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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하는 연기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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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3.14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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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9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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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의 기본 (1)

DUMMY

스폰서 사건이 얼추 마무리된 뒤.

소속사에서 차기작을 위한 회의가 연일 계속됐다.

'형사'라는 액션물이 마음에 들었지만, 출연 결정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시나리오는 기본. 감독의 스타일과 흥행 성적, 상대 배우, 개봉 시기, 스케줄 등 고려해야 할 게 한둘이 아니었다.


“오랜만에 접하는 정통 누아르 액션입니다. 아저씨라는 한국형 액션 명작 아시죠? 그것과 비슷한 느낌도 있고요. 민대준 감독의 전작도 스타일리시하면서도 깔끔한 액션, 현란한 카메라 워크, 군더더기 없는 빠른 전개가 일품이었죠.”


최 대표가 작품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다.


드라마와 달리 원톱 주연이었다.

씬의 80%는 그가 직, 간접적으로 등장했다.

상대가 되는 악역은 태국에서 유명한 액션 스타가 내정됐다는데, 현재 세부 조건을 조율 중이었다.


“배우님의 피지컬에 딱 맞는 역할입니다. 액션 스쿨에서 몇 주만 연습해도 멋진 그림이 나올 겁니다.”


최 대표는 피지컬을 강조하며 웃었다.


‘액션 영화라고 몸만 잘 쓰면 되는 게 아니야. 내면 연기도 중요해.’


범죄 조직에게 가족을 잃은 형사.

범인을 향한 복수심과 경찰의 사명감 사이에서 갈등한다.

그의 폭주를 막기 위해 수사망을 좁히고 다가오는 동료 경찰들도 문제다.


게다가 과묵한 캐릭터였다.

행동과 표정만으로 내면을 표현해야 하는데, 언뜻 생각해도 쉽지 않았다.


“대표님 생각은 어떻습니까? 솔직히 말씀해 주세요.”

“글쎄요. 전 아직도 반반입니다. 이현으로 쌓아 올린 로맨틱한 이미지와는 조금 안 어울리거든요. 게다가 강 배우님은 캐릭터에 몰입하는 스타일이시잖아요. 메소드 연기가 지나친 나머지 우울증이나 약물로 고생하는 배우도 여럿 봤습니다.”

“······.”

“대신 리스크가 큰 만큼 대가도 확실합니다. 이번 역할을 제대로 소화하시면 분명 역대급 배우라는 칭찬이 나올 겁니다. 연기만 되는 배우와 연기에 액션까지 되는 배우는 평가가 전혀 다른 법이니까요.”


흠, 준호는 팔짱을 끼고 곰곰이 생각했다.


사실 그도 출연을 100% 확신하지 못했다.

액션 연기에 욕심이 났지만, 전작과 비슷한 역할로 안정적인 필모를 쌓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선이 굵은 역할입니다. 잘 만든 액션물은 스토리가 빈약해도 중박 이상은 보장되죠. 물론 액션과 스토리가 모두 엉망이라 시원하게 망한 영화도 많습니다만, 민 감독이 전작에서 보여준 역량을 고려하면 그럴 가능성은 낮습니다.”

“역시 감독님을 직접 만나 봬야겠네요. 시나리오 외적으로 이것저것 여쭤보고 싶은 것도 많고.”

“제 생각에도 그게 좋을 것 같습니다. 마침 제작사 쪽에서도 간단한 오디션을 원하는 눈치였거든요. 캐스팅 디렉터와 연락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미팅을 잡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는요, 뭐. 그게 제 일인데요. 그리고 미팅에 너무 부담 가지실 필요는 없습니다. 미팅했다고 다 출연을 결정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구두로 출연 계약까지 했다가 틀어지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최 대표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침 드라마는 포인트를 위해 멋모르고 했어. 진짜 배우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차기작이 중요해.’


준호는 태블릿에 저장된 시나리오를 몇 번이나 정독하며 눈을 빛냈다.


***


오피스텔에 돌아온 뒤.

지웅이와 오디션 준비에 돌입했다.

마침 녀석도 비슷한 장르의 단역 오디션을 준비 중이었다.


“나도 그 시나리오 소문은 들었어. 기대작이라고 A급 배우들이 다들 눈독을 들이나 봐. 그 역할만 따내서 성공적으로 해내면, 네 몸값도 단숨에 상한가까지 갈걸?”


지웅이도 그와 비슷한 생각이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하지만 보상을 생각하면 충분히 도전할 가치가 있었다.


“문제는 내가 액션 연기를 정식으로 해본 적이 없다는 거야. 멋 모르는 초짜 연기자들은 흔히 몸만 잘 쓰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큰 오산이거든. CF 촬영 때 한 액션은 맛보기 수준이었고.”


액션 영화의 기본은 연기의 선이었다.

평범한 주먹질이나 보겠다고 영화관에 오는 관객은 없었다.

같은 펀치라도 거칠고 생생한 타격감을 전달하는 게 포인트였다.


“게다가 민 감독은 허술한 액션을 CG로 떡칠해서 메꾸는 스타일이 아니야. 액션물의 장인이랄까? 특히 근거리 격투씬에 일가견이 있지. 배우 간의 정교한 합이 상상 이상이야.”


너튜브에 민 감독의 작품 중에서 격투씬만 모아놓은 게 있었다.

액션의 역동성, 스피드, 타격감은 물론이고 시각과 음향 효과도 대단했다. 몇 분만 봐도 온몸에서 아드레날린이 넘치는 기분이었다.


민 감독의 작품 속 대사를 연습했다.


“너 혼자 왔어? 이름이 뭐야?”


지웅이가 상대역을 해줬다.


자신만만하면서도 비열하게.

최후의 대결을 앞둔 악당 두목 역할이었다.


“내 이름을 왜 묻지? 어차피 우리가 친구가 될 사이도 아닌데, 굳이 통성명이 필요할까?”


준호는 녀석을 노려보며 받아쳤다.


주인공은 킬러 출신의 냉혹한 인물이었다.

민 감독의 작품 속 이미지와 비슷하게 연기했지만, 어쩐지 마음에 안 들었다.


“조금 가벼운 거 같아. 시니컬하면서도 내면의 살기를 누르는 느낌이어야 해.”


표정과 톤을 바꿔서 몇 번이고 반복.

시스템이 있어도 연기하는 주체는 자신, 배우 강준호였다.


도전 과제 : 배우의 변신은 무죄

- 새로운 연기 도전을 위한 전초전. 멋진 연기로 감독의 마음을 휘어잡으세요.

- 성공 시 화제성 + 100포인트

- 실패 시 화제성 - 100포인트


언제나처럼 시스템이 나타나 그를 채찍질했다.


***


불 꺼진 영상편집실.

민대준 감독은 팔짱을 낀 채 모니터를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었다.


- ······씨름 선수 출신 MC, 자칭 스트리트 파이터 가수, 현역 이종격투기 선수 겸 개그맨 등이 거론됐지만 1위는 역시 만장일치로······.


시시껄렁한 너튜브 영상이었다.

그것도 철 지난 연예인 싸움 랭킹이라니.

하지만 영상을 보는 민 감독의 표정은 더없이 진지했다.


- ······강준호!

“······강준호.”


영상 속 너튜버와 민 감독은 동시에 입을 열었다.

너튜버는 요란하게 외친 반면, 감독은 예상한 것처럼 차분한 어조였다.


이어서 강준호의 스페셜 영상이 나왔다.

늦은 밤, 그가 덩치 큰 깡패 십여 명을 일방적으로 박살 내는 모습이었다.


“또 보십니까? 지겹지도 않으세요?”


뒤에서 웃음기를 머금은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40대 중반의 캐스팅 디렉터가 두툼한 파일을 들고 들어왔다.


“진짜 웃긴 게 뭔지 알아? 강준호의 무기가 겨우 펜이라는 거야, 펜. 칼이나 너클이면 이해하겠는데, 팬한테 선물 받은 사인용 펜으로 상대를 두들겨 패다니. 펜은 칼보다 강하다가 원래 이런 뜻이 아닌데 말이야.”


잠시 스톱.

민 감독은 헛웃음을 지으며 의자를 돌렸다.


“캐스팅은 어떻게 돼가?”

“안 그래도 여러 배우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선이 굵은 역할이라 그런지 다들 관심이 많아요. 일단 A급 이상으로 프로필을 간추려 봤습니다.”


캐스팅 디렉터가 웃으며 파일을 건넸다.


전작에서 호흡을 맞췄던 중견배우 김지섭.

일본에서 특히 인기가 많은 한류스타 박서진.

20대 초반의 나이에도 안정된 연기력을 자랑하는 서태훈 등.


충무로에서 좀 날린다는 배우들이 대거 포진했다.

해외 활동으로 바쁘다는 남자 아이돌도 포함돼 있었다.


“오형석이는 여기 왜 있어? 이미지가 안 맞아서 시나리오도 안 보냈잖아. 몸값도 너무 비싸고.”


민 감독은 프로필을 차례로 넘기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어떻게 알았는지 그쪽에서 먼저 연락해 왔습니다. 진지한 액션 연기에 흥미가 있었다나? 출연료는 맞춰줄 수 있대요. 런닝 개런티로 조절할 수도 있고요.”


캐스팅 디렉터가 히죽 웃으며 대답했다.


배우를 못 구해 표류 중인 시나리오도 많았다.

캐스팅을 담당하는 입장에서는 행복한 고민이었다.


“강준호는? MW에서는 연락이 없어?”

“당연히 왔죠. 제일 끝에 있습니다. 아직 A급은 아니지만 요즘 워낙 유명하잖아요. 아까 보신 싸움 영상으로 떠들썩했고.”


캐스팅 디렉터가 파일을 넘겨줬다.


강준호(28세, MW 액터스).

1996년 9월 25일생. 187cm, 76kg.

출연작 : 내 여자의 남자(자체 최고 시청률 15.217%)

특기 : 수영. 크라브 마가

······


프로필 사진은 소속사 홈페이지에 있는 것과 동일했다.

하단에는 다양한 포즈의 사진들이 첨부됐는데, 잘 발달한 역삼각형 몸매가 인상적이었다. 드라마에 나온 바닷가 씬의 일부였다.


“오디션은 볼 필요도 없는 거 아닙니까? 강준호 영상만 계속 보시던데. 솔직히 다른 배우들은 저런 액션이 안 나오지 않습니까? 전작을 보니까 연기력도 회를 거듭할수록 안정됐고요.”


캐스팅 디렉터가 감독의 눈치를 살피며 넌지시 물었다.


타고난 차세대 액션 스타.

벌써 다른 영화들이 준호에게 물밑 접촉 중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녀석은 액션 배우에게 가장 중요한 것 하나가 결여됐어. 싸움만 잘한다고 다가 아니거든. 싸움만 잘한다고 장땡이면 배우를 왜 써? 그냥 격투기 선수를 데려다가 찍으면 그만인데.”

“······.”

“녀석의 캐스팅을 결정하는 건 오디션을 본 후. 액션 연기에 대한 기본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면, 아쉽지만 다른 배우를 캐스팅할 거야.”

“대체 강준호한테 결여된 게 뭡니까? 제가 보기엔 완벽한데요.”


캐스팅 디렉터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도 영화판을 구른 지 십 년이 넘었지만, 선뜻 이해할 수 없었다.


“그건 바로······.”


민 감독은 짧은 한숨을 내쉬고 말을 이었다.


그를 액션 장인으로 만들어 준 비결.

동시에 그의 촬영이 여느 감독보다 훨씬 고되고 어려운 이유였다.


***


민 감독과의 미팅 겸 오디션 전날.

준호는 오피스텔에서 커피를 마시며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었다.


“이상하네. 나도 싸움이라면 자신 있는데. 왜 민 감독의 영화 속 액션과 느낌이 다르지?”


소파에 앉아 태블릿으로 영상을 재생했다.


우선 그의 싸움 영상.

멀리서 찍었지만 빠르고 간결했다.


다음은 민 감독 영화의 하이라이트 모음.

분명 배우의 액션 속도는 그의 싸움보다 느렸다.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펀치나 발차기는 실소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영상에서 느껴지는 타격감과 역동성은 영화가 한 수 위였다.


“실전에서는 당연히 내 싸움이 통한다. 하지만 돈을 내고 보러 온 관객들에게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나 같아도 민 감독의 영화를 선택할 거야. 뭘까? 내 액션에서 뭐가 빠져 있을까?”


레디, 액션.

입술을 달싹거려 시스템 창을 열었다.


······

직업 : C급 연기자

획득 포인트 : 2,100

잔존 포인트 : 395

······


그동안 또 포인트를 많이 모았다.

특히 얼마 전 깡패와의 해프닝 이후 대중적 인지도가 크게 올랐다.


“싸움 다큐멘터리를 찍는 거라면 지금으로 충분해. 내가 찍을 건 실제보다 더 실제 같고 역동성 넘치는 영화. 액션에 화룡점정을 찍으려면 반드시 뭔가 더 있어야 해.”


연기 시스템은 완벽한 게 아니었다.

다양한 스킬을 레벨업해서 연기력을 향상할 수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항목을 어떻게 올려야 하는 것까진 가르쳐 주지 않았다.


“완벽한 액션을 위해. 밤을 새워서라도 찾아낸다.”


준호는 시스템을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씩 정독하며 눈을 빛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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