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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술술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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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30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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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6,543

작성
24.05.11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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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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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0. 야, 대가리 전도사!

DUMMY

어떻게 알고 왔는지 플랫폼에는 수많은 기자들이 모여서 사진을 찍고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사람은 다름 아닌 믿음직한 돌격대의 대장 채윤.

돌격대를 처음 만들자고 제안했고, 앞장서서 좀비와 싸운 채윤은 정말 괜찮은 청년이라고 지오는 생각했다.


그때 조금 떨어진 곳에서 누군가 다투는 소리가 들렸다. 지오에게는 참 반가운 목소리였다.


“야, 차미나! 이 빽은 내가 뺏은 거란 말이야? 그러니까 내 꺼지!”

“천송이, 무슨 소리야? 내가 좀비퀸을 죽였으니까, 전리품은 당연히 나의 몫이지!”


예쁘장한 얼굴, 늘씬한 키에 교복을 입은 두 사람은 마치 일본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히로인을 보는 것 같았다.

두 사람이 반짝이는 로즈아잘레색 솔드백을 사이에 두고 다투고 있었다. 교복에 숱하게 뭍어 있던 좀비의 피는 게임이 끝나면서 사라지고 없었다.


고개를 좌우로 흔들던 천송이의 눈에 지오가 들어왔다.


“야, 저 오빠한테 가서 물어보자? 이 빽의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누구?”


고개를 돌린 차미나가 지오를 보고는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그래, 가자!”


앞머리가 예쁘게 감겨 있는 두 여고생이 솔드백 끈을 양쪽에서 들고 지오에게 왔다.


“오빠, 수고했어! 이 빽, 좀비퀸이 가지고 있던 건데 내가 주웠거든. 그런데 이년, 아니 미나가 자기가 좀비퀸을 죽였다고 자기 거라고 우기는데, 오빠가 누가 가지면 되는지 판결을 좀 해줘!”


‘대단한 고삐리들, 결국 좀비퀸을 죽였구나!’


지오가 새삼스럽게 두 여고생을 다시 쳐다봤다. 일진이라서 그런지 생긴 것하고 다르게 싸움을 정말 잘했다. 거기다 그 대가리 하며!

아직도 지오의 귀에 그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렸다.


“대가리, 대에가리, 대에가아리이!”


그런데 지금 이런 상황에서 누구 한 사람의 손을 들어주면, 다른 사람에게 밉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오는 난처함을 모면하기 위해서 질문을 던졌다.


“너희 어느 고등학교야?”


차미나가 뚱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BR!”

“BR이면, 블랙로즈? 여자 체육특기생들만 다닌다는 그 학교?”

“그래, 난 태권도, 저년은 체조야!”


천송이는 태권도, 차미나는 체조를 전공한다고 했다. 그래서 몸놀림이 보통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지오와 함께 있던 솔미가 솔드백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어, 이 가방 모조품 같은데요.”


두 여고생은 좀비킹을 봤을 때보다 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네에? 정말요? 이거 몇 천만 원 한다는 그 에르메시 명품백 아니예요?”

“이게 진품이 아니라고요?”


권솔미가 조심스럽게 설명을 해 줬다.


“제가 친구들 따라 그 매장에 몇 번 가봤는데 거기서 하는 말이 가품은 외관이 약간 부푼 모양에 선이 올곧지 않고, 스탬프의 문자 간격이 균일하지 않다고 하던데 이 가방이 딱 그러네요.”


두 여고생이 유심히 솔드백을 쳐다보더니 차미나가 백을 천송이에게 내밀었다.


“야, 짱! 이거 너 해라!”

“야, 이년아, 난 모조품은 안 키운다. 너나 해!”


그때 권솔미가 한마디를 덧붙였다.


“모조품이라도 몇 백만 원은 줘야 살 걸요. 그 솔더백!”

“미나야, 고맙다.”


천송이가 바로 태세를 전환하고 백을 잡아당겼다.


“야, 넌 짝퉁은 안 키운다며?”


차미나도 백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잡아당겼다. 다시 둘이 티격태격하고 있을 때, 한쪽이 소란스러워졌다.

고개를 돌려보니 들것에 사람이 실려 나오고 있었다. 열차에서 내린 구조대원이 큰소리로 누군가를 불렀다.


“프리스트 어디 있습니까? 여기 아직 좀비가 안 된 사람이 세 명 있습니다. 빨리요! 지금 좀비로 변하려고 합니다.”


모두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들것에 누워 있는 사람들은 머리카락이 길어서 들것의 바깥으로 머리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중에는 보기 힘든 빨간색으로 염색한 머리도 있었다.


“저 사람들 로큰롤 딴따라 아냐?”

“신기하네! 맞는 것 같은데 한참 전에 좀비한테 물려서 손가락 들고 로큰롤이 어쩌고 하고 시불였는데?”


권솔미가 지오를 불렀다.


“지오야, 나 저기에 가 봐야겠다.”

“응, 솔미 님이 왜요?”


권솔미는 대답도 하지 않고 들것이 멈춰진 곳으로 뛰어갔다. 지오도 궁금해서 따라갔다. 천송이와 차미나도 눈빛을 교환하더니 뒤따라 뛰기 시작했다.


들것 앞에 도착한 권솔미가 구조대원에게 뭐라고 이야기를 하더니, 들것에 누운 사람에게 다가갔다.

가죽옷을 입고 있는 세 사람은 분명 그 로큰롤이 맞았다. 그런데 얼굴은 잔뜩 일그러져 있고, 피부에는 혈관이 터질 듯이 팽창되어 지렁이처럼 꿈틀거리고 있었다.


솔미가 한 사람의 몸 위로 두 손을 뻗고 기도하듯 고개를 숙였다. 곧바로 솔미의 손바닥에서 하얀 빛이 흘러나와 로큰롤 환자의 몸으로 스며들었다.


“우와, 저 언니 프리스트였어?”

“오빠, 저 언니하고 어떤 사이야? 역시 오빠도 얼굴값 하는구나?”


지오의 얼굴은 이목구비의 균형이 잘 잡혀 있어 무척 반듯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울리지 않게 얼빠진 표정을 하고 있었다.


‘솔미 선배가 프리스트라니?’


“오빠, 저 언니하고 어떤 사이냐니까?”


천송이가 소리를 빽 질렀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지오가 대답을 했다.


“그냥 회사 동료야.”


천송이는 몰래 안도의 한숨을 쉬며 지오에게 자신의 휴대폰을 내밀었다.


“오빠, 전번 좀 줘! 우리가 많이 도와줬으니까 다음에 밥 한 그릇 사!”


지오가 고개를 끄덕이며 명함을 꺼내서 천송이에게 건네 줬다.

빨간 머리에 귀걸이를 한 청년이 정신을 차리자, 솔미는 자리를 옮겨 다른 청년을 치료했다.

지오가 로큰롤 환자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나보다 훨씬 전에 물렸는데, 좀비로 몇 번 변하고도 남을 시간이었는데?’


로큰롤 청년들이 왜 아직도 좀비로 안 변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은 지오만이 아니었다. 천송이와 차미나가 먼저 질문을 했다.


“로큰롤 오빠, 어떻게 좀비로 안 변한 거야? 우리가 오빠들 빌빌거리면서 손가락 들고 하직 인사하는 것 보고 다른 객차로 갔었는데?”

“좀비에게 안 물린 것도 아니고, 어떻게 지금까지 버텼지?


빨간 머리 청년이 천송이와 차미나를 보고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야, 대가리 전도사! 너희들 살아있었구나!”


천송이와 차미나가 동시에 인상을 찡그리며 주먹을 말아 쥐었다.


“그게 뭔 소리야? 지금 우리한테 욕하는 거야?”

“이 오빠가 좀비한테 대가리를 물렸나?”


천송이와 차미나가 얼마나 잘 싸우는지 옆에서 지켜봤던 빨간 머리는 기겁을 하고 재빨리 부연 설명을 했다.


“그게 아니고, 너희들이 계속 좀비는 대가리를 박살내야 한다고 소리쳤잖아. 그래서 돌격대가 전부 좀비 대가리만 공격했지. 그래서 내 말은 너희들이 대가리 전도사란 말이지. 하하하!”


천송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 나쁜 뜻은 아니네! 우리의 공로를 인정해 주는 말이니까!”

“그래도 난 싫어! 대가리 전도사가 뭐야? 어감이 안 좋아.”


빨간 머리가 상체를 일으키고는 차미나에게 윙크를 날렸다.


“너희들 연락처 주라, 오빠가 공연 티켓 보내 줄게!”


차미나가 손사래를 쳤다.


“아이, 됐어! 우린 그딴 시끄러운 음악 안 좋아해!”


천송이가 눈을 가늘게 뜨고 청년을 위아래로 훑어봤다.


“그것보다 정말 어떻게 좀비가 안 된 거야?”


빨간 머리가 자신의 바지 허벅지를 잡고 양쪽으로 잡아당겼다. 진짜 가죽인지 전혀 늘어나지 않았다.

거기에는 좀비에게 물린 자국인지 작은 구멍 두 개가 있었다. 빨간 머리가 그 자국을 가리키면서 자랑스럽게 말했다.


“우리도 이제 곧 좀비로 변하겠구나 하고 있었는데, 10분이 지나도 좀비로 안 변하는 거야. 그래서 왜 그런지 보니까, 세 명 다 가죽옷 위에 물린 거야. 그래서 피부에는 이빨이 살짝만 박혔던 거지!”


좀비의 전염은 뱀의 독니처럼 좀비균 샘과 연결된 송곳니를 통해서 전염된다.

빨간 머리의 말은 송곳니에 얕게 물리는 바람에 침투한 좀비균이 적어서 좀비화가 천천히 진행되었다는 말이다.

그것도 맞는 말이지만, 사실 이들이 좀비에게 물릴 때 원체 많은 사람과 좀비가 지나가는 바람에 이들을 물었던 좀비들은 그 무리에 밟히고 밀려서 제대로 피를 빨지 못했다.


“와, 이 오빠들 재수 좋네!”

“그래도 좀비들이 계속 왔다 갔다 했을 건데?”


차미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천송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우리도 살려고 머리를 좀 썼지! 이어폰을 반대쪽에 던져 놓고 좀비들이 우리 쪽으로 오려고 하면 음악을 틀었거든 그랬더니 좀비들이 이어폰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그곳으로 뛰어가더라고! 하하하!”


그러고 보니 귀에 끼고 있던 이어폰이 보이지 않았다.


“와, 오빠들 잔머리 짱이다!”

“하하, 어쨌든 우리는 탈출좀비열차에서 살아남은 돌격대 동지니까 언제 한번 뭉치자!”


빡!


“아얏!”


누군가 빨간 머리의 뒤통수를 때렸다.


“야, 이자식아! 너는 요즘 고삐리도 꼬시냐? 먼저 깨어났으면 리더인 나부터 챙겨야지. 얘들 꼬신다고 리더는 거들떠보지도 않아?”


성을 내고 있는 청년을 향해 얼굴을 일그러뜨린 차미나가 삿대질을 했다.


“로큰롤 리더 오빠, 방금 우리 보고 고삐리라고 했어요? 우리가 좀비 몇 마리 잡았는지 알아요? 자그마치 20마리가 넘어요.”


장발 청년이 휘둥그레진 눈으로 차미나와 천송이를 쳐다봤다.


“야, 정말? 너희 둘이 그렇게 많이 죽였어?”


그때 기자들이 있는 곳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났다. 뭔가 싶어 지오가 고개를 돌렸는데 눈이 마주친 채윤이 지오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지오는 저 손가락이 자신을 향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아마 기자들이 이번 이벤트의 미션을 달성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물었을 것이다.

지오는 권솔미의 팔을 붙잡고 다른 사람들에게 인사를 했다.


“피곤해서 그만 가 봐야겠습니다. 모두 휴거하세요!”


‘휴거하세요!’란 말은 휴거게임이 시작되고 나서 생긴 유행어다. 휴거게임에서 끝까지 살아남으란 인사말!


지오는 권솔미와 함께 서둘러 자리를 벗어났다.

기자들에게 잡혀 신상이 털리면 좋을 게 하나도 없었다. 기자들은 어떻게든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창작 기사를 작성할 것이고, 그들은 당사자의 고충 따위에는 전혀 연연해하지 않는 사람들이니까!


권솔미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가 남아 있는 지오는 가좌역 부근의 카페로 들어갔다.

놀랍게도 1시간가량을 달린 탈출좀비열차가 멈춘 역은 홍대입구역의 다음 역인 가좌역이었다.


카운터에서 주문을 하고 카드를 내미는 지오를 향해 권솔미가 투덜거렸다.


“야, 생명의 은인에게 이걸로 되겠어? 올 한 해 동안 네가 계속 밥 사라!”

“아니, 왜 그러세요! 제가 탈출좀비열차 미션을 완수한 사람이라고요! 제가 실패했으면 아마 저와 솔미 님도 지금쯤 좀비가 되어서 어디선가 켁켁거리고 있었을 걸요?”


권솔미가 기겁을 하며 손사래를 쳤다.


“지오야, 좀비 이야기는 하지도 마라! 끔찍하다!”

”참, 좀비도 제대로 못 봤으면서, 내가 좀비킹의 정강이를 단검으로······!”

“으에에엑! 항복, 항복이다!”


보기보다 겁이 많은 권솔미가 두 손을 들었다.


두 사람이 창가 자리에 앉은 후에 지오는 드디어 권솔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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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 뜨거운 불맛을 보여주마! +4 24.05.13 147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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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 검색 엔진을 업그레이드하겠습니다 +3 24.05.12 155 11 11쪽
11 11. 받아라, 장풍! +3 24.05.11 163 11 12쪽
» 10. 야, 대가리 전도사! +3 24.05.11 177 10 12쪽
9 9. 제가 좀비가 안됐습니까? +4 24.05.10 176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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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 좀비는 대가리! +3 24.05.09 187 11 12쪽
5 5. 탈출좀비열차를 시작하겠습니다 +3 24.05.08 199 12 11쪽
4 4. 이제 나한테 다 죽었어! +4 24.05.08 214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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