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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하는 연기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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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3.14 16:51
최근연재일 :
2024.04.26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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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8,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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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3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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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형사님이세요?

DUMMY

늦은 밤, 화성시 외곽의 버려진 창고.

조명을 환하게 밝힌 가운데 촬영이 시작됐다.

주인공이 조폭들을 쓰러뜨리고 조직의 두목을 체포하는 오프닝 씬이었다.


부상 위험이 많은 액션이라 영 불안한 모양이었다.

평소 촬영장에 안 나오는 최 대표도 오늘은 매니저와 구석에서 지켜봤다.


촬영 준비 완료.

민 감독이 배우들을 불러 모으고 설명했다.


“이번엔 마스터 샷(master shot)으로 갑니다. 롱 테이크로 찍을 테니까 동선과 합을 확실히 기억하시고······.”


마스터 샷은 먼 거리에서 인물과 공간을 넓게 잡는 기법이었다.

보통 장면 전체에서 시작해 종결까지 마스터 샷으로 찍고, 시각적 변주와 극적인 느낌을 위해 클로즈업이나 투 샷, 쓰리 샷을 삽입했다.


‘디테일한 장면은 보조 카메라가 교차 편집할 테고. 마스터 샷이면 액션을 조금 크게 가져가는 게 좋겠네.’


준호는 카메라의 위치와 각도를 계산하며 머릿속으로 장면을 떠올렸다.


상대는 회칼이나 야구 배트를 든 조폭.

영화 속 형사는 총 대신 주먹이나 간단한 무기를 쓰는 게 불문율이었다.


그는 진압봉으로 맞서기로 했다.

진압봉은 105cm의 중봉과 120cm의 장봉이 있는데, 오늘 사용할 건 장봉이었다.


“주인공은 크라브 마가를 베이스로 해서 복싱, 유도, 주짓수, 검도 등 각종 무술에 능숙하다는 설정입니다. 공격은 짧고 간결하게. 급소만 정확하게 파파팍. 연습한 대로만 하시면 됩니다.”


무술 감독이 간단하게 시범을 보이며 거들었다.


진압봉은 이름만 봉일뿐.

생김새나 사용법은 죽도에 가까웠다.

이번 씬에서도 크라브 마가와 검도를 혼합해서 액션 시퀀스를 짰다.


“알겠습니다. 상대가 칼을 휘두르면 전 이렇게 피하고······.”


준호는 스턴트맨들과 약속된 동작을 느리게 재현했다.


첫 촬영.

여느 때보다 떨리고 긴장됐다.

체육관에서 사흘 동안 합을 맞췄지만, 현장에서는 아무리 연습해도 불안했다.


마지막으로 분장을 재점검한 뒤.


“한 번에 깔끔하게 끝냅시다.”


마침내 민 감독의 큐 사인이 떨어졌다.


‘어설픈 액션 연기가 아니야. 베테랑 형사의 진짜 액션을 보여 드리지.’


준호는 회심의 미소를 머금고 집중했다.


***


어두컴컴한 창고.

정장을 빼입은 사내가 낚시 의자에 앉아 있다.

그 앞에는 50대의 뚱뚱한 남성이 팬티 바람으로 무릎을 꿇고 있는데, 얼굴과 몸이 매 자국과 멍투성이다.


“박 사장. 장사 하루, 이틀 해? 내가 말했잖아. 재미없으면 재미없을 거라고. 왜 쓸데없는 고발정신으로 사람 피곤하게 만들어?”


사내가 뚱뚱한 남성의 머리를 밟으며 낄낄거린다.


“제발 살려 주세요.”


뚱뚱한 남성이 흐느끼며 애원한다.


“울지 마. 이러면 내가 나쁜 놈처럼 보이잖아.”


다시 남자가 웃으며 빈정거린 찰나.


“뭐가 그렇게 재미있어? 나도 같이 좀 놀자.”


불쑥 낮은 목소리가 끼어든다.

허름한 야구 점퍼를 입은 준호, 극 중 최진우가 입구 쪽 그늘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선배님. 지원을 기다리자니까요.”


어리바리하게 생긴 신입이 따라오다가 멈칫한다.

좌우의 기둥에서 정장을 입은 조폭들이 우르르 나타난다.


“지원은 무슨. 다 끝나고 와서 송장이나 치우려고?”


준호는 피식 웃으며 깡패들을 훑어본다.

17명이 슬그머니 회칼과 야구 배트를 꺼내 든다.


“한놈, 두식이, 석삼, 너구리······. 젠장, 더럽게 많네.”


최진우도 투덜거리며 바지 허리춤에서 삼단봉을 꺼낸다.


“새끼들, 쫄긴. 대한민국 경찰은 총 쓰면 큰일 나는 거 몰라?”

“야, 어디 서에서 나왔는지 모르겠는데, 그냥 못 본 척 가라. 나중에 섭섭하지 않게 찔러 줄게.”


두목이 조소를 머금고 타이른다.


“이미 증거 사진까지 잔뜩 찍었는데 뭘 모른 척해?”

“이 새끼 보게. 너 누구야?”

“글쎄. 우리가 친구가 될 사이도 아닌데 통성명이 필요할까? 일단 맞고 하자.”


이 말과 동시에 최진우는 정면의 놈들을 향해 달려든다.


***


정적에 휩싸인 촬영장.

모두가 숨을 죽인 가운데 카메라가 소리 없이 돌아갔다.


‘리허설하고 실전은 전혀 다른데. 신인급이 잘 해낼 수 있을까?’


민 감독은 불안한 눈으로 모니터를 응시했다.


“·········통성명은 필요 없고. 일단 맞고 하자.”


준호는 대본에 없는 애드립을 던지고 스턴트맨들에게 돌진한다.


‘연기에 여유가 있네.’


감독은 피식 실소를 터뜨렸다.


통성명은 필요 없다.

오디션 때도 쓴 대사를 응용해 포인트를 줬다.


“죽여!”


두목의 짧은 외침.

조폭들도 사방에서 준호에게 달려든다.


‘액션은 첫째도 타이밍, 둘째도 타이밍이지.’


민 감독은 속으로 타이밍을 재며 액션을 지켜봤다.


선두의 조폭이 회칼을 수평으로 휘두른다.

준호는 놈의 명치를 향해 삼단봉을 곧게 찌른다.


놈이 옆으로 몸을 비튼 순간.

삼단봉이 뱀처럼 휘어지며 베기로 바뀐다.

퍼억, 삼단봉은 놈의 허리를 수평으로 후려친다.


“크억.”


놈은 입에 게거품을 물고 허리를 굽힌다.

삼단봉이 다시 수직으로 올라가 놈의 턱을 강타한다.


“죽어.”


다른 놈이 준호의 목을 노리고 회칼을 찔러온다.

준호는 몸통을 살짝 비틀며 놈을 향해 몸을 기울인다.


아슬아슬하게 목젖을 스치는 회칼.

정면의 카메라가 그 모습을 정확히 잡아낸다.


퍼억, 둔탁한 소리.

칼을 찌르던 놈이 준호의 어깨에 기대 허물어진다.

준호가 몸을 기울이며 삼단봉으로 놈의 명치를 찌른 것이다.


뒤에서 다른 놈이 달려와 야구 배트를 휘두른다.

준호는 몸을 빙글 돌려 자기 어깨에 기댄 놈을 방패로 쓴다.

놈이 배트로 동료의 등을 후려치는 것과 준호가 삼단봉으로 놈의 턱을 가격하는 게 거의 동시에 이뤄진다.


준호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사내들을 헤집고 다닌다.

변화무쌍한 검무가 펼쳐진다. 찌르기가 수평 베기로, 수평 베기가 다시 수직 베기로 변하는 척하다가 올려치기로.


‘와, 준호 무쌍이 따로 없네. 리허설 때보다 더 잘하잖아?’


민 감독은 모니터로 그 모습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카메라로도 준호의 움직임을 쫓아가기 힘들었다.

오디션에서 무술 감독과 합을 맞췄을 때보다 일취월장했는데, 특히 동작의 맺고 끊음은 전문 스턴트맨을 능가할 정도였다.


“크으으.”


조폭들은 허둥대다가 차례대로 쓰러진다.

다들 팔이나 다리, 어깨 등을 감싸 쥐고 신음을 흘린다.


너무 세게 때렸나 보다.

마지막 깡패의 머리를 후려친 순간, 삼단봉이 산산조각 부서진다.


“너, 너 뭐야?”


겁을 먹고 주춤거리는 두목.

준호는 어깨를 으쓱하고 말없이 놈에게 다가간다.


“에이, 씨X!”


놈이 어설프게 달려들며 주먹을 휘두른다.


준호는 상체만 살짝 움직여 가볍게 피한다.

다시 놈이 주먹을 든 순간, 준호는 오른손으로 놈의 손목을 낚아챈다.


유도의 후리기로 놈의 중심을 무너뜨린 뒤.

주짓수 기술을 응용해 놈을 쓰러뜨리고 팔을 뒤로 꺾는다.

그리곤 오른쪽 무릎으로 놈의 등을 누르고 왼손으로 수갑을 꺼내 철컥.


짧지만 강렬한 액션 씬이었다.

등장부터 마무리까지 2분 남짓밖에 안 걸렸다.


“참, 묵비권 어쩌고 하는 개소리는 안 해도 알지? 네 말대로 장사 하루, 이틀 하는 게 아니잖아?”


준호는 한쪽 눈을 찡긋하며 애드립을 덧붙인다.

작 중 최진우는 가족을 잃기 전까지 유머러스한 캐릭터였다.


“오케이, 바로 그거야!”


짝짝짝, 민 감독은 헤드셋을 벗어 던지고 요란하게 손뼉 쳤다.


***


카메라가 멈췄다.


“바로 그거예요! 제가 꿈꾸던 액션! 관객들은 방금 민재 씨가 보여준 액션 하나만으로 극장에서 본전을 뽑았다고 생각할 겁니다.”


민 감독은 준호를 덥석 끌어안았다.

옆에서 구경만 한 감독이 배우보다 심장 박동이 빨랐다.


“정말 액션이 처음 맞아요? 연습 때보다 훨씬 빠른데요?”

“그 외모로 액션까지 잘하면 반칙 아닙니까?”

“맞아요. 인간미가 없네, 인간미가. 하나 정도는 못 하는 것도 있어야죠.”


스턴트맨도 혀를 내두르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요즘 액션 팬들은 눈이 높아요. 옛날처럼 큰 동작을 남발하면 비웃음만 사죠. 실전처럼 빠르고 간결하게. 그러면서도 타격감이 확실히 살아있게. 마X 히어로물이 최근 죽을 쑤는 이유 중 하나도 액션의 기본을 무시하고 CG만 떡칠해서 그런 거예요.”


민 감독이 준호의 등을 두드리며 장황하게 말했다.


준호는 모델처럼 키가 크고 팔, 다리도 길었다.

똑같은 동작을 해도 보는 맛이 있고 시원시원했다.


“검도는 또 언제 배우신 겁니까? 문외한인 제가 봐도 거의 선수급이던데. 전에는 말씀이 없으셨잖아요.”

“맞아요. 액션 스쿨에서 배운 멋내기용 무술이 아니에요. 숱한 실전을 거친 진짜 싸움꾼 느낌이었습니다. 혹시 조직에 계셨습니까?”


최 대표와 무술 감독도 다가와 흡족하게 웃었다.


아직 흥분이 안 가신 모양이었다.

최 대표는 괜히 허공에 주먹질하며 준호의 액션을 흉내 냈다.


“다들이 합을 잘 맞춰주신 덕분이죠. 무술 감독님도 고생하셨고요.”


준호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멋쩍게 웃었다.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게 당연하죠. 제가 오늘을 위해 포인트를 얼마나 쏟아부었는데.’


입가를 씰룩거려 웃음을 참았다.


어제 자정 무렵, 오피스텔.


“제작발표회에서 난리 친 게 큰 도움이 됐어. 덕분에 보너스를 받았으니까.”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한 덕분에 화제성으로 50포인트.

여기에 제작발표회와 관련한 도전 과제를 달성해 50포인트를 추가했다.


잔존 포인트는 116.

일일 드라마 때처럼 포인트가 매일 쌓이는 건 아니었지만, 한번 획득할 때마다 사이즈가 컸다.


“배우들이 드라마보다 영화를 선호한다더니, 다 이유가 있네. 확실히 일일 드라마 때보다 준비에 여유가 있어. 나중에 영화제에서 상이라도 받으면 보너스가 얼마나 들어올까?”


생각만으로 입이 귀에 걸렸다.


우선 기술 연기 중 검술로 들어갔다.

검술에도 해동검도, 펜싱 등 종류가 다양했지만, 검도가 제일 무난해 보였다.

그다음 상황 연기에서 ‘일 대 다수 무기 대결’을, 기술 연기 중 ‘직업 - 형사’를 각각 레벨 5로 올렸다.


총 93포인트 사용.

포인트가 23밖에 안 남았다.

슬슬 고렙에 대한 욕심이 났지만, 하이라이트 씬을 생각하면 아껴야 했다.


끝으로 세부 스탯 확인.

액션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기술만 해도 낙법, 크라브 마가, 주짓수, 검도 등으로 다양했다.

사용 시간이 짧고 파워도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이 정도면 거의 인간 병기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리고 결과는 방금 촬영한 것처럼 대성공.

먼저 올렸던 다른 스킬들과 어울리니 액션이 한층 살아났다.


“작품에 참고하기 위해 형사를 여럿 만나 봤지만, 준호 씨처럼 리얼한 건 처음이었어요. 특히 두목을 몸으로 누르고 수갑 채우는 장면은 실제 형사처럼 능숙했어요. 혹시 형사님이세요?”


민 감독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더욱 크게 웃었다.


형사보다 더 형사 같은 배우.

준호의 첫 연기 변신이 순조롭게 닻을 올렸다.


[100포인트 획득]

‘도전 과제 : 시작이 반이다’를 달성했습니다.


시스템 창이 언제나처럼 크게 밝게 반짝거려 축하해 줬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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