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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하는 연기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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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3.14 16:51
최근연재일 :
2024.04.26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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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1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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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자 (3)

DUMMY

2024 연기 대상.

한 해의 드라마를 결산하는 자리였다.

KBC 주변은 이른 아침부터 기자와 팬으로 북적거렸다.

영화와 드라마 전문 채널의 김중호 리포터도 현장에 나온 이들 중 하나였다.


“그레이트 시네마 쇼. 저는 지금 KBC 별관 대강당에서 펼쳐지는 별들의 향연, KBC 연기 대상에 나와 있습니다.”


카메라맨이 정문을 클로즈업했다.

잘 빼입은 배우들이 드라마 팀별로 속속 입장했다.


“내 여자의 남자 팀입니다!”


한은서와 강준호가 팔짱을 끼고 들어왔다

팬들과 기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다정하게 포즈도 취했다.

사적으로는 여전히 서먹하고 말도 안 했지만 공식적으로는 베스트 커플상 후보였다.

감독, 성태철과 김희성, 차가운 도시 여자로 멋을 낸 황 작가도 차례로 카메라 플래시 앞에 섰다.


“드디어 왔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요리사 팀!”


리포터가 더 흥분했다.


- 오빠, 사랑해요!

- 여기 좀 봐주세요!


팬들의 함성이 커졌다.

몇 명은 통제선을 넘어오려고 했다.

스태프가 막아 사고는 안 났어도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


이윽고 정민재가 포토월 앞에 서서 포즈를 취했다.


‘그럴 수밖에. 글로벌 아이돌 그룹의 센터가 주연으로 나섰으니까.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인기라지?’


준호는 팬들에게 손을 흔들며 먼저 들어갔다.


녀석과 시선이 마주쳤다.

둘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머금고 고개를 끄덕였다.


“일생에 단 한 번뿐인 신인상. 강준호냐 정민재냐. 팬들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김호중이 둘을 번갈아 바라보며 호들갑스럽게 멘트를 날렸다.


***


배우들이 정해진 테이블에 앉은 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 사회를 맡은 이희수.”

“김희연입니다.”


사회자들이 메인 카메라를 향해 인사했다.

이희수는 개그맨 출신의 전문 MC였고, 김희연은 20대 초반의 가수 겸 배우였다.

경험이 많은 이희수가 주로 멘트를 날리고, 김희연이 맞장구치며 보조를 맞추는 형태로 진행됐다.


먼저 카메라가 객석의 주요 배우를 하나씩 비췄다.


“오늘 멋지게 차려입고 참석해 주셨는데요. 수상 못 하면 어쩌려고 그러셨어요?”


중년 배우를 향해 이희수가 물었다.

딴엔 농담이라고 한 것 같은데 당사자에겐 악담이었다. 중년 배우와 주위 분위기가 대번 싸해졌다.


“시상식은 모든 배우의 축제잖아요. 수상 여부와 상관없이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 모두가 주인공입니다.”


김희연이 재빨리 끼어들어 상황을 수습했다.


‘눈치 없는 자식. 이희수는 남을 배려하지 않는 멘트로 논란이 많던데, 또 사회를 맡았네. 소문대로 KBC 사장의 약점이라도 잡았나?’


준호는 억지 미소를 머금고 성의 없이 손뼉 쳤다.


개그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었다.

예상치 못한 언행으로 진짜 웃음을 선사하는 개그.

남을 비방하거나 공격해서 억지로 웃음을 짜내는 개그.


유감스럽게도 이희수는 후자였다.

말을 잘해 주요 무대에서 사회를 자주 맡았지만, 그만큼 안티 팬도 많았다.


‘정민재는 어떻게 봤을까?’


준호는 오른쪽을 슬쩍 곁눈질했다.


녀석은 세 테이블 떨어져서 앉아 있었다.

풀 메이크업을 한 탓인지 옆에 있는 여배우보다 더 예뻤다.

카메라가 어쩌다 녀석을 비출 때마다 객석에서 자지러지는 함성이 터졌다.


생방송이었다.

시간 관계상 이희수의 재수 없는 농담은 여기까지.

올해의 드라마 총결산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시상식에 들어갔다.


수상은 언론과 팬들의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수백억 원의 제작비를 쏟아부었다는 ‘대야망’과 ‘두바이의 꿈’이 주요 상을 양분했다.


‘말이 좋아 시상식이지. 그냥 대작 드라마 홍보고, 나머지는 다 들러리잖아? 이럴 거면 시상식을 왜 해?’


준호는 쓰게 웃으며 좌우를 둘러봤다.


겉보기만 그럴싸한 들러리.

그 대표적인 게 ‘내 여자의 남자’ 팀이었다.

아무리 작품성과 거리가 먼 아침 드라마라고 해도 그렇지. ‘내 여자의 남자’는 후보를 여럿 배출했지만 죄다 미역국을 먹었다.

그나마 황 작가가 올해의 작가상을 받아 겨우 체면치레했다.


‘이상한 나라의 요리사’는 그래도 상황이 나았다.

프라임 타임의 드라마답게 남우 조연상과 인기 작품상, 올해의 OST 상을 받았다. 비록 끼워팔기 같은 공동 수상이었지만.


‘시청률이 기대에 좀 못 미쳤어도 화제성은 충분했지. 정민재라는 특급 신인도 발굴했고.’


요즘 드라마는 종방연을 했다고 끝이 아니었다.

OTT와 해외 판권이 있는 터. 추가 수익을 위해서라도 적당한 상 한두 개는 안겨줘야 했다.


특별 공로상을 끝으로 한 시간 동안 이어진 1부 종료.

아이돌의 축하 공연 후 주요 개인상이 발표되는 시상식 2부가 막을 올렸다.


***


시상식은 2부가 진짜였다.

팬들이 늦은 시간까지 객석을 지키는 가운데, 올해의 남자 신인상이 포문을 열었다.


“드라마 왕국 KBC를 이끌어 갈 차세대 스타. 그 후보를 발표하겠습니다. 먼저 대야망의 장성훈.”

“개성 있는 마스크로 주목받는 배우죠. 선과 악이 공존하는 역할을······.”


이희수가 소개하고, 김희연이 큐시트를 힐끔거리며 부연 설명했다.


‘대작이 좋긴 좋네. 아역으로 1, 2화에 나온 애까지 신인상 후보에 오르고. 쟤는 노블에서 작정하고 밀고 있다지?’


아무리 대작이라도 비중이 적은 아역까지 상을 주는 건 무리였다.

‘대야망’ 팀의 기를 살려주고, 신인 배우의 이름도 알리기 위한 일종의 쇼였다.

녀석을 후보로 만들기 위해 노블 송 회장이 로비를 벌인 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다음은 두바이의 꿈, 박진후.”

“세계에 도전하는 진취적인 사나이. 해외 로케에서······.”


이 녀석도 신인상까진 애매했다.

정민재처럼 아이돌 출신이지만 헛웃음만 나오는 로봇 연기의 대가였다.


“세 번째는 이상한 나라의 요리사, 정민재.”

“곱고 세련된 마스크와 안정적인 연기력, 그리고 캐릭터를 완벽히 재현하는 연기력으로······.”


꺄아악, 객석의 함성이 너무 컸다.

사회자들의 멘트가 함성에 묻혀 안 들렸다.


카메라가 정민재를 클로즈업.

녀석이 팬들을 돌아보며 손을 흔들자 함성이 배가 됐다.


“마지막 후보. 네가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말을 현실로 만든 남자. 내 여자의 남자, 강준호.”


이희수가 또 대본에 없는 애드립으로 농담을 날렸다.


‘지금 저걸 농담이라고 한 건가? 시상식에서?’


이번에도 안 웃겼다.

준호의 짙은 눈썹이 순간적으로 꿈틀거렸다.


“웃어. 사람들이 보고 있어. 저 새끼 저러는 거 하루, 이틀이야?”


황 작가가 눈치 빠르게 옆구리를 찌르고 속삭였다.


‘저런 놈도 개그맨이라고.’


준호는 내심 한숨을 내쉬고 억지 미소를 머금었다.

다행히 카메라는 사회자를 비추고 있었다. 그의 표정은 황 작가만 봤다.


“몸을 내던지는 스턴트. 금지된 사랑을 훌륭히 소화한 괴물 신인이죠. 긴 무명 시절을 견디고 주연으로 우뚝 서서······.”


김희연도 녀석을 슬쩍 노려보고 정해진 멘트를 받았다.


- 강준호, 강준호!


객석 왼쪽에서 그를 연호하는 소리가 들렸다.

숫자는 정민재의 소녀들에게 밀리지만, 일당백의 화력을 자랑하는 준호의 중년 여성 팬들이었다.


“시상식에서는 정민재의 인기가 압도적일 겁니다. 하지만 우리도 질 수 없죠. 팬클럽에서 목소리가 큰 임원만 골라서 시상식 방청권을 뿌렸습니다. 기대하셔도 좋을 겁니다.”


어젯밤, 최 대표가 자신만만하게 한 말이었다.


단지 목소리만 큰 게 아니었다.

준호의 대형 사진과 현수막이 방청석 구석에 내걸렸다.


“강준호 씨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군요.”


김희연이 준호의 연기를 설명하다가 웃으며 말했다.


이윽고 후보 발표가 끝났다.

정면의 큰 스크린이 넷으로 나뉘고, 후보들의 얼굴이 클로즈업됐다.


어색하게 웃고 있는 준호.

팬들을 향해 눈을 찡긋하는 정민재.

옆에 앉은 선배와 뭐라고 속삭이는 장성훈과 박진후.

후보들의 반응도 각양각색이었지만, 다들 긴장한 티가 역력했다.


“올해의 남자 신인상의 주인공은······.”


이희수가 큐시트를 힐끔거리며 뜸을 들였다.


‘설마 갑자기 상이 취소된 건 아니겠지?’


준호는 꿀꺽 마른침을 삼키고 다음 말을 기다렸다.

이미 결과를 알고 있었지만 불안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한 치의 우열을 가릴 수 없었습니다. 강준호, 정민재! 공동 수상입니다.”


이희수가 큐시트로 배우 석을 가리키며 외쳤다.


우레 같은 박수.

준호와 민재는 주위 사람들에게 인사하며 일어났다.


- 강준호, 강준호!

- 정민재, 정민재!


둘의 팬들이 경쟁적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


준호와 정민재는 나란히 무대에 섰다.

시상을 맡은 선배 배우가 차례로 상패와 꽃다발을 건네줬다.


선배와 짧게 포옹한 뒤.

한은서와 김희철, 감독, 황 작가도 무대에 올라와 큰 꽃다발을 안겨 줬다.

정민재도 관계자들에게서 받은 꽃다발이 너무 많아 얼굴이 잘 안 보일 정도였다.


“일생에 한 번뿐인 신인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지금 기분이 어떻습니까?”


김희연이 조금 과장되게 웃으며 물었다.


수상 소감.

공동 수상은 한 명씩 차례로 말하는 게 보통이었다.


‘이 순간을 위해 합을 맞췄지.’


준호는 정민재를 돌아봤다.

녀석도 엷은 미소를 머금고 그에게 향했다.


며칠 전, 그가 최 대표를 통해 정민재에게 한 제안은 간단했다.


넘쳐나는 공동 수상.

평범한 수상 소감은 시시하다.

말 대신 짧은 연극 형태로 수상 소감을 전하는 게 어떨까?

단, 이때 대사는 각자 출연한 드라마의 명대사를 패러디하며, 서로 역할을 바꿔 연기한다.


‘신인상 수상으로 과제 달성 포인트를, 화제성으로 보너스를 받는 거야. 그 두 개만 해도 최소 500포인트는 되겠지. 그리고 무대에서 직접 확인한다. 정민재가 어떤 연기자인지.’


정민재가 예상대로 대단한 연기자라면?

그의 시선은 다음 과제, KBC가 내건 3회 출연으로 향한다.


‘KBC가 나한테만 그런 제안을 하지 않았겠지. 놈들이 얼마나 약은 놈들인데. 정민재한테도 비슷한 제안을 했을 거야. 그러니 이왕 KBC에 출연하는 거, 나와 정민재가 투톱으로 드라마를 이끌어가면 되는 거 아니겠어?’


둘은 여성 팬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면서도 팬층이 안 겹쳤다.

둘이 연기에서 시너지를 일으킨다면, 대본을 발로 쓰지 않는 이상 시청률 20%는 보장됐다.


‘게다가 라이벌의 연기를 가까이서 보면 내 연기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거야. 좋은 자극제도 될 테고.’


반대로 정민재가 거품인 연기자라면?


‘생방송 되는 무대에서 까발려지는 거잖아. 누가 진짜 신인상을 받아야 하는지. 아무리 KBC가 양아치라도 내게 최소한 정민재보다는 나은 대우를 해줄 수밖에 없지.’


위험을 감수하고 KBC 드라마에 계속 출연한다.

대신 정민재보단 높은 출연료를 요구해서 실리를 챙긴다.

비록 돈 때문에 연기하는 건 아니었지만, 세상에 돈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었다.


물론 제3의 경우, 그가 정민재에게 밀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시스템을 얻은 후 연기에 대한 자신감이 커졌다. 그럴 가능성은 낮았다.


‘연습 때 본 정민재의 실력은 절대 거품이 아니야. 녀석과 라이벌 구도를 그리면서 이야기를 끌어나간다면, 무슨 장르를 하든 대박이다.’


이건 정민재도 마찬가지였다.

녀석은 같이 연습하는 내내 그를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였다.


두 괴물 신인의 즉흥 연기.

둘이 꽃다발을 내려놓고 감정을 잡으려는 찰나였다.


“준호 씨와 민재 씨가 재미있는 이벤트를 준비했다죠? 설마 드라마에 나오는 연기를 보여주려는 건 아니겠죠?”


이희수가 또 혼자 말하고 혼자만 웃었다.

둘이 아까 대기실에서 리허설하던 걸 본 모양이었다.


‘저 새끼는 센스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제발 대본에 없는 건 하지 말라니까. 또 초를 치네.’


준호와 정민재는 동시에 굳은 얼굴로 놈을 노려봤다.


준비한 이벤트가 모두 밝혀진 상황.

이런 상황에서 계획대로 진행하면 비웃음만 샀다.


‘할 수 없다. 계획 변경. 진짜 즉흥 연기로 간다.’


준호는 정민재를 향해 눈짓했다.

녀석도 같은 생각인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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