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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술술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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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글이술술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7
최근연재일 :
2024.06.30 14:31
연재수 :
111 회
조회수 :
9,574
추천수 :
972
글자수 :
606,543

작성
24.05.16 20:10
조회
127
추천
10
글자
11쪽

20. 그래, 사랑은 개코나!

DUMMY

방문을 열고 들어가자, 정말 머리카락이 허리까지 내려오고, 하얀 날개로 몸을 감싸고 있는 시신이 있었다.

얼굴은 살이 부패되어서 반쯤 떨어져 나갔고, 긴 머리카락은 윤기 하나 없이 말라 비틀어져 있었다. 하지만 하얀 깃털로 이뤄진 날개는 아직 살아있는 것처럼 생생해 보였다.


“희한하네? 어떻게 날개만 이렇게 생생해?”

“선배, 이 날개를 얻으면 하늘을 날 수 있게 되는 것 아닙니까?”

“어머! 깃털이 바닥에 떨어져 있네!”


솔미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깃털을 주웠다. 날개 주위를 돌며 깃털이 듬성한 곳에 주은 깃털을 꽂았다.


“앗!”


솔미가 실수를 한 것이지 날개를 이루고 있던 깃털이 우르르 떨어지며 방안에 온통 흩날렸다.

그리고 죽은 시신의 가슴에 안겨 있던 은빛 활이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천족의 전사 알테마스랍니다. 나의 분신과 같은 이 활을 배려심이 깊은 그대에게 드리니 부디 잘 사용해 주길······!”


말이 채 끝나기 전에 부패된 시신은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시신이 들고 있던 은빛 활은 두둥실 떠올라 솔미에게 날아갔다.

은빛 활을 잡은 솔미는 ‘이 활 내가 가져도 돼?’라는 표정으로 다른 사람의 얼굴을 힐끔 쳐다봤다.


데쓰 매치에서 활을 들었던 수진이의 눈빛이 조금 흔들렸지만, 수진이는 마법사. 이제 활은 그다지 어울리는 무기가 아니었다.

지오가 입을 열었다.


“솔미 선배가 일단 가지고 있다가 프리스트에게 더 잘 어울리는 아이템이 나오면 그때 생각해 보죠?”


일단 활을 소유하게 된 솔미는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땡큐! 검투사가 가진 무기 중에 프리스트에게 어울리는 게 있을까 걱정을 했는데, 이 활이라도 있으면 원거리 공격이라도 할 수 있을 거니까 괜찮지 싶다!”


솔미도 알테마스의 테스트에 합격했다. 천족인 알테마스의 테스트는 배려심!

떨어진 깃털을 주워서 죽은 천족의 날개에 끼워주는 행위는 아무나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었다. 타인에 대한 깊은 배려심이 없다면 말이다!


솔미가 들고 있는 활을 검색한 지오는 속으로 감탄을 했다.


‘우와! 이것도 희귀 등급이네! 옵션도 좋은 것 같고······!’



 이름 : 알테마스의 활

 용도 : 원거리 무기

 등급 : 희귀

 옵션 : 백발백중, 에너지 화살

 기타 : 화살의 크기는 에너지와 비례한다



네 사람은 이번에 뭐가 나올지 기대를 하며 다음 방으로 이동했다. 복도에 걸린 그림은 불에 타서 알아볼 수가 없었다.

다음 방 안에는 시체는 없고, 침대 위에 장난감처럼 예쁘게 생긴 1m 길이의 금빛 스태프만 하나 놓여 있었다.


“어머, 이젠 내 차롄가 본데, 이건 마법 지팡이! 딱 나를 위한 거네!”


수진이가 스태프를 가지기 위해 침대로 다가갔다.


쾅!


“아야!”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친 수진이가 이마를 감싸고 울상을 지었다.


“이게 뭐야? 앞이 막혀 있잖아?”


투명한 유리벽에 글자가 나타났다. 다행히 못 알아보는 글자가 아닌 너무 익숙한 한글이었다. 듣도 보도 못한 이 행성에서 어떻게 한글을 아는 것인지 신기할 뿐이다.



■나의 유품을 가지려는 자는 내가 내는 퀴즈를 맞추어야 한다. 다음 네 가지 중 사랑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1.열정 2.희생 3.로맨틱 4.개코나



이번에는 뜻밖에도 퀴즈가 나왔다. 그런데 문제가 좀······?


마법사들이 괴팍하다고 하더니 이 마법사도 정말 생뚱맞은 퀴즈를 냈다.

진짜 죽으면서까지 이런 퀴즈를 내고 싶었을까?


‘설마, 사랑은 개코나가 정답은 아니겠지?’


지오가 이런 생각을 할 때, 하윤이가 먼저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사랑은 뭐니뭐니 해도 열정 아니겠습니까? 불타오르는 사랑! 하하하! 저는 1번이라고 생각합니다.”


솔미의 생각은 달랐다.


“내 생각에는 진정한 사랑은 희생이 아닐까?”


솔미는 2번을 선택했다.

사랑을 한 단어로 정의한다는 게 쉬운 문제는 아니지만 지오도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사랑 이야기를 로맨스라고 하잖아. 그러니까 사랑은 로맨틱한 게 아닐까? 나는 3번!”


모두의 이야기를 들은 수진이가 고개를 가로젓더니 큰소리로 외쳤다.


“사랑은 개코나! 정답은 4번 개코나!”


어제 썸남에게 배신을 당했던 수진이는 아넬레오스의 검투사 훈련소에서 ‘사랑은 개코나!’를 큰소리로 외쳤다.


그때 유리벽에 글자가 바뀌었다.



그래, 사랑은 개코나!

나는 사랑하는 남자에게 배신을 당해 이 훈련소에 갇혔다.

나쁜 새끼!

현명한 그대에게 나의 스태프를 남기니 부디 사랑에 현혹되지 말기를!



“헐! 이 마법사는 엄청 불쌍한 여자였네!”

“나쁜 놈! 자신을 사랑하는 여자를 이런 곳에 버리다니!”

“선배, 그래도 사랑은 있는 것 아닙니까?”

“······!”


수진이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조금 전에 그녀를 막았던 유리벽은 사라지고 없었다.

스태프를 쥔 수진이가 기쁜 함성을 내질렀다.


“우와, 여기에 마법이 세 개나 인챈트 되어 있어! 실드 마법, 홀드 마법, 그리스 마법. 그리고 화염 마법의 위력을 2배로 늘려 준다는데! 이야, 이건 완전 나를 위한 거네!”


아마 스태프의 정보가 수진이의 뇌리에 전달된 모양이다.

마법이라고는 파이어볼 하나밖에 모르는 수진이에게 새로운 마법이 3개나 생겼으니 기쁠 수밖에!

유일하게 정답(?)도 맞췄고, 마법사인 수진이가 스태프를 가지는 데 불만을 품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축하한다. 자, 이제 마지막 방으로 가보자.”


맨 끝에 있는 방문을 열었다. 이 방은 다른 방보다 훨씬 넓었다. 그런데 방안에 감옥처럼 쇠창살이 있었다.

쇠창살 너머에는 침대에 누워 있는 시체 한 구와,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장갑 한 켤레가 있었다.


“여기는 한 사람만 들어올 수 있다.”


무슨 짐승의 울부짖음 같은 목소리가 네 사람의 귓가를 때렸다.


“무슨 목소리가···! 지오야, 너 들어갈 거야?”


솔미가 어깨를 움츠리며 지오를 걱정스럽게 바라봤다.


“모두 좋은 아이템을 하나씩 얻었는데 나도 뭐라도 하나 얻어야 하지 않겠어요?”


지오가 쇠창살의 한쪽에 있는 작은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서자마자 다시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검투사들의 왕이라 불린 야수왕 헬리카온이다. 나의 주무기인 켈베로스의 발톱이 그대에게 큰 힘이 되어 줄 것이다!”


테이블 위에 놓인 검정색 가죽 장갑 한 켤레에서 칠흑 같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이번에는 테스트를 안 하나? 재수야!’


지오는 기쁜 마음으로 장갑을 집어서 양손에 꼈다. 장갑이 손에 착 달라붙는 게 딱 맞았다.

그런데 알 수 없는 기운이 손에서 느껴졌다. 그 기운은 손에서 팔로 뻗어 갔고, 가슴을 지나 머리를 향해 전진했다.

왠지 모를 불길함에 동료들이 있는 밖으로 나가야겠다는 생각으로 뒤돌아서서 문을 잡아당겼다.


“어!”


들어올 때 그냥 밀고 들어왔던 쇠창살 문이 지금은 열리지 않았다. 문을 붙잡고 흔들어 보았지만 덜컹거리기만 할 뿐 열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 불길한 기운이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



‘여긴 어디?’


갑자기 주변 환경이 바뀌었다.

곳곳에 코노피튬과 리톱스가 터져서 크레이터가 생긴 울퉁불퉁한 대지 위에 지오가 서 있었다.

그리고, 대원들이 만들었던 길 끝에서 한 남자가 서 있었다.


회색의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거대한 체격의 사내는 두 손에 검정색 장갑을 끼고 있었다.


“너를 잠재우고 내가 너의 육체를 지배해야겠다. 난 너무 오랫동안 훈련소에 갇혀 있었거든!”

“당신은 누구······ 당신이 야수왕 헬리카온······?”


두 사람은 꽤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목소리는 뚜렷하게 잘 들렸다.


“그래, 내가 바로 검투사의 왕으로 군림했던 야수왕 헬리카온이다!”

“그런데, 왜 나를 괴롭히려는 거지?”


헬리카온은 느긋하게 걸어오면서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하하! 그렇게 겁낼 필요 없다. 걱정 말거라! 내가 너의 육체를 가지고, 너의 세상으로 가서 내 실력으로 위명을 떨쳐 줄 테니! 너는 여기 한쪽에 쪼그리고 앉아서 구경만 하고 있으면 된다.”


‘아니 다른 사람은 쉽게 테스트를 통과하던데, 왜 나만 이러는 거야?’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욕을 참으며, 정신을 바짝 차렸다.


“무슨 소리야? 내 몸은 내 꺼다! 죽은 영혼 따위에게 빼앗길 만큼 내가 만만할 것 같으냐?”


지오는 말을 하면서 다가오고 있는 헬리카온을 검색했다.



 이름 : 헬리카온(영혼)

 칭호 : 야수왕

 특성 : 검투사

 스킬 : 야수격투술, 야수감각

 강점 : 반사신경과 육감이 뛰어남

 약점 : 영혼체의 제약

 무기 : 켈베로스의 발톱



“역시, 말보다는 주먹이 빠른 법이지!”


헬리카온이 두 손을 들더니 주먹을 말아 쥐었다. 그러자 장갑에서 30cm 길이의 칼날이 2개씩 튀어나왔다. 양손에 솟아난 칼날을 부딪치며 다시 말을 이었다.


“이게 말이야! 오리하르콘으로 만든 거라서 부러지지도 않고, 못 자르는 것도 없는 놈이지!”


헬리카온이 지오를 향해 한 마리 야수처럼 뛰어오기 시작했다.

지오는 양손에 흑아와 백아를 쥐고 자세를 잡았다. 절대 그냥 당해 줄 생각 따위는 없었다.


‘저놈은 단지 영혼일 뿐이다. 여긴 나의 심상! 이곳을 지배하는 자는 당연히 나다!’


지오는 짧은 시간에 명확하게 상황을 판단했다.

장갑에서 뭔가 나쁜 기운이 머릿속으로 들어오고 나서 이런 광경이 펼쳐졌다.

이곳은 몇 시간 전에 게이트를 들어와서 지나온 곳. 지금 갑자기 그곳으로 텔레포트를 했을 리는 없다.

그렇다면 이곳은 바로 지오의 마음 속의 공간인 심상이거나, 두뇌 속에 어딘가 있는 정신의 세계인 것이다.


판타지소설에서 빙의한 영혼과 주인공이 머릿속에서 싸우는 장면을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읽었던 지오는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지오가 흑아와 백아를 위로 던지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여기는 지오가 마음먹은 대로, 상상하는 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공간.


흑아와 백아가 땅으로 떨어지면서 검은 호랑이와 하얀 호랑이 변했다.


“흑아, 백아! 저놈을 공격해!”


두 마리의 거대한 호랑이가 지오의 명령을 듣고 헬리카온을 향해 달려나갔다.


헬리카온은 야수왕답게 달려드는 호랑이 두 마리를 보고도 물러나지 않고 두 주먹을 휘둘렀다. 헬리카온은 인간이 아니라 한 마리 야수에 가까웠다.

세 마리의 야수가 벌판에서 뒤엉켜 혈전을 펼쳤다.


그러나, 헬리카온은 이미 육체를 잃어버린 지 오래된 영혼. 과거 그가 살아서 야수왕이라고 불릴 때에 비해 너무 약해져 있었다.


흑호가 헬리카온의 뒤에서 오른팔을 물었다.


“크아아악! 내가 이런 야수 새끼에게 당할 순 없어!”


헬리카온이 왼 주먹으로 흑호를 내려치려 할 때 백호가 왼팔을 물었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지오가 두 주먹을 불끈 말아 쥐었다.

지오가 끼고 있는 장갑 켈베로스의 발톱에서 헬리카온의 것과 똑같이 생긴 칼날이 튀어나왔다.


“네가 아무리 과거 강력한 존재였다고 해도 이미 죽어버린 영혼! 너 따위에게 질 내가 아니다!”


지오가 헬리카온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이번 공모전의 참가작이 몇 편인지는 모르겠지만 지난 해보다 더 많은 것 같습니다.

19화를 올렸는데도 노출이 잘 안되네요.

다음 화는 12:10경, 22화는 내일 08시에 올릴 예정입니다.

공모전이 끝나도 본 작품은 완결까지 쓸 생각입니다.

독자님들의 많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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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 보스 한번 잡아봅시다! +3 24.05.16 120 10 12쪽
» 20. 그래, 사랑은 개코나! +5 24.05.16 128 10 11쪽
19 19. 우리가 던전을 발견한 것 아닙니까? +3 24.05.15 131 10 11쪽
18 18. 권솔미 대리를 구하러 갑니다 +4 24.05.15 133 10 12쪽
17 17. 여기를 통과할 방법이 있습니다! +6 24.05.14 137 10 12쪽
16 16. 이게 돌이 아니고 몬스터라고? +3 24.05.14 147 10 11쪽
15 15. 내 코인은 내가 지킨다 +3 24.05.13 157 10 12쪽
14 14. 뜨거운 불맛을 보여주마! +4 24.05.13 147 9 12쪽
13 13. 아니 이게 회사야, 군대야? +6 24.05.12 154 10 12쪽
12 12. 검색 엔진을 업그레이드하겠습니다 +3 24.05.12 154 11 11쪽
11 11. 받아라, 장풍! +3 24.05.11 162 11 12쪽
10 10. 야, 대가리 전도사! +3 24.05.11 176 10 12쪽
9 9. 제가 좀비가 안됐습니까? +4 24.05.10 176 10 12쪽
8 8. 성검을 검색하겠습니까? +3 24.05.10 174 10 11쪽
7 7. 저 싸가지없는 년이 좀비가 됐네! +3 24.05.09 182 9 12쪽
6 6. 좀비는 대가리! +3 24.05.09 187 11 12쪽
5 5. 탈출좀비열차를 시작하겠습니다 +3 24.05.08 198 12 11쪽
4 4. 이제 나한테 다 죽었어! +4 24.05.08 213 11 13쪽
3 3. 좋은 세상에서 다시 봅시다! +4 24.05.08 221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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