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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me 님의 서재입니다.

퍼펙트 메이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완결

justme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0
최근연재일 :
2019.12.14 07:00
연재수 :
223 회
조회수 :
408,537
추천수 :
6,068
글자수 :
1,143,357

작성
19.09.17 07:05
조회
1,032
추천
11
글자
11쪽

147. 9막 2장 - 수상한 마을 (3) | Glinda

DUMMY

"으아. 잘 먹었다."

빵이 담긴 바구니를 깨끗하게 비웠다. 맥은 질린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뭐 많이 먹기는 했지만, 그런 눈은 너무하지 않아?

"뭘 봐?"

"아니. 아무것도 안 봤어."

맥과 눈을 마주친다. 맥은 잽싸게 고개를 돌린다. 그렇게 나올 거면서.

마법사와 에스나가 떠난 지 30분 정도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도 카밀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어디서 뭘 하는 걸까.

"이제부터 알아보면 되겠지."

"응? 뭐라고 했어?"

"아무것도 아니야."

혼잣말이 튀어나왔다. 조금 주의하자.

의자에서 몸을 일으킨다. 슬슬 움직일 때가 되었다. 이 집안의 비밀을 밝힌다. 흥분되는 일이다.

"다 먹었지?"

"나는 30분 전에 다 먹었지."

왠지 비꼬는 거 같은데? 맥을 노려본다. 맥은 흠칫 놀라며 고개를 돌린다. 저렇게 반응할 거면 왜 그런 말을 할까.

"그럼 자리에서 일어나. 마을을 돌아다닐 시간이야."

맥이 얼굴에 귀찮은 표정을 지으며 일어난다. 그러는 동안 나는 가볍게 몸을 점검한다.

손목과 발목을 돌린다. 목을 한 바퀴 돌린다. 팔다리를 쭉 뻗어본다. 마법사가 준 검을 꺼내 들고 몇 번 휘둘러본다.

다행이다. 한동안 훈련을 못 해서 몸이 굳었으면 어쩌나 했다. 지금 상태를 보니 문제없을 거 같다.

"맥 너도 준비는 된 거야?"

"내가 준비할 게 어디 있다고."

그건 그러네.

"그럼 가자고."

힘차게 걸음을 옮긴다. 식당의 거대한 문에 다가간다. 뒤에서 맥이 걸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걸음 소리에 힘이 없다.

문 손잡이를 잡는다. 양손으로 강하게. 팔에 힘을 주고 문을 밀어젖힌다.

이전에도 보았던 기다란 복도가 나를 반긴다. 돌로 쌓아 만든 복도는 어제의 비 때문인지 습기를 머금고 있다.

발을 내디딘다. 복도에 발소리가 울린다. 별다른 말 없이 현관이 있는 곳으로 걸어간다.

"어?"

걸음을 멈춘다.

"왜 그래?"

뒤에서 따라오던 맥이 묻는다. 가만히 손을 들어 앞을 가리킨다.

"으아."

맥의 입에서 안쓰러운 탄성이 터져 나온다.

"저게 어떻게 된 거야?"

"나도 모르지."

현관 주변이 난장판이다. 마주 보는 벽은 부서져서 돌이 떨어져 내린다. 문짝은 뜯겨서 너덜거린다.

"별로 좋은 상황이 아닌 건 확실하지."

검을 꺼내 든다. 손에 꽉 쥔다. 새하얀 검신이 빛을 발한다. 검날을 앞으로 내밀고 조심스럽게 현관으로 다가간다.

장난 아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마법사와 에스나가 만들어낸 일인가?

복도에는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 살짝 고개를 내밀어 밖을 바라본다. 주변에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이 집이 마을 외곽에 있지만, 아무도 안 보인다니. 수상하잖아.

"수상한 거 있어?"

뒤에서 맥이 말을 걸어온다. 덕분에 집중이 깨져 버렸다. 몸을 돌려 맥을 노려본다. 맥은 딸꾹질하며 뒤로 물러선다.

"왜···. 내가 뭐 잘못했어?"

"많은 걸 잘못했어."

콧방귀를 뀌고 몸을 다시 돌린다. 현관문을 통해 밖을 바라본다. 수상한 것은 없다. 아니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수상한가?

"일단 밖으로 나가보자."

"그런데 이건 그냥 내버려둬?"

맥이 망가진 현관을 가리킨다.

"카밀이 알아서 하겠지."

그렇게 말하며 현관을 나선다. 원래 사고의 뒤처리는 다른 사람한테 떠넘기는 거다.

"비는 그쳤는데 하늘이 묘하네."

하늘은 회색 먹구름으로 가득하다. 언제 비가 쏟아져 내려도 이상하지 않으리라.

"어떻게 할 거야?"

"일단 가까운 집으로 가 볼까?"

주변을 둘러본다. 어제는 비가 많이 내려서 둘러볼 여유가 없었다. 이 마을 라테라피라고 했나? 상당히 특이한 구조네.

대부분 마을은 촌장의 집이 마을 중앙에 있다. 촌장이 아니더라도 큰 건물들은 중앙에 모여 있다. 여태까지 내가 보아온 마을은 다 그랬다.

이 마을은 다르다. 주변을 둘러보니 알겠다. 큰 건물들이 마을 주변을 감싸고 있다. 문은 마을 안쪽을 바라보는 상태로.

이런 구조의 마을을 알고 있다. 국경 근처거나 위험하다고 알려진 숲 옆의 마을. 이 마을은 방어하기 위해 설계되어 있다.

"왜 그래? 뭐가 이상해?"

아무것도 모르는 맥이 나에게 질문해온다. 맥을 바라보며 한숨을 쉰다. 맥은 그저 눈만 이리저리 돌린다.

"더 조사해보고. 일단 가까운 저기로 가 보자."

방어한다면 뭘 막고 있는 거지? 무엇으로부터 이 마을을 지키는 걸까. 흥미가 동했다. 아주 재미난 추리가 될 거 같다.

"같이 가."

우리가 있던 집의 옆집은 2층 높이의 건물. 역시나 창문은 없다. 나무로 만들어진 문 옆에는 깃발이 하나 놓여 있다.

하얀 천에 그려진 고양이. 고양이 맞지? 설마 호랑이는 아니겠지? 그림이 조악해서 알아보기 힘들다.

"여기 들어갈 거야?"

뒤에서 맥이 중얼거린다. 저렇게 말을 걸 때마다 집중이 깨진다. 그냥 좀 닥쳐 줬으면 좋겠다.

"알았어. 조용히 할게."

그래도 눈치는 있네. 맥은 내 시선을 피하며 입을 다문다.

문을 바라보고 호흡을 가다듬는다. 확실히 모르는 사람 집의 문을 두드리는 건 긴장되는 일이다. 눈을 감고 마음을 다잡는다. 손을 들어 올려 문을 두드린다.

"계신가요?"

분명 전해졌을 거다. 이제 기다리는 것만이 방법이다.

정적이 흐른다. 바람 소리만 귓바퀴를 맴돈다. 으음.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거지?

옆에 서 있는 맥이 불안해하기 시작한다. 눈이 이리저리 회전한다. 별로 좋지 않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문 안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남자의 목소리. 성인은 아닌 거 같고. 맥이랑 비슷한 나이려나?

목소리의 말대로 잠시 기다리자 문이 열린다. 문 안쪽에는 나와 비슷한 키의 남자가 서 있다.

"누구?"

남자가 의문이 가득한 눈동자로 우리를 바라본다. 표정에는 놀람과 당황도 드러나 있다.

저런 표정이 당연하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 둘이 문을 두드렸으니. 심지어 성인도 아니다.

"저희는 마카엘라 씨 집에 머무는 숙객입니다. 백룡 기사와 함께 여행하고 있죠."

"아아. 카밀에게 들었습니다. 집에 백룡 기사 일행이 머문다고."

얼굴이 굳는다. 침착하자. 처음 보는 사람한테 굳은 모습을 보여줘서 어쩔 건데?

빠르게 자신을 다잡고 밝게 웃는다. 남자는 순간적으로 변한 내 표정을 느꼈는지 약간 의문을 표한다.

"벌써 전해 들었나요? 따로 소개를 안 해도 돼서 다행이네요."

다행은 개뿔. 카밀이 이 집에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모른다. 집안에서 일어난 일을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이라도 했으면 곤란해지는데.

"아. 일단 안쪽으로 들어오실래요?"

남자가 문 앞에서 살짝 비켜준다.

"감사합니다."

감사를 표하며 고개를 숙인다.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맥도 약간 머뭇거리다 내 뒤를 따른다.

이곳도 카마엘라의 집과 비슷하다. 양옆으로 난 기다란 복도. 횃불도 없으면서 어둡지 않은 복도.

"응접실에 계시면 차라도 가져갈게요."

"얌전히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남자는 복도의 오른쪽으로 걸어간다. 발소리가 복도를 울리며 귓가에 전달된다.

"가자. 맥. 이야기는 들을 수 있을 거 같아."

남자의 반대편, 왼쪽 복도로 걸어간다. 카마엘라의 집보다는 빠르게 응접실에 도착했다.

건물구조가 비슷하듯 응접실의 가구들도 비슷하다. 벽난로와 의자와 탁자. 단출한 구성.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일단 기다려야지 뭐."

맥의 질문에 대답하며 의자에 앉는다. 책상에 팔을 얹고 턱을 괸다. 맥도 한숨을 쉬며 나와 마주 보고 앉는다.

"넌 어떻게 생각해?"

"뭐가?"

"카마엘라의 집안."

내 질문에 맥은 생각에 잠긴다. 고개를 갸웃거린다. 눈을 깜빡인다. 대답을 듣기는 글렀네.

"차를 가져 왔습니다."

맥이 대답하기도 전에 남자가 쟁반을 들고 들어온다. 쟁반 위에는 찻잔들과 찻주전자가 놓여 있다.

탁자에 기대고 있던 손을 뗀다. 남자는 쟁반을 탁자에 올려놓는다. 쟁반 위의 물건들을 탁자에 올린다.

"가벼운 허브티 입니다."

남자는 나와 맥 앞에 찻잔을 내려놓는다. 주전자를 들고 잔을 채워준다.

향긋한 차의 향이 방안에 퍼진다. 냄새만 보았을 때는 나쁘지 않다. 맛도 괜찮을 거 같다.

찻잔을 들어 올린다. 따뜻한 온기가 손에 전해진다. 입가에 가져다 대고 한 모금 목으로 넘긴다.

달다기보다는 씁쓸한 향. 하지만 나쁘지는 않다. 오히려 이런 향이 머리를 깨우지.

"그럼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할까요?. 저는 팔마입니다. 여러분은?"

"글린다라고 합니다."

"맥이라고 불러주세요."

맥은 얼굴을 찡그리며 찻잔을 내려놓는다. 쓴맛이 마음에 들지 않나 보다.

"그래서 말입니다만. 여러분은 왜 저를 찾아오셨습니까?"

팔마의 눈이 날카롭게 변한다. 카밀에게 언질을 받은 걸까? 아니면 그냥 우리를 수상쩍게 보는 걸까. 뭐가 되었든 이 남자는 뭔가를 알고 있다.

"팔마 씨는 카마엘라 씨의 집안에 대해 아는 게 있나요?"

"아. 촌장님 댁 말이죠?"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예전에 사고로 일가족이 다 죽었다고 들었어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팔마는 나를 빤히 바라본다. 그 눈동자에는 의심이 가득히 담겨 있다. 표정을 잘 관리하는 사람은 아니네.

"그 사고는 정말 큰 일이었습니다. 수십 명의 사상자가 생겨난 대형 사고였죠."

팔마가 씁쓸하게 말을 이어간다.

"10년도 넘어가는 일입니다. 칼마 집안사람들이 수도에서 온 서한을 받고 전부 수도로 올라갔습니다.

차를 한 잔 마신 팔마가 침착하게 말을 이어나간다.

"내용은 저도 모릅니다. 그저 상당히 급해 보이는 얼굴이었습니다."

그 서한도 상당히 수상한데? 조사해 볼 가치가 있겠다.

"한 달로 예정된 일정이었습니다. 그리고 예정된 한 달이 지났습니다. 그날은 엄청난 폭풍이 휘몰아쳤습니다."

그때 기억이 떠오르는지 팔마는 침을 삼킨다. 몸을 가볍게 떤다.

"며칠이 지나도 칼마 집안이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폭풍은 그칠지 몰랐고요. 마을에서 회의가 시작되었습니다. 칼마 집안을 찾으려는 수색대를 위한 회의였죠."

음? 사람이 실종된 건 큰일이긴 하지. 그런데 마을에서 수색대를 만들어서 찾기도 하나?

팔마는 그 부분에 관해 설명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럼 내가 따로 파고들어야지 뭐.

"그렇게 결성된 수색대는 마을 주변에서 부서진 마차 행렬을 찾았습니다. 칼마 집안의 마차였습니다."

맥이 흠칫 놀라며 몸을 떤다.

"아주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폭풍에 휘말려 마차가 날아간 것처럼 보였습니다."

팔마는 찻잔을 만지작거린다.

"생존자는 단 두 명. 카마엘라와 당시에는 갓난아기였던 카밀입니다."

그렇게 두 사람만 남은 건가.

"카마엘라는 당시의 사고로 두 다리를 잃었습니다. 처음에는 다른 집안에서 도왔지만, 카밀이 성장하자 단둘이 지내고 있지요."

팔마는 찻잔을 들어 올린다. 목이 움직인다.

"그런데. 이런 걸 묻는 저의가 뭡니까?"

찻잔이 탁자에 내려놓아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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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164. 10막 2장 - Missing (1) | Glinda +6 19.10.07 838 11 11쪽
163 163. 10막 1장 - 심문의 시간 (2) | Isaac +6 19.10.05 814 12 12쪽
162 162. 10막 1장 - 심문의 시간 (1) | Glinda +2 19.10.04 820 14 11쪽
161 161. 10막 서장 - 수사 시작 | Glinda +5 19.10.03 851 12 12쪽
160 160. 막간 - 광기의 마녀 | Third Person +5 19.10.02 866 13 12쪽
159 159. 9막 종장 - 얼음 위의 피 | Isaac +2 19.10.01 911 13 11쪽
158 158. 9막 4장 - 겨울이 다가온다 (4) | Isaac +2 19.09.30 893 12 11쪽
157 157. 9막 4장 - 겨울이 다가온다 (3) | Isaac +3 19.09.28 932 14 11쪽
156 156. 9막 4장 - 겨울이 다가온다 (2) | Glinda +8 19.09.27 931 12 11쪽
155 155. 9막 4장 - 겨울이 다가온다 (1) | Glinda +2 19.09.26 966 12 11쪽
154 154. 9막 3장 - 늑대와 달 (6) | Isaac +6 19.09.25 1,040 13 11쪽
153 153. 9막 3장 - 늑대와 달 (5) | Isaac +7 19.09.24 969 12 11쪽
152 152. 9막 3장 - 늑대와 달 (4) | Glinda +9 19.09.23 1,007 14 11쪽
151 151. 9막 3장 - 늑대와 달 (3) | Isaac +6 19.09.21 1,019 13 11쪽
150 150. 9막 3장 - 늑대와 달 (2) | Glinda +3 19.09.20 1,010 12 11쪽
149 149. 9막 3장 - 늑대와 달 (1) | Isaac +2 19.09.19 1,052 11 11쪽
148 148. 9막 2장 - 수상한 마을 (4) | Glinda +2 19.09.18 1,055 12 11쪽
» 147. 9막 2장 - 수상한 마을 (3) | Glinda +2 19.09.17 1,033 11 11쪽
146 146. 9막 2장 - 수상한 마을 (2) | Isaac +4 19.09.16 1,079 12 11쪽
145 145. 9막 2장 - 수상한 마을 (1) | Isaac +2 19.09.14 1,112 13 11쪽
144 144. 9막 1장 - 비 오는 날 (3) | Issac +3 19.09.13 1,114 15 11쪽
143 143. 9막 1장 - 비 오는 날 (2) | Issac +2 19.09.12 1,112 14 11쪽
142 142. 9막 1장 - 비 오는 날 (1) | Isaac +2 19.09.11 1,133 14 11쪽
141 141. 9막 서장 - 인테아를 향하여| Glinda +4 19.09.10 1,163 15 11쪽
140 140. 8막 종장 - 강철연맹과 고블린 | Isaac +2 19.09.09 1,156 14 11쪽
139 139. 8막 5장 - 고블린의 광산 (4)| Isaac +4 19.09.07 1,229 14 11쪽
138 138. 8막 5장 - 고블린의 광산 (3)| Isaac +6 19.09.06 1,183 14 11쪽
137 137. 8막 5장 - 고블린의 광산 (2)| Isaac +2 19.09.05 1,175 14 12쪽
136 136. 8막 5장 - 고블린의 광산 (1)| Isaac +2 19.09.04 1,238 14 12쪽
135 135. 8막 4장 - 강철 연맹 (2)| Isaac +3 19.09.03 1,235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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