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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3.14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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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6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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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5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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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완벽한 놈 (1)

DUMMY

[우리는 지금 강준호 월드에 살고 있다]


모 일간신문에 실린 특집 기사였다.


우선 강준호가 광고하는 침대에서 눈을 뜬다.

강준호가 광고하는 건강식을 먹고, 강준호 스타일로 옷을 입은 뒤, 강준호가 광고하는 차를 타고 출근한다.

퇴근 후에는 강준호가 광고하는 백화점에서 쇼핑하며, 강준호가 광고하는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는다. 결제는 강준호가 광고하는 카드로.


이윽고 강준호가 광고하는 아파트에 돌아온다.

강준호가 광고하는 TV로 강준호가 나오는 드라마를 보고, 다시 강준호가 광고하는 침대에 눕는다.

물론 곁에는 항상 강준호가 광고하는 핸드폰이 있다.


사방에서 준호의 CF가 쏟아는 터.

신드롬에 가까운 그의 인기를 분석한 내용이었다.


“······캐릭터와 하나 된 연기력, 훈훈한 외모, 게다가 감동적인 팬 서비스까지. 광고주가 좋아할 만한 건 다 갖추고 있죠. 특히 주 소비층인 2049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모 광고 전문가의 인터뷰도 곁들였다.


“강준호 라이프?”


준호는 피식 웃으며 신문을 덮었다.


오피스텔의 소파.

테이블에는 매니저가 사 온 신문과 잡지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전부 그의 기사가 나온 것들이었다.

경제, 시사, 정치 등 분야가 다양했는데, 심지어 어린이 잡지의 표지에도 그의 사진이 실렸다.


종방연이 있고 한 달 후.

드라마가 끝났어도 인기와 여운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아침 드라마치곤 이례적으로 OTT에서 1위를 기록했고 해외, 특히 일본과 동남아시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의도치 않게 해외에 진출한 셈이었다.

회사로 보내지는 편지와 선물 중에는 삐뚤빼뚤한 한글도 많이 보였다.


“본격적으로 차기작 얘기를 해볼까?”


그는 재킷을 입으며 오피스텔을 나섰다.

김 매니저의 밴이 언제나처럼 지하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


월요일 오전.

준호는 오랜만에 회사 소회의실에서 최 대표와 임 이사를 만났다.


“하와이는 어떠셨습니까?”


시작에 앞서 최 대표가 웃으며 물었다.

밀린 광고 촬영을 끝낸 뒤, 회사에서 여행을 보내 줬다.


“미국은 처음이었습니다. 덕분에 잘 쉬었습니다. 부모님이 더 좋아하시더라고요.”


해양 스포츠를 너무 즐겼다.

피부가 갈색으로 보기 좋게 그을려 있었다.


금의환향.

신성리 본가에서도 이틀간 머물렀다.

사인회다 마을 잔치다 바빴지만, 부모님의 환한 얼굴을 보니 그도 뿌듯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일 얘기를 해 보죠. 대중성, 작품성, 예상 제작비, 촬영 스케줄, 감독, 스태프, 상대 배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몇 개 후보를 추려 봤습니다.”


임 이사가 태블릿을 꺼내 스크린에 자료를 띄웠다.


준호도 쉬는 동안 시나리오들을 정독했다.

영화, 드라마를 가리지 않고 다섯 작품이 선정됐다.


“강 배우님은 피지컬이 훌륭합니다. 액션이나 스포츠 물에 이상적이죠.”


첫 번째 작품은 20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되는 스포츠 대작이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럭비팀의 얘기였는데, 극 중 준호는 의욕 넘치는 주장 역할이었다.


두 번째 작품은 유명한 형사물 시리즈의 후속작이었다.

준호가 맡을 역할은 재벌 3세이었는데, 악역이라도 강렬한 카리스마 때문에 매력적이었다.


“꼭 선한 주인공을 고집할 필요는 없습니다. 악역이라도 대중에게 임팩트를 줄 수 있거든요. 강 배우님의 이미지 변신도 꾀할 수 있고. 실제로 악역으로 뜬 스타도 많죠.”


이번엔 최 대표가 설명했다.


네 번째와 다섯 번째는 로맨틱 코미디.

하나는 전작과 비슷한 분위기였고, 다른 하나는 시간여행을 하는 남녀의 엇갈린 사랑을 그렸다.


“강 배우님의 마스크는 로맨틱 코미디에 제격이에요. 게다가 배우의 연기 변신은 양날의 검이죠. 잘 되면 연기파로 인정받을 수 있지만, 그동안 쌓아 올린 이미지를 한순간에 잃을 수도 있거든요. 전 개인적으로 멜로물을 추천합니다. 검증된 감독, 여배우와 함께 차세대 멜로 황제로 굳히기에 들어가는 거죠. 연기 변신은 어느 정도 기반이 닦인 다음에 시도하는 거고요.”


임 이사의 의견은 세 번째나 네 번째였다.


마지막 다섯 번째는 한일 합작 영화.

한국에 여행 온 일본 여자가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이었는데, 극 중 준호는 남자 배우의 친구 역할이었다.


“감독이 일본의 거장 와타나베 마사오예요. 일본 영화가 잔잔하고 영상미가 뛰어난 편이죠. 비중은 작아도 장차 해외 진출을 고려한다면 좋은 선택입니다. 물론 제일 중요한 건 배우님 의사입니다.”


최 대표는 다섯 번째도 마음에 드는 눈치였다.


“전 다른 걸 생각했는데요. 이건 어떻습니까?”


준호는 태블릿을 건네받고 다른 시나리오를 열었다.

2차 스크리닝까지 패스하고 그에게 전달됐지만, 최종 후보에서 탈락한 작품이었다.


형사(가제).

범죄 집단에 가족을 잃은 형사의 처절한 복수극.

사적 복수심과 형사로서의 사명감 사이에서 갈등한다.


스토리는 간단하게.

현란한 스턴트와 격투, 빠른 전개로 관객들을 사로잡는 전형적인 액션물이었다.


“지난번에 보험사 광고를 찍으면서 액션을 처음 해봤는데, 의외로 재미있더라고요. 이미지 변신에도 좋을 것 같고.”


존 윅, 본 아이덴티티, 혹은 마블의 어벤져스 등.

준호 개인적으로도 시원시원한 액션물을 좋아했다.


“단독 주연으로 영화를 이끌어가는 건 섣부른 결정 아닐까요? 감독님도 엄청 깐깐한 분이시고. 조금 더 필모를 쌓고 천천히 올라가도 늦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건 다른 배우들도 탐낸다더라고요. 이미 몇몇 배우가 접촉했다는 소문도 있고. 오디션이 치열할 거예요.”


최 대표와 임 이사는 대번 고개를 가로저었다.


배우나 소속사에 시나리오를 보냈다.

이건 자신들의 영화에 출연해 달라는 뜻이 아니었다.

이런 시나리오가 있으니 관심 있으면 회의나 오디션을 해보자는 일종의 제안서였다.

시나리오가 관계자들 사이를 떠도는 건 흔했고, 출연 계약을 마쳤어도 이런저런 일로 엎어지기도 했다.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우선 시나리오가 너무 마음에 들더라고요.”


준호는 임 이사를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전작과 비슷한 멜로물은 피하고 싶습니다. 이사님 말씀대로 안정적으로 가는 것도 좋지만, 이미지가 굳어지면 다음부터 역할이 제한적이잖아요. 아직 신인이니까 신인답게 여러 분야에 도전해 보고 싶기도 했고요.”


다음은 최 대표에게.


“감독님이 깐깐하다면 더 잘됐습니다. 연기는 물론이고 연기 외적으로도 배울 게 많을 테니까요.”


회의실에 침묵이 흘렀다.

대표와 이사는 난감한 표정으로 시선을 교환했다.


“이런 말이 있죠. 스타와 배우는 다르다. 강 배우님은 스타보다 배우가 되는 길을 택하셨군요. 괜찮으시겠습니까? 어쩌면 실패를 맛볼 수도 있습니다.”


최 대표가 한숨을 짧게 내쉬고 물었다.


“프로야구의 김시진 감독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시도도 하지 않고 포기하느니 시도하고 실패하는 게 낫다.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 실패의 이유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도전을 두려워했다면 애초에 배우가 되지 않았을 겁니다.”


스타가 될 것인가, 배우가 될 것인가?

종방연에서 황 작가의 말을 듣기 전부터 생각했던 바였다.


준호의 선택은 배우.

오디션에서 떨어지더라도 후회는 없었다.


“알겠습니다. 다행히 오디션까진 며칠 여유가 있으니까 제작사에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변하겠습니다.”


최 대표는 쓰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회의는 여기까지.

오후에 또 화보 촬영이 있었다.


“스튜디오로 바로 가시나요?”

“아니요. 아는 선배가 회사 근처에 왔다고 해서요. 잠깐 커피 한 잔 마시고 갈 겁니다.”


준호는 최 대표, 임 이사와 차례로 악수하고 회의실을 나왔다.


***


평일 오전의 카페는 한산했다.

프리랜서로 보이는 몇 명이 띄엄띄엄 앉아 노트북으로 작업 중이었다.


“누구지? 연예인인가?”

“모델 같은데? 근처에 연예 기획사가 많잖아.”


카운터의 아르바이트생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는데.

훤칠한 키와 특유의 아우라는 감출 수 없었다.


“여기야.”


구석에 앉은 남자가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이철호.

연기 학원에서 알게 된 형이자 단역 선배였다.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셨죠?”


준호는 꾸벅 인사하고 맞은편에 앉았다.


“드라마 잘 봤다. 멋있던데? 연기력이야 학원에 있을 때부터 유명했고. 문제는 카메라 울렁증이었는데, 어떻게 극복한 거야?”


선배가 웃으며 커피를 권했다.

그의 것까지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을 시켜 놓은 상태였다.


주위 시선이 신경 쓰였다.


“한 3년 만인가요? 선배님 어떻게 지내셨어요?”


준호는 마스크만 살짝 내리고 커피를 입에 가져갔다. 


선배는 주말 드라마의 조연을 끝으로 TV에서 모습을 감췄다.

지웅이나 다른 동기를 통해서도 소식을 알 수 없었는데, 그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신수가 훤했다.


“난 배우가 체질이 아니었나 봐. 너처럼 연기를 잘하는 것도 아니었고. 그냥 강남에서 작은 사업을 하고 있어.”


선배는 어깨를 으쓱하며 소파에 기댔다.


손목에 찬 명품 시계가 조명을 받아 유난히 반짝거렸다.

그러고 보니 테이블에도 독일 B사의 차 키가 보란 듯이 올려져 있었다.


‘무슨 사업이지? 부모님은 식당을 하신다고 얼핏 들었는데.’


의문이 들었지만 그뿐이었다.

연기 학원을 오가며 인사했어도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

오늘도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고 해서 마지못해 나온 자리였다.


잠시 의미 없는 근황 토크가 오간 뒤.


“너도 바쁠 테니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어떤 분이 널 예쁘게 봐주셨어. 드라마 속 이현한테 반하셨다나?”


선배가 커피를 홀짝이며 본론을 꺼냈다.어쩐지 조심스러운 눈치였다.


“어떤 분인데요?”

“그건 비밀이야. 그냥 이름만 대면 다 아는 높은 분이라고만 해 둘게. 아무튼 그분이 널 콕 짚으셨어. 한번 만나 보는 게 어때?”

“······.”

“물론 공짜는 아니야. 용돈하고 선물이 두둑할 테니까 기대해.”


선배는 하얀 이를 드러내고 히죽 웃으며 덧붙였다.


“그분한테 잘 보이면 네 인생이 달라질 거야. 그분이 꽂아주는 광고만 받아먹어도 강남에 빌딩 한 채는 올릴 수 있을걸?”


그제야 알 것 같았다.


‘뭐야? 겨우 스폰서나 제안하자고 날 부른 거야?’


준호는 내심 헛웃음이 나왔다.


여자 연예인만 스폰서와 엮이는 게 아니었다.

이 바닥은 동물의 왕국이 따로 없는 터. 남자 연예인도 뒷말이 무성했다.


게다 그의 피지컬과 마스크는 무명 시절에도 유명했다.

화류계로 빠진 선배나 동기에게 같이 일하자는 권유도 여러 번 받았다. 물론 어림없는 소리라고 일언지하에 거절했지만.


길게 생각해 볼 필요도 없었다.


“못 들은 걸로 하겠습니다. 커피 잘 마셨습니다.”

“야, 이게 그렇게 쉽게 거절할 수 있는 게 아니야. 네 팔자가······.”

“앞으로 다시 연락하지 마세요.”


준호는 선배의 말을 자르고 일어났다.

선배가 따라 일어나 손을 잡는 것도 뿌리쳤다.


“시X, 건방진 새끼. 많이 컸네.”


뒤에서 욕설 섞인 비아냥이 들렸지만 모른 척했다.


‘세금 같은 건가? 뜨고 나니까 똥파리가 많이도 꼬이네.’


선배. 아니, 이철호만 있는 게 아니었다.

유명인을 유혹하는 나쁜 손길은 무명 시절에도 여럿 봤다.


당사자의 심지만 굳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

그가 겪은 연예계는 생각보다 더럽고 추잡스러웠다.

유혹의 손길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시나브로 다가왔다.


‘이철호도 포기하지 않을 거야. 거절 의사를 분명히 밝혔지만 뭔가 다른 방법을 쓰겠지.’


목표는 연기로 인정받는 진짜 배우.

유혹에 흔들려 다른 길로 갈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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