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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술술 님의 서재입니다.

휴거게임 in 아포칼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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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글이술술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7
최근연재일 :
2024.06.30 14:31
연재수 :
1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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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2
글자수 :
606,543

작성
24.05.08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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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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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5. 탈출좀비열차를 시작하겠습니다

DUMMY

지하철 좌석에 앉은 지오는 아무도 못 듣게 작은 소리로 상태창을 읊조렸다. 그랬더니 눈앞에 투명한 창이 나타났다.

실제 지오가 보고 있는 상태창은 좀 더 복잡하고 화려하게 꾸며져 있지만, 대략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이름 : 안지오

 특성 : 검색(Lv.1)

 스탯 : 체력6 근력5 민첩5 내공2

 스킬 : 카피(유료)

 코인 : 10,600골드



‘아씨, 내공이 2포인트가 뭐야? 그런데 만 골드면 코인이 많은 거야, 적은 거야?’


별 볼 일 없는 자신의 스탯을 확인한 지오는 인벤토리를 열어 보기로 했다. 퀘스트 보상을 확인해 보고 싶었다.


“인벤토리!”


눈앞에 5개의 슬롯이 가로로 연결된 인벤토리가 나타났다. 슬롯 한 개에 물음표가 그려진 노란색 박스가 들어 있었다.

아이템 박스에는 랜덤으로 아이템이 들어 있기 때문에 개봉하기 전에는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 수가 없다.

손가락으로 허공에 떠 있는 노란색 박스를 터치하자, 글자가 나타났다.


[아이템 박스를 개봉하겠습니까?]


“예스!”


슬롯에서 튀어나온 노란색 박스가 사람 머리만큼 커졌다. 뚜껑이 열리며 안에서 환한 빛이 쏟아져 나왔다.

박스가 사라지고 단검 한 자루가 모습을 드러냈다. 단검에 대한 정보가 자동으로 검색되었다.



 이름 : 수리검

 용도 : 투척용 단검

 등급 : 고급

 강도 : 단단함

 절삭력: 양호

 옵션 : 자동 회수



길이는 20cm, 검정색의 날카로운 검날과 손잡이가 하나의 쇠로 되어 있고, 손잡이 끝에는 동그란 구멍이 나 있었다.

자동 회수라는 옵션이 괜찮은 것 같았다. 단검을 던지고 나서 주우러 갈 필요가 없고, 잃어버릴 염려도 안 해도 될 것 같았다.


지오는 행신동으로 가기 위해 공덕역에서 경의중앙선으로 갈아탔다.

열차가 홍대입구역에서 정차했을 때 가죽 자켓에 가죽 바지를 입은 청년 세 명이 탔다. 지오의 옆에 앉았는데, 이어폰에서 시끄러운 음악소리가 들렸다.


홍대입구역을 출발한 지 얼마되지 않아 열차에서 안내 방송이 나왔다.


“저희 열차를 이용해 주시는 승객들께 대단히 죄송한 말씀을 전합니다. 킬킬킬! 지금부터 탈출좀비열차를 시작하겠습니다. 좀비가 되기 싫으면 모두 열심히 싸워야 할 걸? 킬킬킬킬!”


승객들이 우왕좌왕하며 열차 안이 소란스럽게 변했다.


“이게 뭔 소리야?”

“누가 기관실에서 장난치는 거 아냐?”

“탈출좀비열차! 그거 휴거게임 이벤트잖아?”


다시 기분 나쁜 웃음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킬킬킬킬!”


모두 입을 닫고 귀를 기울였다.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은 채 기도를 하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눈을 감지 않은 사람들도 마음은 모두 똑같았다.


‘제발 아니길!’


“자, 그만 떠들고! 모두 좀비열차에 탑승한 걸 환영합니다! 지금 맨 앞 객차에 좀비 바이러스가 뿌려졌다. 34명의 인간이 5분 후 좀비로 변해 너희에게 갈 것이다. 그 중에 좀비킹 한 마리가 있는데, 그놈의 정강이뼈를 들고 기관실에 있는 나를 찾아오면 게임은 끝난다. 알겠지? 그럼 설명은 이상. 킬킬킬!”


루시퍼의 말이 끝나자 모두 겁에 질린 표정으로 탄식을 내뱉었다.


“아이구! 진짜 탈출좀비열차라니!”

“난 좀비가 싫어! 좀비가 되고 싶지도 않고.”

“여기 누구 각성자 분 안 계십니까? 제발 좀······!”

“하느님 맙소사! 흐흐흐흑!”


모두의 바람과 기도는 수포로 돌아갔다.

재수없게 이 열차를 탄 승객들은 휴거게임의 이벤트 중 하나인 ‘탈출좀비열차’에 참가하게 된 것이다.

아마 오늘 가장 재수가 없는 사람은 맨 앞 객차에 탔다가 바로 좀비가 될 34명의 승객일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 재수 없는 사람은 하루에 휴거게임 이벤트를 두 번이나 하게 된 지오일 것이다.


‘탈출좀비열차’라는 이벤트는 이미 전 세계에서 백여 차례 발생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탈출좀비열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알고 있었다.


루시퍼가 준 미션을 빨리 달성하면 좀비가 되지 않은 사람들은 살 수 있다. 하지만 곧 다가올 좀비를 제대로 막지 못하고 모두 좀비가 된다면, 이 열차에 탄 사람들은 모두 게임 아웃이 되는 것이다.

휴거게임에서 게임 아웃은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덜커덕! 덜커덕!


이벤트의 시작을 알리듯 열차의 모든 출입문에서 동시에 문이 잠기는 소리가 났다.

한 남자가 출입문 오른쪽 상단에 있는 비상 개폐 장치의 커버를 열고 손잡이를 돌렸다. 아니, 돌리려고 했지만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지오는 비상 개폐 장치 위에 있는 글자를 보았다.


[차량번호 38004]


이 열차는 기관실이 있는 첫 번째 객차의 차량번호가 ‘38001’이고, 마지막 8번째 객차의 차량번호는 ‘38008’이었다.

지오가 타고 있는 객차는 4호차인 셈이다.


객차 안에 있는 사람들이 엉덩이를 들썩이며 서로 눈치를 봤다.

1호차에서 좀비가 발생하므로 뒤쪽으로 가는 게 살 확률이 훨씬 높다. 그렇다고 자기가 먼저 일어나려니 괜히 남의 눈치가 보였다.

그때 로즈아잘레색 명품백을 멘 아가씨가 일어나서 뒤쪽 문을 향해 걸어갔다.

뒤쪽 좌석에서 백팩을 안고 앉아 있던 50대 아저씨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고함을 질렀다.


“아니, 혼자 살겠다고 지금 뒤칸으로 가는 거여?”


아가씨가 걸음을 멈추고 아저씨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왜요? 그럼 내가 여기 남아서 좀비와 싸워야겠어요? 영감이야, 살만큼 살았으니 뒈져도 괜찮은지 모르겠지만, 나는 아직 20대라구요. 내가 내 살길 찾아가겠다는데 영감이 왜 잔소리를 하고 지랄이야!”


신나게 쏘아붙인 아가씨가 아저씨의 발 아래 침을 탁 뱉었다. 얼굴이 빨갛게 상기된 아저씨가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아니, 저, 저! 아무리 세상이 말세라도 그렇지! 어떻게 어른에게 말을 이따위로 해! 넌 부모도 없냐?”

“그래, 우리 부모님은 휴거게임 이벤트로 다 죽었다. 어쩔래?”


정말인지 거짓말인지 모르겠지만 할 말을 잃은 아저씨가 혀를 끌끌 찼다.


“쯧쯧쯔!”


아가씨가 고개를 획 돌린 후 유유히 뒷문을 열고 사라졌다. 그때 앞칸과 연결된 문이 열리며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오기 시작했다.

2호차와 3호차에 있던 승객들이 4호차에 들어오며 객차 안이 갑자기 복잡해졌다. 4호차에 있던 승객들도 더 이상 눈치를 보지 않고 이동하는 사람들 속에 뒤섞여 뒷칸으로 이동했다.


뒤칸으로 이동하는 지오의 귀에 또 퀘스트 알림음이 들렸다.


“더블 이벤트 축하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 좀비킹을 잡으면 최고급 아이템 박스 1개를 드립니다.”


퀘스트는 휴겜스가 인간에게 주는 어드밴티지 같은 것이다.

휴거게임은 분명 인류를 말살하는 게임인데, 이 시스템은 퀘스트를 통한 보상으로 인류를 더 강하게 만들어 줬다. 그 덕분에 게이트에서 출몰하는 몬스터도 잡을 수 있게 되었다.


어쨌든 하루에 뭐 같은 이벤트에 두 번이나 걸렸다고 퀘스트가 떴다. 이런 걸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2호차에 탄 승객부터 모두 뒤칸으로 이동하다 보니 8호차는 더 이상 한 명도 못 들어갈 만큼 콩나물 시루가 되었고, 7호차도 사람이 가득 찼다.

7, 80명 정도가 몰려 있는 7호차 안에서 덩치가 좋은 청년이 고함을 질렀다.


“저는 채윤이라는 D급 각성자입니다. 여기 이대로 모여만 있다가는 싸우지도 못하고 모두 죽습니다. 좀비킹을 잡을 돌격대를 만들어야 합니다! 각성자이거나 싸움에 자신 있는 분들은 자진해서 이쪽으로 나와 주세요!”


복잡한 사람들을 밀치며 몇 사람이 앞쪽으로 움직였다. 이제 일반인이 아닌 각성자가 된 지오도 앞으로 나갔다.

채윤이란 청년이 모인 사람들에게 각성 유무를 확인한 후 한 번 더 고함을 질렀다.


“각성자가 일곱 분밖에 없습니다. 젊은 남자분들도 앞으로 나오세요! 시간이 없습니다.”


채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조금 전 4호차에서 들었던 아가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 군바리가 지금 안 싸우고 뒤에서 구경만 하고 있겠다는 거야? 너 부대가 어디야? 도대체 요즘 군바리들은 왜 이래?”

“그게 아니고, 우리도 지금 나가려던 참입니다. 야, 빨리 나가자!”


허 병장이 조 상병을 독촉하고, 조 상병은 옆에 있는 김 일병을 끌고 앞으로 나갔다.

군대에서 괴롭힘을 당하던 김 일병은 휴가까지 따라 나온 고참들 때문에 2박 3일 동안 밥값과 술값을 다 내고, 이제는 좀비와 싸우기까지 하게 생겼다.


‘쓰발, 내가 죽더라도 너희에게 복수는 꼭 하고 만다!’


다시 아가씨의 목소리가 7호차 한쪽에서 들렸다.


“오빠들, 헤어 스타일이나 옷 입은 걸로 봐서는 락 밴드 같은데, 로큰롤 정신으로 멋지게 좀비와 싸울 거지! 안 그래?”


눌러쓴 모자 아래로 빨갛게 염색된 머리카락과 귀걸이가 보이는 청년이 가운데 있는 장발에게 작게 속삭였다.


“아이 쓰발, 왜 우리한테 이러는 거야! 형, 어떡할 거예요?”


장발 청년이 고개를 치켜들고, 엄지와 약지를 세운 오른손을 들며 노래를 불렀다.


“위아더 챔피온즈, 마이 프렌즈! 앤 위일 킵온 파이팅 틸디엔!”


로콘롤 3인방이 ‘We are the champions’를 부르며 돌격대에 합류했다.


그리고 머리에 헤어롤을 감고 있는 여고생 두 명이 당돌하게 돌격대를 하겠다고 나왔다. 채윤이 두 여고생의 눈을 피해 가슴에 달린 명찰을 봤다.

헤어롤 한 개를 감은 여고생은 차미나, 두 개를 감은 여고생의 이름은 천송이었다.


“학생들 용기는 가상하지만 너희는 빠지는 게 나을 것 같다.”


여고생 둘이 껌을 질겅질겅 씹으면서 채윤을 째려봤다.


“아씨, 왜요? 우리가 못 싸울까 봐요? 내가 우리 학교 짱이거든요! 웬만한 사내자식들보다 더 잘 싸우니까 걱정 붙들어 매세요!”

“나는 넘버 투!”


채윤이 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돌렸다. 모인 사람의 숫자는 10명이 겨우 넘었다. 채윤은 어쩔 수 없이 두 여고생을 돌격대에 받아 주기로 했다.


“그래! 함께 싸우자! 몸 조심하고.”

“오케이! 좀비는 대가리만 박살내면 돼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 대가리를 그냥 팍!”


대가리를 뭘로 박살낼지는 모르겠지만 두 여고생은 자신감이 넘쳤다.

맨 마지막으로 남자 대학생 2명이 합류하며 총 17명의 돌격대가 만들어졌다.


대장은 채윤이 맡게 되었다.

나이는 조금 어리지만 D등급 각성자로 각성자 중 등급이 가장 높았고, 직업이 소방관이라 이런 비상 상황에서 가장 대처를 잘할 것 같아 모두 채윤이 대장을 맡는데 찬성했다.

특성이 역사라서 그런지 채윤은 힘이 정말 좋았다. 선반을 손으로 그냥 뜯어내서 돌격대에게 스테인리스 봉을 하나씩 나눠주었다.


“우리의 목표는 좀비를 때려잡는 게 아닙니다. 좀비킹을 잡아서 정강이뼈를 기관실에 있는 루시퍼에게 갖고 가는 것입니다!”


채윤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다른 객차에서 우당탕탕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옵니다. 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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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 보스 한번 잡아봅시다! +3 24.05.16 120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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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 권솔미 대리를 구하러 갑니다 +4 24.05.15 134 10 12쪽
17 17. 여기를 통과할 방법이 있습니다! +6 24.05.14 138 10 12쪽
16 16. 이게 돌이 아니고 몬스터라고? +3 24.05.14 147 10 11쪽
15 15. 내 코인은 내가 지킨다 +3 24.05.13 157 10 12쪽
14 14. 뜨거운 불맛을 보여주마! +4 24.05.13 147 9 12쪽
13 13. 아니 이게 회사야, 군대야? +6 24.05.12 154 10 12쪽
12 12. 검색 엔진을 업그레이드하겠습니다 +3 24.05.12 155 11 11쪽
11 11. 받아라, 장풍! +3 24.05.11 163 11 12쪽
10 10. 야, 대가리 전도사! +3 24.05.11 176 10 12쪽
9 9. 제가 좀비가 안됐습니까? +4 24.05.10 176 10 12쪽
8 8. 성검을 검색하겠습니까? +3 24.05.10 174 10 11쪽
7 7. 저 싸가지없는 년이 좀비가 됐네! +3 24.05.09 182 9 12쪽
6 6. 좀비는 대가리! +3 24.05.09 187 11 12쪽
» 5. 탈출좀비열차를 시작하겠습니다 +3 24.05.08 199 12 11쪽
4 4. 이제 나한테 다 죽었어! +4 24.05.08 214 11 13쪽
3 3. 좋은 세상에서 다시 봅시다! +4 24.05.08 221 11 12쪽
2 2. 부디 나를 원망하지 마라! +4 24.05.08 289 13 13쪽
1 1. 여러분을 데쓰 매치로 초대합니다! +11 24.05.08 523 1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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