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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me 님의 서재입니다.

퍼펙트 메이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완결

justme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0
최근연재일 :
2019.12.14 07:00
연재수 :
2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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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8,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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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68
글자수 :
1,143,357

작성
19.09.0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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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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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글자
11쪽

139. 8막 5장 - 고블린의 광산 (4)| Isaac

DUMMY

"내려간다. 따라온다."

붉은 손은 공동으로 향하는 구멍으로 걸어간다. 자세히 보니 자그마한 길로 연결되어 있다.

"이 길은 누가 만든 거야?"

"우리. 만들었다."

붉은 손은 짧게 대답을 하고 길을 따라 내려간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은 길. 고블린 기준으로는 약간 여유가 있는 편이다.

조심스럽게 길을 따라 내려간다. 에스나도 약간 불안하게 길을 따라 걷는다.

내리막길은 생각보다 길다. 10분 정도를 걸어서야 튼튼한 바닥을 밟았다.

"길이 너무 불안합니다. 어떻게 올라갈지 걱정입니다."

에스나는 걸어온 길을 보고 작게 한숨을 쉰다.

"정 뭣하면 주문서를 쓰면 되니까."

"주문서가 넘치십니까?"

"아주 많이 넘쳐나지."

심지어 쓸 일도 거의 없다. 마법을 못 쓴다는 특이 상황 덕에 쓸 뿐이지. 대답을 들은 에스나는 한숨을 쉰다.

그러는 동안 붉은 손 부족 고블린들도 전부 길을 따라 내려왔다. 백여 마리의 고블린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제. 대족장. 간다."

붉은 손은 고블린들이 잔뜩 모여 있는 곳으로 걸어간다.

"그런데. 왜 다른 고블린들은 우리를 보지 않을까?`

붉은 손을 따라 걸어가며 떠오른 의문을 입에 담는다. 지금 우리는 밝은 빛을 쬐고 있다. 장님이 아닌 이상 어두운 동굴에서 눈에 확 띈다.

"동굴 고블린은 시각이 퇴화했습니다. 청각과 후각으로 정보를 받아드립니다."

신기하네. 그럼 숲 고블린은 시각이 발달해 있을까?

그런 생각은 금방 접게 되었다. 고블린 무리에 가까이 다가가자 모든 고블린이 우리를 바라본다.

서로의 귀에 무언가 속삭인다. 잘 들리지는 않아도 좋지 못한 이야기인 건 확실하다.

우리가 걸어갈 때마다 고불린들이 길을 비킨다. 주춤주춤 뒤로 물러선다. 붉은 손은 주변을 보지 않고 대족장에게 걸어간다.

대족장의 모습이 보인다. 투박하게 깎은 바위 의자에 앉은 고블린 하나. 그 옆에는 외눈 고블린이 서 있다. 붉은 손과 싸웠던 바위다.

"붉은 손. 인간. 무엇."

입을 연 것은 바위였다. 대족장은 가만히 우리를 바라볼 뿐이다.

"인간. 대족장. 만나다."

붉은 손이 앞으로 걸어가며 말한다. 대족장은 여전히 우리를 바라만 본다.

"인간. 온다. 죽인다. 우리."

"인간. 원한다. 도움. 우리."

바위와 붉은 손이 이를 갈며 대화를 나눈다. 누구 하나도 쉽게 물러서지 않는다.

"그만."

끝도 없이 이어질 거 같던 이야기는 대족장의 명령으로 끝이 난다.

"붉은 손. 말한다."

붉은 손은 대족장 앞에 무릎을 꿇는다.

"인간. 원한다. 대화. 좋다. 대화. 우리."

"지금 뭐 하는 겁니까?"

가만히 바라보던 에스나가 질문한다. 확실히 보기만 해서는 어떤 상황인지 알기 어렵지.

"대족장이 족장들의 이야기를 듣는 중이야."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의 처우에 관해 결정하려는 거 같아."

"좋은 상황은 아니군요."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준다.

"인간. 일한다. 고블린. 돕는다."

할 말을 마친 붉은 손은 뒤로 물러선다. 그리고 바위가 앞으로 나선다.

"인간. 위험하다. 인간. 강하다. 인간. 고블린. 죽인다."

틀린 말은 아니지.

"인간. 온다. 지배한다. 고블린."

그것도 맞는 말이고.

"붉은 손. 죽는다. 인간. 죽는다."

고블린들의 분위기가 변했다. 우리를 노려보며 이빨을 드러낸다. 붉은 손 부족은 나와 에스나를 둘러싸고 다른 고블린들을 위협한다.

"무슨 일입니까?"

에스나가 검과 방패를 강하게 쥐며 묻는다.

"아마 우리를 죽이려고 하는 거 같은데?"

대답을 들은 에스나는 짧게 혀를 찬다.

"결정한다."

의자에 앉아 있던 대족장이 일어난다. 일어서니 다른 고블린보다 머리가 하나 정도 크다.

"인간. 죽인다. 붉은 손. 안 죽인다."

왜 그런 결정을 했을까. 저 결정이 자기 목숨을 해친다는 것은 모르는 걸까.

"결정. 안된다."

뒤로 물러서 있던 붉은 손이 앞으로 나선다.

"인간. 무섭다. 인간. 위험하다. 인간. 죽는다. 인간. 온다."

"설명 좀 해 주십시오."

"대족장이 우리를 죽이기로 했어. 붉은 손은 그에 반론하고 있고."

"잘 모르겠습니다."

나도 잘 모르겠다. 고블린의 문화는 이해하기 어렵다.

"결정. 안된다. 싸움. 된다."

대족장이 뭐라고 말하자 붉은 손이 대족장에게 적의를 드러낸다. 뭐라고 말한 걸까. 단어만 가지고는 모르겠다.

"인간. 나온다."

나? 대족장이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킨다.

"인간. 싸운다. 인간. 이긴다. 붉은 손. 대족장."

"그러니까 나랑 너랑 싸운다고?"

"그렇다. 인간. 나온다."

조금 곤란한데. 고블린이라고 해도 마법 없이 일대일로 싸우고 싶지는 않다.

"제가 나섭니까?"

"그게 좋을 거 같아."

대족장은 내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듯이 가만히 서 있다. 주변의 고블린은 뒤로 물러서 원형의 경기장을 만들어준다.

"나온다. 인간. 싸운다."

잔뜩 흥분한 대족장이 외친다. 빨리 나서지 않으면 바로 공격할 태세다.

"금방 처리하고 오겠습니다."

에스나가 나와 붉은 손을 지나쳐 대족장 앞에 선다. 대족장을 바라보고 방패와 검을 들어 올린다.

갑자기 고블린 사이에서 괴성이 들려온다. 꽥꽥 소리를 지른다.

"인간. 암컷. 싸움. 안한다. 암컷. 전사. 아니다."

설명은 붉은 손이 해준다. 여자는 전사로 취급하지 않는단다. 그래서 싸우지도 않고. 한숨이 나온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에스나가 나를 돌아보며 질문한다.

"여자는 전사가 아니래."

"참으로 좋지 못한 생각입니다."

"내 말이."

나와 에스나가 동시에 한숨을 쉰다.

"어떻게 하실 겁니까?"

"어떡하긴. 내가 나서야지."

에스나와 자리를 교대한다. 고블린들의 원성이 줄어든다. 대족장의 눈빛도 바뀌었다.

"인간. 무기."

무기를 꺼내라는 말인가? 붉은 손을 바라본다.

"전사. 싸운다. 최고."

최선의 상태로 싸워야 한다는 건가. 나한테는 좋은 거니 의문을 품지 말자.

"가져오기. 광휘의 인도자."

손안에 장검 하나가 들려진다. 사방으로 무지갯빛 광채를 내뿜는 직검. 고블린들은 빛나는 광채에 눈을 찌푸린다.

"인간. 검. 싫다."

바위가 중얼거린다. 다른 고블린들도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막을 생각은 없어 보인다.

"준비. 완료."

대족장은 바위의 말은 듣지 않는다. 자세를 낮추고 나를 노려본다.

"준비 완료."

광휘의 인도자를 양손으로 쥔다. 침을 삼키고 대족장을 노려본다.

"칼리시. 본다. 싸움. 승자. 산다. 가진다. 패자. 죽는다. 빼앗는다."

저 말 어디서 들어봤는데. 기억났다. 오스왈츠 성에서 백작과 결투를 절일 때 백작이 한 말이다. 고블린들도 저런 표현을 쓰는군.

일단 따라 해 볼까?

"투쟁의 칼리시여. 이 싸움을 보소서. 승자는 모든 것을 가지고, 패자는 모든 것을 잃는 싸움을."

고블린들이 함성을 내지른다. 소리가 점점 커진다. 바위가 땅에 굴러다니는 돌을 하나 줍는다. 그리고 힘껏 천장을 향해 던진다.

모든 소리가 사라진다. 고블린들은 솟아오른 돌멩이를 바라본다. 말을 하지 않아도 무슨 상황인지 알겠다.

높게 솟아오른 돌멩이가 떨어진다. 아주 천천히. 아주 천천히.

검을 쥔 채 돌멩이를 바라본다. 중력을 따라 내려온 돌멩이는 내 눈높이를 지난다. 그리고 땅에 부딪힌다.

소리가 울려 퍼진다. 대족장이 나에게 달려든다. 날카로운 손톱을 내지른다.

막지 않는다. 대족장의 공격력을 확인해 볼 생각이다. 반응은 그 후에 해도 늦지 않는다.

손톱은 다리를 노리고 날아든다. 제자리에 가만히 서서 대족장이 나를 스쳐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다리에 따끔한 충격이 전해진다. 입고 있는 바지는 찢어지지 않았다. 상처도 없는 것 같다.

"인간. 무엇. 상처. 없다."

대족장이 자기 손톱을 바라보며 말을 한다. 자신의 공격이 통하지 않으니 당황스럽겠지.

대답해줄 생각은 없다. 들고 있는 검을 쥐고 대족장을 노려본다. 고블린들의 함성은 그칠 줄 모른다.

"카아악!"

소리를 내지른 대족장이 나에게 달려든다. 이번에는 맞아줄 생각이 없다. 달려오는 대족장을 끝까지 바라본다.

큰 동작은 필요 없다. 가볍게 검을 내지른다. 광채가 뿜어져 나간다. 빛은 칼날이 되어 육신을 꿰뚫는다.

대족장은 머리에 검이 박힌 채 두 걸음을 더 걷는다. 그리고 멈춰버린다.

머리에 꽂힌 검을 뽑는다. 구멍에서 피가 뿜어져 나온다. 대족장의 몸은 천천히 바닥에 쓰러진다.

고블린들이 침묵한다. 눈을 이리저리 돌린다. 나와 쓰러진 대족장을 바라본다.

"승리! 인간!"

붉은 손이 외친다. 침묵하던 고블린들이 함성을 내지른다. 바위는 고블린들 사이로 숨었는지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인간. 강하다."

붉은 손이 다가오며 말을 걸어온다.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

"나. 대족장. 인간. 좋다. 인간. 친구."

이제 붉은 손이 대족장인건가. 친인간파 고블린이 대족장이면 편하겠지. 이제 지능만 좀 높이면 되겠다.

"가져오기. 지식의 영약."

손에 작고 검붉은 둥근 물체가 나타난다. 별로 맛있게 생기지 않은 이것은 먹은 사람의 지능을 올려준다.

"붉은 손. 이거 선물. 먹어 봐."

영약을 붉은 손에게 던져준다. 붉은 손은 영약을 받아 곧바로 삼킨다. 의심 같은 건 안 하는구나.

붉은 손은 영약을 잠시 씹더니 목으로 넘긴다. 그러더니 머리를 부여잡는다. 영약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머리가 아프다."

문장을 구사했다. 역시 마법. 효과가 끝내준다.

"이봐. 붉은 손. 괜찮아?"

"괜찮다. 머리가 아프지만 나쁘지 않다."

"지···. 지금. 사람 말을 한 겁니까?"

에스나가 붉은 손을 바라보며 경악한다. 확실히 놀라운 일이지. 약 하나를 먹자마자 사람 말을 하다니.

놀라는 에스나는 적당히 무시한다. 지식의 영약을 잔뜩 꺼낸다.

"이건 부하들에게 먹여. 부하들에게는 다른 고블린에게 인간 말을 가르치도록 하고."

붉은 손은 영약을 받고 고블린 몇 명에게 나눠준다. 영약을 받아먹은 고블린들은 머리를 부여잡는다.

"머리가 아프다."

"기분이 좋지 않다."

"하아. 마법은 사기입니다."

에스나가 한숨이 나올 정도로 유창하게 문장을 구사한다. 심지어 사람의 언어로.

"너희는 고블린을 관리해라. 사람의 말도 가르치고."

"왜 다 사람의 말로 하는 겁니까?"

고블린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에스나가 질문해온다.

"고블린 언어로는 저런 문장을 구성 못 하거든. 단어수도 부족하고."

"그건 알겠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한 번도 들은 적 없는 사람의 말을 하는 겁니까?"

그러게. 그 부분은 생각해본 적 없는데.

"마법이겠지?"

"그냥 마법으로 넘기시는 겁니까?"

"그렇지 뭐."

에스나는 한숨을 내쉰다.

"붉은 손. 넌 나랑 인간 대표나 만나러 가자."

"알겠다. 협상하러 가는 거다."

역시 어투가 조금 이상하다. 그래도 이해하는 데 문제는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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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164. 10막 2장 - Missing (1) | Glinda +6 19.10.07 838 11 11쪽
163 163. 10막 1장 - 심문의 시간 (2) | Isaac +6 19.10.05 814 12 12쪽
162 162. 10막 1장 - 심문의 시간 (1) | Glinda +2 19.10.04 820 14 11쪽
161 161. 10막 서장 - 수사 시작 | Glinda +5 19.10.03 851 12 12쪽
160 160. 막간 - 광기의 마녀 | Third Person +5 19.10.02 867 13 12쪽
159 159. 9막 종장 - 얼음 위의 피 | Isaac +2 19.10.01 912 13 11쪽
158 158. 9막 4장 - 겨울이 다가온다 (4) | Isaac +2 19.09.30 894 12 11쪽
157 157. 9막 4장 - 겨울이 다가온다 (3) | Isaac +3 19.09.28 933 14 11쪽
156 156. 9막 4장 - 겨울이 다가온다 (2) | Glinda +8 19.09.27 931 12 11쪽
155 155. 9막 4장 - 겨울이 다가온다 (1) | Glinda +2 19.09.26 966 12 11쪽
154 154. 9막 3장 - 늑대와 달 (6) | Isaac +6 19.09.25 1,041 13 11쪽
153 153. 9막 3장 - 늑대와 달 (5) | Isaac +7 19.09.24 969 12 11쪽
152 152. 9막 3장 - 늑대와 달 (4) | Glinda +9 19.09.23 1,007 14 11쪽
151 151. 9막 3장 - 늑대와 달 (3) | Isaac +6 19.09.21 1,019 13 11쪽
150 150. 9막 3장 - 늑대와 달 (2) | Glinda +3 19.09.20 1,010 12 11쪽
149 149. 9막 3장 - 늑대와 달 (1) | Isaac +2 19.09.19 1,052 11 11쪽
148 148. 9막 2장 - 수상한 마을 (4) | Glinda +2 19.09.18 1,056 12 11쪽
147 147. 9막 2장 - 수상한 마을 (3) | Glinda +2 19.09.17 1,033 11 11쪽
146 146. 9막 2장 - 수상한 마을 (2) | Isaac +4 19.09.16 1,079 12 11쪽
145 145. 9막 2장 - 수상한 마을 (1) | Isaac +2 19.09.14 1,113 13 11쪽
144 144. 9막 1장 - 비 오는 날 (3) | Issac +3 19.09.13 1,115 15 11쪽
143 143. 9막 1장 - 비 오는 날 (2) | Issac +2 19.09.12 1,113 14 11쪽
142 142. 9막 1장 - 비 오는 날 (1) | Isaac +2 19.09.11 1,133 14 11쪽
141 141. 9막 서장 - 인테아를 향하여| Glinda +4 19.09.10 1,163 15 11쪽
140 140. 8막 종장 - 강철연맹과 고블린 | Isaac +2 19.09.09 1,157 14 11쪽
» 139. 8막 5장 - 고블린의 광산 (4)| Isaac +4 19.09.07 1,230 14 11쪽
138 138. 8막 5장 - 고블린의 광산 (3)| Isaac +6 19.09.06 1,184 14 11쪽
137 137. 8막 5장 - 고블린의 광산 (2)| Isaac +2 19.09.05 1,175 14 12쪽
136 136. 8막 5장 - 고블린의 광산 (1)| Isaac +2 19.09.04 1,239 14 12쪽
135 135. 8막 4장 - 강철 연맹 (2)| Isaac +3 19.09.03 1,235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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