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안녕하세요

레벨업하는 연기 천재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글향
작품등록일 :
2024.03.14 16:51
최근연재일 :
2024.04.26 08:40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39,706
추천수 :
1,191
글자수 :
258,011

작성
24.04.24 08:40
조회
293
추천
13
글자
11쪽

새로운 기준 (2)

DUMMY

“레디, 액션.”


준호는 잔뜩 상기돼 손바닥을 비볐다.


······

직업 : B급 연기자

획득 포인트 : 3,312

잔존 포인트 : 622

······


잔존 포인트가 622.

보기만 해도 배가 불렀다.


“역시 인생은 한 방이네. 신인상 하나로 이만큼이라니. 이걸 어떻게 쓰지?”


아직 레벨 4에 머무는 감정 연기가 18개였다.

표현 연기 7종도 레벨 4였고, 상호 연기 4종도 레벨 4에 머물고 있었다.


레벨 4에서 5로 올라가는데 필요한 포인트는 16.

핸드폰을 꺼내 계산기를 두드려봤다. 29 * 16 = 464.


“생각보다 포인트가 많이 드네. 어쩌지? 올려? 말아?”


잠깐 고민했다.

문득 정민재가 떠올랐다.

인정하긴 싫지만 섬세한 연기는 녀석이 한 수 위였다.


“녀석에게 질 수 없지.”


하나씩 올리는 게 번거로웠지만 레벨 4에 있던 걸 전부 5로 올렸다.


남은 포인트는 158.

이제부턴 신중해야 했다.

메뉴를 들락거리며 고민하기를 한참.


“배우는 몸이 자산이지. 특히 액션 영화는 촬영 도중에 어떤 사고가 날지 모르고.”


기술 연기 중 안전성 항목으로 들어갔다.

안정성도 신체, 정신, 환경 등 하위 요소가 다양했다.


먼저 신체 안정성.

63 포인트를 투입해 레벨 6으로 만들었다.

그다음 레벨 5에 머무는 반사신경과 집중력을 레벨 6으로 올렸다.

민첩성, 순발력, 힘, 체력 등의 신체 능력도 올리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포인트가 부족했다.


총 127포인트 사용.

포인트가 순식간에 녹아내려 31만 남았다.


“600도 많은 게 아니었구나. 아직 못 올린 요소도 많은데 언제 다 만렙을 찍지? 이러다 평생 공로상을 받을 때까지 만렙을 못 찍는 거 아니야?”


한숨이 절로 나왔다.

레벨이 올라갈수록 포인트는 두 배로 필요한 터.

신인상 하나론 그가 원하는 고렙까지 턱없이 부족했다.


“일단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뜻하지 않은 사고가 발생해도 대처할 수 있을 거야.”


준호는 레벨업 내역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시스템 창을 닫았다.


도전 과제 : 액션의 새로운 기준

- 위험 요소가 많은 하이라이트 씬. 최고의 연기로 감동과 전율을 선사하세요.

- 성공 시 화제성 + 200포인트. 동료 평가 + 100포인트.

- 실패 시 화제성 - 100포인트. 인지도 - 100포인트. 비중 - 100포인트.


시스템은 어김없이 그를 채찍질했다.


하이라이트 씬을 촬영하기 이틀 전.

상대 배우와 연습을 마치고 오피스텔에서 있었던 일이었다.


***


파공음이 날카로웠다.

부러진 칼날이 팽그르르 돌며 머리를 향해 날아왔다.


‘X 됐다!’


준호는 표정이 굳어졌다.

날은 뭉툭해도 진짜 칼처럼 묵직하고 섬뜩했다.


“꺄아!”


어디선가 높고 날카로운 비명이 들렸다.

당황해 손을 뻗는 상대 배우의 모습도 슬로우 모션으로 보였다.


칼날이 얼굴에 닿으려는 찰나.

준호는 제자리에서 고개를 옆으로 움직였다.

피잉, 칼날이 땀방울 맺힌 앞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오른쪽을 곁눈질했다.

크레인에 달린 카메라가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촬영 아직 안 끝났다.’


지금은 준호가 아니라 최진우였다.

그는 옆으로 크게 발을 내디뎌 놈의 품을 파고들었다.


놈이 엉겁결에 주먹을 내민다.

그는 왼손으로 놈의 손목을 잡는다.

동시에 어깨로 놈을 밀고, 오른발로 놈의 중심 다리를 후려친다. 유도의 바깥다리 후리기를 응용한 기술이다.


쿵, 놈이 못 버티고 넘어간다.

최진우가 놈을 위에서 누른 자세가 된다.

왼손으로 놈의 오른 손목을 누른 뒤, 옆으로 이동해 사이드 포지션을 취한다.


“키무라 록?”


민 감독이 깜짝 놀라 외쳤다.

주짓수의 기본이자 가장 위험한 기술 중 하나였다.

실제로 UFC에서 프랭크 미어가 이 기술로 상대의 팔을 부러뜨리기도 했다.


‘완전히 숨통을 끊어야 한다!’


최진우는 오른손의 단검으로 놈의 목을 누른다.

놈은 오른손이 그의 왼손에 눌린 상태. 왼손도 그가 몸으로 누르고 있다.


놈이 얼굴이 빨개져 도리질한다.

역부족이다. 위에서 체중을 실어 누르는 힘을 당해낼 수 없다.


칼끝이 놈의 목젖에 닿는다.

핏방울이 눈물처럼 흘러나온다.

놈의 고통에 찬 몸부림이 절정에 이른다.


조금 더.

칼끝이 놈의 목젖을 파고든다.

비명은 없다. 상처가 벌어지고 핏물이 꿀렁거리며 뿜어진다.


마지막으로 단검의 절반가량이 놈의 목에 박힌다.

그제야 반항이 사라진다. 놈이 눈을 부릅뜬 가운데, 벌어진 목에서 핏물이 넘쳐난다.


잠시 정적.

살아남은 자의 거친 숨소리만 들린다.


“후아.”


최진우는 단검을 놓고 큰대자로 뻗는다.


강적이었다.

그의 옆구리에서도 피가 배어 나온다.

크레인이 달린 카메라가 눈부신 조명 옆에서 그를 클로즈업한다.


‘3, 2, 1. 제로!’


그가 최진우였던 시간은 여기까지.


“오케이. 최고야! 짜릿해!”


민 감독이 헤드셋을 벗어 던지고 벌떡 일어났다.


“와, 우리가 방금 뭘 본 거지?”

“나 손에 땀 난 거 봐. 죽인다.”

“내가 보증해. 이 영화는 반드시 뜬다!”


스태프들도 엄지를 내밀고 박수를 쏟아냈다.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도 몰랐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예정된 9분 45초의 액션이 끝나 있었다.


“미치겠군. 액션 씬 하나로 전율을 줄 수 있는 배우가 세상에 몇이나 될까?”


정민재도 고개를 저으며 헛웃음을 흘렸다.


준호의 액션에 전염된 모양이었다.

말아쥔 주먹이 싸울 것처럼 파르르 떨렸다.


환호에 대꾸할 힘도 없었다.

준호는 누운 채 천장의 조명과 카메라를 보며 히죽 웃었다.


[300포인트 획득]

‘도전 과제 : 액션의 새로운 기준을 달성했습니다!


유난히 큰 보너스 포인트는 덤이었다.


***


하이라이트 씬을 앞둔 회의.

준호가 제안했던 건 크게 둘이었다.


“킬러가 사실상 최종 보스잖아요. 멈추지 않고 롱테이크로 한 번에 가면 어떨까요?”

“거의 10분에 달하는 씬을 안 끊고요? 말이 좋아 10분이지. 복싱도 한 라운드가 3분이에요. 보통 연기도 10분은 버거운데 그걸 액션으로 하겠다니. 10분 내내 집중력을 유지하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액션 중에 무슨 돌발상황이 터질지도 모르고요.”


민 감독이 대답하기 전.

최 대표는 대번 고개를 가로저었다.


“대신 롱테이크는 쉬지 않고 휘몰아치기 때문에 몰입도가 최고죠. 관객들은 10분간 숨도 못 쉴 겁니다.”


괜히 안, 강, 최가 아니었다.

준호의 고집도 만만치 않았다.


“좋습니다. 까짓거 한번 해 봅시다! 대신 상대 배우하고 합을 철저하게 맞춰야 할 거예요.”


민 감독은 고민 끝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 더. 요즘 액션 팬은 눈이 높습니다. 격투기 전문가도 많고요. 근접 타격전에서 나이프 파이팅, 주짓수로 이어지는 고급 기술의 향연을 보여 주고 싶습니다.”


물론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기술이 많아진다는 건 그만큼 배우가 익힐 것도 많다는 뜻이었다.


‘적당히 출연료만 받을 생각이라면 이렇게까지 안 나서도 되겠지. 하지만 적당히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이왕 액션 물을 찍는 거, 액션 영화의 새 역사를 쓰겠어.’


돈이나 시스템 포인트는 둘째.

최고를 꿈꾸는 배우로서의 순수한 욕심이었다.


그 결과는 대성공.

모두가 감동에 젖어 손뼉 친 게 그 증거였다.

친구이자 경쟁자인 정민재도 두 손 들었다고 했다.


‘다시 하라면 할 수 있을까?’


솔직히 자신 없었다.

부러진 단검을 피한 것도 운빨이 반.

그리고 전날 관련 요소를 레벨업한 덕분이었다.

민첩성이나 반사신경이 조금만 낮았어도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그래도 재미있는 경험이었어. 크크크.’


마지막에 단검으로 상대의 목젖을 찌른 건 마술에서 흔히 쓰이는 트릭이었다.

단검 손잡이에 작은 버튼이 있는 터. 그걸 누르고 찌르면 칼날이 들어가고 끝에서 가짜 피가 흘러나오는 구조였다.


목이 갈라지고 끔찍한 내부가 보였다고?

그건 정교하게 제작된 인형으로 근접 촬영하고 CG로 덧붙였다.

액션 중간에 터진 비명과 잡음도 편집 과정에서 얼마든지 제거할 수 있었다. 뭐, 담당 편집자는 죽을 맛이겠지만.


‘드디어 끝났다. 이제 영화는 내 손을 떠났어.


지금부턴 감독과 편집팀의 역량.

배우로서 조금의 후회가 없이 후련했다.


***


촬영장을 나선 뒤.

준호는 바로 병원 특실에 드러누웠다.

약간의 타박상과 미세 골절, 피로 누적에 따른 탈진 때문이었다.


“잘됐어. 넌 1년 가까이 쉬지 않고 달려 왔잖아. 넌 의식을 못 했어도 정신적, 육체적으로 상당한 피로가 누적됐을 거야. 이번 기회에 영화나 보면서 푹 쉬어.”


지웅이가 시간 날 때마다 와서 옆을 지켰다.


몸보다 고향의 부모님이 문제였다.

부모님께는 비밀로 하고 싶었지만, 모든 언론사에서 그의 부상을 다뤘다.


- 목숨을 건 촬영, 강준호 구사일생.


특히 다스 패치 놈들.

제목부터 참 자극적이었다.

탈진했던 걸 심정지처럼 부풀렸다.

덕분에 영상통화로 부모님을 안심시키느라 꽤 애먹었다.


“아이고, 준호야. 왜 그런 험한 역할을 해서······.”


어머니는 말도 제대로 못 잇고 통곡하셨다.


“별거 아니라잖아. 사내대장부가 큰일을 하다 보면 다칠 수도 있는 거지. 애 쉬게 빨리 전화 끊어.”


옆에서 아버지가 퉁명스럽게 말했지만, 언뜻 보니 눈자위가 축축하셨다.


아, 황 작가와 팬들도 조금 문제였다.

병원 관계자 중에 그의 열성 팬이 있는 모양이었다.

입원한 병원은 언론에 안 밝혔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편지와 선물이 쇄도했다. 영어와 일본어로 된 것도 많았다.


- 아프냐? 나도 아프다.

- 준호 없으면 나도 없다.

- 강준호 배우님의 쾌유를 빕니다.


화분은 너무 많아서 처치 곤란이었다.

김 매니저가 밴으로 화분을 실어 나르면, 다음날 더 많은 화분이 도착했다.


‘팬들이 보내 주신 건데 인사는 해야지.’


선물을 하나씩 열어 인증샷을 찍고.

소속사 홈페이지와 팬클럽에 자필로 감사 인사를 올렸다.

건강 보조 식품과 영양제는 언제나처럼 소속사 직원들에게 나눠 줬다. 지웅이도 덕분에 영양 보충 제대로 한다며 싱글벙글.


그사이 제작진도 바빴다.

촬영은 마쳤지만 후반부 작업이 남았다.

감독은 편집실에서 두문불출하고 작업에 열중했다.


“액션 영화는 음향과 특수 효과가 중요하잖아요. 그쪽 스태프들이 죽어 나간대요. 강 배우님의 열연을 헛되게 할 수 없다나? 민 감독님이 독기를 품었다고 합니다.”


최 대표도 시간 날 때마다 들러 진척 상황을 전했다.


준호의 위험한 액션을 제일 강하게 반대한 건 최 대표.

일차 편집된 영상을 보고 제일 크게 기뻐한 것도 최 대표였다.


그가 슬슬 퇴원을 준비할 무렵.

민 감독이 초췌한 몰골로 찾아왔다.

오랫동안 해를 안 봐 창백했지만 눈엔 자신감이 넘쳤다.


“드디어 끝났습니다. 제가 보증합니다. 마지막 10분의 롱테이크 액션 씬은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겁니다.”

“저도 준비됐습니다.”


준호도 미소를 머금고 고개를 끄덕였다.


살이 조금 쪘지만 원기를 완전히 회복했다.

지금부터는 영화 제작 2라운드. 시사회와 홍보의 시간이었다.


- 전무후무. 액션 영화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


영화 ‘형사’의 뉴스가 각 언론사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레벨업하는 연기 천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매일 아침 8시 40분에 찾아뵙겠습니다. 24.03.15 874 0 -
48 홍보도 배우의 의무다 (2) +4 24.04.26 259 15 12쪽
47 홍보도 배우의 의무다 (1) +2 24.04.25 274 12 11쪽
» 새로운 기준 (2) +2 24.04.24 294 13 11쪽
45 새로운 기준 (1) +2 24.04.23 333 12 12쪽
44 경쟁자 (4) +2 24.04.22 352 15 11쪽
43 경쟁자 (3) +2 24.04.21 424 15 12쪽
42 경쟁자 (2) +1 24.04.20 452 18 12쪽
41 경쟁자 (1) +2 24.04.19 490 19 12쪽
40 죽는 것도 예술이다 (3) +2 24.04.18 493 18 12쪽
39 죽는 것도 예술이다 (2) +2 24.04.17 515 15 13쪽
38 죽는 것도 예술이다 (1) +1 24.04.16 531 16 11쪽
37 주연의 의미 (2) +2 24.04.15 562 19 12쪽
36 주연의 의미 (1) +1 24.04.14 585 17 11쪽
35 형사님이세요? +2 24.04.13 636 20 11쪽
34 제작발표회 +2 24.04.12 680 18 12쪽
33 업그레이드 (2) +2 24.04.11 665 19 12쪽
32 업그레이드 (1) +2 24.04.10 675 23 12쪽
31 액션의 기본 (2) +4 24.04.09 702 24 12쪽
30 액션의 기본 (1) +2 24.04.09 716 19 12쪽
29 완벽한 놈 (4) +3 24.04.08 752 24 12쪽
28 완벽한 놈 (3) +4 24.04.07 768 26 12쪽
27 완벽한 놈 (2) +3 24.04.06 762 22 12쪽
26 완벽한 놈 (1) +2 24.04.05 805 24 12쪽
25 팬 미팅 (2) +2 24.04.04 829 26 12쪽
24 팬 미팅 (1) +2 24.04.03 864 26 12쪽
23 끝이 아닌 시작 (3) +3 24.04.02 871 29 11쪽
22 끝이 아닌 시작 (2) +1 24.04.02 892 23 12쪽
21 끝이 아닌 시작 (1) +2 24.04.01 958 29 12쪽
20 한눈팔지 않겠다 (2) +2 24.03.31 956 3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