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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D 님의 서재입니다.

최종결정자 구태현 (결정자들과 예언자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Han.D
작품등록일 :
2018.02.07 00:14
최근연재일 :
2018.05.09 18:00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7,048
추천수 :
50
글자수 :
162,775

작성
18.03.07 18:00
조회
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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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8쪽

[셋, 운명, 미래 그리고 예언(1)]

DUMMY

[셋, 운명, 미래 그리고 예언(1)]




“정말 들어와졌네.”


잠이 들자마자 눈을 뜬 곳은 재판계였다. 정확히 이곳으로 어떻게 오는지는 모르지만, 이제 감이 좀 잡힐 것 같다. 그냥 ‘가야겠다고 강하게 생각했을 뿐이다.’ 그랬더니 정말로 와버렸다.

“여긴 2년이 넘도록 어째 그대로냐.”


어쩐지 조금은 그리운 느낌이 든다... 그런데 중요한 걸 생각 못했다. 누나를 만나기 위해 무작정 이곳에 왔다고는 하지만 이곳에 그녀가 없다면 의미가 없었다.


“누나가 들어올 때까지 매일 이곳에 와야 하는 건가.”

“아니, 그럴 필요 없어.”


목소리를 따라 뒤를 돌아보니 정말 그리운 얼굴이 있었다.


“누나!”


나도 모르게 그녀에게 달려가 포옹을 하려 했지만 오른쪽 뺨만 붉어질 뿐이었다.


“오랜만이네 태현아.”

“그러게요. 어떻게 지내셨어요?”

“그냥... 뭐, 이런 저런 일들 겪으면서 나름 잘 지내고 있었지... 태현아 정말 유감이구나.”

“예? 아버지 말이에요? 괜찮아요. 시간이 꽤 지났잖아요. 그리고 어머니랑 여동생도 있는데요 뭐... 아직 만나진 못했지만”

“태현이 조금은 중2병을 벗어난 것 같네.”

“옛날부터 자꾸 중2병 그러는데 저 정말 그런 병 걸린 적 없거든요!”


어느새 목적을 잃고 반가움에 누나와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눴다. 편안한 기분이 든다. 마치 내 방에 온 듯한...


“그런데 태현아. 너 왜 내 말을 듣지 않았니?”


기분 좋은 대화를 더 나누고 싶었지만 누나는 그럴 상황이 아니라는 듯 갑자기 표정을 굳히고 나에게 물었다.


“네? 무슨 말을...”

“내가 여긴 다시 오지 말라고 했잖아. 왜 내 말을 듣지 않은 거니.”


그런 얘기를 했던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예? 그게 그렇게 정색할 일인가요? 그보다 누나 나한테 사과해야할 일 있지 않아요? 처음부터 내가 재판계로 올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죠?”

“그래, 알고 있었어.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그렇게 하라고 한 거야. 구성진 의사에게 내가 그렇게 하라고 시킨 거야.”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아버지는 분명 자신의 계획이라고 하면서...”

“그건 뒷얘기고, 내가 구성진 의사의 죽음을 예언한건 알고 있겠지? 그래서 내가 너에게 구성진 의사의 능력을 인계하라고 시킨 거야.”

“도대체.. 무슨... 누나는 결정자잖아요.”

“맞아. 하지만 예언자이기도 해.”


잠깐만, 지금 머릿속이 너무 혼란스럽다. 조금은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시간을 내게 주지 않고 누나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결정자들의 능력, 재판계에서 타인의 생과 사를 결정지을 수 있다. 예언자들의 능력, 자신 혹은 타인의 가까운 미래나 먼 미래를 예언할 수 있다. 기본적인 틀은 그들과 같지만 근본적인 능력은 그들을 뛰어넘지. 그래서 너와 이곳에서 마주칠 수 있는 거고, 그래서 구성진 의사에게 그런 방법을 제시할 수 있었던 거야.”


거대한 망치로 뒤통수를 크게 한방 얻어맞은 것 같았다.


“나한테 그런 말은 안했잖아요.”

“하지 않은 거야. 그때 넌 어렸으니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그때 누나의 이런 능력을 얘기해 줬다면 아마 난 날뛰며 그런 능력을 전수해 달라고 난리를 쳤을 것이다.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알고 있었으면서... 아버지의 죽음을 알고 있었으면서 왜 막지 않은 거예요. 그런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으면서... 왜! 막지 않은 거죠!”

“진정해 태현아. 네 심정은 이해하지만 운명을 거스르면 안 돼. 정해진 미래를 바꾸면 균형이 깨져버리게 돼.”

“뭐? 운명? 균형? 그딴 게 알게 뭐야! 아버지의 미래를 예언했으면서 그 죽음을 멀리서 구경만 했다는 거잖아... 어떻게... 어떻게 그럴 수...”

“어쩔 수 없어. 태현아... 모두를 위해서 그렇게 해야만 해.”


뺨을 어루만지는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 증오, 분노, 그녀의 얼굴이 이젠 전혀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

그런 그녀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이 임무에 충실 할 수 있을 것 같다.


“좋아요. 그게 누나의 결정이라면... 인정할게요. 하지만 이제 누나가 뭐라고 해도 제 방식대로 할 겁니다.”

“안 돼! 태현아 넌 이제 더 이상 여기로 오면 안 돼!”

“오늘 누나를 만나 얘기하려고 했어요. N.FOX가 이민성 의사를 이용해 누나를 찾는다고요. 그 감시자로서 내가 와있는 거고요... 조심하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이제 그러고 싶지 않네요. 제 능력을 앤폭스에게 말할 겁니다. 그리고 재판계를 이용해 누나를 찾을 거예요. 그리고 우리가 누나의 능력을 차지할 겁니다.”

“태현아... 그렇게까지 해야겠니? 내가 재판계로 들어오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생각이니? 그리고 넌 능력을 제대로 활용 할 줄도 모르잖아.”


맞는 말이다. 사실, 뒷일을 생각하고 말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꼭 방법이 없는 건 아닐 것이다.


“설마, 앤폭스에 결정자들의 능력을 사용하는 사람이 한명도 없겠어요? 그들을 이용할 거예요.”

“...아니야. 태현아. 넌 그러지 못 할 거야. 그러니까 제발 그런 위험한 생각 하지 마.”

“그래요? 내 미래를 보셨나 봐요? 어떤가요? 제 미래는... 저도 곧 죽게 되나요? 아니면 누나를 위험에 빠트리게 되나요?”

“태현아...”


그녀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왜? 그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런 표정을 짓는 건데.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아넣었으면 조금 더 성취감에 젖은 표정을 지어봐!’


“태현아!!”


그때였다. 귀를 찢어버릴 것같은 누나의 외침이 들렸고, 순간 정신이 번뜩였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잠깐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누나의 오른 손목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곧 사람의 형태를 띠게 되었고, 그것은 당황한 내 앞으로 다가와 이번에는 내 손목을 움켜잡았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도대체 뭐, 뭐가...’

빛을 감싸던 사람의 형태는 곧 본 모습을 드러냈고, 그는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드디어 찾았다.”

“이, 이민성 의사!?”


그가 어째서? 어떻게 여기 있는 거지? 정확히 말하자면 나타났다. 하지만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거지?


“야, 태현아. 반가워”


얼어붙은 나와는 다르게 태연하게 인사를 건넸다. 미쳤나? 그러자 설아 누나가 다급하게 외쳤다.


“태현아! 도망쳐!”


뭐? 어떻게! 결정자들은 어떻게 하면 이렇게 하나같이 힘이... 벗어 날 수 없다.


“드디어 만났는데 이렇게 금방 헤어질 수는 없지. 하지만 정말 충격인데 설마설마 했지만 우리 위대하신 구성진 의사님께서 나에게 거짓말을 했을 줄이야.”


또 아버지의 이름이 나왔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듣는 것보다 묘하게 기분이 나쁘다. 그리고 난 이미 예전에 내가 아니다. 2년 동안 혹독한 훈련을 받았거든!

팔을 벗어날 수 없다면 벗어나게 만들면 된다. 이민성 의사의 얼굴을 향해 다리를 휘둘렀다. 그러자 ‘어이쿠!’ 탄성을 내뱉으며 손을 놨다.


“지금이야! 태현아 재판계를 벗어나서 당장 네가 있는 곳에서 벗어나는 거야. 그리고 앞으로 이곳으로 절대 들어오지 마 알겠니? 누나 말 명심해!”

“야! 신설아! 너 미쳤어? ...하지만 걱정하지 마. 이미 그쪽으로 수행자 몇 명을 보냈으니까.”




정신이 번쩍 들었다. 창가에서 곯아떨어진 연석이를 서둘러 깨웠다.


“응? 뭐, 뭐야? 교대해주게?”


이 새끼는 상황파악이 안되나!


“서둘러! 여기서 벗어나야 해!”

“왜 그래 아까부터 개소리만 할래?”

“녀석들이 눈치 챘다.”

“녀석들이라니? 설마, 결정자들?”


참으로 천하 태평한 녀석이다. 이 와중에 흔적을 남기지 않겠다며 장비들을 챙기다니.


“그래! 그러니까 그딴 거 버리고 여길 빨리 벗어나기나 하자고!”


어쩔 수 없이 녀석의 뒷덜미를 잡고는 문으로 향했다. 결정자들이 어디까지 왔는지는 모른다. 어쩌면 문 앞에 대기를 하고 있을지도...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살짝 고개를 내밀어 주변을 살폈다. 다행히 인기척은 없었다.


“아, 알았어! 알았으니까 이거 놔 새꺄!”

“...내가 앞장설 테니까 잘 따라와”


밀폐된 엘리베이터는 위험하다. 계단으로 간다. 한발 내딛을 때마다 사방을 주시했다. 고양이 발걸음처럼 소음을 줄이기 위해 최대한 천천히 다리를 뻗었다.

힘겹게 도착한 1층 로비를 지나면서 뒷주머니에 끼어둔 모자를 꺼내 쓰고 밖으로 나왔다. 주변을 두리번거리지 않는다. 하지만 눈동자는 쉬지 않고 주변을 경계한다. 건물 몇 개를 지나자 좁은 골목이 눈에 들어왔다. 일단 이곳에 몸을 숨기자.


“태현아, 근데 녀석들이 어떻게 눈치를 챈 거지?”


그 얘기를 하려면 오늘 하루로 부족하다. 무엇보다 그런 얘기를 이 녀석에게 해도 되는 건가 잠시 고민했다.


“네가 자고 있을 때 밖에서 이상한 녀석들이 서성이고 있는걸 목격했다.”

“응? 지금 그것만 가지고 이러는 거야?”

“직감이란 게 있잖아. 직감”


녀석이 내 눈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병신, 난 돌아간다. 뭐야 괜히 쫄았네.”

“야이, 미친! 돌아와!”


이럴 때만 행동이 빠르다. 연석이 골목을 벗어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대여섯 명이 그의 주변을 에워쌌다. 당황한 연석은 뒷걸음질 치며 다시 골목으로 돌아왔다.


“워, 이거 왜이러십니까... 태현아 아무래도 네 직감이 맞은 것 같다.”


빌어먹을! 나와 연석이 아무리 고도의 훈련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분명 저 녀석들도 마찬가지로 훈련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 녀석들을 상대로 이길 자신은 솔직히 없다.


“네가 구태현인가? 이민성 의사님께서 보고 싶어 하신다.”


녀석들은 검은 정장이 근무복인가? 다섯 명이 똑같이 답답한 옷차림을 하고서는 어디서 본건 있어서 목소리에 잔뜩 힘을 주어 말했다.


“난 볼 일 없는데 어쩌지?”


검은 녀석과 나와의 대화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연석이었다.


“구태현 너 설마 임무대상과 아는 사이였냐?”

“그런 거 아니야. 설명은 나중에 해줄 테니까. 잠자코 있어.”


아무래도 검은 녀석은 길게 대화를 할 생각이 없는 듯 했다. 가운데 있던 녀석이 한걸음 앞으로 나왔다. ‘뭐야? 1:1 매치라도 하자는 건가?’ 웃기고 있군.


“야, 너희들 영화를 너무 많이 본거 아니냐?”

“잔소리 말고 덤벼라 구태현. 아니, 앤폭스의 개라고 말하는 게 맞으려나.”


도발하는 건가? 미쳤군 그딴 도발에 누가 넘어간다고... 하지만 어쩌면 1:1이라면 붙을 만 할지도 모른다. 라고 생각했다.


“뭐? 칼쟁이 시다바리 새끼들이! 말 다했냐!”


보기 좋게 연석이가 도발에 넘어가 버렸다.


“태현아 넌 가만히 있어. 내가 녀석을 묵사발로 만들어 주고 올게”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지만 도망갈 길은 없다. 골목 반대쪽은 다른 건물로 막혀 있었다. 여길 벗어나려면 녀석들을 어떻게든 상대하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그래, 어쨌든 파이팅이다.”


훈련소 있을 때 격투기 종목으로 꽤나 좋은 평가를 받은 녀석이다. 비슷한 체격을 상대로 쉽게 쓰러지진 않을 거다.

잠시 동안 탐색전을 벌이다 선빵을 날린 것은 연석이었다. 왼쪽 다리로 하단을 노렸다. 먹히는 듯 했으나 검은 녀석 생각보단 반사 신경이 좋았다. 다리를 들어 공격을 피하더니 곧바로 연석의 상체를 향해 달려 들었다. 잡기인가! 양팔을 연석의 허리에 감싸고는 체중을 실어 그대로 바닥에 쓰러트렸다.

하지만 연석도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그 짧은 거리에서 녀석의 갈비뼈에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나 검은 녀석의 잡기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젠장, 도와줘야 하나? 하지만 연석이 녀석의 자존심을 건드릴 순 없다. 빌어먹을 지금 그런 게 중요한가? 이건 시합이 아니다.’ 단숨에 달려가 검은 녀석의 얼굴에 발을 휘둘렀다. 둔탁한 감촉에 발등에 그대로 전달됐다. 정통으로 얼굴에 맞은 것이다. 그러자 나머지 녀석들이 아우성 댔다.


“야, 너희 개들은 페어플레이도 모르냐!”

“이 새끼가 기본이 안 돼 있네!”


미친 소리 짓거리지마 실전에 그딴 게 어디 있어!


“연석아 괜찮냐?”


연석을 일으키자 나머지 녀석들이 동시에 달려 들었다. 아무래도 녀석들은 잡기 기술에 능통한 것 같다. 거리를 좁힐 기회를 주어선 안 된다.


“연석아 녀석들에게 잡히면 안 돼 거리를 유지해!”

“젠장! 나도 알고 있다고!”


최대한 빠르게 주먹과 다리를 녀석들에게 뻗는다. 예상대로 녀석은 내 몸에 손을 뻗을 기회만 엿보며 공격을 막기 바빴다. ‘젠장 그야말로 개싸움이 따로 없네!’ 하필이면 이럴 때 울프스 레인에 캡짱으로 있을 때가 생각나는 건 왜일까. ‘젠장! 알게 뭐야!’

나와 연석이 그리고 녀석들이 서로를 상대하기 바쁠 때 내 발등에 얼굴이 묵사발이 됐던 녀석이 비틀거리며 일어나 어딘가를 응시하고는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포착됐다. ‘저 놈은 어딜 보는 거지?’

녀석의 시선에 이민성 의사라도 있는 건가? 확인할 길은 없다. 바로 앞에 녀석들을 상대하는 것조차 벅차다.

그때였다. 찰나의 순간 연석을 상대하던 녀석의 옆으로 파고 들더니 방심하고 있던 연석의 팔을 붙잡았다. ‘젠장, 연석이 위험하다!’ 내 앞에 녀석들을 서둘러 상대하고 녀석들 도와주려 했다.

그러나 그 순간, 나머지 녀석들은 싸울 생각이 사라졌다는 듯 곧 공격을 멈췄다. ‘뭐하는 거야? 이 녀석들 왜 공격을 멈춘 거지? 무슨 일이 일어나려는 거야? 그런데 저 녀석은 연석의 팔을 왜 잡고만 있는 거야?’

짧은 순간이었다. 어떤 마술을 부리는 줄 알았다. 손바닥에 독이라도 바른 건가? 그저 연석의 손을 붙잡고 있었을 뿐이었다. 곧 연석은 온 몸에 힘을 잃고는 바닥에 낙엽이 떨어지듯 눈을 뒤집으며 흘러내렸다. ‘죽은 건가? 왜 저래?’


“연석아!!”


곧장 녀석을 향해 달렸다. 겉보기에는 죽은 것처럼 녀석은 전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어이, 구태현이 너도 저 녀석처럼 되기 싫으면 순순히 우리를 따라와라.”


검은 녀석들 중에 한 녀석이 내 앞을 막아섰다.


“저리 안 꺼져!”


이성을 찾을 여유 따위 없었다. 본능이 내 앞에 녀석에게 주먹을 휘두르라고 말하고 있을 뿐이었다. 내 주먹에 일그러진 녀석의 얼굴 감촉이 그대로 전해졌다. 이제 날 막고 있던 장애물은 없어졌다. 쓰러진 연석을 끌어안고 먼저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심장에 손을 가져다 댔다. ‘느껴지지 않아!?’

그때 내 얼굴을 향해 빠르게 뭔가 날아들어 왔고 피하기엔 이미 늦었다. 그대로 바닥에 나뒹굴었다. 고통이 밀려왔다. ‘코피?’ 코에 손바닥을 가져다 댔다.


“구태현이 너도 이미 알겠지만 승부는 났다. 순순히 따라 오던지 그것도 아니라면 저 녀석처럼 쓰러져 끌려오던지 선택은 네 자유다.”


나도 저 녀석처럼 만들어 버리겠다는 뜻은 연석은 살아 있다는 뜻으로 이해해도 될 것이다. 한 대 찐하게 얻어맞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녀석의 가슴이 미세하게 움직이는 것이 확인 됐다.

죽진 않았다. ‘다행이야.’ 어째서인지 녀석들은 연석에게 행동 했던 것만큼 나에게는 적극적으로 다가오진 않았다. 조금은 거리를 두고 견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일단 대화로 빈틈을 노려보자.


“이민성 의사가 나에게 무슨 볼 일이 있다고 이러는 거지?”

“그건 네가 직접 만나서 물어보도록”


말해주지 않겠다는 건가. 쳇, 빈틈을 보이지 않겠다 이거군. 그렇다면 미끼를 한 번 던져볼까.


“신설아... 그녀도 이민성 의사와 함께 있나?”

“뭐야? 너 그 분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거냐?”


좋아, 걸려 들었다. 더 큰 떡밥을 던져보도록 하자.


“방금 전까지 재판계에서 그녀와 만나고 있었다.”

“...재판계에서?”


녀석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주변 녀석들과 눈을 맞추기 시작했다. ‘뭐야? 무슨 텔레파시라도 통하는 건가?’


“...긴 말 할 시간 없다. 넌 우리와 함께 간다.”


쳇, 떡밥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건가. 하지만 눈빛을 주고받았다는 것은 녀석들도 확실하지 않지만 뭔가 알고 있다는 거다. 이민성 의사와 함께 행동하는 녀석들이니 당연히 아버지를 알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아버지의 능력을 내가 인계 받았다는 것도 알고 있을 지도 모른다.

아버지가 뭐라고 하면서 화를 냈더라... 이미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만으로도 다른 녀석들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특별하다고 했던가? ‘이런, 이럴 줄 알았으면 창고에서 아버지가 활용방법을 알려준다고 했을 때 잘 들을 걸’ 빌어먹을 이제 와서 후회하면 뭐가 달라지나. 정신차리자.

아버지는 이민성 의사를 수행자로 둘 만큼 능력이 출중하다는 거다. 그리고 특별하다고 했으니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연석이를 상대할 때와는 다르게 나에게는 적극적으로 다가오지 않는 것을 보니 아버지의 능력이... 아니, 내 능력이 두려운 거다. 하지만 녀석들이 다가오지 못할 만큼 두려운 능력은 뭐지? 그저 재판계에 가는 것 말고 또 뭐가 있냔 말이다.

순간 뇌리를 스쳐지나가는 기억이 있었다. 설아 누나를 만나기 위해 재판계로 갔을 때. 이민성 의사는 어떻게 재판계로 들어온 걸까. 그리고 방금 녀석 중 한명이 연석을 기절시킬 수 있었던 방법은 뭘까? 이 둘의 공통점은 뭐지? ‘손목이다.’

설아 누나의 손목에서 이민성 의사의 형태가 나타났다. 녀석이 연석의 손목을 붙잡자 기절했다. 그럼 답이 나온 건가. 결정자들, 그러니까 이 녀석들보다 특별한 능력. 그것은 필히 녀석들을 뛰어넘는 강함을 포함하고 있다 생각해도 무방하다는 뜻 일거다. 그럼 내가 녀석들의 손목을 잡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시험해보지 않고서야 모르는 거지.


“뭐, 뭐하는 짓이야!”


내 앞에 버티고 있는 녀석의 손목을 향해 손을 뻗으려 하자 화들짝 놀라며 뒷걸음질 쳤다. ‘그래, 찾았다. 바로 이거야. 이게 바로 아버지가 말하던 특별함인가? ...뭔진 모르겠지만 개이득’ 그리고 약간의 허세가 필요하다.


“절벽으로 떨어지기 싫으면 물러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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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아홉, 영원한 행복은 없다?(4)] 18.05.09 128 1 15쪽
23 [아홉, 영원한 행복은 없다?(3)] 18.05.02 101 1 14쪽
22 [아홉, 영원한 행복은 없다?(2)] 18.05.02 140 1 15쪽
21 [아홉, 영원한 행복은 없다?(1)] 18.04.25 165 1 13쪽
20 [여덟, 그녀의 행방(3)] 18.04.25 132 1 15쪽
19 [여덟, 그녀의 행방(2)] 18.04.18 122 1 17쪽
18 [여덟, 그녀의 행방(1)] 18.04.18 129 1 16쪽
17 [일곱, 입장의 차이(2)] 18.04.11 136 1 13쪽
16 [일곱, 입장의 차이(1)] 18.04.11 173 1 15쪽
15 [여섯, 새로운 다짐(3)] 18.04.04 144 1 12쪽
14 [여섯, 새로운 다짐(2)] 18.04.04 161 1 14쪽
13 [여섯, 새로운 다짐(1)] 18.03.28 207 1 16쪽
12 [다섯, 벗어나기 위해(2)] 18.03.28 525 1 15쪽
11 [다섯, 벗어나기 위해(1)] 18.03.21 152 1 16쪽
10 [넷, 윤곽을 드러내다.(2)] 18.03.21 163 1 14쪽
9 [넷, 윤곽을 드러내다.(1)] +2 18.03.14 374 2 15쪽
8 [셋, 운명, 미래 그리고 예언(2)] 18.03.14 200 2 15쪽
» [셋, 운명, 미래 그리고 예언(1)] 18.03.07 208 1 18쪽
6 [둘, 늑대의 탈을 벗어던지다.(3)] 18.03.07 400 1 15쪽
5 [둘, 늑대의 탈을 벗어던지다.(2)] 18.02.28 322 2 16쪽
4 [둘, 늑대의 탈을 벗어던지다.(1)] 18.02.21 315 5 15쪽
3 [하나, 겉과 속은 다르다.(2)] +2 18.02.14 464 5 13쪽
2 [하나, 겉과 속은 다르다.(1)] +2 18.02.07 877 4 14쪽
1 프롤로그 +2 18.02.07 1,182 1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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