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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me 님의 서재입니다.

퍼펙트 메이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완결

justme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0
최근연재일 :
2019.12.14 07:00
연재수 :
223 회
조회수 :
408,539
추천수 :
6,068
글자수 :
1,143,357

작성
19.09.1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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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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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글자
11쪽

143. 9막 1장 - 비 오는 날 (2) | Issac

DUMMY

비가 계속 내린다. 창문은 없지만, 벽 너머로 빗소리가 들려온다.

식사준비는 아직인가. 꽤 시간이 지난 거 같은데.

지금 우리는 전부 의자에 앉아 적당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모닥불을 쬐면서.

"으음. 더는 못 먹어."

글린다는 양다리를 끌어안은 체 잠꼬대를 한다. 에스나도 꾸벅꾸벅 졸고 있다. 맥도 다를 게 없다. 의자에 등을 기대고 자는 중.

지금 깨어 있는 것은 나밖에 없다. 그래서 옷도 내가 보고 있지. 마른 옷은 잘 개어서 의자에 올려뒀다.

이제 신경 써야 할 일도 없다. 그냥 편안히 시간을 보내면 된다. 팔짱을 끼고 고개를 숙인다.

잠들지는 못한다. 그냥 멍청하게 시간을 보낼 뿐이지.

"식사 준비 다 됐어요!"

꼬마의 우렁찬 목소리가 방안을 채운다. 잠든 사람도 깨워버릴 외침이다.

"우아앗!!!"

역시나. 꼬마의 외침에 글린다가 비명을 지르며 일어난다. 사방으로 팔을 휘저으며 정신을 차린다. 용케 의자에서 안 떨어졌네.

"식사 준비가 된 겁니까?"

글린다가 호흡을 가다듬는 사이 에스나는 눈을 비비며 일어난다. 맥도 크게 하품을 하며 몸을 푼다.

"엄청난 반응이네요!"

꼬마는 글린다의 반응이 마음에 들었나 보다.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글린다를 바라본다. 글린다는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혀를 찬다.

"전부 저를 따라와 주세요!"

앉은 자리에서 일어난다. 가볍게 옷을 정리하고 꼬마를 따라간다. 다른 사람들도 금방 내 뒤를 따라온다.

"흐아암. 왠지 엄청 피곤하네요."

글린다는 눈을 비비며 하품을 한다.

"감기 징조일 수 있습니다."

그런 건가. 나야 항상 아프던 사람이라 잘 모르겠다.

"오늘 푹 주무시면 괜찮아질 거에요."

꼬마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앞으로 걸어간다. 복도는 상당히 길다. 응접실로 갈 때도 느낀 거지만 엄청 길다.

우리가 들어왔던 나무문을 지나친다. 그러고도 복도는 한참이나 이어져 있다. 도대체 어떻게 되먹은 구조일까.

"무하나 공국의 건축은 특이하네."

"정확히 말하면 란타 반도의 건축 양식입니다."

뒤쪽에서 건축에 관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흥미 있는 주제니 귀를 세우자.

"어떻게 되어 있는 건물인가요?"

맥도 관심이 있나 보다. 에스나는 헛기침을 하고 설명을 시작한다.

"기본적으로 정사각형 형태를 띱니다. 문으로 들어가면 좌우로 난 긴 복도가 나타납니다."

들어올 때 봤지. 당황스러울 정도로 긴 복도.

"왼쪽으로 가면 응접실이 나타납니다. 오른쪽은 생활공간입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걷고 있는 방향이지. 이쪽 방향 복도도 만만치 않게 길다.

"생활공간에서 처음 나오는 것은 식당입니다. 우리가 가고 있는 곳입니다."

"이제 금방 도착할 거에요!"

꼬마도 우리 이야기를 듣고 있었나 보다.

"식당 옆에는 주방이 있습니다. 그리고 식당을 지나면 세탁실 같은 가사 공간이 나타납니다."

"그다음에는 개인적인 공간들이 나타나요. 침실이나 서재 같은 거요. 이 집에서는 계단을 올라야 나타나죠."

꼬마는 신이 난 목소리로 설명을 보충한다.

"자. 벌써 도착했네요!"

복도의 끝에는 양옆으로 열리게 되어 있는 큰 문이 있다. 나무로 만들어진 고풍스러운 문. 독수리가 조각되어 있기도 하다.

"그럼 열어 볼까요?"

꼬마는 양 손바닥을 비빈다. 거대한 문의 손잡이를 잡고 숨을 들이쉰다. 자기 체구보다 몇 배는 큰 문을 밀기 시작한다.

불쌍해 보이기까지 하는 광경이다. 작게 한숨을 쉬고 꼬마의 등 뒤에 선다. 문에 손을 올리고 팔에 힘을 준다.

"흐엑."

꼬마는 이상한 소리를 내며 놀란다. 벌어진 입과 크게 뜬 눈. 제대로 놀란 얼굴이다.

"놀라지 말고 문이나 열자."

"네!"

꼬마는 팔에 다시 힘을 준다. 거대한 문이 쉽게 열리기 시작한다.

"우와."

열린 문으로 보이는 식당의 모습. 뒤쪽에서 맥이 감탄을 내뱉는다. 확실히 감탄할 만하다.

화려하다고는 빈말로도 못한다. 변변찮은 장식조차 없는 단출한 식당. 그런데도 뭔가 압도하는 것이 있다.

돌로 만들어진 벽과 천장. 다듬어진 바위를 연결한 식탁. 벽 한쪽에서 타오르는 모닥불. 일렁이는 불빛에 만들어지는 그림자들.

웅장하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공간이다.

"어서 와서 앉으시죠."

문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는 카마엘라가 앉아 있다. 그리고 우리를 맞이한다.

"식사에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뒤에 서 있던 에스나가 앞으로 나와 카마엘라에게 인사한다. 카마엘라는 슬며시 웃을 뿐이다.

"카밀. 손님들에게 자리를 안내해 주어라."

"네!"

이름이 카밀이구나. 처음 알았다.

카마엘라의 말에 힘차게 대답한 카밀은 맥과 글린다의 손을 잡아끈다. 음. 카마엘라와 카밀. 이름이 비슷하네.

"두 분은 이쪽에 앉으세요."

맥과 글린다는 카밀의 안내에 따라 의자에 앉는다. 얼굴을 보니 적잖이 당황해있다.

"아이작. 우리도 자리에 앉읍시다."

"그러자고."

저렇게 카밀에게 끌려가면 당황스러울 거다. 먼저 자리에 앉아 버리자.

나와 에스나는 맥과 에스나를 마주 보는 자리에 앉는다. 카밀은 자기가 직접 안내해주지 못해서 불만인 듯 볼을 부풀린다.

"카밀. 음식을 가지고 오너라."

"알겠습니다."

카마엘라의 말에 카밀은 식당에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간다. 저기가 주방인가.

"에스나 씨. 백룡 기사와 함께 식사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야말로 여러분을 위해 봉사할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에스나와 카마엘라가 대화를 주고받는다. 하나도 이해 못 하겠다. 무슨 봉사를 말하는 거지.

"가져왔어요."

주방으로 연결되는 문이 열리고 접시가 가득히 담긴 수레가 들어온다. 끌고 있는 사람은 당연히 카밀.

음. 뭔가 이상한데? 이 집 생각보다 넓은데 시종은 카밀밖에 없는 건가?

그보다 식당에 카마엘라밖에 없었잖아. 다른 사람은 아예 없는 거야?

약간 이상한데. 에스나와 글린다도 느낀 것 같다. 맥은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이지만.

"오늘의 저녁은 소고기 스테이크입니다."

카밀이 수레에서 그릇과 접시들을 꺼낸다. 하나씩 식탁에 올려놓는다.

향긋한 냄새가 후각을 자극한다. 탐스러운 육즙이 시각을 자극한다. 접시가 식탁에 놓이는 소리가 청각을 자극한다.

"차린 건 없지만 맛있게 드셔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차린 게 없다고? 식탁 위에는 빈틈없이 음식이 차려져 있다. 갑자기 찾아온 손님인데 이렇게 준비가 되어 있다니.

"감사히 먹겠습니다."

글린다가 먼저 감사를 표하고 식기를 들어 올린다. 저 얼굴을 봐라. 식욕에 지배당했다.

그렇게 글린다를 시작으로 식사가 시작되었다. 카밀은 카마엘라의 옆에 앉아 그를 도와준다.

식사는 말없이 이어진다. 고기 써는 소리, 음식을 씹는 소이, 장작이 타오르는 소리만 들린다.

"여러분은 인테아로 가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본부에 보고할 일이 있습니다."

침묵을 깨고 에스나와 카마엘라의 대화가 시작된다.

"정해진 기한이 있습니까?"

"없습니다만. 겨울이 오기 전까지는 올라갈 예정입니다."

카마엘라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다면. 조금 도움을 주실 수 있겠습니까?"

갑자기? 당황스러울 정도다.

"봉사는 저의 의무입니다.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갑자기? 에스나의 말도 당황스럽다.

혼란에 빠져 카마엘라와 에스나를 번갈아 바라본다. 글린다도 손을 멈추고 상황을 주시 중이다. 맥만이 눈치 없게 음식을 씹는다.

"무엇을 도와드리면 되겠습니까?"

카마엘라는 쉽게 일을 열지 못한다. 주변의 눈치를 보듯 눈동자를 돌린다. 시선이 향한 곳은 맥과 글린다.

"괜찮습니다. 믿을 만한 사람입니다."

"알겠습니다. 이야기하겠습니다."

카마엘라는 들고 있는 식기를 내려놓는다. 나와 에스나도 식기를 내려놓고 카마엘라를 바라본다. 카밀도 카마엘라를 바라본다.

글린다는 잠시 눈치를 보다 눈을 질끈 감고 식기를 내려놓는다. 맥은 아무것도 모른 채 음식을 먹고 있다.

"켁."

갑자기 맥의 입에서 비명이 나온다. 글린다에게 옆구리를 얻어맞은 모양. 맥은 울상을 지으며 식기를 내려놓는다.

"다들 들을 준비가 되셨군요. 그럼 이야기하겠습니다."

카마엘라는 약간의 헛기침을 한다.

"현재 이 마을에 좋지 않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심각한 표정. 떨리는 목소리.

"늑대인간의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히익!"

맥이 소리를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얼굴을 찌푸리고 다시 자리에 앉는다. 배를 부여잡고 있다. 글린다한테 또 맞았네. 불쌍한 맥.

"뭐. 확실한 증거는 아닙니다. 밤에 늑대 소리를 들었다는 소문만 있습니다."

"그래도 저에게 부탁하신다는 것은 뭔가 증거가 있어서 아닙니까?"

카마엘라가 고개를 끄덕이고 카밀을 바라본다. 카밀은 침을 삼키고 입을 연다.

"제가 봤어요."

"늑대인간을 말입니까?"

카밀은 고개를 끄덕인다.

"지난 보름날이었어요. 옆 마을에 편지를 전해주고 오는 길이었죠. 언덕에서 울부짖는 늑대가 있었어요."

카밀의 몸이 떨린다.

"너무 무서웠어요. 놈이 나에게 다가왔어요. 땅을 박차고 달려왔어요."

카밀의 호흡이 가빠진다.

"도망갔어요. 정말 미친 듯이 달렸어요. 그런데도 도망칠 수 없었어요."

카밀의 얼굴이 창백해진다.

"뒤에서 울음소리가 들려왔어요. 무서웠어요. 다행히 마을에 도착했어요. 뒤를 돌아보니까 아무것도 없었어요."

"이제 괜찮습니다."

에스나가 말을 이어가려던 카밀을 제지한다. 그제야 카밀은 호흡을 가다듬는다.

"성체는 아닌 모양입니다. 다행이군요."

"해결해 주실 수 있습니까?"

"문제없습니다. 맡겨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오늘은 늦었으니 방에서 쉬시면 됩니다."

에스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카밀. 손님들을 안내해 주어라."

"알겠습니다."

카밀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걸음이 약간 불안하다. 아까의 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한 거다.

"우리도 일어납시다."

에스나가 의자에서 일어난다. 나도 에스나를 따라 일어난다. 맥과 글린다는 아쉬운 표정으로 식탁을 바라보다 일어난다.

"손님 방은 3층이에요."

카밀은 작은 나무문을 열며 우리를 안내한다. 또 기다란 복도가 나타난다. 무하나 공국 사람들은 복도를 좋아하는 건가.

현관이 있는 복도와 다른 점은 양옆에 문이 꽤 많이 달렸다는 거다. 아마 이게 세탁실 같은 공용 공간이겠지.

"계단은 이쪽이에요."

복도의 끝에는 돌로 만들어진 계단이 놓여 있다. 올라가는 카밀을 따라 차근차근 계단을 오른다.

"2층은 어르신과 제가 쓰고 있어요."

휠체어를 가지고 2층에 어떻게 올라오지? 카밀이 엎고서 올라오나?

"다른 사람은 살지 않는 거야?"

"에···. 그게···. 다 돌아가셨어요···."

카밀이 머뭇거리며 글린다의 질문에 대답한다.

"어···. 미안···."

"아니에요."

카밀은 팔다리를 힘차게 휘두르며 계단을 올라간다.

"짜잔! 여기가 3층!"

3층 역시 기다란 복도가 존재한다.

"적당히 원하는 방을 이용하시면 돼요. 방에 있는 알림줄을 당기면 제가 재빠르게 올 거예요!"

카밀은 다시 계단을 내려간다. 그럼 이제 좀 쉬어볼까.

"잠시만."

방문을 열려는데 에스나가 부른다.

"이야기하고 싶은 내용이 있습니다."

에스나가 나와 글린다와 맥을 바라본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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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 163. 10막 1장 - 심문의 시간 (2) | Isaac +6 19.10.05 814 12 12쪽
162 162. 10막 1장 - 심문의 시간 (1) | Glinda +2 19.10.04 820 14 11쪽
161 161. 10막 서장 - 수사 시작 | Glinda +5 19.10.03 851 12 12쪽
160 160. 막간 - 광기의 마녀 | Third Person +5 19.10.02 866 13 12쪽
159 159. 9막 종장 - 얼음 위의 피 | Isaac +2 19.10.01 911 13 11쪽
158 158. 9막 4장 - 겨울이 다가온다 (4) | Isaac +2 19.09.30 893 12 11쪽
157 157. 9막 4장 - 겨울이 다가온다 (3) | Isaac +3 19.09.28 933 14 11쪽
156 156. 9막 4장 - 겨울이 다가온다 (2) | Glinda +8 19.09.27 931 12 11쪽
155 155. 9막 4장 - 겨울이 다가온다 (1) | Glinda +2 19.09.26 966 12 11쪽
154 154. 9막 3장 - 늑대와 달 (6) | Isaac +6 19.09.25 1,040 13 11쪽
153 153. 9막 3장 - 늑대와 달 (5) | Isaac +7 19.09.24 969 12 11쪽
152 152. 9막 3장 - 늑대와 달 (4) | Glinda +9 19.09.23 1,007 14 11쪽
151 151. 9막 3장 - 늑대와 달 (3) | Isaac +6 19.09.21 1,019 13 11쪽
150 150. 9막 3장 - 늑대와 달 (2) | Glinda +3 19.09.20 1,010 12 11쪽
149 149. 9막 3장 - 늑대와 달 (1) | Isaac +2 19.09.19 1,052 11 11쪽
148 148. 9막 2장 - 수상한 마을 (4) | Glinda +2 19.09.18 1,055 12 11쪽
147 147. 9막 2장 - 수상한 마을 (3) | Glinda +2 19.09.17 1,033 11 11쪽
146 146. 9막 2장 - 수상한 마을 (2) | Isaac +4 19.09.16 1,079 12 11쪽
145 145. 9막 2장 - 수상한 마을 (1) | Isaac +2 19.09.14 1,112 13 11쪽
144 144. 9막 1장 - 비 오는 날 (3) | Issac +3 19.09.13 1,114 15 11쪽
» 143. 9막 1장 - 비 오는 날 (2) | Issac +2 19.09.12 1,113 14 11쪽
142 142. 9막 1장 - 비 오는 날 (1) | Isaac +2 19.09.11 1,133 14 11쪽
141 141. 9막 서장 - 인테아를 향하여| Glinda +4 19.09.10 1,163 15 11쪽
140 140. 8막 종장 - 강철연맹과 고블린 | Isaac +2 19.09.09 1,156 14 11쪽
139 139. 8막 5장 - 고블린의 광산 (4)| Isaac +4 19.09.07 1,229 14 11쪽
138 138. 8막 5장 - 고블린의 광산 (3)| Isaac +6 19.09.06 1,183 14 11쪽
137 137. 8막 5장 - 고블린의 광산 (2)| Isaac +2 19.09.05 1,175 14 12쪽
136 136. 8막 5장 - 고블린의 광산 (1)| Isaac +2 19.09.04 1,238 14 12쪽
135 135. 8막 4장 - 강철 연맹 (2)| Isaac +3 19.09.03 1,235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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