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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술술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7
최근연재일 :
2024.06.30 14:31
연재수 :
1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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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2
글자수 :
606,543

작성
24.05.13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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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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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5. 내 코인은 내가 지킨다

DUMMY

커다란 탱크로리로 고블린을 무참하게 깔아뭉개는 게 보기에는 멋있게 보일지 몰라도 직접 운전을 하고 있는 지오는 죽을 맛이었다.

영등포공장의 광장은 25톤 탱크로리가 마음껏 달릴 수 있을 만큼 넓지 않았다. 속도가 느리다 보니 차에 매달린 놈과 올라탄 놈도 몇 마리 있었다.

놈들은 닥치는 대로 칼과 도끼로 차를 내리쳤다. 탱크에 구멍이 나서 밀가루가 새어나오고, 주유통에도 구멍이 났는지 기름도 새고 있었다.


지오는 이제 계획을 실행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원래 계획은 핸들을 최대한 꺾으면서 급 브레이크를 밟아 탱크로리를 전복시키는 것이다. 탱크에 든 밀가루가 한꺼번에 쏟아져 날릴 때 분진폭발을 일으키는 것이 지오의 목표.


하지만 항상 모든 일이 생각대로만 되지는 않는 법!

고블린을 학살하고 있는 지오를 고블린 샤먼이 가만히 두고 볼 리 없었다.

키가 큰 고블린 한 마리가 지팡이를 들고 뭔가 주문을 외웠다.


“······ 앙마라 쏘나 촤라라 저토르 쁘라!”


고블린 샤먼이 음산한 주문을 끝내자 광장의 중앙에서 땅바닥을 뚫고 뭔가 솟아났다. 그것은 금세 자라나 커다란 나무가 되었다.

굵기는 세 사람이 팔을 펼쳐야 안을 수 있을 정도이고, 높이는 5층짜리 건물 정도였다.

이파리 하나 없는 굵은 나뭇가지가 손가락처럼 움직였다.


그 나뭇가지들이 광장에서 돌아다니고 있는 탱크로리 차를 덮쳤다.


“우와아, 뭐야?”


이상한 나뭇가지를 피해 이리저리 핸들을 돌렸지만 차의 뒷바퀴 하나가 나뭇가지에 감기면서 차가 허공으로 거꾸로 매달리듯 들렸다.


엄청난 괴물을 잡은 고블린들이 괴성을 지르며 몰려들었고, 나뭇가지들이 탱크로리를 뒤덮었다.

마치 손아귀에 들어온 장난감 차를 움켜쥐는 것처럼 서서히 죄어오는 나뭇가지에 탱크로리가 찌그러지기 시작했다.


다급해진 지오가 운전석 문을 열고 뛰어내렸다. 다행히 운전석은 땅바닥에서 그렇게 높지는 않았다.


찌그득, 콰앙!


탱크로리가 구겨지는 소리, 그리고 커다란 폭발음이 들렸다. 탱크가 터지면서 하얀 밀가루가 폭발하듯 터져 나와 주위를 하얀 안개로 뒤덮었다.


바닥에 착지한 지오는 고블린처럼 보이기 위해 허리를 조금 숙인 채 움직였다. 주위에는 지오를 찾기 위해 키 작은 고블린들이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지오의 입에서 작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지포라이터!”


계획했던 것과는 달랐지만 어쨌든 밀가루 안개를 만들었다. 이제 여기에 불을 붙여야 한다.

눈앞에 다양한 모양의 라이터가 나타났다.


“지포라이터 카피!”


[지포라이터를 카피합니다. 사용료 1,000골드]


맨 앞에 나타났던 은색 케이스의 지포라이터가 오른손에 생겼다. 주위가 밀가루 안개에 뒤덮여 시야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았지만 지오는 한쪽 방향으로 무조건 달렸다.

고블린들도 밀가루 안개 때문에 지오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밀가루 안개를 벗어나는 순간 라이터를 켰다. 혹시 기름이 없지는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도 불이 켜졌다.

하얀 밀가루 안개 속으로 불이 켜진 라이터를 던졌다.


“잘 가라, 고블린들아!”


지포라이터!

이 라이터는 불이 붙으면 바람이 불어도 불이 잘 안 꺼진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일회용 가스라이터는 점화 버튼에서 손가락을 떼면 불이 꺼지지만 지포라이터는 상관이 없다.


라이터를 던진 지오는 재빨리 땅바닥에 엎드려서 하얀 안개 속으로 사라지는 작은 불꽃을 보았다.


파, 파직!


안개 속에서 불꽃이 번쩍이며 한순간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다. 아니 일어나야 하는데······?

불꽃이 몇 번 번쩍이는 것 같았는데 지오가 예상했던 분진폭발은 일어나지 않았다.


지오가 생각하지 못한 것이 하나 있었다.

분진폭발은 주로 밀폐된 공간에서 발생한다. 지금처럼 탁 터인 야외에서는 잘 발생하지 않았다.


“아, 실패인가?”


지오가 아쉬워할 때 갑자기 바닥에서 붉은 불빛이 보였다. 그리고,


콰아아아아아앙!


분진폭발!


천둥소리 같은 폭발음과 함께 뜨거운 공기가 태풍처럼 몰아쳤다. 영등포공장 사무동과 경비실의 유리창이 와장창 부서지고, 광장이 폭발하며 엄청난 불길이 하늘로 치솟았다.

공장 하늘이 저녁놀보다 붉게 타올랐다. 엎드리고 있는 지오의 머리 위로 뜨거운 불길이 스쳐 지나갔다.


지오가 던진 지포라이터가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탱크로리에서 흘러내린 기름에 불이 붙었다. 불은 기름을 타고 삽시간에 번졌고, 커진 화력은 아직도 떨어지고 있던 밀가루에 분진폭발을 일으켰다.


엄청난 폭발이었다!

잘못했으면 바리케이드 너머에 있던 경보실 대원들마저 불고기가 될 뻔했다.


광장 가운데서 갑자기 자라났던 거대한 나무도 곳곳에 불이 붙어 연기를 뿜으며 타올랐다. 마치 고대의 성이 불타는 것처럼 보였다.

나뭇가지에 잡혀 대롱대롱 매달렸던 탱크로리는 바닥에 떨어져 앞면을 바닥에 박은 채 거꾸로 세워져 있다.


폭발이 끝난 후 광장의 모습은 한마디로 불바다였다.

지오가 탱크로리를 몰 때 광장에 흘린 밀가루와 기름이 분진이 폭발할 때 불이 붙은 것이다.


불바다 속에서 불이 붙은 고블린들이 고통에 찬 몸부림을 쳤다.

몸에 붙은 불을 끄기 위해 손바닥으로 자신의 몸을 때리는 고블린, 등에 붙은 불을 끄기 위해 땅바닥에 등을 문지르는 고블린, 불길에 휩싸인 채 미친 듯이 뛰어가는 고블린!

재수없게 광장 가운데에 있던 고블린들은 온몸에 불을 뒤집어쓴 채 화장을 당하고 있었다.

냄새는 맛있는 고기 타는 냄새가 났지만, 정말 지옥의 한 장면을 직접 보는 듯했다.


그때 정문 쪽에 키가 큰 고블린 한 마리가 지팡이를 땅에 꽂은 채 두 손을 들고 주문을 외치고 있었다.


고블린 샤먼!


저놈은 아직도 멀쩡했다. 샤먼의 무시무시한 힘을 뼈저리게 느낀 지오는 놈을 그대로 놓아둬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거리는 40m. 단검을 투척하기에는 너무 먼 거리. 지오는 샤먼을 향해 뛰었다.


지팡이를 든 샤먼이 고개를 돌려 뛰어오는 지오를 쳐다봤다. 두 눈이 마주치는 순간, 뭔가 불길한 느낌이 뇌리에 팍 하고 꽂혔다.

더 이상 다가가면 안 될 것 같은 예감!

지오는 달리기를 멈추며 샤먼의 목을 향해 백아를 던졌다.


쒝!


백발백중 옵션이 있는 백아가 고블린 샤먼의 목을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고블린 샤먼은 살짝 상체를 뒤로 젖히며 백아를 피해 버렸다.


“아까비!”


지오의 입에서 아쉬움 가득한 탄식이 흘러나올 때, 샤먼의 입에서 새된 비명이 튀어나왔다.


“케엑!”


빗나갔던 백아가 U턴을 해서 샤먼의 목에 박힌 것이다.

샤먼은 자신의 목에 꽂힌 백아를 뽑으려 했다. 그걸 본 지오가 소리쳤다.


“회수!”


팍!


다시 한번 샤먼의 목에서 파란색 피가 쏟아지며 머리가 옆으로 넘어갔다. 그러고 나서 샤먼의 몸이 나무토막처럼 앞으로 넘어졌다.


지오는 오른손에 안착한 백아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휴! 잘했다. 백아야!”


이제 전투불능이 된 고블린만 정리를 하면 되는 상황.

지오가 백아와 흑아를 거머쥐고 광장 안으로 다시 뛰어들어가려고 할 때, 공장 담장을 가뿐히 넘어오는 일단의 무리가 있었다.

맨 먼저 담을 넘은 산적처럼 생긴 남자가 광장을 보더니 크게 소리쳤다.


“야! 여기 완전 코인 밭인데, 이건 먼저 줍는 놈이 임자다!”


경보실장이 말한 지원 길드가 이제서야 도착한 것이다.


영등포구를 거점으로 하는 여의주 길드.

이들은 지금 이게 웬 횡재냐는 눈으로 자신들의 앞에 벌어진 광경을 보고 있었다.


불타고 있는 고블린, 화상을 입고 괴로워하고 있는 고블린. 인간들과 싸우거나 싸우려고 하는 고블린은 한 마리도 없었다.

원래 약한 고블린이지만 이놈들은 단체로 싸우기에 제대로 싸우려면 다소 성가신 몬스터.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이건 싸움이 아니고 그냥 학살일 뿐이다.

몬스터를 죽이면 자동으로 각자의 상태창에 자신이 죽인 만큼 코인이 들어온다. 그러니 이건 길에서 떨어진 돈을 줍는 것과 마찬가지!


다른 사람들은 여의주 길드의 등장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는지 모르겠지만 지오는 아니었다.


“이건 뭐야?”


지오의 눈에는 갑자기 나타난 여의주 길드가 모두 도둑놈으로밖에 안 보였다.

자신이 고생해서 만들어 놓은 코인 밭에 주인 허락도 안 받고 서리를 하려는 도둑놈들. 그렇다고 이 코인 밭이 내 것이라고 주장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아, 쓰발, 뭐 좋은 방법이 없나?”


불타고 있는 광장 가운데에 거꾸로 세워져 있는 탱크로리가 지오의 눈에 들어왔다.

분진폭발로 인해 불이 붙어서 타고 있지만 아직 탱크로리 차가 폭발을 하진 않은 것으로 보였다. 연료탱크에서 기름이 똑똑 떨어지고 있었다.


“그래, 저거다!”


탱크로리의 반대편에서 방금 담을 넘어 들어온 여의주 길드원들이 뛰어오고 있었다.

지오와 탱크로리까지의 거리는 약 30m.

힘껏 백아를 던졌다. 백아는 30m를 날아가서 정확하게 연료탱크에 박혔다.


“회수!”


백아가 빠져나가자 구멍에서 기름이 줄줄 새기 시작했다. 그리고 불이 기름을 타고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잠시 후.


콰아앙!


커다란 소리와 함께 탱크로리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불붙은 탱크로리가 폭발의 충격으로 튕기면서 광장 바닥을 나뒹굴었다.

주변에 있던 고블린들에게는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고블린 수십 마리가 나뒹굴고 있는 탱크로리에 깔렸다.


여의주 길드원들이 폭발에 놀라 주춤하는 사이 지오는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흑아와 백아를 들고 고블린 무리 속으로 뛰어들었다.

공격할 의사가 없는 고블린을 죽이는 것은 정말 누워서 떡 먹기만큼 쉬운 일이었다. 지오가 스쳐 지나간 곳에는 목이나 심장을 부여잡은 고블린들이 우수수 쓰러졌다.


‘내 코인은 내가 지킨다. 저 도둑놈들이 가져가기 전에 최대한 챙겨야 해!’


폭발에 놀랐던 여의주 길드는 불타는 광장에서 코인을 쓸어 담고 있는 지오를 보고 정신을 차렸다.


“모두 뭐 하는 거야! 멍청하게 있지 말고 빨리 저놈들을 죽여!”


길드장의 목소리와 함께 길드원들이 광장에 뛰어들었다.


그걸 본 하윤이가 소리쳤다.


“우리도 코···, 아니 지오 선배를 도우러 갑시다!”

“그래, 공격 앞으로!”


부상을 당하지 않은 경보실 대원들까지 합세하자, 남아 있던 고블린을 처리하는 데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일단 분출된 고블린을 모두 처리한 경보실 대원들은 사무동 건물 계단에 앉아서 휴식을 취했다.

기진맥진하고 있는 지오에게 하태산이 다가왔다.


“안지오! 넌 병아리 말고 영계 정도는 되겠다. 하하하! 수고했다!”


하태산이 지오의 어깨에 손을 얹고 시원하게 웃었다.

경보실 인력 중 10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지만, 공장 정문에 게이트가 발생하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 경보실이 공장을 지켜냈다는 것은 대단한 성과였다.


“하태산 님, 경보실은 KPI 항목이 어떻게 됩니까? 오늘 제가 한 일도 평가에 포함이 됩니까?”

“물론이지! 단, 연말까지 살아남아 있어야 되겠지만 말이야! 하하하!”


‘아니, 이 양반은 말을 왜 이렇게 무섭게 하나?’


벙찐 표정을 짓고 있는 지오의 곁으로 세 사람이 다가왔다. 솔미가 존경과 호기심을 가득 담은 눈으로 지오를 봤다.


“지오야, 너 정말 대단했어! 그런데 그 폭발은 뭐니?”

“뭐, 분진폭발이라고 밀가루처럼 미세한 가루에 갑자기 불이 닿으면 그렇게 폭발을 일으킵니다.”

“와! 그걸 하려고 탱크로리를 몰고 나간 거였어?”

“네, 그렇습니다!”


하윤이의 입술 사이로 웃음소리가 비집고 나왔다.


“큭큭큭, 지오 선배, 어떻게 선배 말투가 꼭 군바리 같습니다. 큭큭!”


인정하긴 싫지만 지오는 몇 년 전 군대에서 사용했던 말투로 대답을 하고 있었다.


“아, 쓰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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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 그래, 사랑은 개코나! +5 24.05.16 128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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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 이게 돌이 아니고 몬스터라고? +3 24.05.14 147 10 11쪽
» 15. 내 코인은 내가 지킨다 +3 24.05.13 158 10 12쪽
14 14. 뜨거운 불맛을 보여주마! +4 24.05.13 147 9 12쪽
13 13. 아니 이게 회사야, 군대야? +6 24.05.12 154 10 12쪽
12 12. 검색 엔진을 업그레이드하겠습니다 +3 24.05.12 155 11 11쪽
11 11. 받아라, 장풍! +3 24.05.11 163 11 12쪽
10 10. 야, 대가리 전도사! +3 24.05.11 176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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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8. 성검을 검색하겠습니까? +3 24.05.10 174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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