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구경
(1)
가끔은 하늘을 쳐다본다,
지금처럼.
구름을 보는 건 쉬워 보이지만서도
의외로 까다롭다.
너무 맑은 날은 햇빛이 강하고
너무 흐린 날은 보는 맛이 없다.
그러니까 평소에 잘 봐두라는 것.
잠깐 고개를 드는 것 만으로
많은 걸 볼 수 있다는 게
이 짓의 묘미다.
근 한 달간의 경험으로 미루어 보아
구름 구경을 할 때
중요한 것은
딱, 세가지.
여유
기다림
그리고 우연.
"그 시간에 공부를 했으면 벌써 취직 했겠다."
라는 이야기를 안 들은 건 아니다.
물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틀린 말이 아니지.
그래도
잠시 이렇게 벤치에 앉는다면
보지 못 했던 수십 개의 구름을 볼 수 있고
그간 못했던 광합성도 할 수 있다.
하루 십분의 투자로
이 정도면 수지 맞는 장사라고 생각하는데.
아니라면 어쩔 수 없겠고....
아, 목디스크 예방도 된다.
(2)
아이들은 시끄럽다.
그건 세상
어느 곳
어느 때에도 마찬가지.
오늘은 토요일
지금이 12시니까.
해처리에서 저글링들이 나올 시간이지.
아아, 시끄럽다.
그래도 싫지는 않아.
이 평정심도 구름 구경의 효능일지도 모르겠다.
아, 카톡 왔다.
빨리 오라는 메시지.
나도 가능하면 빨리가고 싶지요.
근데 그게 내 맘대로 되는 게 아니잖아.
슬슬 졸리다~.
"아저씨 스토커야? 학교까지 찾아왔어?"
아, 드디어 귀에 거슬리는
그리고 기다리던
짜증나는 목소리가 들렸다.
"대체 뭐하러 온 거야?"
뭐, 별건 아니고.
"빌려준 충전기 받으러 왔다, 꼬맹아."
(3)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면
연인이 오랜만에 재회하면 남자가
차를 끌고오던데
차도 있고 대단하네~."
네 말투는 전혀 안 그렇게 들리는데.
"오랜만도 아니고 우린 둘다 남자야."
"차는 어디서 났어?"
아 그건 묻지 말지.
"중고."
"그래서 쬐끄맣고만?"
어어, 그래.
여전히 사람 신경은 잘 긁는다.
여전하다.
"창 밖으로 고개 내밀지마."
"우리 학교는 어떻게 알았어?"
"팔도 내밀지마라.
학교는, 너희 학교 옆에 중학교 있지?"
"엉."
"거기가 이랑이 학교야."
"헐."
어어, 나도 깜짝 놀랐었지.
그것보단.
"수술을 하면 수술을 한다고
말을 해야지. 휙 하고 사라지냐?"
"그게 뭘 자랑이라고."
하여간 쌘척은.
"주의사항은?"
"이래서 얘기하기 싫은거야."
그래서?
"....심한 운동만 안하면 되."
"오케이."
"어디가는 거랬지?"
"고개 집어 넣어라,
성필이 아저씨 가게 간다니까."
"아, 문신 아저씨
고깃집 한댔었지."
"맞아, 난 무슨 조폭인 줄 알고.
쫄았는데 그 형님 타령도
젊을 적 의형제 관계 얘기였고."
"근데 계속 연락했네?"
"어~ 연희 때문에."
운이 좋았지~
거기서 만날 줄 알았나.
"연희가 연성이 번호 알려주고...."
"아니이- 그게 누군데."
"아, 연성이 동생."
"눈매형 동생도 있었나."
그거 알았을 때도 깜짝 놀랐었지.
"뭐 아무튼 그런 식으로
꼬리를 물어서....
머리 집어 넣으랬다."
"잠깐만, 차가 작아서 하늘이
안 보이네."
미안하게 됬네.
"뭐 더 궁금한 건?"
"아 맞아, 아까부터 말하려고 했는데."
뭘 물어 보실라고.
"박윤주는?"
아.
"그런 건 제~발 빨리 말해라!"
- 작가의말
사실 배터리 편은 저 대사 하나를 위해 나왔던 것입니다!
나올 방법이 없던 주변 인물들의 쓸 때 없는 정보를 이런식으로 풀게되네요.
60을 맞추기 위해 한편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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