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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술술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7
최근연재일 :
2024.07.02 19:40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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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47
추천수 :
984
글자수 :
617,626

작성
24.05.16 21:11
조회
121
추천
10
글자
12쪽

21. 보스 한번 잡아봅시다!

DUMMY

지오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달려가서 헬리카온의 복부를 샌드백을 치듯 때렸다. 흑호와 백호가 헬리카온의 양팔을 물고 있기에 가능한 공격이었다.

길이 30cm의 칼날이 헬리카온의 복부를 걸레로 만들어 버렸다. 난자당한 배에서 조각난 내장과 붉은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붉은 피를 한 움큼 입으로 쏟아낸 헬리카온이 지오를 향해 씨익 미소를 지었다.


“제법이구나! 켈베로스의 발톱과 함께 나의 야수감각도 넘겨주마! 멋지게 살아라!”


의외로 헬리카온은 쿨하게 패배를 인정했다.

사라져 가는 그의 모습을 보다가 지오는 그에게 받지 못한 게 하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야수격투술은? 그것도 넘겨 주세요!”

“그건······!”


헬리카온이 손가락으로 지오를 가리키며 말을 하려다가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2개의 빛줄기가 지오의 이마로 날아왔다.


“악!”


짧은 신음을 뱉은 지오는 잠깐 어지러움을 느꼈다.

양쪽 눈썹 끝 위쪽에서 무엇인가 느껴졌다. 미세하게 움직이는 공기와 파동들이 이마를 간지럽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인가 하얀 빛이 온통 하늘을 뒤덮었다. 하늘이 성스러운 빛으로 가득 찰 때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지오야, 지오야! 괜찮니?”



***



지오가 장갑을 끼고 나오다가 쇠창살에 기대어 잠시 서 있었다.

세 사람은 지오가 뭔가 스킬을 습득하거나 깨달음을 얻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지오의 입에서 신음성이 났다.

깜짝 놀란 솔미가 쇠창살 사이로 손을 집어넣고 지오의 머리에 신성력을 불어넣었다.


“지오야, 지오야! 괜찮니?”


자신의 상상의 공간에서 빠져나온 지오가 정신을 차렸다.


“아, 괜찮아요. 문이 닫혀서.......”


지오가 문을 다시 한번 당겨 보았다. 헬리카온의 영혼이 사라졌기 때문인지 이번에는 문이 그냥 열렸다.


“선배, 장갑밖에 못 얻었어요?”


고개를 비스듬하게 기울인 하윤이가 얼굴을 찌푸린 채 물었다.


“그래, 그래도 꽤 괜찮은 장갑이야!”

“장갑이 장갑이지! 괜찮아 봐야······?”


빈정거리는 하윤이에게 한마디를 하려는데,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깨물고 있던 솔미가 지오의 팔을 잡아당겼다.


“이제 어떡할 거야? 빨리 게이트로 가야 할 텐데!”


여기를 더 돌아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러면 다른 아이템을 얻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방금 지오처럼 위험한 일을 겪을 수도 있었다.

어차피 모두 괜찮은 아이템을 하나씩 얻은 상태. 더 이상 욕심을 내지 말고 빨리 게이트로 나가는 게 맞을 것 같았다.


“내 생각에는 더 이상 욕심내지 말고, 게이트로 갔으면 하는데?”

“나는 찬성!”

“선배, 아이템 한 개만 더···!”

“저도 빨리 나가고 싶어요!”


지오가 하윤이를 보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3 대 1! 하윤아, 잔말 말고 빨리 나가자!”

“그런데 우리는 길을 모르잖아요?”

“잠깐만!”


지오는 길찾기를 실행했다. 목적지는 게이트 입구.

지도가 나타나고, 길을 안내하는 글자가 나타났다.


[왼쪽으로 20m, 오른쪽으로 100m]


“길은 내가 잘 찾으니까 나만 믿고 따라오세요!”


지오가 방문을 열고 나갔다.

방을 나와서 왼쪽으로 20m를 가고, 오른쪽으로 50m를 갔다. 그런데 여기서 복도가 양쪽으로 갈라져 있었다.


‘어라! 아직 더 직진을 해야 하는데?’


길찾기 안내를 다시 봤다.


[직진 50m]


지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여기서 직진이면 벽을 뚫고 가란 소리인가?’


지오가 마주보고 있는 벽면에는 대형 그림이 하나 걸려 있었다.

헬리카온이 다섯 마리의 괴수와 싸우고 있는 그림이었다. 그 괴수는 송곳니가 길게 튀어나온 흑표범처럼 생겼는데 크기가 집채만 했다.


“하윤아 저기 좀 잡아 봐! 이 그림을 떼어내게.”

“네? 그림은 왜요? 가져 가지도 못하는데.”

“잔말 말고 제발 시키는 대로 좀 해라!”

“넵!”


지오와 하윤이가 양쪽에서 커다란 그림을 잡고 떼어냈다. 솔미와 수진이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두 사람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림을 떼어낸 자리에 무엇인가 있었다.


“저건 뭐야? 지오 선배, 여기 고리가 있어요!”


지오가 동그랗게 생긴 고리를 잡아당겼다.


스르르르릉!


벽이 왼쪽으로 밀려나며 한 사람이 들어갈 만한 출구가 나타났다.


모두가 깜짝 놀란 눈으로 지오와 방금 열린 출구를 번갈아 가며 쳐다봤다. 무슨 영화에서나 보던 숨겨진 비밀 출구가 나타난 것이다.

분명 처음 와 봤을 것인데 지오가 이걸 어떻게 알아냈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와, 선배! 이걸 어떻게 알았어요? 대박! 여기가 출구야?”

“내가 길을 잘 찾는다니까! 모두 조심해서 따라 들어와!”


지오는 대충 대답하고 얼른 안으로 들어갔다.

안은 캄캄했기 때문에 하윤이가 또 랜턴을 켜야 했다. 지오는 앞으로는 좀 무거워도 배낭은 꼭 가지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가지 않아 통로는 계단으로 연결이 되었다. 여기부터는 길찾기를 볼 필요가 없었다. 길이 하나밖에 없으니까.


30분 후, 네 사람은 바깥으로 나올 수 있었다.

넓게 펼쳐진 푸른 초원에는 엄청나게 큰 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아름드리 굵기의 나무가 15층 아파트 높이까지 자라나 있고, 그 나무 꼭대기에는 야구장 라이트만 한 노란색 꽃 한송이가 피어 있었다.


잠시 풍경을 감상하는 네 사람. 그런데 수진이가 눈을 깜박거렸다.


“지오 선배, 저 노란 꽃이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 같은데요?”

“하하하, 수진 선배! 저 나무에 발이라도 달렸다는 거예요? 아무리 게이트 안이라지만······!”


코웃음을 치던 하윤이가 입을 벌린 채 벙어리가 되었다.

푸른 초원 위에 우뚝 솟아난 나무 한 그루 그리고 그 꼭대기에 달린 거대한 노란색 꽃이 자신이 보기에도 분명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나무와 꽃이 아니라 운동장만 한 푸른 초원이 다른 초원 위로 움직이고 있었다!


네 사람의 시선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움직이고 있는 푸른 초원 아래에는 방파제에 쌓여 있는 테트라포드처럼 생긴 수백 개의 하얀 촉수가 땅 위에서 꿈틀대고 있었다.

촉수의 길이는 2m 정도. 학교 운동장 크기의 푸른 초원은 초원이 아니고 이 괴물체의 등판이었다.


지오의 검색창에 저 이상하게 생긴 식물인지 동물인지 모를 괴물의 정체가 나타났다.



 이름 : 린제이쿠스(Lindsaychus)

 등급 : 10티어(보스)

 특성 : 식물형 몬스터

 무기 : 촉수 대포, 레이저 빔

 강점 : 333문의 대포, 360도 공격

 약점 : 꽃을 꺾지 마세요

 기타 : 다수의 레드웜과 공생



지오가 100m 앞에서 움직이고 있는 거대한 항공모함처럼 생긴 보스 몬스터 린제이쿠스를 보며 중얼거렸다.


“저 보스 몬스터를 잡을 수 있을까?”


눈을 껌벅이고 있던 세 사람이 차례로 입을 열었다.


“선배, 저놈이 보스입니까? 안 그래도 보스 몬스터를 잡으라는 퀘스트가 떴는데 말입니다.”

“나도!”

“저도요!”


보스 몬스터를 잡으라는 퀘스트는 모두에게 떴던 모양이다.

하지만 지오는 네 명이서 저 거대한 몬스터를 처리할 자신이 없었다. 차라리 저놈을 피해 그냥 게이트로 가는 것이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는 맞을 것 같았다.


망설이고 있는 지오의 표정을 본 하윤이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선배, 우리가 조금 전의 우리가 아닙니다! 모두 괜찮은 무기와 스킬을 얻었는데 테스트 한번 해 봐야지요!”


아넬레오스의 검투사 훈련소에서 희귀 등급의 아이템을 얻은 세 사람은 지금은 자신감이 충만한 상태였다.

하윤이의 말은 다른 사람의 마음에 불을 질렀다.


“그래요! 저도 퀘스트 달성해서 보상받고 싶어요!”


수진이도 욕심을 냈다.

영업 짬밥이 가장 많은 권솔미는 자신의 생각을 영업 구호로 외쳤다.


“악, 될, 끝, 도!”


악될끝도!

작년에 퇴임하신 아이제이의 사장님께서 만든 구호로 ‘악착같이, 될 때까지, 끝까지, 도전하자!’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사실 지오는 이 구호를 좋아하지 않았다.

영업사원이 해병대도 아니고 특전사도 아닌데, 이건 영업사원 보고 다 죽으란 소리가 아닌가?


어쨌든 모두가 이렇게 원하는데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더라도 보스 몬스터를 잡아볼까?


지오의 마음에 갈등이 생겼다. 그걸 눈치 챈 하윤이가 또 입을 요사스럽게 나불거렸다.


“선배, 우리 아버지가 못 먹어도 고라고 했습니다. 일단 한번 들이대 보고 안 되면 후퇴하면 되죠!”

“그래요! 그냥 가기에는 너무 아까운 기회잖아요!”


맞는 말이긴 하다. 이제 각성을 한 이들이 언제 보스 몬스터를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있겠는가?

거기다 저놈을 잡으면 퀘스트 보상으로 희귀 등급의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그러면 오늘 각자 희귀 등급 이상의 아이템을 두 개나 얻는 것이다.

좋은 아이템은 각성자를 더 강하게 만들어 준다. 어쩌면 단숨에 각성자 등급을 몇 단계나 올릴 수도 있다.


이들이 무모하게 단 네 명이서 보스 몬스터를 잡겠다는 생각을 하는 데에는 이런 욕심도 한 몫을 했다.

그리고 네 명 모두 보스 몬스터와 싸워 본 적이 없으니 그 무서움을 몰랐다. 때론 무지가 사람에게 용기를 주기도 한다.


“그래, 지오야! 내가 다치면 치료해 줄 테니까. 일단 한번 해 보자!”


겁쟁이 솔미까지 다시 지오를 몰아붙였다. 문득 헬리카온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이게 말이야! 오리하르콘으로 만든 거라서 부러지지도 않고, 못 자르는 것도 없는 놈이지!”


‘그래, 나에게는 켈베로스의 발톱이 있다. 못 자르는 것이 없는!’


결국 지오도 방금 얻은 아이템과, 보상에 대한 욕심 그리고 무지가 가져온 용기에 자신의 판단을 뒤집고 말았다.

지오가 결심을 한 듯 천천히 세 사람의 눈을 응시했다.


“좋습니다. 보스 한번 잡아봅시다!”

“오케이!”

“땡큐!”

“굿 초이스!”


지오는 검색창에서 본 정보를 정리해서 대충 알려줬다.

정보가 구체적이지는 않아서 설명하기도 어렵고, 또 너무 정확하게 설명을 하면 어떻게 아냐고 물을 것 같아서 대충 말해 줄 수밖에 없었다.


“자, 내 말을 잘 들으세요. 내 생각엔 저기 무수히 많은 하얀 촉수 있죠? 저기서 뭔가 날아올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 노란 꽃, 저기에서도 뭔가 공격을 할 것 같고, 저놈의 약점은 바로 저 꽃인 것 같습니다. 모두 잘 피하면서 저 꽃을 집중 공략합시다!”


하윤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존경의 눈빛으로 지오를 바라봤다.


“우와, 선배는 그런 걸 어떻게 알아요? 난 암만 봐도 모르겠는데!”


‘그래, 인마, 암만 봐도 모르는 게 정상이다!’


아직 남들에게 밝히지는 못했지만, 지오는 자신의 특성이 자랑스러워졌다. 입꼬리가 위로 살짝 올라간 지오가 다시 작전을 설명했다.


“나와 하윤이는 놈의 공격을 피해서 저 위에 올라가서 저 꽃을 공격한다. 수진아, 스태프에 실드 마법 있다고 했지? 그걸로 공격을 막고, 솔미 선배는 수진이 뒤에서 숨어서 이동하세요. 두 사람은 사정거리에 들어오면 거기서 공격하세요!”


겁도 없이 자기들끼리 보스 몬스터를 공략하기로 한 네 사람은 각자 새로 얻은 무기를 꺼내 점검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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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 보스 한번 잡아봅시다! +3 24.05.16 122 10 12쪽
20 20. 그래, 사랑은 개코나! +5 24.05.16 129 10 11쪽
19 19. 우리가 던전을 발견한 것 아닙니까? +3 24.05.15 133 10 11쪽
18 18. 권솔미 대리를 구하러 갑니다 +4 24.05.15 135 10 12쪽
17 17. 여기를 통과할 방법이 있습니다! +6 24.05.14 140 10 12쪽
16 16. 이게 돌이 아니고 몬스터라고? +3 24.05.14 149 10 11쪽
15 15. 내 코인은 내가 지킨다 +3 24.05.13 160 10 12쪽
14 14. 뜨거운 불맛을 보여주마! +4 24.05.13 150 9 12쪽
13 13. 아니 이게 회사야, 군대야? +6 24.05.12 157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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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1. 받아라, 장풍! +3 24.05.11 165 11 12쪽
10 10. 야, 대가리 전도사! +3 24.05.11 180 10 12쪽
9 9. 제가 좀비가 안됐습니까? +4 24.05.10 179 10 12쪽
8 8. 성검을 검색하겠습니까? +3 24.05.10 177 10 11쪽
7 7. 저 싸가지없는 년이 좀비가 됐네! +3 24.05.09 186 9 12쪽
6 6. 좀비는 대가리! +3 24.05.09 190 11 12쪽
5 5. 탈출좀비열차를 시작하겠습니다 +3 24.05.08 203 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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