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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3.14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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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6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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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5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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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홍보도 배우의 의무다 (1)

DUMMY

퇴원한 다음 날 저녁.

제작사 대회의실에서 내부 시사회를 가졌다.

제작진과 출연진은 물론, 최 대표 등 소속사 관계자들도 빠짐없이 참석했다.


“후반부 작업에 시간이 꽤 걸릴 줄 알았는데. 원래 이렇게 빨리 끝나나요?”


준호가 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최 대표, 민 감독, 제작사 사장 등과 함께 제일 앞줄이었다.


“아니요. 작품마다 편차가 큰데, 아무리 빨라도 최소한 한두 달은 걸려요.”


민 감독은 고개를 가로젓고 말을 이었다.


“영화는 개봉 시기가 중요해요. 잘 만든 영화가 때를 잘못 만나 망한 경우도 많거든요. 마침 지금은 딱히 경쟁 상대가 없는 상태. 좀 무리해서라도 개봉을 앞당기는 게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냥 앞당긴 정도가 아니죠. 스태프를 영혼까지 갈아 넣었으니까요. 집에 들어간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납니다.”


뒤에 앉은 촬영 감독이 짐짓 울상으로 덧붙였다.


“어쩐지 다들 초췌해 보이시더라니.”


준호는 혀를 차며 쓰게 웃었다.


현장에서는 배우만 힘든 게 아니었다.

모든 영화인, 특히 제작진의 근무 환경 열악한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


근로기준법은 남의 얘기.

그래도 민 감독은 돈으로 확실히 보상해 주는 편이었다.

최저임금도 안 되는 열정 페이에, 그나마도 몇 달씩 연체하는 곳도 많았다.


“다들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노고를 아끼지 않으신 제작진과 출연진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특히······.”


잠시 후, 민 감독이 앞에 나와 마이크를 잡았다.


이번에 11번째 영화라던데.

아직도 어린애처럼 떨리고 흥분되는 모양이었다.


인사를 마치고 불이 꺼진 뒤.

버려진 창고에서 찍은 오프닝 씬이 나왔다.


‘시사회 분위기만 봐도 흥행을 알 수 있다던데.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어떨까?’


준호는 영화보다 주위 사람들의 반응에 집중했다.


영화에서 그의 펀치가 작렬하는 순간.


“그렇지.”


촬영 감독이 허공에 주먹질하며 작게 환호했다.


흡족한 표정으로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민 감독.

다른 이들도 입을 벌린 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다행이네. 초반부터 박진감 넘치는 액션이 제대로 들어갔어.’


준호는 그 모습을 보고 속으로 웃었다.


액션만 잘 나온 게 아니었다.

섬세한 감정 표현도 ‘내 여자의 남자’ 때보다 물이 올랐다.


“하늘의 수연이도 내 복수를 반기지 않을 거야. 이유야 어찌 됐건 나도 살인자니까.”

“······.”

“다만 수연이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사는 걸 못 봐서 아쉬울 뿐. 언젠가 내가 다시 그 애를 만나게 된다면, 이렇게 말해 주고 싶어. ‘미안해. 내가 너에게 상처를 주었어. 그래도 너를 항상 사랑하고 있어.’라고.”


작 중 최진우와 동료의 대화 일부.

그 외에도 애끓는 부성애가 자주 나왔다.


“와, 준호 씨가 이렇게 연기를 잘했나?”


하나둘씩 눈가를 훔치며 훌쩍거렸다.


숨 막히는 액션이 이어진 뒤.

영화는 어느새 엔딩으로 향했다.


“사, 살려줘. 자수할게. 넌 명색이 형사잖아.”

“사직서 던진 지 며칠 됐다.”


영화 속 준호는 악귀가 돼 방아쇠를 당겼다.


우는 건지 웃는 건지 불분명한 표정이었다.

복수를 마친 허망함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미안함이 공존하는 것 같았다.


감독판은 총성이 들리기 전에 페이드 아웃.

지금 선보인 극장판은 그가 방아쇠를 당기고 쓸쓸히 돌아서는 것에서 끝났다. 초반에 나왔던 자장가를 서글프게 흥얼거리며.


다시 불이 켜진 뒤.

회의실은 한동안 정적에 싸여 있었다.


“브라보! 최곱니다!”


짝짝짝, 최 대표가 일어나 손뼉 쳤다.

다음은 제작사 사장님. 박수는 호수에 파문이 번지듯 전체로 번졌다.


“그래, 내가 만들고 싶었던 액션 영화가 바로 이런 거였어.”


민 감독도 감격에 겨워 눈물을 글썽거렸다.


“좋은 날 왜 우세요? 감독이 울면 흥행에 초 치는 거 몰라요?”


뒤에 앉은 촬영 감독이 핀잔을 줬다.


악의는 없었다.

촬영 감독의 눈에도 맑은 이슬이 맺혀 있었다.


‘시작이 좋네.’


준호는 웃음을 참고 고개를 끄덕였다.


내부 시사회는 호평 일색.

뚜껑을 열어 봐야 알겠지만, 최소 중박 이상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


내부 시사회는 두 차례 더 진행됐다.

준호가 보기엔 훌륭했지만, 민 감독이 보기엔 조금 거슬렸던 모양이었다. 음향 효과를 추가하자 액션의 박진감이 한층 배가 됐다.


다음은 VIP 시사회.

명단을 추스르는 것도 일이었다.

홍보팀에서 1차 명단을 뽑은 뒤, 주요 배우와 제작진이 검토 회의에 들어갔다.


“이렇게 많아요?”


준호는 리스트를 훑어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백 명이 훌쩍 넘는 인원.

상영관에 전부 입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당일 스케줄이 안 맞아 참석 못 하시는 분도 계시거든요. 그리고 요즘은 연예인 쪽에서 먼저 VIP 시사회에 참석하고 싶다고 연락해 옵니다. 활동이 뜸한 연예인은 모처럼 언론 앞에 설 좋은 기회니까요.”


홍보팀장이 웃으며 대답했다.


연예인은 인지도로 먹고사는 직업.

VIP 시사회는 친분을 과시할 기회이기도 했다.


명단을 훑어보며 본격적인 회의에 들어갔다.


“김준승 감독도 초대하시죠. 전에 같이 작업했거든요. 흔쾌히 오실 겁니다.”

“얘는 도박으로 자숙한 지 얼마 안 됐잖아요. 괜히 영화 이미지만 망가지니까 뺍시다.”

“오민하 대신 김이수하고 이승완도 초대합시다. 저하고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으니까 올 겁니다.”


VIP 선정도 생각보다 복잡했다.

두서없이 말하다 보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났다.


회의가 끝날 무렵.


“강 배우님은 특별히 모시고 싶은 분 없으세요? 부모님이나 친구들이나. 꼭 유명인이 아니라도 됩니다.”


민 감독의 시선이 준호에게 향했다.


첫 영화 데뷔작.

개봉을 앞두고 가장 떨릴 사람은 준호였다.


“안 그래도 생각나는 분들이 있습니다. 연예인은 아니고요. 그리고 홍보 전략의 일환으로 특별 이벤트를 하면 어떨까요? 구체적으로······.”


그는 엷은 미소를 머금고 말을 이었다.


영화의 목적은 재미와 감동을 주는 것.

이건 영화의 홍보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었다.


“이야, 거참 좋은 생각이네요. 바로 진행하시죠.”

“그럼 전 아는 기자에게 전부 연락하겠습니다.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판을 키워야죠.”


민 감독과 최 대표는 대찬성.

홍보팀장이 준호의 아이디어에 구체적으로 살을 입혔다.


도전 과제 : 홍보도 배우의 의무다.

독특하고 감동적인 홍보로 언론과 대중이 이목을 집중시키세요.

성공 시 : 화제성 + 100포인트. 상업성 + 100포인트.

실패 시 : 화제성 - 100포인트. 상업성 - 100포인트.


‘첫 영화. 천만 관객까진 무리더라도 반드시 흥행을 성공시킨다.’


준호는 시스템 창을 보며 눈을 빛냈다.


***


금요일 밤, 코엑스 영화관.

영화 ‘형사’의 VIP 시사회가 열렸다.


신인 연기 괴물과 액션 거장의 만남.

영화관 일대는 두 시간 전부터 기자와 팬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와, 김준승 감독이다!”

“김이수하고 이승완도 왔어!”


누군가가 포토월에 등장할 때마다 플래시 세례가 쏟아졌다.


드라마와 영화 관계자뿐만이 아니었다.

패션, 예능, 스포츠 등 분야를 막론하고 유명인이 대거 참여했다.

극 중 딸로 나온 아역 배우도 인형처럼 예쁘게 꾸미고 자리를 빛냈다.


“황순애 씨! 여기 좀 봐주세요!”


황 작가도 그 VIP 중 하나였다.

그녀는 명품으로 온몸을 휘감고 도도하게 포토월 앞에 섰다.

전에도 유명했지만, 올해의 작가상을 받은 다음부터 인지도가 부쩍 높아졌다.


“날 가져요, 순애 씨!”


팬 하나가 장난스럽게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를 흉내 내 외쳤다.


“뭐시라?”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쪽을 째려봤다.


사방에서 웃음이 터졌다.

전에는 배우도 꼼짝 못 하는 드라마계의 마녀였는데.

시상식에서 흥분한 움짤이 인터넷에 퍼진 이후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젠장, 사람을 뭘로 보고.”


그녀는 성질을 죽이고 상영관으로 들어갔다.


핸드백에서 핸드폰을 슬쩍 꺼내 봤다.

환자복을 입은 준호가 큰 화분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 아프냐? 나도 아프다.


화분에 달린 분홍색 리본에 검은색 궁서체로 쓰여 있었다.


보통 화분이 아니었다.

그녀가 직접 보낸 화분이었다.


‘기특한 놈. 인증샷까지 찍어 올리고.’


대번 화가 가라앉고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수많은 인증샷 중 하나였지만, 선물을 보낸 당사자에게 의미가 남달랐다.


상영관은 이미 2/3쯤 차 있었다.


“소문 들었어? 오늘 시사회에는 특별한 VIP들이 온대.”

“누구지? 강준호가 깜짝 이벤트를 하려는 건가?”


자리를 찾아가는데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특별 손님? 정치인들이라도 오나? 아니면 해외 유명 배우?’


그녀는 고개를 갸웃하며 자리에 앉았다.


20분 뒤.

출입구가 닫히고 시사회가 시작됐다.

정장으로 멋을 낸 준호가 민 감독 등과 무대에 올랐다.


부상은 완쾌된 모양이었다.

쉬는 동안 살이 좀 찐 것 같았는데, 오히려 그 덕분에 남성미가 돋보였다.


“꺄아, 사랑해요!”


객석 여기저기서 비명처럼 높은 환호가 터졌다.

황 작가도 반사적으로 따라 외치려다가 좌우 시선을 생각해 참았다.


“오늘 이 자리를 빛내주신 내빈 여러분께 감사 인사를······.


먼저 민 감독이 마이크를 잡았다.


‘오늘은 또 뭘 보여 줄까?’


황 작가는 감독의 말을 한 귀로 흘리고 준호에게만 집중했다.


잠시 후, 준호가 마이크를 이어받았다.


“안녕하십니까, 강준호입니다.”


씩씩한 인사.

다시 여기저기서 환호가 터졌다.

황 작가는 엉덩이를 움찔거리며 겨우 참았다.


팬들과 빠르게 눈을 마주친 뒤.

준호는 엷은 미소를 머금고 말을 이었다.

촬영을 마친 소감, 소중한 분들에 대한 감사 등이 나왔다.


“······이번 영화는 특히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리고 촬영하면서 새삼 존경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는 끝으로 무대 앞 오른쪽을 바라봤다.


황 작가도 같은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평범한 차림의 낯선 사람들.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의 자리가 아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힘쓰고 계시죠. 이 자리를 빌려 형사님과 그 가족께 감사를 전합니다. 여러분이야말로 형사의 진짜 VIP입니다.”


준호는 그들에게 구십도로 허리를 굽혔다.

민 감독 등 무대의 다른 이들도 그를 따라 인사했다.


“아, VIP가 그거였어?”


그제야 객석의 다른 이들도 탄성을 내뱉었다.


영화의 타이틀은 ‘형사’.

형사를 뒷바라지하는 가족이야말로 진짜 VIP였다.

형사와 가족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향해 인사했다.


“미친 자식. VIP 시사회에 형사와 그 가족을 초대하다니. 대체 사람을 몇 번이나 울리는 거야?”


이번엔 못 참았다.

황 작가는 감동에 젖어 일어났다.

곧 다른 관객들도 일어나 우레 같은 박수를 쏟아냈다.


VIP 시사회도 대성공.

영화의 완성도와 별개로 초반 화제 몰이는 확실했다.

구석에 앉은 기자들이 객석을 향해 경쟁적으로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는 게 그 증거였다.


“이 정도로 감동하시면 안 되죠. 진짜 홍보는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준호는 형사 관계자석을 곁눈질하며 빙그레 웃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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