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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me 님의 서재입니다.

퍼펙트 메이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완결

justme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0
최근연재일 :
2019.12.14 07:00
연재수 :
223 회
조회수 :
408,550
추천수 :
6,068
글자수 :
1,143,357

작성
19.09.18 07:05
조회
1,055
추천
12
글자
11쪽

148. 9막 2장 - 수상한 마을 (4) | Glinda

DUMMY

이런 걸 묻는 저의라.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칼마 집안이 수상해서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말할 수는 없는 법이고.

조금 생각을 해볼까? 어떻게 하면 이 질문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팔마를 바라본다. 그자는 나를 노려본다. 맥을 바라본다. 저 멍청이는 이 분위기를 읽지 못하고 있다.

적당한 변명이 생각나지 않는다. 그럴 때는 다른 사람한테 책임을 전가하면 되지.

"백룡 기사의 임무입니다. 자세한 건 알 필요 없을 거예요."

생각보다 효과가 좋다. 백룡 기사라는 이름의 위력이 이 정도인가?

팔마의 얼굴이 굳어 버린다. 백룡 기사란 조직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겠다.

"백룡 기사의 임무입니까."

팔마는 침착하게 찻잔을 들어 올린다. 제 딴에는 침착이겠지만, 내 눈에는 떨리는 팔이 눈이 들어온다.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있을까요?"

침을 삼키며 팔마가 질문한다.

"알 필요가 있나요?"

"알아야지 필요한 정보를 알려드릴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친절한 얼굴은 아니다. 그냥 내가 뭘 알고 싶어하는지가 궁금한 거다. 그래야 자신의 대답을 정할 수 있으니.

"아까 질문을 보면 모르시겠나요? 칼마 집안에 일어난 비극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비극이라는 단어는 재미난 단어다. 누구든지 비극이라는 말을 들으면 대상이 불쌍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선택한 비극이라는 단어도 비슷하다. 팔마는 내가 꺼낸 비극이라는 단어로 내가 칼마 집안을 불쌍히 여긴다고 느낄 것이다. 내가 자신의 편이라고 믿을 것이다.

뭐 다 소설책에 나오는 내용이지만. 재밌게 읽었지 율리아나 공작가의 비극. 마무리가 깔끔해서 좋았던 책이다.

"그렇습니까?"

소설 속 이야기였을 뿐이지만, 나름대로 효과가 있나 보다. 팔마의 얼굴에 긴장이 풀렸다. 좀 더 좋게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겠어.

"그래서 말인데.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해 줄 수 있나요?"

눈을 반짝이며 팔마를 바라본다. 팔마가 나와 눈을 마주한다. 눈동자가 살짝 돌아간다. 방향은 맥이 앉아 있는 자리.

"저 애도 저랑 같은 임무를 맡은 사람이에요."

팔마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완전히 넘어왔다.

"사실 칼마 집안은 그다지 좋은 집안이 아니었습니다. 란타 제국 시절부터 있었다는 집안이라는데···. 그 이름에 대한 집착이 심했습니다."

오. 좋아. 가문의 비밀.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다.

"특히 집안의 후계자인 카마엘라는 행복하지 못한 삶을 살았습니다."

"어···. 팔마 씨는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맥이 손을 들고 질문한다. 나도 궁금하다.

카마엘라와 팔마는 못해도 스무 살 정도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 그런데 팔마의 이야기를 들으면 두 사람이 친해 보인단 말이지.

"올해로 40입니다."

"헐."

맥이 입에서 예의 없는 소리가 튀어나온다. 다행히 팔마는 그저 웃을 뿐이다.

"다른 사람들한테도 어려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어려 보인다고? 그런 수준이 아닌 거 같은데. 중요한 건 아니니 깊게 생각하지 말자.

"카마엘라 씨에 대해 더 이야기해 주세요."

"그 친구의 부모는 착한 사람이라고 할 수 없었습니다. 촌장으로 해야 할 역할은 잘해냈습니다. 문제는 부모로서 해야 할 역할이죠."

팔마가 짧게 한숨을 쉰다.

"자신들이 경험해보지도 못한 귀족의 삶을 카마엘라에게 강요했습니다. 귀족은 이래서 안 된다는 것이 말버릇이었죠."

무슨 소리인지 알 것 같다. 몰락한 귀족 가문이 자식에게 하는 일과 비슷하다.

과거의 영광. 경험해보지도 못한 영광을 위해 자식들을 말려 죽이지.

"카마엘라는 학대받으며 살아왔습니다. 옆에서 보는 사람이 걱정할 정도로 위태로웠습니다. 그리고 카마엘라는 그런 부모에게 매사에 반항해왔죠."

팔마는 씁쓸하게 웃는다.

"그날도 카마엘라는 수도로 가기 싫어했습니다. 하지만 그 부모가 카마엘라의 양다리를 부러트리고 마차에 실어 넣었죠."

"으엑."

맥이 싫은 소리를 낸다. 확실히 다리를 부러트리면서까지 끌고 가는 건 심했다고 생각한다.

"제가 알고 있는 것은 여기까지입니다."

웃기고 있네. 지금 한 말이 거짓은 아닐 거다. 하지만 아직 정말 중요한 건 말해주지 않았다. 저 남자는 뭔가 중요한 사실을 숨기고 있다.

저 표정들이 말해준다. 찻잔을 양손으로 꽉 쥐고 내 눈을 피한다. 뒤가 켕기는 사람이나 할법한 일들. 도대체 뭘 숨기는 걸까?

더 물어보기는 힘들 거다. 괜한 의심만 사겠지. 그럼 질문을 돌려볼까.

"저기 팔마 씨."

"뭔가 더 궁금한 게 있습니까?"

"이 마을의 구조.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팔마가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을 짓는다. 마을의 구조에 대해서는 모르는 건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팔마는 머리를 긁적인다. 이 집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끝인가.

"혹시 이 일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있는 분이 있을까요?"

"마을 반대편에 노야 씨가 있습니다. 아는 사람들에게서는 노야 할아범이라고 불리지요. 마을에서 가장 오래 산 노인입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칼마 집안에 일어난 일과 한 걸음 더 가까워졌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며 팔마에게 인사한다. 팔마도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 인사한다. 맥은 나와 팔마를 번갈아 바라보다 자리에서 일어난다.

"돌아가시는 겁니까?"

"노야 라는 사람에게 가 보게요. 분명 그 사람 뭔가 알고 있을걸요?"

알고는 있겠지만, 우리에게 쉽게 말하지는 않을 거다. 그냥 한 번 물어나 보러 가는 거지.

"그럴 수도 있겠네요. 행운을 빌겠습니다."

"차 맛있게 먹었어요."

마지막으로 팔마에게 인사하고 응접실을 나선다. 맥도 팔마에게 인사를 하고 나를 따라온다.

"뭔가 알아낸 거 있어?"

"아직은."

맥의 질문에 딱 잘라 대답한다.

"일단 팔마라는 사람이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건 알겠어."

"그런 거야?"

"그런 거야."

별 의미 없는 이야기를 나눴더니 금세 현관에 도착했다. 닫혀 있는 나무문을 열고 밖으로 나선다.

"아! 노야라는 사람이 어디 사는지 물어보고 올걸."

그 중요한 걸 깜빡했다.

"다시 들어가서 물어볼까?"

맥이 방금 닫힌 나무문을 가리킨다. 나는 한숨을 쉬고 고개를 젓는다.

"아니야. 마을 최고령이면 알고 있는 사람이 있을 거야. 그냥 다른 사람한테 물어보자."

"알았어."

결론을 내린 우리는 마을을 걸어간다. 그런데 말이야. 뭔가 이상하지 않나?

주변을 둘러본다. 뭐가 이상한지 알 거 같다. 마을에 사람이 아무도 없다. 마을이 너무 고요하다.

이것도 칼마 집안과 연관이 있는 걸까? 잘 모르겠다. 조사해보면 알 수 있겠지.

"비 올 거 같네."

맥의 말에 고개를 들고 하늘을 바라본다. 하늘에 먹구름이 가득하다. 정말 비가 올지도 모르겠다.

"더 빨리 움직이자."

팔마는 노야가 마을 반대편에 있다고 했다. 그럼 일단 그쪽으로 가볼까?

마을을 가로 지른다. 돌로 만들어진 집을 몇 채 지나간다. 역시나 사람의 모습은 없다. 집에서도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는다.

혹시 마을 전체가 연관된 건가? 그런 불안마저 느껴지는 정적이다.

"저기 사람이 있어."

집중하느라 땅을 바라보고 있어서 못 봤다. 고개를 드니 커다란 집 앞에 한 여성이 비질하고 있다.

칼마 집안보다 더 커 보이는데? 도대체 누가 사는 거지.

"잘됐네. 저 사람한테 노야 씨가 어디 사는지 물어보자."

맥은 들뜬 상태로 빗자루를 잡은 여성에게 다가간다.

"안녕하세요. 혹시 길 좀 물어봐도 될까요?"

"외지인이신가요?"

"어···. 네···."

"외지인이 여긴 어쩐 일이신가요?"

"어···. 그러니까···. 길을 좀 물으려고···."

"그러신가요?"

"네···. 그렇습니다."

"그럼 이만."

"에?"

왠지 모르지만, 맥은 저 여자에게 기가 눌리고 있다. 한심하긴. 내가 나서야 할 때다.

"저기요."

여성이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본다.

"당신도 외지인입니까?"

"네. 그래서 말인데 노야 씨 댁이 어딘가요?"

"아. 노야 어르신을 찾고 계셨습니까? 이 집입니다."

여성이 몸을 돌려 자기 뒤에 있는 문을 가리킨다. 뭐야. 그럼 이 여자 노야라는 사람의 시종인 거야?

"잘됐네요. 한 번에 찾았네."

"그렇습니까?"

"그래서 말인데 들어가도 될까요? 노야 어르신과 만나러 온 거라서요."

"안쪽에 물어보고 오겠습니다."

여성은 빗자루를 들고 집 안으로 들어간다. 문은 열어 놓은 상태다. 일단 긍정적인 의사라고 이해해도 되겠지?

"다행이다."

맥이 한숨을 쉬며 식은땀을 흘린다. 도대체가 뭐 하는 건지.

"저 여자 너무 무서웠어."

그냥 맥이 겁이 많다고 생각한다.

문 앞에서 대답이 오기를 기다린다. 흐린 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을 쉰다.

이마에 차가운 것이 느껴진다. 손으로 닦는다. 물이다.

"비 온다."

하늘에서 비가 쏟아진다. 땅을 적시고 나를 적신다.

"빨리 들어갔으면 좋겠다."

머리가 젖는 걸 느끼며 열려있는 문을 바라본다. 언제 오는 걸까.

"이런. 비가 오고 있군요."

어느 순간 문 앞에는 아까의 여자가 서 있다. 발소리도 못 들었는데.

"안쪽으로 들어오시죠."

"감사합니다."

다행히 홀딱 젖어 버리기 전에 집 안으로 들어갔다.

"두 분 다 응접실에서 기다리시면 어르신을 모시고 오겠습니다."

"네. 부탁할게요."

여성은 그렇게 말하고 복도의 오른쪽으로 걸어간다. 역시 발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일단 응접실에서 기다리자."

"그러자."

맥과 함께 왼쪽 복도로 걸어간다. 집의 크기에 비례하여 복도도 엄청난 길이를 자랑한다.

복도를 걷는 발소리가 메아리쳐 들려온다. 맥은 복도의 크기에 위축되었는지 어깨를 움츠린 상태.

"저기 있다. 벽난로도 켜져 있네."

따뜻한 온기가 뿜어져 나오는 빨간 불꽃. 벽난로 앞에 놓인 의자에 자리를 잡는다. 뒤이어 맥도 내 옆 의자에 앉는다.

"금방 마르겠다."

젖은 옷이 조금씩 말라간다. 역시 옷은 불에 말려야 해.

열기가 몸을 감싼다. 기분이 좋다. 졸음이 몰려온다. 조금 자도 되려나.

향긋한 냄새가 느껴진다. 약간 달콤한 냄새. 사과 향 같은데. 어디서 나는 걸까.

무거운 눈동자를 뜨고 뻣뻣한 고개를 돌린다. 맥은 벌써 자는 중이다. 너무 피곤하다. 왜 이리 피곤하지?

하품이 나온다. 남의 집에서 잠을 자는 게 예의는 아니지만. 너무 졸리니까 나중에 생각하자.

눈을 감는다. 몸이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다. 어차피 아직 정오도 지나지 않았다. 낮잠 조금 자도 문제는 없겠지.

누군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노야라는 사람인가. 깰 때가 된 건가.

"아직 완전히 잠들지는 않았습니다."

흐릿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까 보았던 여성의 목소리다.

"확실하게 재우게."

떨리는 노인의 목소리. 그런데 누구를 재워? 으으. 생각하기 싫다.

무언가 입과 코를 막는다. 손발을 움직이기도 힘들다. 힘들다기보다는 귀찮다.

그냥 입과 코가 막힌 채로 숨을 쉰다. 점점 어지러워진다. 정신이 흐릿하다. 막혀있다는 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어둠 속으로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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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164. 10막 2장 - Missing (1) | Glinda +6 19.10.07 838 11 11쪽
163 163. 10막 1장 - 심문의 시간 (2) | Isaac +6 19.10.05 814 12 12쪽
162 162. 10막 1장 - 심문의 시간 (1) | Glinda +2 19.10.04 820 14 11쪽
161 161. 10막 서장 - 수사 시작 | Glinda +5 19.10.03 851 12 12쪽
160 160. 막간 - 광기의 마녀 | Third Person +5 19.10.02 867 13 12쪽
159 159. 9막 종장 - 얼음 위의 피 | Isaac +2 19.10.01 912 13 11쪽
158 158. 9막 4장 - 겨울이 다가온다 (4) | Isaac +2 19.09.30 894 12 11쪽
157 157. 9막 4장 - 겨울이 다가온다 (3) | Isaac +3 19.09.28 933 14 11쪽
156 156. 9막 4장 - 겨울이 다가온다 (2) | Glinda +8 19.09.27 931 12 11쪽
155 155. 9막 4장 - 겨울이 다가온다 (1) | Glinda +2 19.09.26 966 12 11쪽
154 154. 9막 3장 - 늑대와 달 (6) | Isaac +6 19.09.25 1,041 13 11쪽
153 153. 9막 3장 - 늑대와 달 (5) | Isaac +7 19.09.24 969 12 11쪽
152 152. 9막 3장 - 늑대와 달 (4) | Glinda +9 19.09.23 1,007 14 11쪽
151 151. 9막 3장 - 늑대와 달 (3) | Isaac +6 19.09.21 1,019 13 11쪽
150 150. 9막 3장 - 늑대와 달 (2) | Glinda +3 19.09.20 1,010 12 11쪽
149 149. 9막 3장 - 늑대와 달 (1) | Isaac +2 19.09.19 1,052 11 11쪽
» 148. 9막 2장 - 수상한 마을 (4) | Glinda +2 19.09.18 1,056 12 11쪽
147 147. 9막 2장 - 수상한 마을 (3) | Glinda +2 19.09.17 1,033 11 11쪽
146 146. 9막 2장 - 수상한 마을 (2) | Isaac +4 19.09.16 1,079 12 11쪽
145 145. 9막 2장 - 수상한 마을 (1) | Isaac +2 19.09.14 1,113 13 11쪽
144 144. 9막 1장 - 비 오는 날 (3) | Issac +3 19.09.13 1,115 15 11쪽
143 143. 9막 1장 - 비 오는 날 (2) | Issac +2 19.09.12 1,113 14 11쪽
142 142. 9막 1장 - 비 오는 날 (1) | Isaac +2 19.09.11 1,133 14 11쪽
141 141. 9막 서장 - 인테아를 향하여| Glinda +4 19.09.10 1,163 15 11쪽
140 140. 8막 종장 - 강철연맹과 고블린 | Isaac +2 19.09.09 1,157 14 11쪽
139 139. 8막 5장 - 고블린의 광산 (4)| Isaac +4 19.09.07 1,229 14 11쪽
138 138. 8막 5장 - 고블린의 광산 (3)| Isaac +6 19.09.06 1,184 14 11쪽
137 137. 8막 5장 - 고블린의 광산 (2)| Isaac +2 19.09.05 1,175 14 12쪽
136 136. 8막 5장 - 고블린의 광산 (1)| Isaac +2 19.09.04 1,239 14 12쪽
135 135. 8막 4장 - 강철 연맹 (2)| Isaac +3 19.09.03 1,235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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