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양식
(1)
가끔은 심심할 때 읽으라고 받은
책을 보기도 한다.
가끔 보면 재밌다, 가끔.
그런데 어머님
이제 스물을 훌쩍 넘은 아들에게
왜 청소년 자기개발 도서를.
근데.
책을 보는
내 모습이 신선하기라도 한듯
꼬마녀석이 날 무슨 연예인 보듯이 본다.
"...."
아, 정정한다.
동물원에서 돌고래 쇼 보듯이 본다.
(2)
"나 책보는 게 그렇게 신기하냐?"
책을 탁 덮어버리고
참아 보려던 질문을 끝내 묻고 말았다.
꼬마녀석 대답은 안하고
눈만 가늘게 뜨곤
흐으음... 소리만 낸다.
아 뭐! 뭐, 뭐, 뭔데 뭐!
"....줄까?"
에휴, 고개는 절레 절레 잘도 흔든다.
하긴 책 좋아하는 애가 더 신기한가.
쟤도 애긴 애니까. 아하하.
"그거 본거야."
아, 미안함니다....
(3)
꼬마녀석 갑자기
자세가 건방져 진다.
오, 자세만 보면 거드름 장인인듯.
"책은 마음의 양식이니까
난 아저씨보다
항상 배불러있다고 할 수 있지."
오우, 그러세요?
그래도 마음의 양식이란 표현은
참 와닿는다.
"마음의 양식이란 말 누가 했는지
잘 만들었어."
"그렇지?"
"어 배부르면 졸리다는 점이
소름돋을 정도로 닮았지."
(4)
날 보는 꼬마의 시선이 차가워졌다.
근데 녀석
생각외로 책을 꽤 많이 봤다.
아냐, 생각대로 일지도.
비행기라도 띄워볼까.
"대단하네 그 만큼이나 읽고."
푸푸푸 하고 한숨을 나눠 뱉는
시큰둥한 반응이 돌아온다.
"응, 예전엔 할 게 없었거든."
혹시 이건 지뢰?....
"그래도 요즘은 쪼오오끔은 재밌네."
"그러냐?"
우리 둘다 피식, 하고
정체 불명의 웃음을 흘렸다.
- 작가의말
누워서 책을 보면 98.2% 숙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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