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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술술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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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술술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7
최근연재일 :
2024.07.04 19:40
연재수 :
1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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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7
글자수 :
628,919

작성
24.05.18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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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추천
10
글자
12쪽

24. 노란 꽃을 공략하라고 했잖아!

DUMMY

레드웜의 눈에 불꽃은 너무나 아름다운 꽃으로 보였다. 목숨을 내어주더라도 가지고 싶을 만큼 엄청난 유혹. 레드웜은 본능에 따라 충실하게 움직였다.


불타고 있는 레드웜에 머리를 들이민 다른 레드웜의 머리에 불이 옮겨붙었다. 그놈도 솜처럼 한순간에 몸 전체가 타오르며 불덩어리로 변한다. 다른 놈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도 주위에 몰려든 레드웜들은 계속 불덩어리에 머리를 들이밀었다. 불은 점점 커져만 간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하윤이가 눈을 휘둥그레 뜨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야? 불 색깔이 노랗더니 꿀이라도 발랐나?”


어쨌든 덕분에 레드웜의 관심은 하윤이에게서 완전히 멀어졌고, 하윤이는 빈 틈을 찾아 레드웜 무리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



“이상하네! 영등포공장에서는 분명 빨간색이었는데, 불 색깔이 왜 바뀌었지?”


수진이는 자신이 날린 파이어볼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다 자신이 들고 있는 빨간색의 스태프를 봤다.


“아! 이것 때문이구나!”


코르넬의 스태프는 전설에 나오는 피닉스의 깃털 하나를 심지로 사용했다. 그래서 불 속성 마법의 화력을 두 배로 올려준다.

그 덕분에 수진이의 파이어볼은 화력이 두 배로 강해졌다. 600도씨의 빨간색 불에서 1,200도씨의 노란색 불로 변한 것이다.


“수진아, 뭐 하니? 한 방 더 날려! 한 방으로 안 돼!”


아래에서 들리는 솔미의 목소리에 수진이는 정신을 차리고 린제이쿠스의 등판을 보았다.

파이어볼이 떨어진 곳에는 그새 회색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나고 있었다. 연기 사이로 붉은 화광이 언뜻 보인다.

그런데 연기 때문에 하윤이가 보이지 않았다. 수진이는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수진이의 눈에 노란 꽃이 달려 있는 커다란 나무가 보였다. 그리고 나무 아래 빨간 애벌레에게 둘러싸인 지오도!

수진이의 입에서 지체없이 마법명을 흘러나왔다.


“파이어볼!”


또 다시 노란색 불덩어리가 하늘을 날았다.



***



“헉헉!”


지오가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비록 근력을 10포인트로 올렸지만 체력은 여전히 5포인트. 이제 지칠 수밖에 없었다.

벌써 주변에도 레드웜의 사체가 100마리 가까이 쌓였다.

이놈들은 그렇게 강한 몬스터는 아니지만 숫자가 더럽게 많았다.


‘뭐, 다수의 레드웜이 공생을 한다고? 이게 다수야? 사단 병력은 되겠구만!’


숨을 몰아쉬던 지오가 갑자기 눈을 치켜 떴다. 이마에서 공기와 온도의 미세한 변화가 느껴졌기 때문.

지오가 바로 옆으로 몸을 날렸다. 지오가 있던 자리에는 파란색 레이저 빔이 꽂혔다.


나무 밑에 있어서 그런지. 주황색 수술이 수시로 지오를 노리고 파란 레이저 빔을 쏘았다.

만약 야수감각을 얻지 못했다면 저 파란 빔에 벌써 몇 번이나 맞았을 것이다.


지오가 갑자기 코를 벌름거렸다. 뭔가 구수한 냄새가 콧구멍으로 스며든다. 무슨 고기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단백질이 타고 있는 냄새!

고개를 돌려 보니 하윤이가 있는 쪽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아니, 저 자식은 저기서 고기라도 구워 먹나?’


그때 갑자기 머리 위에서 뜨거운 기운이 느껴졌다. 고개를 들어 보니 노란색 불덩어리가 자신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펑!


불덩어리는 바로 앞에 떨어졌지만 지오는 뒤로 한 걸음 물러나야 했다.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 타 들어갈 것처럼 그 불은 뜨거웠다.

린제이쿠스의 등판 위에 떨어진 노란색 불은 꺼지지 않고 계속 타올랐다. 그런데 주변에 있는 레드웜이 불을 향해 꿈틀꿈틀 기어가기 시작했다.


지오는 뒤로 물러났다. 나무에서 조금 떨어졌더니 더 이상 레이저 빔은 발사되지 않았다. 그래서 레드웜이 무슨 짓을 하는지 지켜볼 수 있었다.


불을 향해 꾸역꾸역 달려드는 레드웜들은 마치 자살 특공대 같았다. 불 속에 뛰어들어 괴로운 듯 몸부림을 치는데, 그 뒤에 있는 놈은 또 그 불에 머리를 들이밀었다.


“약점이 불을 좋아한다고 하더니 정말 불을 엄청 좋아하네! 허허허!”


기가 막힌 광경에 허탈하게 웃던 지오가 갑자기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전에 맡았던 구수한 냄새의 정체를 알게 된 것이다.


‘아까 그 고기 타는 냄새가 바로 이거였군!”


“크르르르륵!”


그때 린제이쿠스가 긴 울음을 토하며 몸을 흔들었다. 지진이 난 것처럼 등판이 요동을 쳤다. 불붙은 레드웜과 그렇지 않은 레드웜이 이리저리 굴러다녔다.

지오는 넘어지지 않기 위해 한쪽 무릎을 꿇으며 등판에 칼날을 박아 넣었다. 그런데 등판이 요동만 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풍경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무에 올라간 수진이가 제일 먼저 이 상황을 파악했다.


“어, 저 괴물이 도망가는데!”


나무 아래에 있던 솔미도 린제이쿠스가 움직이는 걸 보았다.

333개의 촉수가 일제히 땅을 밟았다. 그러자 항공모함 같은 놈이 먼지를 자욱하게 일으키며 사람이 빠르게 걷는 속도만큼 빠르게 이동했다.


“뭐야! 생각보다 엄청 빨라!”


사실 린제이쿠스의 등판은 지금 거의 불판이 되어 있었다. 하윤이가 있던 곳에 이미 레드웜 백여 마리가 불타고 있었고, 지오가 있는 곳에서 또 불이 붙었다.

지오가 있는 곳은 린제이쿠스의 코어가 있는 거대한 나무의 아래!

불길은 위로 치솟으며 공기를 뜨겁게 달구었고, 노란 꽃 속에 숨어 있는 린제이쿠스의 코어는 위기를 감지했다.

깜짝 놀란 린제이쿠스는 머리에 불이 붙은 짐승처럼 달리기 시작했다.


지오는 흔들리는 등판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칼날을 바닥에 깊게 박아 넣고 최대한 몸을 웅크렸다. 그래도 몸이 정신없이 흔들렸다. 이건 마치 로데오 소타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놈이 도대체 어디로 가는 거야?’


레드웜 한 무리가 눈앞에서 호박이 덩굴 채 굴러가듯 데굴데굴 굴러갔다. 그러자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태극기처럼 휘날리고 있는 하윤이가 보였다.


하윤이는 지오가 있는 곳으로 오다가, 갑자기 바닥이 움직이는 바람에 창을 바닥에 박아 넣었다.

두 손으로 창대를 꽉 붙잡고 버티고 있는데, 몸이 창대에 걸린 깃발처럼 누운 채 휘날리고 있었다.


지오가 몸이 흔들려서 정신이 없는 가운데서도 고함을 질렀다.


“야, 너는 왜 엉뚱한 데서 삽질을 하냐?”


지오와 눈이 마주친 하윤이는 펄럭이면서 대답을 했다.


“뭐가요?”

“내가 노란 꽃을 공략하라고 했잖아! 저 꽃을 없애야 이놈을 잡을 수 있다고!”

“아, 맞다! 이제 어떡해요?”

“나도 몰라!”


지금처럼 놈이 격렬하게 움직이고 있으면 지오도 솔직히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



솔미와 수진이는 린제이쿠스를 따라 달렸다. 다행히 하얀 촉수들은 지면을 밟고 달리기 바빠서 더 이상 산성 독액을 발사하지 않았다.

린제이쿠스 위에 있는 일행은 지금 떨어지지 않기 위해 애를 쓰고 있을 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

이제 두 사람이 뭔가를 해야 할 타이밍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린제이쿠스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할 필요가 있었다.


“수진아, 이대로는 위험해! 우리가 저놈을 멈춰 세워야 해!”

“네? 어떻게요?”

“지오가 저 노란 꽃을 공략하라고 했잖아! 우리가 저 꽃을 공격하자!”


수진이도 상황의 급박함은 인지하고 있었다. 단지 두 사람의 원거리 공격으로 저 거대한 괴물을 어떻게 할 자신이 없을 뿐.


“언니 우리가 공격해서 저 괴물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해 봐야지! 일단 저 노란 꽃을 공략하자. 지오가 그렇게 하라고 한 데는 이유가 있을 거야!”


수진이는 선배인 솔미와 지오의 말을 믿어 보기로 했다.


“알았어요. 그럼 저 노란 꽃을 맞추면 되는 거지요?”

“그래!”


다행히 아직 두 사람의 마나와 신성력에는 별문제가 없었다. 두 사람은 린제이쿠스를 따라 달리면서 공격을 준비했다.

솔미가 은빛 활의 시위를 당기고 신성력을 불어넣는 동안, 수진이의 스태프에서는 붉은 빛이 빛났다.


“파이어볼!”


노란 불덩어리가 창공을 가르며 노란 꽃잎을 향해 날아갔다.

수진이는 달리는 상태에서 파이어볼을 쏘았다. 달리면서 파이어볼을 날린다고 해서 가속이 붙는 것은 아니다. 파이어볼이 날아가는 동안에도 목표물은 달리고 있었다.

결국 수진이의 파이어볼은 노란 꽃이 아닌 조금 떨어진 놈의 등판에 떨어지고 말았다.


이번에는 솔미가 간절한 마음을 담아 소리쳤다.


“가라! 신성한 화살이여!”


솔미가 처음으로 쏘아 올린 하얀 화살이 어둑해지고 있는 창공을 갈랐다.

알테마스의 활에는 백아와 마찬가지로 백발백중 옵션이 붙어 있다.

신성력으로 만들어진 하얀 화살이 정확하게 노란 꽃의 정가운데를 맞추었다. 마치 한국 국가대표 양궁선수가 과녁의 정중앙에 있는 카메라 렌즈를 맞추듯이!


“크르르르르르르르륵!”


지금까지 들었던 괴성과는 다른 그리고 더 길고 커다란 괴성이 터져 나왔다.

주황색 수술이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리고 코어를 보호하려는 듯이 노란 꽃잎들이 오므라들며 꽃봉오리가 되었다.


하지만 이미 꽃의 정중앙에 박힌 신성력의 화살은 마치 물이 흡수되듯 꽃 속으로 사라졌다.

신성력은 꽃잎 밑으로 내려가, 수술 바로 아래 씨방 속으로 스며들었다.

여긴 린제이쿠스의 코어가 숨어 있는 곳!


신성력이 코어에 닿자, 린제이쿠스는 마치 전기에 감전된 듯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자신의 거대한 몸을 제대로 컨트롤 할 수도 없었다.

잘 달리던 333개의 하얀 촉수가 술에 취한 것처럼 비틀거렸다. 촉수들이 엉키고 설키면서 달리던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대지 위를 미끄러졌다.


모래폭풍 같은 먼지가 피어올라 하늘을 뒤덮었다. 시야를 가렸던 엄청난 먼지가 바람에 날아간 후 그 자리에는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는 린제이쿠스가 있었다.


“어이쿠!”


갑자기 멈춰 선 린제이쿠스 때문에 앞으로 고꾸라졌던 지오가 고개를 들었다. 지오의 시선은 나무를 따라 위로 올라갔다. 노란색 꽃이 잎을 오므린 채 꽃봉오리가 되어 있었다.


‘저런 상태라면 레이저 빔을 쏘지는 못하겠지. 지금이 기회야. 지금 저 꽃을 잘라야 돼!”


몸을 일으킨 지오가 나무를 향해 달려갔다. 점프를 하고 칼날을 나무에 박아 넣으면서 나무를 타고 위로 올라갔다.

지친 몸으로 나무를 오르는 것은 너무 힘이 들었다. 그것도 무려 아파트 15층의 높이!

허벅지가 후덜덜 떨리고 손목과 발목이 부러질 것 같았다. 그래도 악착같이 위로 올라갔다.


사실 지오가 지금 이 정도의 힘을 발휘하며 나무를 오를 수 있는 것은 야수격투술이 발휘되고 있기 때문이다.

야수격투술은 켈베로스의 발톱에 장착되어 있다.

장갑을 착용하면 착용자의 몸은 야수의 반사신경과 운동신경 그리고 공격성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몸의 움직임이 한 마리의 야수처럼 변하는 것이다.


지오가 6층 높이까지 올라갔을 때 갑자기 나무가 휘청거렸다. 빳빳하게 서 있던 나무가 마치 지오를 떼어내려는 듯 좌우로 휘청휘청 흔들렸다.

지오는 오르는 것을 멈추고 두 손과 두 발에 힘을 준 채 나무를 꼭 껴안고 떨어지지 않기 위해 버티기에 들어갔다.


‘여기서 떨어지면 더 이상 이 나무를 오를 힘이 없어! 어쨌든 버텨야 해!”


그런데 나무껍질에서 검은 진액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건 하얀 촉수에서 쏘았던 바로 그 지독한 산성액이었다.



작가의말

다음 화는 오후 2시 45분쯤 올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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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 노란 꽃을 공략하라고 했잖아! +3 24.05.18 120 10 12쪽
23 23. 누가 나 좀 도와주세요! +5 24.05.17 121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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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 권솔미 대리를 구하러 갑니다 +4 24.05.15 138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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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 뜨거운 불맛을 보여주마! +4 24.05.13 153 9 12쪽
13 13. 아니 이게 회사야, 군대야? +6 24.05.12 160 10 12쪽
12 12. 검색 엔진을 업그레이드하겠습니다 +3 24.05.12 160 11 11쪽
11 11. 받아라, 장풍! +3 24.05.11 168 11 12쪽
10 10. 야, 대가리 전도사! +3 24.05.11 182 10 12쪽
9 9. 제가 좀비가 안됐습니까? +4 24.05.10 181 10 12쪽
8 8. 성검을 검색하겠습니까? +3 24.05.10 180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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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 좋은 세상에서 다시 봅시다! +4 24.05.08 229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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