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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술술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7
최근연재일 :
2024.06.30 14:31
연재수 :
1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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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06,543

작성
24.05.12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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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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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글자
12쪽

13. 아니 이게 회사야, 군대야?

DUMMY

스피커에서 진행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테스트를 시작합니다. 준비하세요.”


지오는 두 손을 쥐락펴락한 후 수리검 두 자루를 소환하여 거머쥐었다. 실내가 잠시 암전 되더니 눈앞의 전경이 바뀌었다.


낯선 숲속. 진한 풀 냄새가 코로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기분 나쁜 괴상한 소리가 들렸다.


“키에에엑!”

“크루루!”


수풀을 헤치고 녹색의 난장이들이 나타났다.

3티어 몬스터 고블린.

동물형 몬스터 중에서는 최약체로 꼽히는 놈. 하지만 한 마리가 아니고 십여 마리가 나타났다. 놈들의 손에는 50~60cm 길이의 녹슨 칼이 들려 있었다.


판타지 소설과 영화를 많이 봐서 그런 것일까? 지오는 이놈들이 왠지 낯설지 않았다. 그리고 만만하게 느껴졌다.

난장이 똥자루만 한 놈들이 지오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지오는 가만히 있지 않고 맨 앞에 뛰어오는 놈에게 달려가서 번개같이 손을 움직였다.


흑아로 고블린의 칼을 막으며 백아로 놈의 목을 베었다.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동작이었다.

지오는 수리검 두 개에 이름을 지어 주었는데, 검정색 수리검이 흑아, 은빛 수리검은 백아라고 명명했다.


곧바로 자세를 낮춘 지오가 고블린의 칼을 피하며 허리를 더 숙여 놈의 발목을 그었다. 넘어지는 놈에게 달려들어 가슴에 백아를 박아 넣었다.

지오의 움직임은 마치 양손에 단검을 들고 고블린 사이에서 춤을 추는 것처럼 빠르고 화려했다.


몇 분도 되지 않아 11마리의 고블린을 벤 후 겁을 먹고 도망가려는 마지막 고블린을 향해 백아를 던졌다. 여유가 생겼기에 백아의 백발백중 옵션을 테스트하는 것이다.


“켁!”


백아가 정확하게 지오가 노렸던 고블린의 목에 꽂혔다. 마지막 남은 고블린이 쓰러지자 테스트 종료를 알리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테스트를 종료합니다. 심사를 할 동안 잠시 그 자리에서 대기하기 바랍니다.”


다시 깜깜한 밤이 된 듯 잠시 어두워지더니 천장에서 조명이 들어왔다. 숲은 사라지고 원래대로 실내체육관 같은 모습으로 돌아왔다.

지오가 죽인 고블린들은 실제 고블린이 아니라 증강현실로 만들어 낸 것이었다.

잠시 후,


“결과를 발표합니다. 앞에 있는 판정판을 보기 바랍니다.”


정면에는 5칸으로 나누어진 불 꺼진 전광판이 있었다.


“제발 C등급이면 좋겠는데!”


C등급 이상이면 길드에 가입해서 헌터로 활동이 가능하다.

헌터는 게이트에서 출몰하는 몬스터를 퇴치하거나 게이트 안에서 사냥을 한다. 좀 위험하긴 하지만 이 시대 최고의 직업. 그만큼 돈도 많이 벌고, 힘이 있으니까 당연히 권력과 명예도 뒤따른다.


정면에 있는 전광판에 불이 들어왔다.


--------------------------

1 2 3 4 5 판정

D D C C D D

--------------------------


‘아, D네!’


지오가 실망하고 있을 때 심사위원 중에 한 사람이 심사평을 했다.


“고블린을 모두 처치했으나 단검으로는 상위 몬스터를 상대하기 어렵고, 검기를 사용하지 못하므로 D등급으로 판정합니다!”


아쉽지만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었다. 심사위원의 말이 맞기 때문에.

하지만 크게 실망하지는 않았다.

F등급의 어머니와 동생에 비하면 D가 어딘가? D등급만 해도 연봉이 두 배 이상은 오를 것이다. 그러면 집에 가서 큰소리를 땅땅 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검색을 통해 앞으로 얼마든지 더 성장할 자신이 있었다.


판정을 수용하고 대기실로 돌아갔다.

대기실에는 솔미와 수진이는 보이지 않았고, 하윤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선배! 뭐 받았어요?”

“D!”

“하하하, 저도 D 받았습니다. 심사위원들이 너무 짠 것 아닙니까? 고블린 12마리를 제가 얼마나 빨리 처리했는데, 겨우 D를 주다니!”


둘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권솔미와 김수진이 차례로 들어왔다.


권솔미는 전투력이 아니라 치유력으로 평가를 받았다고 했다. 신성력이 제법 많은 편이어서 C등급을 받았고, 수진이는 D등급을 받았다.

C등급을 받은 권솔미는 어깨를 우쭐거리며 좋아했고, D등급을 받은 사람들도 그럭저럭 만족하는 표정이었다. D등급이면 그런대로 쓸 데가 있는 능력이니까!


대기실에 들어온 하태산은 네 사람에게 등급을 물어본 후 눈을 가늘게 뜨고 미간을 찌푸렸다.


“내가 여러분에게 조언을 하나 하겠습니다. 웬만하면 비서실을 택하세요. 여러분 등급으로 봐서 괜히 경영보호실에 갔다 가는 작전 몇 번 뛰지도 못하고 게임 아웃이 됩니다. 알겠습니까?”


김수진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질문을 했다.


“하태산 님, 비서실은 회장님 가족 심부름이나 하고, 집 지키고 그런 일만 한다면서요?”


하태산이 팔짱을 낀 채 눈살을 찌푸렸다.


“뭐, 업무야 마음에 안 들 수도 있겠지만 죽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습니까? 거기 있으면 월급도 많이 주고 승진도 빨리 됩니다.”

“경영보호실 업무가 많이 빡센가요?”

“업무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더 이상은 보안 사항이라 말 못합니다. 이젠 여러분이 각자 알아서 하세요.”


짜증을 내려던 하태산이 입을 닫았다.


네 사람은 회사로 걸어가며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이제 인사팀장을 만나 진로를 결정해야 한다.

물론 이 회사를 꼭 계속 다닐 이유는 없다. 하지만 다른 데를 알아보기 전까지는 이 회사에 붙어 있어야 얼마라도 더 받을 수가 있다. 그러려면 비서실이나 경보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회사에 도착한 네 사람은 한 사람씩 인사팀장과 면담을 했다. 나하윤이 마지막으로 면담을 마치고 회의실로 돌아왔다.

하윤이는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하긴 연봉이 세 배로 올랐으니 기분이 좋을 만도 했다. D등급을 받은 지오의 연봉이 3배로 올랐으니 같은 등급의 하윤이도 그럴 것이다.

하윤이가 또 아버지 가라사대를 외쳤다.


“아버지가 말씀하시길,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답니다. 점심 먹으러 가시죠!”


모두 궁금증을 참으며 지하 푸드코트로 내려갔다. 연봉 인상율이 궁금한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어느 부서를 선택했는지가 궁금했다.

인사팀장이 상담 내용은 전원 상담이 끝날 때까지는 발설하지 말라고 지시를 했었다. 그래서 아직 어디로 가기로 했는지 서로 모르고 있는 상태였다.


각자 먹고 싶은 음식을 담아서 한 테이블에 모였다.


“지오야, 넌 어디 가기로 했니?”

“경보실 가기로 했어요! 선배는 요?”

“그래? 나도!”


겁이 많은 권솔미가 경보실을 선택한 건 뜻밖이었다.


“어, 나도 경보실인데!”


수진이까지!

그러자 나하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뭐야, 그럼 우리 네 명 다 경보실이잖아!”


참, 어떻게 이런 일이?

네 사람 모두 영업을 하다 보니, 비서실 같은 데서 로열 패밀리 따가리 노릇을 하는 것보다 조금 위험해도 활동적인 업무를 선택했던 것이다.


“야, 그럼 우리 계속 한 팀인 거네!”

“오늘은 1차로 승전 파티하고, 2차로 경보실 단합대회 한번 하시죠?’


나하윤은 잊지 않고 또 다시 회식을 부르짖었다. 이번에는 솔미도 지오도 흔쾌히 오케이를 했다.


점심 식사를 하고 18층에 있는 경보실로 가서 경보실 대원들이 입는 전투복을 받았다. 하태산 과장이 입고 있던 바로 그 검정색 전투복이었다.

전투화와 모자까지 받아서 환복을 하고, 회의실에서 경보실 업무에 대해 교육을 받았다.


강사로 들어온 하태산 과장이 눈을 가늘게 뜨고 네 사람을 노려봤다.


“너희들 모두 청개구리야? 여기는 오지 말라고 했는데 왜 다 여기로 온 거야?”


하태산의 말투가 조금 전과는 달라졌다. 이제 네 사람의 직속 선배가 되어서 그런지 말을 편하게 놓았다.


“에, 우리는 체질적으로 싸돌아다니는 게 좋습니다.”


나하윤의 대답에 나머지 세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여러분이 선택한 것이니까, 나중에 나를 원망하지는 마라! 자, 교육을 실시한다!”


1시간 정도 기본 장비에 대해 교육을 받았을 때 갑자기 누군가 회의실 문을 열고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모두 출동이다! 빨리 군장 챙겨서 옥상으로 올라와!”


네 사람은 회의실에 들어온 남자를 멀뚱멀뚱 쳐다보며 똑같은 생각을 했다.


‘설마 우리까지 가는 건 아니겠지?’


하태산이 인상을 찡그리며 방금 문을 열고 들어온 남자에게 질문을 했다.


“김 과장님, 이 병아리들도 출동하란 말입니까?”

“그래, 지금 영등포공장 정문에 게이트가 발생했다. 공장에 있는 일반인 직원들이 지금 방어 준비를 하고 있다. 경보실은 총 출동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네에? 영등포공장에 게이트가 발생했다고요?”


네 사람도 하태산만큼이나 놀랐다. 게이트야 수도 없이 발생하지만 어떻게 아이제이의 영등포공장에 게이트가!


하태산이 잔뜩 눈살을 찌푸린 채 네 사람을 쳐다봤다.


“너희들 나가서 왼쪽 캐비닛 열면 이름표 없는 배낭이 있다. 그거 하나씩 들고 모두 옥상으로 올라가!”

“넵!”

“네!!!”


네 사람이 서둘러 캐비닛으로 갔다. 나하윤이 배낭 네 개를 꺼내 나눠주었다.


“뭔 배낭이 이렇게 무거워? 이런 걸 메고 싸우라고?”


수진이가 입술을 삐죽거렸다.

지오가 배낭을 들어보니까 무게가 10kg은 넘는 것 같았다. 여자가 메기에는 좀 무겁지만 뭐 어쩌겠는가? 메고 오라는데 메고 갈 수밖에.

인벤토리에 넣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인벤토리에는 아이템만 들어가고 이 세상의 물건은 들어가지 않았다.


네 사람이 옥상에 올라가자 헬기 두 대가 프로펠러를 돌리고 있었다.


타타타타타타!


“야, 병아리들, 빨리 못 뛰어와!”


하태산이 네 사람을 보고 고함을 질렀다. 이건 선배로서 하대를 하는 게 아니라, 꼭 군대에서 상사가 부하에게 하는 말투 같았다.

게다가 러시아에서 수입해 왔다는 카모프 K-32 헬기를 보니 현역 시절 한미연합훈련에 참가한 기분이 들었다.


‘아니 이게 회사야, 군대야?’


지오가 속으로 투덜거리며 헬기에 올라탔다.

각각 15명을 태운 카모프 K-32 헬기 두 대가 서울 상공을 날아 영등포공장 한 가운데에 착륙했다.


“빨리 내려!”


하태산은 네 사람을 못 잡아먹어 안달이라도 난 사람처럼 고함을 질렀다. 하윤이를 제외한 세 사람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하윤이는 평상시처럼 자신만만한 얼굴로 왠지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헬기에서 내린 후 네 사람은 영등포공장 정문을 꽉 채우고 있는 회색 게이트를 넋 놓고 쳐다봤다. 지름 10m의 회색 타원에서 빛이 껌벅거리며 발산되고 있었다.

뉴스에서는 자주 봤지만 실제 게이트를 직접 보는 것은 네 사람 모두 처음이었다.


“뭐 하는 거야? 여기 게이트 구경 온 거야? 빨리 저기 바리케이드 뒤로 가!”


하태산의 고함에 정신을 차리고 정문에서 60m 떨어진 위치에 세워진 바리케이드 뒤로 뛰어갔다.


“야, 군장은 내려놓고! 그거 메고 어떻게 싸울 거야? 군장은 나중에 게이트에 진입하게 될 경우 각자 소지하고 들어간다. 알겠나? 무기가 필요한 사람은 저기 뒤에 가서 가져 가고!”


뒤쪽에는 창과 칼 같은 무기가 세워져 있는 거치대가 있었다. 하윤이가 무기를 가지러 뛰어갔다.

총기가 아닌 중세 시대의 무기가 있는 이유는 몬스터에게 현대식 무기가 통하지 않기 때문. 명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밝혀진 바로는 총알이 몬스터의 피부를 관통하지 못하고 미끄러진다고 했다.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회사가 아닌데, 말투도 완전 군대 말투잖아?’


지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을 때, 게이트에서 번개 같은 것이 십여 차례 번쩍거렸다. 그리고 게이트에서 뭔가 우르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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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 내 코인은 내가 지킨다 +3 24.05.13 158 10 12쪽
14 14. 뜨거운 불맛을 보여주마! +4 24.05.13 148 9 12쪽
» 13. 아니 이게 회사야, 군대야? +6 24.05.12 155 10 12쪽
12 12. 검색 엔진을 업그레이드하겠습니다 +3 24.05.12 155 11 11쪽
11 11. 받아라, 장풍! +3 24.05.11 163 11 12쪽
10 10. 야, 대가리 전도사! +3 24.05.11 177 10 12쪽
9 9. 제가 좀비가 안됐습니까? +4 24.05.10 176 10 12쪽
8 8. 성검을 검색하겠습니까? +3 24.05.10 175 10 11쪽
7 7. 저 싸가지없는 년이 좀비가 됐네! +3 24.05.09 183 9 12쪽
6 6. 좀비는 대가리! +3 24.05.09 187 11 12쪽
5 5. 탈출좀비열차를 시작하겠습니다 +3 24.05.08 199 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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