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안녕하세요

레벨업하는 연기 천재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글향
작품등록일 :
2024.03.14 16:51
최근연재일 :
2024.04.26 08:40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40,357
추천수 :
1,192
글자수 :
258,011

작성
24.04.07 08:40
조회
782
추천
26
글자
12쪽

완벽한 놈 (3)

DUMMY

‘액션 영화도 종류가 다양하지.’


현대나 근미래를 배경으로 총을 쏘는 영화.

중세를 배경으로 검이나 창, 권법 등을 선보이는 영화.

최근에는 CG를 섞은 액션도 유행했는데, 준호가 보기엔 액션의 본질은 빠지고 CG로 떡칠한 것 같아 불편했다.


‘여러 스타일을 혼합한 퓨전도 있지. 복싱이나 레슬링처럼 액션인지 스포츠인지 애매한 영화도 있고.’


맨손 격투를 주로 다뤄도 스타일이 제각각이었다.


성룡처럼 크고 재미있는 스타일.

90년대 홍콩 영화처럼 빠르고 현란한 스타일.

조금 잔인하지만 실제 같은 타격감을 강조하는 스타일 등.


그중 그가 제일 좋아하는 건 절제되고 사실감 넘치는 액션이었다.


‘액션 영화는 본 시리즈가 최고지. 본 아이덴티티가 처음 등장했을 때 대중과 평단도 새로운 액션이라고 깜짝 놀랐으니까.’


찾았다.

액션의 하위 요소 중 크라브 마가가 있었다.

참고로 크라브 마가는 이스라엘의 호신술이었는데, 영화 본 아이덴티티에서 주인공이 사용하는 무술로 유명했다.

그가 보험회사 CF에서 라이터를 들고 조폭들을 제압한 액션도 크라브 마가의 변형이었다.


크라브 마가.

이스라엘 방위군과 이스라엘 안전보장군(샤바크, 모사드)을 위해 개발된 격투기입니다.

복싱, 레슬링, 아이키도, 유도, 가라테 등 다양한 무술을 절충했으며, 방어와 공격이 동시에 이뤄져······.


일반인에겐 생소한 무술이었다.

창을 열자 간단한 설명이 나타났다.


레벨 1. 크라브 마가의 기본자세를 취할 수 있습니다.

레벨 9. 그랜드 마스터 급의 크라브 마가를 펼쳐 상대를 제압할 수 있습니다.


“이럴 줄 알고 시간 날 때마다 포인트 사용을 연구했다.”


127포인트를 투입.

크라브 마가를 레벨 7로 올렸다.


전에 수영을 레벨 7로 올렸을 때 선수 출신이냐는 말을 들었다.

예상대로라면 크라브 마가의 레벨 7도 블랙 벨트 급, 최소한 15년 이상 착실히 수련한 수준이었다.


“사용 시간에 제약이 있는 게 아쉽네. 하긴, 특정 분야를 단숨에 최상급으로 만들 수 있으면 그게 더 사기지.”


연기는 실제와 다른 터.

액션 씬은 롱 테이크로 한 번에 가도 길어야 10분이었다.

이런 제약은 수영도 비슷했는데, 나중에 테스트해 보니 5분만 넘으면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덩치만 큰 비곗덩어리들을 상대하는데, 10분이면 충분하겠지.”


상위 메뉴로 돌아간 뒤.

이번에는 액션 중 신체 능력을 열었다. 신체 능력에도 하위 요소가 많았다.


체력, 힘, 민첩성, 순발력, 반사신경, 맷집, 집중력 등.

현 상황에 필요한 요소만 레벨 5로 올렸다. 각 31포인트씩, 총 217포인트가 투입됐다.


남은 건 73포인트.

끝으로 기타 항목의 상황 연기 중 ‘일 대 다수 맨손 격투’를 레벨 6으로 만들었다.


남은 포인트는 겨우 10.

이놈이 포인트는 월급 같았다.

모으는 건 어려운데 빠져나가는 건 순식간이었다.


“짠돌이 시스템. 레벨업은 끝이 없구나.”


준호는 악의 없이 투덜거리며 세부 스탯을 열었다.


레벨업 완료.

생각한 대로 잘 반영돼 있었다.


“좋아. 가자.”


준호는 심호흡하고 차 문을 열었다.


“아이고, 나 죽네. 깡패다. 깡패가 사람 친다!”


김 매니저가 깡패에게 기세 좋게 대들다가 뺨을 맞은 순간이었다.


***


늦은 밤, 한강 옆 주차장.

검은색 외제 차가 비상 깜빡이를 켠 채 서 있었다.


“이건가? 돈 많은 사모님 하나 제대로 물었나 보네.”


똑똑, 수상한 사내가 다가와 조수석 창문을 두드렸다.


문이 덜컹 열렸다.

사내는 좌우를 곁눈질하고 잽싸게 앉았다.


잘생겼지만 뺀질거리는 인상의 남자.

이철호가 운전석에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여어, 양아치. 아니, 양 기자님. 오랜만입니다.”

“누구더러 양아치라는 거야? 여자 등쳐먹는 놈이 더 양아치지. 아무튼 용건은?”

“재미있는 제보가 있어서요. 이것 좀 볼래요? 이게 다 강준호가 한 짓입니다.”


이철호는 히죽 웃으며 핸드폰을 내밀었다.


강남의 모 병원 입원실.

건장한 조폭들이 침대에 누워 있는 사진이었다.


“다들 전치 4, 5주랍니다.”

“와, 비 오는 날 먼지 나게 맞은 모양이네. 맨손으로 이렇게 했을 리는 없고. 흉기가 뭐야? 야구 배트? 너클? 경호원들도 같이한 짓이겠지?”


양 기자는 핸드폰을 빼앗듯 건네받고 물었다.


“사인펜이요.”

“뭐?”

“사인펜. 팬들한테 사인해주는 거 말이에요.”


이철호는 사인하는 시늉을 하며 쓰게 웃었다.


“니미, 바쁜 사람 여기까지 불러 놓고 장난하나?”


양 기자가 투덜거리며 내리려는 찰나였다.


“농담 아니에요. 진짜라고요.”


이철호는 핸드폰에서 다른 사진을 보여줬다.


조폭들이 웃통을 벗은 사진이었다.

다들 문신이 화려했는데, 급소마다 동그란 자국들이 있었다.

확대해 보니 사인펜 뚜껑 자국이었다.


“헐. 진짜네. 펜으로 급소만 골라 찍었구나. 이걸 다 강준호가 했다고?”

“네. 매니저들하고 경호원이 조폭들한테 맞고 쓰러졌거든요. 그때 강준호가 나서서 파파팍. 단숨에 정리한 거예요.”

“혼자? 영화 찍는 것도 아니고. 정체가 뭐야? 배우로 정체를 숨긴 첩보요원이라도 되나?”


양 기자는 황당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이 녀석들이 다 강준호 짓이라는 거죠. 요즘 뜨고 있는 인기 배우, 강준호.”


이철호는 준호의 이름을 강조하며 상황을 간단히 설명했다.


건방진 후배 녀석.

요즘 좀 떴다고 높으신 분의 부름도 외면했다.

처음엔 선물로 살살 구슬려 봤지만, 녀석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팬 서비스가 뭐 그리 어렵다고. 겁을 살짝 주려고 애들을 보냈는데, 사람을 이 지경으로 만든 겁니다.”

“에이, 우리 사이에 왜 그래. 너한테 유리한 쪽으로 MSG가 많이 첨가된 거 같은데?”

“팩트만 놓고 보면 그렇잖아요, 팩트만.”


이철호는 팩트를 강조하고 말을 이었다.


“뭐, 깡패들은 실패해도 상관없어요. 폭행 시비에 연루됐다는 것만으로도 녀석에게는 엄청난 타격이 될 테니까.”

“그래서? 이걸 터뜨려 달라?”


양 기자도 바로 감을 잡았다.

그가 몸담고 있는 다스 패치의 특기가 바로 폭로성 기사였다.


“걔는 좀 위험한데. 최 대표가 특별 관리하는 애잖아. 나도 지난번에 카더라 잘못 터뜨렸다가 고생 좀 했어.”

“에이, 이번엔 다르죠. 녀석한테 맞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잖아요. 이렇게 물증이 넘쳐나는데, 뭐가 무섭습니까? 양 기자님은 그냥 팩트만 전달하면 됩니다, 팩트만.”


이철호는 재차 팩트를 강조했다.

그리곤 품에서 두툼한 봉투를 꺼내 슬그머니 내밀었다.


“알았어. 팩트를 알리는 게 기자의 사명이니까. 지난번에 녀석에게 진 빚도 갚아야겠지.”


양 기자는 괜히 헛기침하며 봉투를 재킷 안주머니에 넣었다.


“안방극장의 차세대 주연으로 주목받는 신인 배우. 조폭과 폭행 사건에 휘말리다. 이거 재미있겠는데요?”


이철호는 곧 등장할 기사의 타이틀을 떠올리며 히죽 웃었다.


***


다음 날 아침, MW 액터스 대표실.


“다스 패치, 이 개XX들. 경고가 부족했나? 또 양아치 짓이네.”


최 대표는 신문을 집어던졌다.

주요 신문, 잡지의 헤드라인은 모두 똑같았다.


- 신인배우 K군, 폭행 시비에 연루.

- 상대는 전치 4, 5주. 배우인가, 깡패인가?


최초 보도는 다스 패치의 양 기자.

이후 다른 언론사들도 자극적인 제목으로 기사를 쏟아냈다.

준호의 실명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실루엣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각종 포털과 커뮤니티에서도 난리였다.


- 신인배우 K군.

- 강준호 폭행.

- 청담동 폭력 사건.


관련 키워드가 실시간 검색어와 게시판을 점령하고 있었다.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피해자의 인터뷰도 찌라시처럼 떠돌았다.


“예상했던 일이잖아요. 저도 언제 터뜨릴까 타이밍을 고민하고 있었는데. 차라리 잘됐습니다.”


준호는 아이스 커피를 여유롭게 음미하며 말했다.

오히려 모처럼 고민 없이 푹 잤다. 컨디션이 최고였다.


“법적인 절차는 밤새 끝내 놨습니다. 언제든 말씀만 하십시오.”

“언론사 대응 자료도 다 만들어 놨어요. 기자 회견장이랑 원고도 준비됐고요.”


맞은편에 앉은 변호사와 임 이사도 차례대로 말하며 히죽 웃었다.


공개된 장소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을 일으킨다.

그리고 이걸 언론사에 터뜨려서 준호의 이미지를 추락시킨다.


이철호의 양아치 짓은 대충 예상했다.


“시간 끌 거 있나요? 바로 시작하시죠. 깡패들까지 동원한 건 조금 의외였지만, 그렇다고 계획에서 크게 달라지는 건 아니잖아요.”


준호는 자신만만하게 최 대표를 바라봤다.


“알겠습니다. 대한민국이 깜짝 뒤집어지게 만들겠습니다.”


최 대표는 시선을 마주치고 고개를 끄덕였다.


차세대 액션 스타 강준호.

그의 스펙타클한 액션 영화가 막을 올렸다.


***


강남의 H 오피스텔.


“······현재 경찰은 당시 정황이 담긴 CCTV를 찾는데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황 작가는 기사를 소리 내어 읽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폭행 사건의 후속 보도였다.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된 계획범죄의 냄새를 풍겼다.

주위의 CCTV들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전부 부서지거나 가려졌다고 했다.


“강준호가 폭행 사건이라고? 순둥이인 줄로 알았는데, 그런 면이 있었나? 그래도 맞은 쪽은 아니라서 다행이네.”


핸드폰을 들었다가 도로 내려놓았다.


인터넷과 언론에서 난리를 치고 있었다.

한가롭게 핸드폰이나 보고 있을 겨를이 없을 게 뻔했다.


“아니다. 이럴 땐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거지.”


그녀는 노트북을 향해 목을 빼고 마우스를 움직였다.


즐겨 찾는 드라마 커뮤니티에 들어갔다.

게시판은 온통 강준호와 K군으로 도배가 돼 있었다.


- 강준호가 폭행이라니. 믿을 수 없어요.

- 연예인은 겉만 보고 모르는 겁니다. 스타가 됐다고 눈에 보이는 게 없었겠죠.

- 전 일단 중립 기어. 강준호나 소속사의 입장문을 볼게요.

- 상대가 먼저 시비를 걸었다는 목격담이 있던데요. 누구, 확인해 주실 분?

- 차에 블랙박스 없어요? 누군가가 핸드폰으로 찍은 거나.

- 내부에 적이 있나 봐요. 블랙박스하고 영상이 다 사라졌대요.


팬들의 의견은 분분했다.

차분히 후속 보도를 기다려 보자는 쪽이 대세였지만, 벌써 이현을 매도하는 사람도 일부 있었다.


“평소 못 보던 아이디도 많네. 누가 댓글부대라도 동원한······.”


그녀가 인상을 찌푸리고 새로고침을 누른 순간이었다.


- 긴급! 강준호 입장문 발표!


기다렸던 소식이 올라왔다.

지체 없이 들어가 링크를 열었다.


“MW도 대응이 빠르네. 하긴, 강준호가 어디 가서 사고나 치고 다닐 사람은 아니지. 폭행 사건에 휘말렸다면 뭔가 내막이 있었을 거야.”


작가이기 전에 준호의 팬이었다.

그녀도 심장이 터질 듯 쿵쾅거렸다.


흰 배경의 회의실.

정장을 입은 준호가 클로즈업됐다.


“안녕하십니까, 신인배우 강준호입니다.”


카메라를 향해 꾸벅 인사.

폭행 사건에 연루된 것치곤 얼굴이 깨끗했다.


“배우는 얼굴이 생명인데. 다행히 얼굴은 안 다쳤네.”


황 작가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했다.


그럼 소문대로 준호의 일방 폭행인가?

어떻게 한 사람이 성인 남성 십여 명을 때려눕힐 수 있지?


새로운 의문이 고개를 들었다.


“······먼저 불미스러운 일로 구설에 오른 것에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모두 다 보셨을 겁니다. 폭행 사건에 휘말린 K군. 그게 바로 접니다.”


자기 입으로 폭행 사건을 인정하다니.

변명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시작부터 강한 돌직구가 날아왔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했죠. 판단은 여러분께 맡기고 모든 걸 공개하겠습니다.”


준호의 말은 여기까지.

화면이 바뀌고 다른 영상이 나왔다.


늦은 밤, 험상궂은 깡패들이 밴을 에워싼 상황.


“아이고, 나 죽네. 깡패다. 깡패가 사람 친다!”


김 매니저가 다소 과장되게 쓰러지는 것부터 시작했다.


“응? 이거 뭐야?”


그녀는 이어지는 영상을 보고 멈칫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레벨업하는 연기 천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매일 아침 8시 40분에 찾아뵙겠습니다. 24.03.15 877 0 -
48 홍보도 배우의 의무다 (2) +5 24.04.26 278 15 12쪽
47 홍보도 배우의 의무다 (1) +3 24.04.25 289 12 11쪽
46 새로운 기준 (2) +3 24.04.24 308 13 11쪽
45 새로운 기준 (1) +3 24.04.23 346 12 12쪽
44 경쟁자 (4) +3 24.04.22 366 16 11쪽
43 경쟁자 (3) +3 24.04.21 436 15 12쪽
42 경쟁자 (2) +2 24.04.20 464 18 12쪽
41 경쟁자 (1) +3 24.04.19 502 19 12쪽
40 죽는 것도 예술이다 (3) +3 24.04.18 503 18 12쪽
39 죽는 것도 예술이다 (2) +3 24.04.17 525 15 13쪽
38 죽는 것도 예술이다 (1) +2 24.04.16 542 16 11쪽
37 주연의 의미 (2) +3 24.04.15 573 19 12쪽
36 주연의 의미 (1) +2 24.04.14 599 17 11쪽
35 형사님이세요? +3 24.04.13 649 20 11쪽
34 제작발표회 +3 24.04.12 695 18 12쪽
33 업그레이드 (2) +3 24.04.11 678 19 12쪽
32 업그레이드 (1) +3 24.04.10 689 23 12쪽
31 액션의 기본 (2) +5 24.04.09 717 24 12쪽
30 액션의 기본 (1) +3 24.04.09 732 19 12쪽
29 완벽한 놈 (4) +4 24.04.08 767 24 12쪽
» 완벽한 놈 (3) +5 24.04.07 783 26 12쪽
27 완벽한 놈 (2) +4 24.04.06 777 22 12쪽
26 완벽한 놈 (1) +3 24.04.05 822 24 12쪽
25 팬 미팅 (2) +3 24.04.04 843 26 12쪽
24 팬 미팅 (1) +3 24.04.03 879 26 12쪽
23 끝이 아닌 시작 (3) +4 24.04.02 887 29 11쪽
22 끝이 아닌 시작 (2) +2 24.04.02 908 23 12쪽
21 끝이 아닌 시작 (1) +3 24.04.01 973 29 12쪽
20 한눈팔지 않겠다 (2) +3 24.03.31 969 3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