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글이술술 님의 서재입니다.

휴거게임 in 아포칼립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글이술술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7
최근연재일 :
2024.06.30 14:31
연재수 :
111 회
조회수 :
9,597
추천수 :
972
글자수 :
606,543

작성
24.05.08 18:10
조회
221
추천
11
글자
12쪽

3. 좋은 세상에서 다시 봅시다!

DUMMY

지오는 방패 뒷면에 왼팔을 집어넣고 팔을 최대한 접어 몸 쪽으로 바짝 붙였다. 문남호가 휘두른 야구 배트가 무시무시하게 날아왔다.


콰과앙!

빠직!


방패를 때린 야구 배트가 부러졌다.


“커억!”


지오는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뒤로 넘어졌고,


“이얍!”


나하윤이 기합을 지르며 창을 찔렀다.


“악!”


창날에 왼쪽 무릎을 스친 문남호가 비명을 토하며 뒤로 물러났다.


“문 선배! 누가 더 강한지 나랑 한판 붙읍시다!”


나하윤이 고함을 지르며 앞으로 나가 문남호를 향해 다시 한번 창을 찔렀다. 문남호는 왼발을 절뚝거리며 간신히 창을 피했다.


나하윤은 평소에도 계급장 떼고 문남호와 한번 붙어보고 싶었다. 항상 강한 체하는 게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깟 해병대가 뭐라고 자신은 그것보다 더한 특수부대를 나왔다. 부대명은 기밀이라 밝힐 수는 없었지만.

그런데 오늘 판이 제대로 깔렸다!


일어선 지오는 두 사람이 싸우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나하윤이 문남호와 대등하게 싸울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일단 문남호는 하윤이에게 맡겨 두고, OB팀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광오와 박민수가 신태석에게 뭔가 지시를 받고 있었다. 저 둘이 다가오도록 내버려두면 안 된다.

지오가 다급하게 수진이를 불렀다.


“수진아, 빨리 활을 쏴!”


김수진은 문남호에게 복수의 화살을 날리고 싶었지만, 두 사람이 붙어서 싸우는 바람에 활을 쏠 수 없었다. 생전 처음 쏘는 활이라 잘 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김수진은 다시 한번 가장 얄미운 신태석을 향해 화살을 겨냥했다.


시위를 당기는 김수진을 본 이광오와 박민수가 신태석에게서 멀찌감치 옆으로 떨어졌다. 화살을 막을 수단이 없는 그들은 화살의 조준을 피해야 했다.


“야, 광오, 민수! 이 새끼들아, 부상자를 내버려두면 어떡해? 내 앞에서 화살을 막아야지!”


쒜엑!


신태석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일 때 두 번째 화살이 날아갔다.

신태석은 화살을 피하려 했지만, 10m 거리에서 날아오는 화살을 피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 이번에는 왼쪽 허벅지에 화살이 박혔다.


“악!”


어깨에 이어 허벅지에서도 피가 뿜어져 나왔다. 신태석은 화가 잔뜩 난 목소리로 울먹이듯이 고함을 질렀다.


“야, 김수진! 너 왜 나만 노려? 누가 저년부터 죽여버려!”


이광오 과장이 눈치를 보며 넌지시 입을 열었다.


“부장님, 제가 수진이를 죽이면 올해 고과 A 줄 겁니까?”


B2B영업1팀의 최고참이자 과장 5년차인 이광오는 매니저가 되기 위해 고과 A가 절실했다.


“그래, 수진이하고 한 명 더 죽이면 A 고과 줄게!”


이광오가 아랫입술을 지긋이 깨물며 자신이 들고 있는 전기충격기를 쳐다봤다.


“알겠습니다!”


이광오가 YB팀을 향해 걸어왔다. 김수진이 이광오를 향해 화살을 겨누는데, 권솔미가 앞으로 나갔다.


“이 과장은 내가 상대할게!”


권솔미는 YB팀의 최고참. 자신도 뭔가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신입일 때 멘토였던 이광오에게 감정도 조금 있었다.

이광오의 앞에 선 그녀는 양팔을 앞으로 내밀고 허리를 숙였다. 권솔미의 오른손에는 과도보다 조금 더 큰 단검이 들려 있었다.


이광오가 권솔미를 보고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솔미야, 너 설마 그 칼로 날 찌를 거야? 내가 편하게 보내 줄 테니까 항복하는 게 어때?”


말은 이렇게 했지만, 솔미가 들고 있는 단검을 본 이광오의 심장은 벌렁벌렁 뛰고 있었다.


“과장님, 그 동안 제가 커피 많이 사 드렸죠? 그러니 저를 너무 원망하지는 마세요!”


이광오는 작은 건수만 있으면 팀원들에게 커피를 사라고 부추겼다. 매일 얻어먹기만 하고 자신이 커피를 사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에게 가장 많이 커피를 사 준 사람이 권솔미였다.


두 사람이 대치를 하고 있는 동안 박민수까지 긴 칼을 든 채로 지오의 앞에 섰다. 박민수는 팀원 중에서 지오와 가장 친한 선배였다.

미간을 잔뜩 찌푸린 박민수가 입술을 비죽거렸다.


“참, 세상 X 같다. 지오야! 미안하다. 너도 알지? 어쩔 수 없다는 거!”


박민수의 두 눈이 차갑게 변하면서 은빛 칼을 높이 들었다.

지오는 대답을 하지 않고 박민수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눈앞에 박민수의 정보가 적혀 있는 반투명한 창이 나타났다.



 이름 : 박민수

 강점 : 냉정함

 약점 : 신경쇠약, 잘 놀람

 무기 : 롱소드(일반)



박민수가 두 손으로 꼭 쥔 칼을 있는 힘껏 내리쳤다. 지오는 들고 있던 방패를 앞으로 쭉 내밀었다.


쾅!


칼과 방패가 부딪치는 순간 박민수는 손아귀가 찢어질 것처럼 아팠다.


“악!”


비명과 함께 박민수의 손에서 롱소드가 떨어져 나갔다. 검을 제대로 수련해 보지 못한 박민수의 악력으로는 롱소드와 방패가 부딪치면서 발생하는 충격을 감당할 수 없었다.


지오는 당황하는 박민수를 향해 뛰어들며 크게 고함을 질렀다.


“으아아아악!”


갑작스러운 괴성에 깜짝 놀란 박민수의 몸이 순간 경직을 일으켰다.

지오는 수평으로 든 카이트 실드를 박민수의 옆구리를 향해 휘둘렀다. 카이트 실드의 옆면은 칼날처럼 날카롭게 벼려져 있었다.

카이트 실드의 옆면이 박민수의 옆구리에서 복부까지 깊숙이 가르고 지나갔다.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부릅뜬 박민수. 그의 갈라진 배에서 붉은 피와 내장이 쏟아져 나왔다.


“와아! 봤어? 안지오가 박민수의 배를 갈랐어!”

“야아! 박민수, 저놈 괜찮은 놈인데 안됐네!”


일그러진 얼굴로 흘러내리는 창자를 부여잡은 박민수가 무릎을 털썩 꿇었다. 눈물이 흐르는 눈동자로 지오를 보며 뭔가 말을 하려다가 피를 울컥 쏟아냈다.

박민수의 고개가 힘없이 밑으로 떨어지며, 그의 모습이 수천 조각으로 분해되어 먼지처럼 사라진다.


휴거게임 이벤트에서 사람이 죽으면 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시신이 사라진다. 이런 현상 때문에 사람들은 휴거게임에서의 살인과 죽음을 실제보다 덜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그러나 보는 것과 직접 살인을 하는 것에는 차이가 클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처음이라면!


‘사람을 죽였어, 내가! 내가 민수 선배를······!’


방패를 들고 있는 손이 덜덜 떨렸다. 온몸에 힘이 하나도 없어 그대로 주저앉고 싶었다. 멍하게 서 있는 지오의 귀에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지오 선배! 정신차려요! 지오 선배!”


지오가 고개를 좌우로 세차게 흔들었다.


‘정신차려, 이 바보야! 지금은 데쓰 매치 중이라고!’


지오는 의외로 첫 살인의 충격을 빨리 털어내고 주변을 살폈다. 지오는 비록 잘난 체를 하는 경향은 있지만 이 정도의 냉철함과 대범함을 가지고 있진 않았다.

각성을 하고 나서 지오에게 뭔가 변화가 생긴 것이다!


나하윤은 문남호와 아직도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하윤이가 들고 있던 창은 창대가 부러진 채 링 위에 버려져 있고, 둘은 맨손으로 격투를 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액션 영화를 찍는 것처럼 빠르고 현란하게 손과 발을 주고받았다.

지오는 저 싸움에 끼어들 자신이 없어 다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



박민수가 죽는 순간, 이광오와 대치를 하고 있던 권솔미는 구경꾼들의 고함소리에 주위를 힐끔거렸다. 이광오는 그때를 놓치지 않고 달려들었다.

깜짝 놀란 권솔미가 단검을 휘둘렀다. 단검이 전기충격기와 부딪치며 전기가 찌릿하게 올라왔다. 권솔미는 얼른 단검을 놓았다.


“솔미야, 잘 가!”


이광오가 전기충격기로 권솔미의 가슴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권솔미가 이광오의 오른팔 소매를 왼손으로 번개같이 움켜잡았다. 왼손을 당기며, 오른손으로 이광오의 멱살을 잡았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이광오를 업어서 던져 버렸다.


지오의 입이 쩍 벌어졌다.


‘저건 유도 시합에서 봤던 업어치기?’


그러고 보니 권솔미가 유도를 배웠다는 말을 한번 한 것 같기도 했다.

여자답게 보이기 위해 그동안 내세우지는 않았지만, 권솔미는 어릴 때부터 유도를 했다. 웬만한 남자 한 명 업어 치는 것은 그녀에게 일도 아니었다.


링 위에 나가떨어진 이광오의 몸 위로 권솔미가 달려들었다.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누르기 자세를 만들었다.

그때 이광오의 오른손이 권솔미의 등을 향해 슬금슬금 움직였다. 이광오는 업어치기를 당하면서도 용케 전기충격기를 놓지 않았다.


전기충격기가 권솔미의 몸에 닿으려는 순간, 갈색 캐주얼화가 전기충격기를 걷어찼다. 전기충격기는 링 바깥으로 날아가며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권솔미의 머리맡에 방패를 든 지오가 서 있었다.

권솔미가 이광오를 누르며 제압은 하고 있지만, 이래서는 이광오를 죽일 수 없다. 지오가 방패의 윗부분을 양손으로 잡고 방패의 끝을 권솔미의 머리 위로 가져갔다.


“솔미 선배, 머리 좀 치워 주세요!”


권솔미가 머리를 비키자, 이광오는 자신의 눈앞에 있는 방패의 뾰족한 모서리를 볼 수 있었다.

이광오가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미친 듯이 몸부림을 치며 최후의 발악을 했다.


“안 돼에에에에에!”

“이 과장님, 좋은 세상에서 다시 봅시다!”


지오는 몸서리치게 더러운 기분을 애써 외면하고, 들고 있던 방패를 힘껏 내리찍었다.


퍼억!


이광오의 머리가 부서지며 피가 솟구쳤다. 이광오의 붉은 피와 몸이 수천 조각으로 변하며 사라졌다.


과장을 단 지 5년이 되었지만 매니저가 되지 못하고, 15년 동안 사원 업무만 했던 불쌍한 이광오. 그가 잔혹한 데쓰 매치 링 위에서 먼지처럼 사라져 갔다.


어떤 학자들은 휴거게임에서 죽은 자들은 정말 죽은 것이 아니고, 사라져서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휴거게임에서 죽은 사람 중에 다시 살아서 돌아온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었다!


두 번째 살인은 너무 잔인했기에 멘탈이 나갈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각성을 한 지오의 멘탈은 평소와 달리 이런 잔혹한 죽음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와아! 도저히 믿을 수가 없네! 어떻게 안지오가 두 명이나 죽일 수 있는 거야? 그렇게 안 봤는데!”

“이러면 지오 팀이 이기는 거 아냐? 에이, 내 돈 다 날아가게 생겼네!”

“아직 몰라! 문남호 대리가 남아 있잖아.”


지오의 시선이 문남호와 싸우고 있는 하윤이에게 향했다. 그 순간,


쿠웅!


나하윤이 문남호의 돌려차기에 맞아 뒤로 나가떨어졌다. 문남호가 넘어진 하윤이에게 비틀거리며 걸어간다.

도와는 줘야 하는데 거리 때문에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지오는 권솔미가 떨어뜨린 단검을 발로 차며 소리쳤다.


“수진아! 쏴!”


밝은 브라운색 투피스를 입은 김수진은 이미 활을 들고 차가운 눈빛으로 문남호를 겨냥하고 있었다. 지오가 소리치는 순간 바로 시위를 놓았다.


쒜엑!


화살 한 발이 데쓰 매치 링 위를 날았다.


문남호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화살을 보는 순간 동물적인 반사신경으로 몸을 날렸다. 링 위를 한 바퀴 구르며 간신히 화살을 피하고, 바닥에 버려져 있던 부러진 창을 들었다. 그리고 다시 하윤이를 향해 절뚝거리며 걸어갔다.


쒜엑!


“악!”


김수진이 쏜 화살이 이번에는 문남호의 말벅지에 박혔다. 문남호는 허벅지에 박힌 화살을 부러뜨리고 방향을 바꿨다.

수진이가 자신을 죽이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아니면, 차라리 수진이의 손에 죽고 싶은 것인지?

문남호가 수진이를 뜨겁게 응시하며 마치 쏠 테면 쏘아보라는 듯이 수진이를 향해 절뚝거리며 걸어갔다.


허벅지에서 흘러내린 피가 링 위에 빨간 발자국을 만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휴거게임 in 아포칼립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2 22. 아니, 저 자식 저기서 뭐 하는 거야? +3 24.05.17 124 10 11쪽
21 21. 보스 한번 잡아봅시다! +3 24.05.16 120 10 12쪽
20 20. 그래, 사랑은 개코나! +5 24.05.16 128 10 11쪽
19 19. 우리가 던전을 발견한 것 아닙니까? +3 24.05.15 132 10 11쪽
18 18. 권솔미 대리를 구하러 갑니다 +4 24.05.15 134 10 12쪽
17 17. 여기를 통과할 방법이 있습니다! +6 24.05.14 138 10 12쪽
16 16. 이게 돌이 아니고 몬스터라고? +3 24.05.14 147 10 11쪽
15 15. 내 코인은 내가 지킨다 +3 24.05.13 158 10 12쪽
14 14. 뜨거운 불맛을 보여주마! +4 24.05.13 148 9 12쪽
13 13. 아니 이게 회사야, 군대야? +6 24.05.12 154 10 12쪽
12 12. 검색 엔진을 업그레이드하겠습니다 +3 24.05.12 155 11 11쪽
11 11. 받아라, 장풍! +3 24.05.11 163 11 12쪽
10 10. 야, 대가리 전도사! +3 24.05.11 177 10 12쪽
9 9. 제가 좀비가 안됐습니까? +4 24.05.10 176 10 12쪽
8 8. 성검을 검색하겠습니까? +3 24.05.10 175 10 11쪽
7 7. 저 싸가지없는 년이 좀비가 됐네! +3 24.05.09 183 9 12쪽
6 6. 좀비는 대가리! +3 24.05.09 187 11 12쪽
5 5. 탈출좀비열차를 시작하겠습니다 +3 24.05.08 199 12 11쪽
4 4. 이제 나한테 다 죽었어! +4 24.05.08 214 11 13쪽
» 3. 좋은 세상에서 다시 봅시다! +4 24.05.08 222 11 12쪽
2 2. 부디 나를 원망하지 마라! +4 24.05.08 289 13 13쪽
1 1. 여러분을 데쓰 매치로 초대합니다! +11 24.05.08 523 13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