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열이 필요해
(1)
벤치에 편히 앉아
기지개를 쭉 펼 때가 좋다.
"아아앜, 아아!"
"뭐해, 아저씨?"
차가운 꼬마의 표정.
뭐하긴 등에 쥐났지 이 놈아.
아헉!
"아, 죽는 줄 알았네."
"그래서 방금 한게 대체 뭐야?
백수의 절규?"
아니! 아니? 아니, 아니....
안 돼! 반박을 포기하면 안 돼!
(2)
"그러니까 너도 운동 하기전엔
꼭 준비운동을 해라."
"글쎄.... 그것보다,
아저씨 경찰 할 거라면서
기지개한테 패배한 거야?"
패배라니, 그거 말이 심하네.
"자동차도 말이야 엔진이 얼면
못 달린다? 그건 사람도 마찬가지야."
이쯤되면 어른행세 한다고 싫어하는데
꼬마의 표정이 어딘지 쓸쓸해 보인다.
"그래도 아저씨는 다리가 나으면
달릴 수 있겠구나."
"뭐.... 그렇지."
그대로 대화는 뚝 끊겼고
왠지르 모를 무게감에
우리 둘은 그냥 하늘만 쳐다봤다.
흐리다.
어? 흐리네?
(3)
오늘은 여동생이 엄청난 저기압 입니다.
옆 병실의 그 사람이
소나기를 맞는 걸 봤는데
자기한테 우산이 없었다나 뭐라나.
"끝났어. 분명 나를 준비성 없는
여자라고 생각할거야."
"아니, 잠깐만 그 전에
그 사람이 네 존재를 알고 있어야 하지않아?
여기, 이 수건이라도 가져다 주면서...."
"안 돼! 절대 안 돼! 난 못해!"
이래가지고선 우산을 가지고 있었다 해도
쓰자고 말이나 할 수 있었을런지....
그래도,
"내일 부터는 다 챙기고 다녀야겠어.
우산, 반창고.... 으으 또 뭐가 있지?
뭐가 있을까, 오빠.
.....그래도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온다고
전 늘 응원하고 있습니다.
- 작가의말
내가 감기에 걸린 것은 추진력을..... 쿨럭!
역시 현실에 그런 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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