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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술술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7
최근연재일 :
2024.06.30 14:31
연재수 :
1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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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68
추천수 :
972
글자수 :
606,543

작성
24.05.10 20:10
조회
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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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글자
12쪽

9. 제가 좀비가 안됐습니까?

DUMMY

어렵게 좀비킹을 죽이고, 아니 좀 쉽게 좀비킹을 죽인 지오는 좀비킹의 정강이뼈를 백팩에 넣은 채 기관실로 가기 위해 2호차에 들어왔다.

백 마리가 넘는 좀비로 변한 사람들을 성검 엑스칼리버로 물리쳤지만, 마지막 남은 좀비퀸으로 변한 싸가지없는 아가씨 좀비에게 손을 물렸다.

벌써 3분이 지났지만 좀비퀸과의 싸움으로 다음 칸으로 넘어가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때 지오의 귀에 반가운 욕설이 들렸다. 태어나서 욕이 이렇게 반갑게 들리기는 진짜 이번이 처음이었다.


“스발, 저 싸가지없는 년이 결국 좀비가 됐네!”

“오빠, 저년이 좀비퀸이지?”


앞머리에 감고 있던 헤어롤이 사라진 천송이와 차미나가 봉을 들고 나타났다. 두 여고생의 교복에는 검붉은 피가 여기저기 뭍어 있었다.


“저년이 사람을 백 명이나 물었다는 거지? 진짜 독한 년이네!”

“저 올챙이 같은 배 좀 봐! 저 안에 4세대 좀비가 들어있다는 거잖아?”


지오가 두 여고생에게 주의를 줬다.


“입 조심해! 좀비퀸의 침은 쇠도 녹이는 강한 산성이라서 맞으면 안 돼!”

“아, 난 또 나 보고 입 조심하라는 줄 알았네! 쓰발년, 너도 침 좀 뱉어 봤다 이거지? 그래도 나한텐 안 돼, 이 쌍년아!”


차미나가 먼저 봉을 휘두르며 공격을 했고, 천송이는 좀비퀸이 도망갈 곳을 예측해서 봉을 휘둘렀다.

좀비퀸이 차미나의 봉을 피하다가 천송이의 봉에 어깨를 맞고 괴성을 내질렀다.

두 여고생의 합격술이 멋지게 성공했다.


“카아, 씨나아!”

“뭐라고? 가시나라고?”

“이 싸가지 졸라 없는 좀비 년이!”


천송이가 봉으로 바닥을 한 번 내리치고는 봉을 높이 들었다.


“개싸가지 년, 대에가아리!”


천송이가 번개처럼 내리친 봉을 좀비퀸이 재빠르게 피했다. 그때 차미나가 출입문 옆에 있는 봉을 잡고 폴댄스를 추듯 빙그레 돌며 들고 있던 봉을 횡으로 휘둘렀다.


“캬악!”


차미나의 봉을 막은 좀비퀸의 팔이 부러져서 이상하게 꺾였다. 그때 천송이가 봉으로 바닥을 짚고 날아오르더니 옆차기를 날렸다.


“꿰엑!”


좀비퀸이 비명을 지르며 날아가서 좌석에 처박혔다. 우연찮게 그 좌석은 분홍색의 임산부석이었다. 그때 지오가 수리검을 던졌다.


“컥!”


볼록 나온 배에 수리검이 반쯤 박혀 들어가며 검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그러나, 좀비퀸은 아무렇지도 않게 움직였다.


“오빠, 대가리를 노려야지!”

“아, 맞다. 대가리!”


조금 전까지 엑스칼리버를 사용하다 보니 대가리를 깜박 잊고 있었다.


차미나와 천송이가 좀비퀸을 향해 달려들었다. 좀비퀸은 배에 단검을 꽂은 채로 날아오는 봉을 피하기 위해 몸을 요리조리 움직였다.

덜렁거리던 팔은 정상이 되고 배에서 흐르던 피도 멈추었다. 하지만 좀비퀸의 배에는 아직 수리검이 꽂혀 있었다.


천송이의 봉이 좀비퀸의 손에 잡혔다. 둘이 줄다리기를 하듯 봉을 잡아당겼다.

기회를 포착한 차미나가 좀비퀸의 머리를 향해 봉을 휘둘렀다. 좀비퀸은 잡고 있던 봉을 들어 미나의 봉을 쳐냈다.


깡!


미나의 봉이 튕겨서 날아갔다. 그 순간 좀비퀸이 잡고 있던 천송이의 봉을 놓아버렸다. 천송이가 뒤로 벌러덩 나자빠지고 좀비퀸이 짐승처럼 넘어진 천송이를 덮쳤다.

차미나는 떨어진 자신의 봉을 줍느라 이 광경을 보지 못했다.


천송이가 절대절명의 위기에 빠진 순간 지오가 좌석을 밟고 위로 뛰어올랐다. 좀비퀸의 몸 위로 오른손을 뻗었다.


“회수”


“케에에에에엑!”


좀비퀸의 괴성과 함께 수리검이 좀비퀸의 5번 요추를 뚫고 지오의 손에 돌아왔다.

꽤 충격을 받은 듯 좀비퀸은 허리를 숙인 채 잠깐 동작을 멈췄다. 그 순간 밑에 깔려 있던 천송이가 발로 좀비퀸의 복부를 있는 힘껏 찼다. 좀비퀸이 허공을 날며 뒤로 나가떨어졌다.


그때 다시 루시퍼의 야비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킬킬킬, 추가 이벤트를 성공했군요! 그럼 빨리 좀비킹의 정강이뼈를 가져오도록! 나도 이제 슬슬 지겨워 죽겠어!”


임산부석 앞에서 몸을 일으킨 좀비퀸은 스커트 아래로 검붉은 피가 다리를 타고 흘러내렸다.

유산을 하고 하혈을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좀비퀸은 자신의 몸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지 못하는 듯했다. 그냥 고개만 갸웃거렸다.


천송이와 차미나가 각자 봉을 들고, 피를 흘리고 있는 좀비퀸을 보았다.


“미나야, 저년이 겁을 처먹었나 본데 오줌을 질질 싸는데?”

“송이야, 저건 오줌이 아니고··· 됐고. 오빠, 빨리 가! 여긴 우리한테 맡기고.”


지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엇보다도 지오에게는 시간이 없었다. 조금 전부터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좀비퀸에게 물린 지 5분쯤 된 것 같았다.

지오는 좀비퀸을 두 여고생에게 맡기고, 1호차로 들어가는 문을 열었다.


38001호 객차에 들어서는 순간, 눈꺼풀이 또 다시 파르르 떨리더니 눈앞이 가물거렸다. 온몸에서 힘이 빠지며 숨이 가빠지고 호흡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쿵쾅쿵쾅 터질 듯이 뛰던 심장이 갑자기 뛰는 것을 멈추었다.


지오가 그대로 객차 바닥에 쓰러졌다!


차가운 객차 바닥에 뺨을 대고 쓰러진 안지오.

흐릿해진 눈에 누군가 걸어오는 게 보였다. 좌우로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천천히 다가오는 모습이 좀비처럼 보였다.


‘아, 쓰발! 이대로 끝인가? 이미 좀비로 변해 가는데 설마 또 물지는 않겠지?’


지오의 눈이 힘없이 감기며 생각도 멈추었다.


좀비퀸에게 팔을 물린 지 5분이 지난 지오의 몸에는 변화가 시작되었다. 몸 속에 있는 혈액이 들끓고, 근육이 제멋대로 움직이며 사지가 비틀리고 있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가온 존재가 꿈틀거리고 있는 지오 앞에 쪼그리고 앉아 고개를 숙였다.

목덜미를 물려다가 생각이 바뀌었는지, 뇌와 심장을 꺼낼 것처럼 머리와 가슴에 손을 가져갔다.

그 손에서 무엇인가 신비로운 기운이 피어나서 지오의 머리와 가슴에 스며들었다.


잠시 후 꿈틀거리던 지오의 몸이 다시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그리고 지오의 입에서 괴성이 흘러나왔다.


“무우우우우울!”


엄청난 갈증이 몰려왔다. 그건 군대에서 완전무장을 하고 구보를 할 때 느꼈던 타 죽을 것 같은 목마름이었다. 물을 마시고 싶다는 욕망이 강렬하게 치솟았다.


‘내가 좀비가 되어서 그런가?’


그때 지오의 귀에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안지오! 안지오! 괜찮아?”


‘어, 이 목소리는······?’


분명 많이 들었던 목소리였다!


“지오야, 물 마시고 정신 좀 차려봐!”


누군가 지오의 입 안으로 물을 부어주었다. 시원한 물이 타 들어가던 혀와 입안을 적시고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이건 분명 생수가 아니고 생명수일 거야!’


타는 목마름이 해소되자, 다 죽어가던 몸에 생기가 도는 것 같았다.

지오가 눈을 떴다.


눈앞에 동그랗고 귀엽게 생긴 얼굴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이 얼굴은 최근 3년 동안 매일 봤던 바로 그 얼굴이었다.


“어, 권솔미 님, 여긴 어떻게?”

“야, 그것보다 몸은 괜찮아? 너 좀비 될 뻔한 걸 내가 구해준 거야!”


지오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럼, 제가 좀비가 안됐습니까?”

“야, 너처럼 말 잘하는 좀비 봤어?


그러고 보니 지금 지오는 말을 잘 하고 있었다. 말하는 좀비는 없다. 좀비는 괴성만 지를 뿐.

지오는 자신이 좀비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 살았네!”

“그것보다 넌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야? 설마 그 좀비킹의 정강이뼈를 가져온 거야?”


지오가 몸을 일으키며 등에 메고 있던 백팩을 가리켰다.


“네, 여기 들어 있습니다.”

“그럼, 빨리 가! 그래야 한 명이라도 더 살리지!”

“네, 알겠습니다.”


지오는 벌떡 일어나려 했지만, 그럴 힘도 없고 온몸이 쑤시고 아팠다. 몸을 돌려 손으로 바닥을 짚고 겨우 천천히 일어날 수 있었다.


“지오야, 너 갈 수 있겠어? 내가 갈까?”


지오가 너무 힘들어 해서 말은 이렇게 했지만, 겁이 많은 솔미는 루시퍼를 만나고 싶지는 않았다.

지오는 잠시 마음이 흔들렸지만 권솔미의 겁먹은 눈동자를 보고는 자신이 짊어진 짐을 어떻게든 스스로 감당하기로 마음먹었다.


“제가 갈 겁니다! 이제 바로 저 문만 열면 되는데 이것도 못 할까 봐요.”


지오가 앞으로 발자국을 뗐다.


“지오야, 파이팅! 힘내! 빨리 가서 목표 달성해야지!’


권솔미의 외침에 지오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목표 달성!

3년 동안 세뇌가 되도록 들었던 단어.


지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젖 먹던 힘까지 내며 달리기 시작했다. 실제로는 달린다기보다는 그냥 걷는 것이었지만.

다리에 힘이 없어 계속 비틀거리면서도 지오는 결코 넘어지지 않고 기관실로 통하는 문을 열었다.


백팩에서 정강이뼈를 꺼내서 앞으로 내밀며 크게 소리쳤다.


“목표 달서엉!”


기관실에는 의자 위에 쪼그리고 앉은 소년 천사, 루시퍼 보이가 있었다.

루보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좀비킹의 정강이뼈를 받았다. 그리고 지오는 보지도 않고 마이크를 들었다.


“오케이, 탈출좀비열차 이벤트를 종료합니다. 보상은 각자의 공적에 따라 자동 배분됩니다. 그럼 안녕! 다음에 또 보자고! 킬킬킬킬킬!”


지오의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살아남았다는 안도, 아니면 한 시간가량 목숨 걸고 싸웠던 비참함과 서러움! 알 수 없는 온갖 감정이 섞여 눈물로 녹아내렸다.


그때 다시 아름다운 천사 같은 목소리가 연이어 들려왔다.


“탈출좀비열차 이벤트 보상이 도착했습니다. 당신은 기여도 1위, 보상으로 엔진 업그레이권 1장을 드립니다.”


데쓰 매치 같은 소수의 인원이 참가하는 이벤트에는 없지만, 다수의 인원이 참가하는 이벤트에는 기여도란 게 있었다.

지오가 엔진 업그레이드권은 뭘까라고 생각하는데 다시 알림음이 들렸다.


“추가 이벤트의 보상이 도착했습니다. 고급 등급 아이템 박스 2개를 드립니다.”


알림음을 듣고 눈물을 멈춘 지오는 기관실 문을 열고 다시 객차로 돌아갔다. 거기에는 권솔미가 웃으며 지오를 기다리고 있었다.


“수고했어. 지오야! 너 그러고 보니 대단한데? 오늘 이벤트 두 탕 뛰고도 살아남았네!”

“그것보다 선배는 어떻게 여기에 있는 겁니까?”


지오는 사실 이것이 제일 궁금했다. 집에 간다고 모두 헤어졌는데 권솔미 대리가 왜 이 열차에 있는지?


“나야 당연히 이 열차를 탔으니까 여기에 있는 거지. 내가 뭐 텔레포트라도 했을까 봐?”

“그럼, 처음부터 38001호 객차에 있었던 겁니까?”

“뭐, 38···, 그 객차가 이 객차라면 맞아. 난 처음부터 여기 앉아 있었어.”


지오의 눈동자가 동그라미를 그렸다.


“예에, 정말요? 여긴 루시퍼가 좀비 바이러스를 뿌린 객차라구요! 그런데 어떻게 멀쩡할 수가 있어요?”


덜컹!


열차가 크게 한번 흔들리더니 완전히 멈춰 섰다. 그리고 도저히 열리지 않던 출입문이 저절로 열렸다. 권솔미가 열린 문을 쳐다봤다.


“지오야, 출입문 열렸다. 우리 나가서 이야기하자. 나 이제 지하철은 꼴 보기도 싫어!”


지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지하철 꼴 보기 싫은 건 선배보다 제가 더할 겁니다!”


지오는 권솔미에 대한 궁금증은 나가서 풀기로 하고, 권솔미와 함께 지긋지긋한 이놈의 좀비열차에서 서둘러 내렸다.



작가의말

즐거운 주말 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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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 내 코인은 내가 지킨다 +3 24.05.13 157 10 12쪽
14 14. 뜨거운 불맛을 보여주마! +4 24.05.13 147 9 12쪽
13 13. 아니 이게 회사야, 군대야? +6 24.05.12 154 10 12쪽
12 12. 검색 엔진을 업그레이드하겠습니다 +3 24.05.12 154 11 11쪽
11 11. 받아라, 장풍! +3 24.05.11 162 11 12쪽
10 10. 야, 대가리 전도사! +3 24.05.11 176 10 12쪽
» 9. 제가 좀비가 안됐습니까? +4 24.05.10 176 10 12쪽
8 8. 성검을 검색하겠습니까? +3 24.05.10 174 10 11쪽
7 7. 저 싸가지없는 년이 좀비가 됐네! +3 24.05.09 182 9 12쪽
6 6. 좀비는 대가리! +3 24.05.09 187 11 12쪽
5 5. 탈출좀비열차를 시작하겠습니다 +3 24.05.08 198 12 11쪽
4 4. 이제 나한테 다 죽었어! +4 24.05.08 213 11 13쪽
3 3. 좋은 세상에서 다시 봅시다! +4 24.05.08 221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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