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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하는 연기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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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3.14 16:51
최근연재일 :
2024.04.26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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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31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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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한눈팔지 않겠다 (2)

DUMMY

‘기절시킨 건 모르는 모양이네. 하긴, 경황이 없었겠지. 예의 같은 걸 따진 상황도 아니었고.


준호가 한은서를 구한 방법은 일반적인 해양 인명구조가 아니었다.

일단 그녀를 기절시키고 데려온 것 자체가 구조대의 방식과 거리가 멀었다.


그가 올린 건 상황 연기.

현장의 긴박함을 카메라에 담기 위한 행동이었다.

그의 수영이 평소보다 다소 과장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래도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200포인트 획득]

‘도전 과제 : 백마 탄 왕자님’을 완수했습니다!


언제나처럼 포인트가 칼같이 들어왔다.
고마운 소식이었지만 시스템을 확인할 겨를이 없었다.


SNS라는 게 참 무서웠다.

팬들이 현장을 찍어 실시간으로 업로드했다.

사진, 동영상, 심지어 움짤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김희성과 성태철도 같이 찍혔다.

바다에 뛰어들려다가 주춤거리는 둘 덕분에 준호의 활약이 상대적으로 더 돋보였다.


- 강준호 한은서

- 내 여자의 남자

- 너울성 파도

- 강릉 드라마 촬영장


파급력은 대단했다.

10분도 지나지 않아 관련 키워드가 실시간 검색어를 점령했다.


- 동화속 왕자의 재림. 강릉에 핑크빛 기류가?

- 백마 탄 왕자 강준호, 거친 파도를 뚫고 공주를 구하다.

- 강준호, 그녀를 위해 몸을 던진다. 드라마가 아닌 실제 상황입니다.


주요 언론사에서도 관련 기사들을 쏟아냈다.

몇몇 눈치 빠른 기자들은 한은서가 슬그머니 그의 손을 잡은 걸 놓치지 않고 클로즈업했다.


귀가 아플 정도로 거듭되는 찬사.

물론 모두가 그의 행동을 반긴 건 아니었다.


“강 배우님, 왜 그러셨습니까? 누구 심장마비로 죽는 꼴 보고 싶으십니까? 앞으로 그런 건 매니저한테······.”


최 대표는 바로 전화해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계약서에 안전에 관한 사항을 추가했어야 했다고 뒤늦게 후회하면서.


물론 잔소리가 기분 나쁘진 않았다.

소속사 대표이자 연예계 선배로서 당연히 할 수 있는 말이었다.


‘문제는 엄마, 아빤데. 아들에 관한 건 찌라시 기사까지 꼼꼼히 챙겨 보시잖아.’


부모님은 의외로 별말씀이 없으셨다.


대신 며칠 후, 집에서 작은 택배가 도착했다.

뭔가 싶어 열어 보니 보약과 함께 부적이 한가득이었다.


건강 부적은 베개에 넣고 자라.

사고방지 부적은 항상 지갑에 넣고 다녀라.

액운 방지 부적은 자정에 태워서 물에 섞어 마셔라.

이건 스태미나에 좋은 거니까 팬티 속에 넣고 다녀라 등등.


부적마다 자세한 설명도 첨부돼 있었다.


‘절에 가셨나 보네. 관절도 안 좋다면서 또 백팔배까지 하신 건가?’


엄마의 삐뚤빼뚤한 글씨를 보자 눈물이 핑 돌았다.


개인적으로는 무교에 가까웠다.

부적을 믿는 건 아니었지만, 그 안에 담긴 부모님의 정성은 믿을 수 있었다.


아, 신경 쓰이는 게 하나 더 생겼다.


“준호 오빠, 아까 정말 고마웠어요.”


한은서가 슬그머니 다가와 아이스 커피를 건넸다.


“고맙긴요. 당연히······.”


준호는 무심코 커피를 받다가 멈칫했다.


‘오빠? 나보다 연상 아니었어?’


그녀와는 사적으로 대화한 적도 없었다.

배우들이 모인 단톡방에서도 둘은 데면데면했다.


“이따 다시 얘기해요.”


그녀는 얼굴처럼 화사하게 웃으며 돌아섰다.


“네, 네.”


준호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갑자기 오빠로 태도가 돌변하다니. 삼류 드라마 같은 상황이 진짜 내게 일어났네.’


어쩐지 아까 슬그머니 손을 잡더라니.

연애 경험은 적어도 눈치라는 게 있었다.


인기 많고 예쁜 여배우가 먼저 접근한 건 좋았다.

연기 선, 후배로 친하게 지내자면 언제든 환영이었다.


‘난 이제 막 연기에 눈을 뜬 상태인데.’


몇 년 후라면 모를까.

지금은 연기가 최우선이었다.


***


리조트에 짐을 푼 뒤.

조연출이 예약한 횟집으로 이동했다.


‘회식 때는 위치 선정이 중요하지.’


정 감독은 유명한 술고래였다.

옆에 앉아서 주는 대로 마셨다간 감당이 안 될 게 뻔했다.


‘어디가 좋을까?’


문가에 서서 고민하는데 황 작가가 손짓했다.

감독이 있는 중앙에서 한 테이블 건너의 명당이었다.


‘피곤하니까 한두 잔만 마시고 일찍 돌아가자.’


준호는 황 작가의 왼쪽에 앉았다.


우연히 한은서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다른 테이블에서 김희성, 성태철과 마주 앉아 있었다.


“오늘 수고했어요. 아까 은서 씨 구하러 갈 때는 깜짝 놀랐다니까.”


황 작가가 웃으며 그의 잔을 채워줬다.


“그러고 보니 작가님하고 사석에서 만나는 건 처음이네요. 제 잔도 받으셔야죠.”


그도 소주병을 받고 그녀에게 따라줬다.


“저도 같이 마셔요.”


한은서가 술잔과 젓가락을 들고 다가왔다.


준호가 반응할 틈도 없이 그의 오른쪽에 앉았다.

동시에 김희성과 성태철이 그를 향해 따가운 시선을 쏘아댔다.


‘유치하게 애들도 아니고. 이게 무슨 상황이야?’


순간적으로 당황한 준호.

다행히 어색한 상황은 곧 수습됐다.


감독이 술잔을 들고 일어났다.

지방 방송은 스톱. 모두 잔을 들고 감독을 바라봤다.


“우선 이 자리의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준 덕분에······.


교장 선생님 같은 모범적인 훈화였다.


“우우. 상투적이다. 드라마 감독 맞아요?”


황 작가가 양손을 입 앞에 모으고 야유를 보냈다.


둘은 여러 작품은 같이 해서 친분이 두터웠음.

다른 이가 했으면 당장 분위기가 이상해졌겠지만, 그녀가 야유를 보내니 농담처럼 빵 터졌다.


“알았어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지. 사장님께서 보너스를 주셨습니다.”


감독은 품에서 흰 봉투를 꺼냈다.


제법 두둑해 보였음.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일제히 환호가 쏟아졌다.


“이참에 아침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경신해 보자고요. 그럼 사장님이 단체 해외여행까지 쏜다고 했으니까.”


감독이 웃으며 덧붙였다.


‘해외여행? 동남아 리조트라도 가는 건가?’


준호도 들떴다.


해외여행은 가 본 적이 없었다.

여행이라고 해 봐야 언젠가 지웅이와 제주도에 가본 게 전부였다.


다 같이 건배.

기분 좋게 단숨에 소주잔을 비웠다.


‘노출 씬도 끝났겠다. 오늘은 한두 잔해도 되겠지.’


캬, 오랜만에 마시니 술이 달았다.


“어머, 술도 잘 마시네요.”


한은서가 옆에 찰싹 붙어 소주를 따라줬다.

황 작가 눈을 가늘게 뜨고 째려봤지만 짐짓 못 본 척했다.


“신이슬과 이현의 사랑을 위하여.”


그녀가 눈을 반달형으로 뜨고 잔을 들었다.


“사랑을 위하여.”


준호가 잔을 부딪치고 마시려는 찰나.


“그냥은 시시하죠. 사랑을 위한 건데.”


그녀는 잽싸게 러브샷으로 바꿨다.


러브샷은 처음이었다.

준호는 소주를 두 잔 마셨을 뿐인데 얼굴이 발그레해졌다.


“우리 이따가······.”


그녀가 소주병을 들고 뭐라 말하는 도중이었다.


딩동, 맑은 알람과 함께 시스템 창이 나타났다.


임시 흐킬, 외형 일체화가 해제됩니다.

곧 스킬 사용에 따른 부작용이 발동합니다.


아래에는 디지털 시계 같은 숫자가 있었다.


300, 299, 298······.

숫자가 빠르게 줄어들었다.

부작용 발동까지 남은 시간인 것 같았다.


‘부작용?’


술이 확 깼다.

준호는 술잔을 든 채 그대로 굳어졌다.


***


‘이제까지 특별한 징후는 없었는데?’


단기간에 몸을 만드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몸에 무리가 가는 게 당연했지만, 너무 뜬금없이 알림이 나오자 당혹스러웠다.


‘일단 자리를 옮기자. 조용한 곳에서 부작용에 대비해야 해.’


준호는 잔을 내려놓고 일어났다.


“왜 그래? 벌써 취했어?”


황 작가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올려봤다.


“낮에 무리했더니 컨디션이 안 좋네요. 바람 좀 쐬고 곧 돌아오겠습니다.”


그는 대수롭지 않은 척 어깨를 으쓱했다.


“어디 가십니까?”


김 매니저가 구석에서 코디와 어울리다가 따라 나오려고 했다.


“괜찮아요. 안 취했으니까.”


준호는 오른손을 들어 매니저를 앉혔다.


차를 타고 오는 길에 봤다.

횟집 주차장 옆에 바다가 보이는 오솔길이 있었다.


큰 나무 뒤의 벤치에 앉았다.

어디선가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와 뺨을 스쳤다.


‘괜히 불안하네. 무슨 부작용일까?’


그가 한숨을 짧게 내쉰 찰나였다.


“여기예요? 다른 사람이 오며 가며 볼 수도 있는데. 너무 화끈한 거 아니에요?”


옆에서 불쑥 한은서의 목소리가 들렸다.


“네?”

“시치미 떼시긴. 오빠가 사인을 보냈잖아요. 바람 좀 쐬자고. 그게 설마 진짜 바람만 쐬자는 뜻이겠어요? 애들도 아니고.”


그녀는 피식 웃으며 대뜸 옆에 앉았다.

얇은 티셔츠 너머로 그녀의 부드러운 살이 느껴졌다.


‘뭐야? 그게 왜 이렇게 해석되는데?’


당황해 주춤 물러나는 준호.

그녀가 팔짱을 끼는 바람에 피할 수도 없었다.


5, 4, 3······.

그사이에도 시스템 창의 카운트 다운은 계속됐다.


‘어쩌지?’


마침내 카운트가 0이 됐다.


[부작용 ······이 발동됩니다.]

숫자가 사라지고 새 알림이 나타났다.


‘뭐야? 이거였어?’


그 순간, 준호는 자기도 모르게 히죽 웃었다.


***


3분 전, 떠들썩한 회식 자리.


“안 되겠어. 그 불여우가 무슨 짓을 할지 몰라.”


황 작가는 소주잔을 단 모금에 비우고 일어났다.


한은서도 방금 나갔다.

화장실에 간다고 했지만 용건은 뻔했다.


A 양, 영화 촬영 중 상대 배우와 염문.

A 양, 기혼남 B 감독과 하와이에서 목격되다.

A 양, 심야에 C 군의 오피스텔에 들어가다. 단순한 친구 사이?


너튜브나 찌라시에 흔히 등장하는 이야기였다.

말도 안 되는 소설도 많았지만, 사실인 것도 제법 있었다.


‘이 바닥에서 성인군자를 찾는 것도 우습지만, 걔는 너무 심해. 이제 막 뜨려는 배우한테 무슨 해가 될지 몰라.’


배우로서의 한은서는 조금 인정.

하지만 인간으로서의 한은서는 전혀 아니었다.

확인된 바는 없었지만 성태철과도 그렇고 그런 사이였다고 했다.


준호가 갈 데는 뻔했다.

전용 밴, 아니면 주차장 옆 오솔길.


‘아까 매니저한테 차 키를 안 받았지? 그렇다면 남은 곳은 하나.’


황 작가는 오솔길로 걸음을 옮겼다.


예상대로.

체격 좋은 남녀가 벤치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바닷가에서 남녀가 데이트하는 게 문제될 건 없었지만, 그게 한창 드라마에 나오는 배우라면 얘기가 달라졌다.


“흠.”


그녀는 헛기침하고 모습을 드러내려다가 멈칫했다.


“드르렁.”


낮게 코 고는 소리가 들렸다.


‘응?’


그녀는 잽싸게 나무 뒤에 숨었다.


자세히 보니 뭔가 이상했다.

준호는 벤치에 기대 고개를 젖힌 자세였다.

잠깐 조는 게 아닌, 깊은 잠에 빠진 모습이었다.


“씨X. 내 앞에서 진짜 잠만 자? 이건 바보야, 천재야?”


한은서는 전자담배를 꺼내 물었다.

횟집에서 오빠 어쩌고 애교를 부리던 것과 딴판이었다.


이쯤 되면 더 볼 것도 없었다.


‘준호 씨도 고수네. 내가 나설 필요가 없잖아? 크크크.’


황 작가는 킥킥거리며 횟집으로 돌아갔다.


- 전도유망한 배우에게 유혹의 손길이 뻗어온다.


이건 세금처럼 당연한 일이었다.

유혹을 슬기롭게 넘기는 것도 중요했는데, 준호는 우려와 달리 이걸 말끔하게 해냈다.


[10포인트 획득]

유혹을 견디는 건 배우로서 좋은 자세입니다.


다른 사람에겐 안 보였다.

준호의 머리 위에는 시스템 창이 떠 있었다.


아까 나타난 부작용의 이름은 ‘깊은 수면’.

그가 부작용을 확인하고 안도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차라리 잘됐다. 연기 외에 한눈팔 생각은 없었으니까.’


완전히 잠들기 전, 준호는 꿈에 취한 듯 히죽 웃었다.


무더웠던 8월의 마지막 날.

배우 강준호의 실질적인 데뷔작은 그렇게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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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팬 미팅 (1) +2 24.04.03 865 26 12쪽
23 끝이 아닌 시작 (3) +3 24.04.02 873 29 11쪽
22 끝이 아닌 시작 (2) +1 24.04.02 893 23 12쪽
21 끝이 아닌 시작 (1) +2 24.04.01 959 29 12쪽
» 한눈팔지 않겠다 (2) +2 24.03.31 958 3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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