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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me 님의 서재입니다.

퍼펙트 메이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완결

justme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0
최근연재일 :
2019.12.14 07:00
연재수 :
223 회
조회수 :
408,553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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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43,357

작성
19.09.11 10:30
조회
1,133
추천
14
글자
11쪽

142. 9막 1장 - 비 오는 날 (1) | Isaac

DUMMY

하늘에서 쏟아지는 빗줄기는 흐르는 눈물

태양을 가리운 칠흑의 먹구름은 우울의 표정


- 시, `비` 中 발췌 -


"지금 뭐라고 했어?"

당황스럽다. 분명 내가 잘못 들은 걸 거다. 모닥불에 정신이 팔렸었으니 잘 못 들었을 수 있다. 당연히 그런 거겠지.

제정신이라면 이런 허허벌판에서 옷을 갈아입으려 하지 않겠지.

"여기서 옷을 갈아입는다고 했습니다."

미친. 에스나가 입고 있는 갑옷을 벗으며 대답한다.

여기서는 이게 정상인가? 글린다를 바라본다.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있다. 맥도 당황하는 중이다.

좋아. 다행이다. 내 상식이 무너지지는 않았어.

"잠깐! 정지!"

완전히 갑옷을 다 벗은 에스나를 보고 글린다가 소리 지른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옷을 입고 손을 부들부들 떤다.

"지금 뭐하는 거야?"

"옷을 갈아입습니다."

에스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글린다에게 대답한다. 맥은 이미 얼굴을 가리고 몸을 돌리고 있다.

나도 저러고 싶다. 하지만 왠지 모른 자존심이 그걸 막고 있다.

"여기서 갈아입지 마. 문명인이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문명인은 남의 집에 젖은 옷으로 방문하는 것도 아닙니다."

에스나의 지적에 글린다가 한 발 뒤로 물러난다.

물러나지 마세요. 글린다 양. 제발 저 악당을 물리쳐 주세요. 사실 저도 부끄러워서 죽어버릴 거 같습니다.

"하지만 개방된 공간에서 옷을 벗는 건 좀 아니지."

"젖은 옷을 계속 입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건 그렇지."

글린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거기서 동의를 하면 어떡해?

"그래도 좀 아닌 거 같은데. 봐봐. 맥도 고개를 돌리고 있잖아."

맥은 한쪽 구석에 머리를 박고 있다. 뭔가 중얼거리는데 들리지는 않는다. 정신이 반쯤 나간 거 같다.

"어차피 안 보고 있으니 상관없습니다."

에스나는 그렇게 말하며 입고 있는 셔츠의 단추를 푼다.

"으아악! 이 미친놈이!"

나도 모르게 소리 질렀다. 의자 등받이에 바짝 붙인 채로 눈을 가렸다. 에스나를 향해 손을 뻗어서 시야를 가렸다. 다 나도 모르게 일어난 일이다.

"아이작?"

"마법사님?"

제기랄. 글린다와 에스나가 나를 부른다. 몸이 굳어버려서 이 자세로 움직일 수 없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게 느껴진다.

"푸흡."

누군가 비웃었다. 눈을 가리고 있어서 누군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느낌이 말하기를, 이건 에스나다.

"에스나!"

"아이작. 엄청 아이 같은 면이 있으십니다."

봐봐. 지금도 놀리고 있잖아.

"그렇게 부끄러워서 저희랑 여행은 어떻게 했습니까?"

나에게로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려온다. 눈을 감으니까 청각이 예민해졌다.

"글린다 양? 에스나를 말려주시지 않겠습니까?"

몸은 움직이지 않아도 입은 잘 움직인다. 나도 참 대단하다.

"도와드려야 하나요? 저는 이 상황이 재밌는데."

제기랄! 이 인간이고 저 인간이고 전부 똑같아!

"포기하시면 됩니다. 그냥 조금 놀림당하시면 편해질 겁니다."

그게 싫다는 거다! 에스나는 내 생각을 무시하고 조금씩 다가온다.

천이 살에 스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너무 자극적이다. 단추를 푸는 소리가 들려온다. 더 자극적이다. 맥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건 자극적이지 않다.

"이런. 벌써 상의를 다 벗었습니다."

"그런 말 하지 마! 상상하잖아!"

"으아. 마법사님 변태."

"아닙니다! 전 변태가 아닙니다!"

"변태 맞는 거 같습니다."

"너한테 들을 말은 아니다!"

"마법사님이 할 말도 아닌 거 같아요."

"전 변태가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인정하면 편해집니다."

"좀 닥쳐!"

에스나가 더 가까이 걸어온다. 의자 앞까지 다가왔다. 호흡이 느껴진다. 이건 아닌 거 같아.

생각하자. 이 상황을 벗어날 계책이 있을 거다. 아마도 있을 거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십니까?"

"히익!"

귓가에 숨결이 스친다. 에스나의 목소리가 귓바퀴를 돌고 고막을 때린다.

"가져오기! 폭풍탄 주문서!"

"지금 뭐하시는!"

눈을 감은 채로 손에 느껴지는 주문서를 찢는다. 에스나의 외침은 들리지 않는다.

강한 돌풍이 머리카락을 훑고 지나간다. 그대로 에스나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쏘아낸다.

사방으로 폭풍이 휘몰아친다. 에스나가 바람에 휩쓸려 날아가는 것이 느껴진다. 주변 집기가 쏟아지는 소리가 들린다. 생각보다 많이 어지럽힌 거 같네.

"으윽. 아프지 않습니까."

뭔가에 부딪히는 소리는 없었다. 벽이나 바닥에 충돌하지는 않았다는 거다. 갑작스러운 공격이었을 텐데 반응하다니. 확실히 대단한 능력이다.

"너무하신 거 아닙니까?"

"옷이나 입고 말해."

눈을 꼭 감은 체 에스나의 말에 대답한다. 에스나는 혀를 짧게 찬다. 불만이 있는 것 같지만, 옷 입는 소리가 들린다.

"다 갈아입었습니다."

"눈 떠도 되는 거야?"

"아직 이요."

말을 꺼낸 건 글린다다.

"저도 옷 갈아입게 조금 더 감고 있어 주세요."

글린다가 제정신이 아니다. 분명 여기서 어떻게 옷을 갈아입느냐고 했던 사람인데.

어쩔 수 없다. 그냥 눈이나 꼭 감고 있자. 여태까지 잘 감고 있었잖아.

글린다가 옷을 갈아입는 소리가 들린다. 이미 파도가 한 번 지나갔기에 큰 자극은 느끼지 않는다.

"다 입었어요."

"그럼 눈을 떠도 됩니까?"

"네."

글린다의 대답을 듣고 나서야 눈을 뜬다. 오래 감고 있었더니 눈이 침침하다. 몇 번 깜빡이며 시야를 회복해간다.

응접실은 어질러져 있다. 내가 쏜 폭풍탄 때문이겠지. 에스나와 글린다는 편해 보이는 흰 옷차림이다. 그 꼬마가 준비해준 옷인가.

"이제 맥만 갈아입으면 되겠네요."

맥은 물이 흐르는 옷을 입은 채 벽에 머리를 박고 있다. 중얼거리는 것도 멈추지 않는다.

"맥!"

글린다가 맥의 이름을 부른다. 맥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 정신이 나간 거 같다.

한숨을 쉬고 의자에서 일어난다. 저런 상태의 맥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평소에도 도움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맥."

맥에게 다가간다. 이름을 부르며 어깨를 두드린다. 맥이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본다.

이거 상태가 심각하네. 맥의 눈동자는 허공을 바라본다. 입술을 작게 움직인다. 완전히 맛이 갔다.

"정신 차려라."

양어깨를 붙잡고 흔든다. 효과가 있다. 조금씩 눈에 초점이 돌아오고 있다.

"마법사님?"

맥은 그다지 또렷하지 않은 눈동자로 나를 바라본다.

"좋아. 정신이 돌아왔네. 그럼 이제 옷을 갈아입도록."

"네?"

맥은 멍청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본다. 이미 옷을 갈아입은 에스나와 글린다를 바라본다.

"두 사람은 언제 옷을 갈아입었데요?"

정신과 함께 기억도 날아갔구나. 한숨이 나온다.

"그렇게 됐어. 글린다 양. 맥의 옷 좀 가져다주실래요?"

"알겠어요."

에스나와 함께 의자에 앉아 있던 글린다가 일어난다. 에스나는 그대로 모닥불을 쬐고 있다.

"여기요."

"감사합니다."

글린다에게서 옷을 받아든다. 질감이 그리 좋지 않은 천. 입고 싶지는 않다. 물품창을 쓸 수 있어서 다행이다.

"이걸로 갈아입어."

"여기서요?"

옷을 받아든 맥이 나를 바라본다. 그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맥의 눈이 이리저리 돌아간다.

"하지만···. 여기는 너무 개방된 공간인데···."

"에스나. 글린다 양. 고개 좀 돌립시다."

내 말에 두 사람이 고개를 돌린다.

"됐네? 이제 갈아입어."

나도 그 말을 마치고 뒤로 돌아선다. 맥이 머뭇거리는 게 느껴진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눈동자만 굴리고 있겠지.

그래도 금방 결정을 내렸다. 맥이 옷을 갈아입는다. 침착하지만 재빠르게 옷을 벗는다. 준비된 옷을 냉큼 집어 입는다.

"다 입었어요."

엄청난 속도다. 30초도 되지 않아서 옷을 갈아입다니. 기네스 기록에 도전해도 되겠네. 여기에는 없겠지만.

"그래서 말인데. 어르신이란 사람은 언제 오는 거야?"

적당히 주변 의자에 앉으며 질문한다. 꼬마가 어르신을 부르러 간 후 꽤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잘 모르겠습니다. 노인이라 늦는 거 아니겠습니까?"

지팡이 같은 걸 짚은 노인? 그러면 그럴 수는 있겠네.

"미안하지만. 노인은 아닙니다."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바라본다. 응접실의 입구에는 두 사람이 있다. 의자에 앉은 젊은 남자와 아까 보았던 꼬마.

"다리가 이 모양이라 조금 늦었습니다."

남자가 의자에 앉은 채 다리를 덮은 천을 모포를 들어 올린다. 다리가 있어야 할 곳에 아무것도 없다.

지금 보니 의자가 평범하지 않다. 다리를 대신하여 바퀴가 달려 있다. 일종의 휠체어 같은 건가. 특이한 구조로 생겼네.

"아닙니다. 저희야말로 불편을 끼쳐 죄송합니다."

의자에 앉아 있던 에스나가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숙인다. 남자는 가볍게 고개를 숙인다.

"일단 자리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눠 봅시다."

꼬마가 청년을 응접실의 중앙으로 옮겨준다. 청년은 모닥불을 등 진 채 우리를 바라본다.

"저는 레테라피 마을의 촌장 역할을 하는 카마엘라입니다."

촌장치고는 상당히 젊어 보인다.

"백룡 기사 에스나입니다. 임무를 마치고 본부로 복귀하는 중입니다."

에스나는 정중하게 인사한다.

"글린다라고 해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글린다는 허리를 숙이며 살가운 인사를 건넨다.

"맥입니다."

맥은 빳빳하게 굳은 몸으로 인사한다.

"아이작입니다. 에스나와 동행중인 사람입니다."

마법사라고 소개하고 싶지만, 지금은 마법을 못 쓰니 참자.

"모두 만나서 반갑습니다. 편히 쉬었다 가시길 바랍니다."

카마엘라는 앉은 채로 정중하게 인사한다. 뒤에 서 있는 꼬마도 같이 허리를 숙인다.

"식사가 준비되면 부르러 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카마엘라가 말을 마치자 꼬마가 의자를 끌고 응접실 밖으로 걸어간다. 긴 복도에 바퀴가 굴러가는 소리가 퍼져간다.

"이제 어떻게 하지?"

복도에 아무도 보이지 않게 되자 글린다가 질문을 던진다.

"그냥 기다리면 됩니다. 모닥불이 따뜻하니 불이나 쬡시다."

에스나는 의자에 축 늘어진다.

"갑옷은 정리 안 해도 돼? 밖에 말들도 있고."

"괜찮습니다."

에스나는 기지개를 켜며 대답한다.

"갑옷은 알아서 마를 겁니다. 말들도 알아서 돌아다닐 겁니다."

그런 건가.

"그러면 편히 쉬도록 하지."

의자를 끌어서 모닥불 근처로 가지고 간다. 따뜻한 온기가 몸을 감싼다.

"젖은 옷도 좀 말리고 말이죠."

글린다가 어디선가 줄을 가지고 와 모닥불 근처에 건다. 맥은 바닥의 젖은 옷들을 들어 줄에 걸기 시작한다. 빨랫줄 같은 건가.

"그렇게 두면 타지 않나요?"

"그러지 않게 누군가 확인해야죠."

맥이 대답한다. 아마도 맥의 일이겠군. 줄에 옷을 전부 건 맥은 만족한 듯 양손을 허리에 올린다. 고개를 끄덕인다.

"완전 가정부 같아."

"윽."

글린다의 말에 맥의 손이 멈춰버린다. 자기가 할 것도 아니면 그냥 내버려 두지. 정말 왜 저럴까.

맥은 글린다를 노려본다. 글린다는 맥을 가볍게 무시한다. 맥은 가볍게 혀를 차고 옷 너는 것을 재개한다.


작가의말

하늘에서 쏟아지는 빗줄기는 흐르는 눈물

태양을 가리운 칠흑의 먹구름은 우울의 표정

흐르는 빗줄기는 눈물을 씻겨

하늘의 먹구름은 표정을 숨겨

그래서 난 비 오는 날이 좋아​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76 MR.Kang.
    작성일
    19.09.11 10:45
    No. 1

    순수의 결정체 아이작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맥... 일꾼이구나... 하하하 불쌍한 녀석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2 justme
    작성일
    19.09.11 11:41
    No. 2

    여성에 대한 익숙함을 수치로 표현하면 아이작은 -36% 정도입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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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164. 10막 2장 - Missing (1) | Glinda +6 19.10.07 839 11 11쪽
163 163. 10막 1장 - 심문의 시간 (2) | Isaac +6 19.10.05 814 12 12쪽
162 162. 10막 1장 - 심문의 시간 (1) | Glinda +2 19.10.04 820 14 11쪽
161 161. 10막 서장 - 수사 시작 | Glinda +5 19.10.03 851 12 12쪽
160 160. 막간 - 광기의 마녀 | Third Person +5 19.10.02 867 13 12쪽
159 159. 9막 종장 - 얼음 위의 피 | Isaac +2 19.10.01 912 13 11쪽
158 158. 9막 4장 - 겨울이 다가온다 (4) | Isaac +2 19.09.30 894 12 11쪽
157 157. 9막 4장 - 겨울이 다가온다 (3) | Isaac +3 19.09.28 933 14 11쪽
156 156. 9막 4장 - 겨울이 다가온다 (2) | Glinda +8 19.09.27 931 12 11쪽
155 155. 9막 4장 - 겨울이 다가온다 (1) | Glinda +2 19.09.26 966 12 11쪽
154 154. 9막 3장 - 늑대와 달 (6) | Isaac +6 19.09.25 1,041 13 11쪽
153 153. 9막 3장 - 늑대와 달 (5) | Isaac +7 19.09.24 969 12 11쪽
152 152. 9막 3장 - 늑대와 달 (4) | Glinda +9 19.09.23 1,007 14 11쪽
151 151. 9막 3장 - 늑대와 달 (3) | Isaac +6 19.09.21 1,019 13 11쪽
150 150. 9막 3장 - 늑대와 달 (2) | Glinda +3 19.09.20 1,010 12 11쪽
149 149. 9막 3장 - 늑대와 달 (1) | Isaac +2 19.09.19 1,052 11 11쪽
148 148. 9막 2장 - 수상한 마을 (4) | Glinda +2 19.09.18 1,056 12 11쪽
147 147. 9막 2장 - 수상한 마을 (3) | Glinda +2 19.09.17 1,033 11 11쪽
146 146. 9막 2장 - 수상한 마을 (2) | Isaac +4 19.09.16 1,079 12 11쪽
145 145. 9막 2장 - 수상한 마을 (1) | Isaac +2 19.09.14 1,113 13 11쪽
144 144. 9막 1장 - 비 오는 날 (3) | Issac +3 19.09.13 1,115 15 11쪽
143 143. 9막 1장 - 비 오는 날 (2) | Issac +2 19.09.12 1,113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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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137. 8막 5장 - 고블린의 광산 (2)| Isaac +2 19.09.05 1,175 14 12쪽
136 136. 8막 5장 - 고블린의 광산 (1)| Isaac +2 19.09.04 1,239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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