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봄
(1)
어느새 꽃이 만개한 병원의 앞뜰 오늘은 좀 더 산뜻한 기분으로 멍하니 하늘을 쳐다봤다.
"아저씨."
"왜에-?"
"꿀벌이 죽으면 세상이 멸망한다는 게 무슨 말이야?"
이 녀석, 가끔은 귀신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할 때가 있다.
"그런 건 어디서 줏어 들었어?"
"무슨 말이야?"
게다가 오늘따라 집요하다.
"무슨 말이야~?"
얘가 왜 이러지, 난 그런거 모른다고.
"모르는구나, 하-."
저 기분 나쁜 비웃음.
"너 그거 버릇되면 큰일 난다?!"
(2)
"아저씨."
"왜에-?"
녀석 갑자기 어두운 표정으로 뜸을 들인다. 이번엔 무슨 소리를 할려고.
"고백이란 힘든거구나."
응?
"갑자기, 충격 발언? 뭐야? 왜?"
난 튀어나온 침을 스윽 닦았다. 오늘은 대체 뭐지.
"간호사 누나가 그랬어, 봄이 왔다고."
그거 너랑 전혀 상관없는 소리거든? 그냥 날짜가 됬단 소리잖아.
"그리고 나 한테도 봄이 왔어."
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 아니지, 그건 아니지, 그쪽은 아니지, 그건 안되지.
"같은 반 여자애가 병문안 왔었어."
아 그 쪽이었구나, 그런데 갑자기 너무 진지한 전개로 넘어간다?
"누나가 그러더라고 봄은 고백의 계절이라고."
그랬던가?
"그런데 결국 말 못했어."
"그... 그래?.. 그거 참 안됬네."
이런 얘기는 나 한테 안맞으니까. 다른 얘기했으면 좋겠다.
"걔 머리에 껌 붙인거 나 라고."
"니 진짜 못됬네!"
(3)
"아저씨."
"왜에-."
"테레비에서 그러더라 요즘은 다 가짜 꿀이라고."
"어, 뭐 그렇지."
대체로 그렇지, 설탕을 섞어서 만든다는데 요즘은 교묘하게 만들어서 구분하는게 불가능 하다던가?
"그럼 진짜 꿀은 다 어디로 간거지?"
"...."
"알면 다쳐."
"응..."
(4)
오늘 드디어 말할 때가 온것 같다. 지금은 고백의 계절 봄이니까.
"야, 이 아저씨가 할 말이 있다."
"응? 뭔데"
"형 24살이야."
난 아직까지 세상에게 배신당한 것 같은 소년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
- 작가의말
진짜 꿀은 어디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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