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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me 님의 서재입니다.

퍼펙트 메이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완결

justme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0
최근연재일 :
2019.12.14 07:00
연재수 :
2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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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8,536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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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43,357

작성
19.09.05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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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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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글자
12쪽

137. 8막 5장 - 고블린의 광산 (2)| Isaac

DUMMY

늙은 고블린과 함께 휴게실로 들어간다. 늙은 게 맞겠지? 사람이 아니니까 나이를 짐작하기 힘들다.

에스나는 통로에 서서 고블린들과 대치 중이다. 저 고블린들에게서 악의가 사라지지 않는다.

"인간. 이름?"

고블린이 나를 바라보며 이름을 묻는다.

"아이작인데. 너는?"

"붉은 손."

미국 원주민 같은 이름이네.

스스로를 붉은 손이라 소개한 고블린은 휴게실의 바위 의자에 앉는다. 바로 옆에 앉기는 껄끄러우니 살짝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는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동굴. 우리 집. 너희. 외부인."

고블린이 자신과 나를 번갈아 가리키며 말한다. 단어로밖에 말하지 않아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다.

대충 이해한 대로면, 이 광산은 고블린의 것이란다. 그리고 우리 인간이 침입자고.

리벨린의 말 대로라면 원래 인간의 광산 아니었나? 자세히 들어봐야 할 필요가 있겠다.

"무슨 소리야? 여기 원래 사람들이 철을 캐던 곳 아니었어?"

"아니다. 우리 집. 인간. 다음에."

제기랄. 이해하기 너무 힘드네. 고블린 언어에는 문장이라는 개념이 없는 건가?

"이전부터 고블린들이 이 동굴에 살았다는 거지?"

"그렇다."

고블린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인간이 광산을 개발한 거고?"

"그렇다."

다시 힘차게 고개를 끄덕인다.

이건 양측의 의견을 들어봐야겠다. 주장이 상반되잖아.

"가져오기. 정신 대화 주문서."

손에 두루마리 양피지가 나타난다. 고블린이 눈동자를 크게 뜬다.

"인간. 마법사?"

"맞아. 마법사야."

"마법사. 처음."

마법사를 보는 건 처음인 건가. 인간이 아니라서 표정은 읽기 힘들다. 그래도 저건 놀란 표정이겠지.

"지금. 무엇?"

이번에는 내 손에 들린 주문서를 가리킨다. 뭘 하려는 거냐고 묻는 거겠지?

"인간 측 대표랑 이야기하게. 둘 다 주장이 다르니까 양쪽의 말을 들어보려고."

"모른다. 너. 말."

무슨 말인지 나도 모르겠다. 나중에 생각하자.

리벨린의 얼굴과 이름을 떠올린다. 주문서를 양손으로 잡고 찢는다. 찢어진 주문서가 빛나는 입자로 변해 사라진다.

[리벨린. 들리십니까?]

[으아아앗!]

머리속에 리벨린의 비명이 울려 퍼진다. 너무 갑작스러웠나.

[예전에 보았던 아이작입니다.]

[아이작? 그론이랑 같이 왔던?]

기억하고 있네. 다행이다. 기억에서 지웠으면 어쩌나 했지.

[네. 그 아이작이 맞습니다.]

머릿속으로 한숨이 울려 퍼진다.

"무엇?"

옆에 앉아있는 고블린이 말을 걸어온다.

"지금 인간 대표랑 이야기하고 있어."

잘 이해 못한 거 같다. 표정은 모르지만, 감이란 게 있잖아.

[대화 가능하십니까?]

[목욕하는 도중이다. 시간은 넉넉하다.]

목욕? 얼른 머리를 흔들어 생각을 털어낸다. 위험할 뻔했다. 얼른 대화를 이어나가자.

[지금 광산에 들어와 있는 상태입니다.]

[소식은 전해 들었다.]

[그리고 고블린을 만났습니다.]

[그런가? 고블린의 숫자는?]

통로를 가득 메운 고블린들을 바라본다. 백까지는 안되더라도 상당한 숫자다.

[칠팔십 정도 됩니다.]

[광산을 점령하기 충분한 숫자군.]

리벨린은 다시 한숨을 쉰다.

[그래서 연락을 한 이유는? 고작 고블린을 만났다는 말이 전부일 리는 없을 테고.]

[말을 하는 고블린을 만났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고블린 말을 하는 거지만. 설명하기 귀찮으니 고블린이 사람 말을 하는 거로 하자.

리벨린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그래. 당황스럽겠지. 고블린이 사람 말을 한다니. 쉽게 믿기 힘든 일이다.

[고블린이 사람의 말을 해?]

의심이 가득한 대답이다.

[정확히 말하면 조금 다르지만. 대충 그렇게 이해하시면 됩니다.]

리벨린은 다시 한숨을 쉰다. 한숨을 너무 많이 쉬는 거 아닐까.

[좋아. 일단 그 말은 믿도록 하겠다. 그래서 고블린이 무슨 말을 하던가?]

목소리에 흥미가 담겨 있다. 고블린이 말을 한다는 건 믿지 않아도, 상황 자체는 즐기고 있다.

"붉은 손."

이름이 불리자 고블린은 나를 바라본다.

"그러니까 원래 이 동굴은 고블린들이 살던 곳인 거지?"

"그렇다."

[고블린의 말에 따르면 이 광산은 원래 고블린들이 살던 곳이랍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 광산은 120년 전에 강철연맹이 발견한 거야. 당시 조사에서는 다른 생명체의 흔적은 없었다.]

그건 그렇겠지.

[그리고 그 광산은 우리가 120년간의 개척을 통해 현재 상태를 만든 거다.]

고블린을 바라본다. 커다란 눈동자가 나를 바라본다. 거짓말을 하는 거 같지는 않아 보인다.

"인간 측 대표가 말하기를 이 광산은 인간이 만들었다는데?"

"아니다. 동굴. 우리 집. 인간. 나중에."

고블린은 자신의 주장을 굽힐 생각이 없어 보인다. 좀 더 문장으로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단어로만 대화하니 의미 전달이 쉽지 않다.

한숨이 나온다. 고블린의 말을 좀 더 들어볼 필요가 있다.

"자세히 말해 줄래?"

"우리 집. 동굴 안쪽. 어둡다. 인간. 벽. 부순다. 빛. 들어온다."

말을 마친 고블린은 고개를 끄덕인다. 나를 빤히 바라본다. 저 눈빛에 담긴 것은 질문. 이제 이해 하겠어? 정도 되겠다.

역시 단어만으로는 이해가 어렵다. 고블린이 한 말을 곱 씹는다. 무슨 말을 한 걸까.

[아이작? 고블린과 대화하는 중인가?]

[네. 그렇습니다.]

리벨린의 질문에 대답하며 생각을 계속한다. 고블린 언어를 이해하는 건 많은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그러니까. 원래 광산 안쪽에 살고 있었는데 벽이 무너지면서 인간이 나타났다?"

대충 이해한 내용을 확인받는다.

"그렇다."

다행이다. 내가 제대로 이해했구나. 계속 이런 식이면 힘들 거다. 고블린의 말을 이해할 방법을 생각해보자.

일단 고블린의 말을 리벨린에게 전하고 나서.

[고블린이 말하기를. 원래 동굴에 살고 있었는데 인간들이 벽을 부수며 들어왔답니다.]

리벨린의 대답이 들려오지 않는다. 생각에 잠긴 거겠지.

시간이 흐른다. 아직도 생각을 정리 못 한 건가? 고블린은 가만히 나를 바라본다. 통로 쪽의 에스나도 나를 바라본다. 에스나 너머에서 보이는 고블린들도 나를 바라본다.

머릿속에서는 아무런 목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다. 슬슬 대답해 줬으면 좋겠는데.

[음. 대충 알겠다.]

이제야 목소리가 들려온다.

[뭐 하고 있었길래 대답이 이렇게 늦으십니까?]

[다 씻어서 몸을 닦고 있었다.]

몸을 닦고 있다고? 수건으로? 팔다리를?

짝 소리가 나게 양 뺨을 손으로 친다. 쓸데없는 생각을 내어 쫓는다. 집중하자. 다른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정신 차리자.

[제가 했던 이야기는 들으셨습니까?]

[들었다. 고블린을 처음 만난 광부들의 증언과도 일치한다. 광산을 넓히는 과정 중에 벽 너머에서 고블린들이 나왔다고 했으니까.]

그럼 고블린들의 주장이 맞는 건가. 이야기가 점점 복잡해지는 느낌이다.

[리벨린. 만약 고블린들의 주장이 맞는다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어떻게 하긴. 그 광산은 포기 못 한다. 어찌 되었든 고블린들을 다 몰아내도록.]

대화로 해결은 못 하는 건가. 기왕이면 평화롭게 해결하고 싶은데.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광산 하나를 청소하는 건 귀찮거든.

[일단 동굴을 다 확인하고 고블린들의 처우를 결정하겠습니다.]

[그건 곤란한데. 우리는 빠르게 광산을 사용해야 한다.]

음. 어떻게 해결할까. 잘 생각이 나지 않을 때는 에스나를 부르자.

"에스나!"

고블린과 대치 중인 에스나를 부른다. 에스나는 고블린과 나를 번갈아 바라본다. 한숨을 쉬고 나에게 다가온다. 고블린을 바라보며 뒷걸음질 치면서.

다행히 고블린은 통로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무슨 일입니까? 바쁜 거 안 보이십니까?"

"너 고블린이랑 인간이랑 협력했던 이야기 같은 거 알아?"

질문을 들은 에스나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왜 그런 질문을 하십니까?"

"일단 답해줘."

"기록에 따르면 인간과 고블린의 협력은 몇 번 있었습니다."

내 옆에 앉아 있는 붉은 손은 나와 에스나를 번갈아 바라본다.

"가장 최근은 30년 전의 테제아입니다. 고블린들로 정찰부대를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진짜로?"

"진짜입니다. 지금도 고블린 부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자세히는 모릅니다. 기록에 남겨진 대로라면 고블린들에게 사람의 말을 가르쳤다고 합니다."

그렇단 말이지. 그럼 여기의 고블린들과도 협력할 가능성이 있네.

[이봐 아이작? 슬슬 기다리는 것도 지쳐간다.]

머릿속에 리벨린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오래 기다리게 하기는 했지.

[테제아에서는 고블린으로 만들어진 정찰부대를 운영한답니다.]

[그 소식은 알고 있다.]

[그러니까 여기 고블린들도 그런 방식으로 쓸 수 있지 않을까요?]

리벨린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는다.

[고블린으로 광산을 운영한 다라······.]

침을 삼키며 리벨린의 대답을 기다린다. 고블린과 에스나는 나를 빤히 바라본다.

[가능성은 있나?]

[있습니다.]

아마도? 가지고 있는 물품 중에 쓸만한 게 있을 거다. 안되면 어쩔 수 없는 거고.

[좋아. 그러면 알아서 하도록. 어찌 되었든 그 광산은 꼭 되찾아야 해.]

[다음번에는 조합장실에서 뵙겠습니다.]

정신 대화를 해체한다.

"된다?"

"잘 됐어. 인간 측 대표가 협상을 원해. 너희가 이 동굴에서 광물을 캐면 너희 집을 보장해준대."

"인간. 말. 어렵다."

이걸 어떻게 쉽게 설명하지.

"음···. 그러니까······."

쉽게 설명할 생각은 접자. 차라리 고블린에게 인간의 말을 가르쳐야지.

물품창에 들어 있는 물품들을 떠올린다. 지능을 올리면 대화가 쉬워지겠지?

그냥 올리면 안 된다. 올라간 지능이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 그리고 붉은 손 혼자서 지능이 올라간다고 끝나는 건 아니지.

통로에 모여있는 고블린들을 바라본다. 저 고블린들도 다 사람 말을 하게 해야지.

"갑자기 떠오른 생각인데. 저 고블린들은 뭐야?"

"가족."

"가족?"

백이 넘어 보이는 숫자인데 다 가족인가?

"고블린들은 부족 생활을 합니다. 아마 이 고블린이 저 고블린들의 부족장일 겁니다."

에스나는 붉은 손과 통로의 고블린들을 번갈아 가리킨다.

"잘 알고 있네?"

"저는 백룡 기사 본부에 있는 모든 책을 읽었습니다. 그곳에는 하라익 대백과도 있습니다."

백과사전 같은 거겠지? 그나저나 하라익의 이름이 붙어있네.

"더 자세히 알려줄래?"

"고블린은 깊은 숲이나 지하에서 집단을 이루어 생활합니다. 혈육관계로 이어진 부족 몇 개가 모여 집단을 구성합니다. 그 집단의 우두머리는 대족장이라고 부릅니다. 작은 동물이나 식물을 먹으며 생활합니다."

"그만. 그만."

도대체 어디까지 이야기할 생각이지?

"더 필요 없는 것이군요."

실망의 기색이 담겨 있는 말이다.

"질문이 하나 있는데."

에스나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붉은 손을 바라본다.

"대족장을 만날 수 있을까?"

갑자기 고블린이 이상한 소리를 낸다. 겁을 먹은 듯 벽에 바짝 붙는다.

"대족장. 무섭다. 죽인다. 우리. 죽인다. 인간. 대족장. 인간. 싫다."

대족장이 인간을 싫어한다는 말이지? 고블린과 인간 가리지 않고 죽이는 거고.

여기 있는 고블린들의 지능을 상승시켜도 의미는 없겠다. 대족장이라는 녀석이 인간을 거부하면 의미가 없지.

"그래도 만나봐야겠어."

고블린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이런 건 인간과 비슷하네.

"알겠다. 안내."

고개를 끄덕인 고블린이 앉은 자리에서 일어난다.

"어떻게 된 겁니까?"

에스나는 통로로 걸어가는 고블린을 보며 질문한다.

"대족장을 한 번 만나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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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164. 10막 2장 - Missing (1) | Glinda +6 19.10.07 838 11 11쪽
163 163. 10막 1장 - 심문의 시간 (2) | Isaac +6 19.10.05 814 12 12쪽
162 162. 10막 1장 - 심문의 시간 (1) | Glinda +2 19.10.04 820 14 11쪽
161 161. 10막 서장 - 수사 시작 | Glinda +5 19.10.03 851 12 12쪽
160 160. 막간 - 광기의 마녀 | Third Person +5 19.10.02 866 13 12쪽
159 159. 9막 종장 - 얼음 위의 피 | Isaac +2 19.10.01 911 13 11쪽
158 158. 9막 4장 - 겨울이 다가온다 (4) | Isaac +2 19.09.30 893 12 11쪽
157 157. 9막 4장 - 겨울이 다가온다 (3) | Isaac +3 19.09.28 932 14 11쪽
156 156. 9막 4장 - 겨울이 다가온다 (2) | Glinda +8 19.09.27 931 12 11쪽
155 155. 9막 4장 - 겨울이 다가온다 (1) | Glinda +2 19.09.26 966 12 11쪽
154 154. 9막 3장 - 늑대와 달 (6) | Isaac +6 19.09.25 1,040 13 11쪽
153 153. 9막 3장 - 늑대와 달 (5) | Isaac +7 19.09.24 969 12 11쪽
152 152. 9막 3장 - 늑대와 달 (4) | Glinda +9 19.09.23 1,007 14 11쪽
151 151. 9막 3장 - 늑대와 달 (3) | Isaac +6 19.09.21 1,019 13 11쪽
150 150. 9막 3장 - 늑대와 달 (2) | Glinda +3 19.09.20 1,010 12 11쪽
149 149. 9막 3장 - 늑대와 달 (1) | Isaac +2 19.09.19 1,052 11 11쪽
148 148. 9막 2장 - 수상한 마을 (4) | Glinda +2 19.09.18 1,055 12 11쪽
147 147. 9막 2장 - 수상한 마을 (3) | Glinda +2 19.09.17 1,032 11 11쪽
146 146. 9막 2장 - 수상한 마을 (2) | Isaac +4 19.09.16 1,079 12 11쪽
145 145. 9막 2장 - 수상한 마을 (1) | Isaac +2 19.09.14 1,112 13 11쪽
144 144. 9막 1장 - 비 오는 날 (3) | Issac +3 19.09.13 1,114 15 11쪽
143 143. 9막 1장 - 비 오는 날 (2) | Issac +2 19.09.12 1,112 14 11쪽
142 142. 9막 1장 - 비 오는 날 (1) | Isaac +2 19.09.11 1,133 14 11쪽
141 141. 9막 서장 - 인테아를 향하여| Glinda +4 19.09.10 1,163 15 11쪽
140 140. 8막 종장 - 강철연맹과 고블린 | Isaac +2 19.09.09 1,156 14 11쪽
139 139. 8막 5장 - 고블린의 광산 (4)| Isaac +4 19.09.07 1,229 14 11쪽
138 138. 8막 5장 - 고블린의 광산 (3)| Isaac +6 19.09.06 1,183 14 11쪽
» 137. 8막 5장 - 고블린의 광산 (2)| Isaac +2 19.09.05 1,175 14 12쪽
136 136. 8막 5장 - 고블린의 광산 (1)| Isaac +2 19.09.04 1,238 14 12쪽
135 135. 8막 4장 - 강철 연맹 (2)| Isaac +3 19.09.03 1,235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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