말은 아니겠지?”


하윤이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맞습니다. 그놈 이름이 린제이쿠스라고 하던데요. 그 하얀 촉수가 발인데 개수가 몇 백 개는 되었습니다. 그리고 얼마나 컸느냐 하면 말이죠. 등이 운동장만 하고, 가운데에 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높이는 아파트 15층이고, 맨 꼭대기에 야구장 라이트만 한 노란색 꽃이 펴 있었습니다.”


한효린과 하태산이 두 눈을 껌벅거렸다. 그들도 엄청나게 높이 자란 나무 한 그루와 그 위에 달린 거대한 노란 꽃을 보았었다.

하태산은 탄성을 터뜨리며 네 사람의 어깨를 차례로 두드렸다.


“와아! 진짜구나! 너희들 정말 대단하다. 어떻게 네 명이서 그놈을 잡은 거야?”


한효린은 아직 가늘어진 눈을 풀지 않았다. 하지만 일단 나하윤의 말을 믿어 주기로 했다.

어차피 내일 새로 섭외한 길드가 게이트 안에 들어가면 사실 유무는 확인이 된다.

그리고 뒤에 까탈스러운 년이 자신을 보고 있기에 여기서 더 이상 이 문제를 가지고 따지고 있을 수가 없었다.


“이야, 우리 신입들이 병아리가 아니라 독수리네, 독수리야! 보스 몬스터 레이드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보고서를 작성해서 제출하도록 하고 어쨌든 살아와서 다행이다.”


지오는 배낭에서 채집 가방을 꺼내 하태산에게 내밀었다.


“이건 어떻게 하죠? 게이트 안에서 비명 지르던 식물 채취한 건데?”


하태산이 채집 가방을 받아 들고 또 한 번 웃음을 터뜨렸다.


“오, 굿 잡! 이건 내가 연구소에 가져다주마!”


그때 드라마에 나오는 연예인처럼 눈에 띄는 브릭색의 투피스 정장을 입은 이십 대 중반의 아가씨가 외국인처럼 완벽한 블론디 컬러의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걸어왔다.


“여러분이 오늘 경보실에 들어온 직원들이군요. 나는 경영지원실장 최혜원이라고 합니다. 여러분이 나오지 않아서 내가 한효린 님을 좀 질책을 했는데, 이렇게 무사히 귀환해서 다행입니다.”


경영지원실장 최혜원 이사! 아이제이 그룹 최두섭 회장의 손녀. 다시 말해서 로열 패밀리고, 재벌 그룹 3세가 되시는 고귀한 분이시다.

그래서 25세에 그룹내 최고 요직이라고 할 수 있는 경영지원실에서 이사직을 달고 있다.


하윤이는 최혜원에게도 거침없이 말을 했다. 아니 말을 하고 싶어 했다. 이 인간은 예쁜 여자만 보면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것 같았다.


“네, 감사합니다. 권솔미 대리가 고블린에게 납치를 당해서 구출한다고 좀 늦었습니다.”

“야, 나하윤! 너, 죽을래?”


솔미가 인상을 팍 쓰며 하윤이의 옆구리를 꼬집었다. 팩트이긴 하지만 구태여 그런 말을 지금 할 필요가 있나?


“으악! 고블린의 독침에 옆구리를 맞았습니다. 살려주세요, 최 실장님!”


하윤이의 너스레에 최혜원이 해맑게 웃었다. 최혜원은 자신 앞에서 이렇게 허물없이 장난을 치는 청년을 본 기억이 없었다.


“호호호호! 재밌는 분이네요! 좋아요. 어쨌든 무사히 귀환했으니 됐어요. 한효린 님, 회사의 인재에 대한 나의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인력 관리에 만전을 가해 주세요!”


최혜원의 말투에는 자부심인지, 건방짐인지 모를 그런 것이 잔뜩 들어 있었다. 아무튼 다이아몬드 수저다운 말투였다.

최혜원이 도도하게 걸어가자 검은색 자가용 한 대가 다가와서 그녀를 태웠다.


차가 출발하자 한효린이 바닥에 침을 탁 뱉고는 다시 군인처럼 명령을 내렸다.


“하태산 과장, 여기에 5명만 남겨! 나머지는 모두 헬기를 타고 본사로 복귀한다. 실시!”



***



회사로 돌아온 네 사람은 샤워장에서 샤워를 한 후 옷을 갈아입고 바로 퇴근을 했다.


원칙적으로 게이트 관련한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지만, 이미 퇴근 시간이 지났기에 보고서는 작성을 하고 싶어도 컴퓨터가 안 켜져서 할 수가 없었다.

몇 년 전부터 주 52시간인가 하는 제도가 생기면서 시간을 초과해서 근무를 하지 못하도록 퇴근시간이 지나면 사내에는 전기를 꺼버렸다.


어제부터 하윤이가 졸랐던 회식을 하기 위해 네 사람은 회사에서 15분쯤 떨어진 충무로역 뒤쪽 허름한 갈비살집으로 걸어갔다.

예전에는 이 골목에 식당이 즐비했는데 이제는 몇 군데 남아있지 않았다. 이 집은 보기에는 좀 후줄근해도 오래된 맛집이라서 아직 영업을 하고 있었다.


식당 안에는 손님이 한 테이블도 없었지만 네 사람은 길가 테이블에 앉았다. 원래 여기가 명당자리였다.

수입 쇠고기 갈비살에 소주를 마셨다. 솔미와 지오는 소주를 많이 마시지 않았지만, 수진이와 하윤이는 소주가 달다며 계속 들이부었다.


지오가 하윤이에게 궁금한 걸 물어보았다.


“하윤아, 너희 아버지는 어떤 분이시니? 아버지가 너에게 말씀을 많이 하시는 모양이지?”


소주잔을 비운 하윤이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에에, 저에게는 열 두 분의 아버지가 있습니다.”

“뭐? 아버지가 열 두 분이라고?”

“맞습니다. 저는 고아원에서 자랐는데, 인근에 있는 신학대학에서 공부하시는 분들이 매일같이 찾아왔습니다. 우리는 그 열 두 분을 아버지라고 불렀습니다.”


이제 좀 이해가 되었다. 12명이 이야기를 했으니 얼마나 많은 말을 하윤이가 들으며 컸겠는가?


“그래서 네가 그렇게 아버지 가라사대를 많이 지껄인 거구나!”

“선배, 금과옥조 같은 아버지의 말씀입니다. 제가 좀 가볍게 말하긴 했지만 지껄이는 건 아니죠?”

“아, 그래! 그건 미안하고. 너도 이제 나한테 사적인 자리에서는 그냥 형이라고 부를 때도 되지 않았냐?”


사실 지오는 하윤이가 가족처럼 친근하게 느껴졌다. 하윤이가 허세 부리는 것도 이상하게 그렇게 싫지만은 않았다. 그래서 하윤이가 좀 더 친근하게 자신을 부르길 원했다.

그런데 하윤이의 미간이 갑자기 좁아졌다.


“사실 저도 선배에게 형이라고 부르려고 했는데, 이상하게 그게 잘 안 됩니다.”


지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 야, 그냥 형이라고 부르면 되지! 그게 뭐가 어렵다고. 한번 불러 봐!”


하윤이가 볼을 실룩거리며 입 근육을 풀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지오··· 혀!”



작가의말

편안한 일요일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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