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1)
"아저씨."
"왜에에에에."
평소보다 훠어얼씨이인
늘어지는 대답.
이상한 걸 본냥
꼬마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핸드폰 충전기 있어?"
"왜?"
"망가져서."
안타까워라,
하지만.
"있겠냐?"
"아, 그렇지. 그러면...."
아직 뭔가 필요한 듯.
"왜?"
"아니야, 됐어."
오늘은 싱겁네.
(2)
오늘은 특히더 늘어진다.
춘곤증인가.
"사람도 빳데리를 쓰면 좋을텐데?"
"빳....데리?"
"어, 꼽기만 하면 충전 되잖아
편하고 좋겠는데."
"꼽기만 하면 충전이 되는 거야?"
이해가 안간다는 꼬마의 표정.
"당연하지. 그럼 네 핸드폰은
어떻게 해야 충전 되는데
퀘스트라도 깨야되냐?"
꼬마의 얼굴은 점점 더 깊은 수렁으로.
"핸드폰?"
"어."
얘 왜 이래.
"빳데리란 거 대체 뭐야?"
아....
그거였냐.
"배터리, 배터리, 배터리."
역시,
난 네 지식 스펙트럼의 모양을
모르겠다.
(3)
핸드폰 하니 생각나는 데.
"핸드폰 좀 줘봐."
"응."
쿨하게 넘겨 받은 후
현란하게 번호를 찍었다.
뚜르르....
뚜르르....
신호음은 웬지 듣기 싫단 말이야.
툭
[여보세요?]
"어, 엄마."
[어, 왜.]
"집에 핸드폰 충전기
쓰던 거 있지?"
[있겠지, 왜.]
"혹시 다음에 올 일이 있거든
가져와 달라고."
[알았어.]
"응, 끊어."
[엥? 우리 아들 그게 끝이야?]
"어.... 어."
[푸흐흐흐....]
의문의 웃음을 남기며
전화는 끊겼고
난 해괴한 표정으로
통화종료 화면을 봤다.
그 때 문득 눈에 들어온 건
핸드폰의 배터리가 94%였다는 것.
뭐지? 아 뭐, 그럴수도 있나.
- 작가의말
사실은 슬슬 마무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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