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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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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2.07.18 12:32
최근연재일 :
2022.12.02 17:00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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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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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글자수 :
579,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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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1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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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화 함정 속으로 (4)

DUMMY

깍아내린 드넓은 절벽 위 위대한 자연을 배경으로 괴수과 인간의 혈투가 벌어지고 있었고.

불곰의 앞발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는 야만인이 보였다.


‘미치겠군.’


무스타바는 눈앞의 적에 집중해야 함에도 자꾸만 조금 전 멍청하게 행동했던 장면이 불현듯 떠올랐다.


‘반성은 나중에 해도 된다...!’


여기서 죽으면 죽도 밥도 되지 않기에 마력을 끌어올리며 강대한 불곰과 대적했다.


“발-카-르!”


기합과 함께 힘껏 내지른 일격이 곰의 뒷다리에 정확히 명중했지만. 두꺼운 가죽에 막혀 유의미한 상처는 아니었다.

여태까지 수없이 반복된 막막한 상황은 무스타바를 궁지에 몰아넣었다.


“썩을!”


아무리 열심히 내려찍어도 뭉툭한 무스타바의 돌도끼로는 쉽게 상처 하나 내기 어려웠고.

불곰이 전력으로 내려친 공격은 자칫하면 중상에다가, 대충 휘두른 앞발조차 그 육중한 무게에 밀려 멀리 튕겨져나갈 것이다.


‘그 전사는 괜찮을까?’


무스타바 같은 힘을 가진 전사도 밀리는 마당에, 그 호리호리한 체격의 전사는 어떻게 고릴라 괴수를 감당하고 있을지 걱정되었다.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자칫 잘못하다간 다 같이 이곳에서 죽을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내가...!’


그런 상황이 온다면 무스타바는 자신의 몸을 불사질러 이들을 피신시킬 생각이었지만. 그건 정말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거리를 벌리면 곁눈질로 쳐다본 에녹은.


‘저게 대체...?’


고릴라의 몸에 가차없이 구멍을 한 땀 한 땀 새겨주고 있었다.

가랑이 사이를 파고들어 평지인데도 미꾸라지 같은 몸놀림으로 상대를 농락하고.

곡예 하듯이 사각을 넘나들며 녀석을 요리하고 있었다.


‘사람이 어찌 저리 움직일 수 있는 거지?’


유연하고 귀신같은 움직임. 도저히 같은 인간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제서야 무스타바는 쓸데없는 잡생각을 떨쳐내었다.


‘누가 누굴 걱정하는 거냐.’


마음을 다잡고 불곰과 맞섰지만 이전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는 그의 대응으로는.

결말도 바뀌지 않으리라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이게 내가 원한 결말인가?’


무스타바는 죽을 때까지 불곰과 싸우려 했던 과거의 자신이 정말 무식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슬슬 마력도 바닥이 보이기 시작했다.


‘큰일이군.’


그의 신체가 아무리 튼튼하다 할지라도 마력이 남아있지 않다면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다,

다시금 바람을 가르며 가공할 위력의 앞발이 다가온다. 얌전히 죽을 생각은 없었기에 망가진 도끼를 세웠지만.


‘끝인가.’


신비한 방패를 부리던 어린 전사도 나가떨어졌으니 보호구도 없는 무스타바가 무사할 리 없다.

그 또한 다른 전사들처럼 고깃덩이로 분쇄될 것이다.


“뭐해? 물러서!”


갑자기 들려온 가시돋친 음성이 무스타바의 신체가 반사적으로 물러서게 만들었다.

어째서 몸을 날리는 걸까. 피하기 전에 자신이 맞을게 게 뻔할 텐데.

충격을 대비하는 무스타바의 정면에 백색의 방패가 생성되었다.


‘이건! 제이드의...!’


단번에 무스타바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진다.

색깔은 변했지만 저건 제이드의 방패가 틀림없었다.

콰아아아앙!!!


“무사했군...!”


공중에 나타난 방패 덕분에 무스타바는 안전할 수 있었다.

기쁨과 함께 감사를 표하려 했지만, 그의 눈에 보인 것은 제이드가 아니었다.


“동굴 안에 곰이 숨어 있을 줄이야. 날 이용해 유인한 건가? 짜증 나.”


한껏 신경질을 부리며 등장한 이는 온통 순백으로 무장한 낯선 여성이었다.

허리띠로 짐작되는 물건을 아공간에 집어넣으며 손바닥을 확인하고, 팔과 다리를 쭉쭉 뻗어 살핀다.


“나쁘지 않네.”


제법 만족스럽게 웃은 여성은 제이드를 간호하고 나온 클로에였다.

발목까지 내려왔던 원피스가 몸매를 드러내는 미니원피스가 되었고, 평소 바닥에 닿을라 했던 코트가 자켓으로 보였다.


“...당신은 누구지?”


소녀다운 모습은 사라지고 성숙미를 뽐내는 그녀.

조금만 살피면 똑같은 옷차림임을 알 수 있지만, 무스타바가 확 변한 클로에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도 당연했다.

공통점이라곤 하얗다는 것뿐, 그녀를 연상시키는 모습이 하나도 없었으니까.


“흥.”


클로에는 콧방귀를 뀌며 무스타바의 질문을 흘러넘긴다. 대답할 시간 따위 없었다.

새로이 나타난 인간에게 경계를 품던 불곰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런 느낌인가.”


클로에의 중얼거림과 함께 허공에서 백색의 창이 생성되고.

달려오는 불곰에게 날아가 그 두꺼운 가죽에 박혀 들어갔다.

크르르르-!


“좋아, 감 잡았어.”


전투 이후 처음으로 피를 본 불곰이 클로에를 주시한다.

서로를 노려보는 그 상황에서 먼저 움직인 것은 클로에였다.

다짜고짜 창을 날리면서 멀뚱히 서 있는 무스타바에게 소리쳤다.


“뭘 멀뚱히 서 있는 거야? 돌격해!”


제법 따끔했는지 급하게 회피하는 불곰을 향해서 무스타바는 거리낌 없이 달렸다.


“알았다!”


둘 사이에 난입하여 불곰의 진행을 가로막았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일단 적은 아니다.’


무스타바는 클로에의 지원에 힘입어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달려들었고.

잠깐 사이에 전투가 편해진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갑자기 왜 이러는 거지?’


이전에는 하지 않았던 알 수 없는 기행을 하기 시작한다.

눈 앞에 뭔가 거슬리는지 얼굴을 앞발로 문대기도 하고.

무스타바가 서 있지 않은 엉뚱한 곳에 들이박기도 했다.


‘위험하다...!’


미처 반응하기 힘든 공격에도 순간 움찔하더니 틈이 생겨서 회피할 수 있었으며.

잠시 멈칫한 시간에 내려찍은 도끼가 발톱에 금을 만들었다.

무스타바는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이는 전부 클로에의 짓이었다.


“잘 싸우네.”


제이드는 무기를 다루기 때문일까.

기력을 쏟아내거나 뿜어내는 단순하게 사용할 뿐. 세밀한 조종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클로에는 제이드와 결이 다르다.


“다 예상대로야.”


이처럼 연기를 이용해 상대의 시야를 가리면서 현혹하거나.

혹은 정글 숲안의 퀘퀘한 공기를 끌고 오는 등.

보조로 쓰기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제이드 고유의 기운이었다.


‘진짜 좋은데?’


처음 봤을 때부터 제법 쓸만하다고 생각했지만.

좀 더 제대로 된 환경에서 연구를 해보고 싶을 정도로, 제이드의 고유능력은 정말 특수했다.

불곰은 물론이고 고릴라도 에녹에게 속수무책으로 밀리는 광경.


“내가 악몽을 꾸고 있나?”


그걸 멀리서 구경 중인 로먼은 이게 꿈인가 싶었다.

현재 살아있는 잔당은 단 두 명. 로먼과 그의 보좌관뿐이었다.


“로먼님.”


뒷말을 하지 않았지만 로먼은 알 수 있었다. 졌으니 나중을 도모해야 한다는 소리일 터.

하지만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다.


‘내가 여기에 얼마나 많은 것을 쏟았는데!’


휘하의 병력은 몰살에 가까운 타격을 받았고, 앞으로 본거지는 노력의 결실이 맺기도 전에 산산이 부서질 것이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라고?”


몇 십년 간 받쳐온 시간이 물거품이 되다니.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은 없었고.

있다고 하더라도 눈을 부릅뜨고 찾아다닐 가디언에게 계속 발각될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야 누가 내 원한을 알아준단 말이지?’


다음 기회 따위 생각지 않는다. 이곳에서 자신 아니면 저들의 뼈를 묻을 작정이다.


“크흐흐흐. 안되지 안돼. 그래선 안 돼.”


미친 듯이 웃던 로먼이 자신의 양 엄지손가락을 입에 넣고 깨문다.

꽈드득!

섬뜩한 소리가 들리고 엄지가 사라진 그의 양손에 음험한 기운이 서렸다.


“나리아, 생명을 받쳐라.”


로먼이 입가에 흐르는 피를 소매로 훔치며 손을 내미는데.

이미 손이 피로 홍건하게 젖어있기에 딱히 의미가 있어 보이지 않았다.

그러한 모습에서 나리아는 자신의 주인의 파멸을 쉽게 예상할 수 있었지만.


“기꺼이.”


그럼에도 그가 바라고 있기에 로먼의 손을 붙잡고 기쁘게 자신의 생명을 바쳤다.

손을 붙잡은 나리아의 신체가 먼지처럼 한순간에 바스러진다.


“자신들이 선택받았다고 생각하나?”


로먼 또한 생기를 잃어가며 온몸으로 죽음의 기운을 물씬 풍겼다.


“그 힘은 너희들만의 전유물이 아니야.”


대가를 지불한다면 일시적이지만 로먼 또한 권능을 쓸 수 있다.

누군가는 생명을 바쳐야 쓸 수 있는 기적을 남용하는, 부끄럽고 치사한 인간들.

증오심이 로먼의 눈빛에 가득했다.


“저 여자가 다 망쳤어.”


갑자기 나타나 모든 것을 망쳐버린 주범.

로먼은 클로에를 향해서 한껏 응축시킨 저주의 결정을 쏘아 보냈다.


*


‘그 자식은 도망쳤나?’


에녹에게 죽었을지도 모르지만.

클로에는 아직까지도 나타나지 않을 걸 봐서는, 로먼이 포기했거나 지원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발카르!”


지치지도 않는지 무스타바는 연거푸 도끼를 내려쳤다.

그 결과 로불곰의 발톱은 성한 것이 없었으며.

여유롭게 상대했던 에녹 또한 마침내 고릴라의 무릎을 꿇렸다.


‘끝났나.’


숨통을 끊으려는 에녹의 뒷모습을 보고 클로에는 이 길고 길었던 치열한 싸움이 막을 내렸다고 여겼지만.

멀리서 풍겨오는 불길한 기운에 다시금 긴장했다.


‘이제와서 뭘 하겠다고!’


무언가가 숲 속에서 쏜살같이 튀어나왔다.

멀리 있는 에녹은 물론이고, 운동신경이 부족한 클로에는 반응하지 못할 속도였다.

원한을 머금은 어둠 덩어리가 클로에한테 명중하려는 순간.


“이게 뭐냐!”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해야 하나. 무스타바가 재빨리 막아서며 도끼로 쳐내려 했고.

어둠은 도끼를 통과하여 무스타바의 신체로 빨려 들어갔다.


“무슨... 우욱!”


어리둥절해하던 무스타바가 돌연 목을 부여잡으며 쓰러진다.

숨통이 조여오는 느낌과 함께 메스꺼움, 현기증이 동시에 찾아왔다.


“괜찮아?”


클로에는 불곰을 경계하면서 빠른 걸음으로 무스타바에게 다가갔는데.

다행히 불곰은 우두커니 서 있을 뿐, 다른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그 모습에 안심하며 클로에가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을 때.

쿠아아아아아!!!


‘어딜 가는 거야!’


불곰이 우렁차게 소리를 내지르며 멀어졌다.

클로에는 한순간 안도했다가 불곰이 향하는 곳을 알고 경악했다.


“에녹!!!”


그 앞길에 고릴라의 두꺼운 뒷목에 검을 쑤셔 박는 에녹이 있었기 때문이다.


“멈춰!”


멈추라고 해서 멈출 리가 없다. 불곰이 고릴라를 들이박았고, 고릴라는 그대로 절벽 밖으로 쭉 밀려났다.

그 위에 있었던 에녹은 가까스로 탈출하는 데 성공하는가 싶었지만.

퍽-.

이어지는 앞발 공격에 고릴라와 함께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다.


“에녹!!!”


클로에가 비명을 지르는 것까지 확인한 로먼은 어둠이 가득한 숲 속으로 몸을 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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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106화 천상의 존재 (2) 22.11.24 97 0 11쪽
106 105화 천상의 존재 (1) 22.11.23 10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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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95화 낭중지추 (2) 22.11.09 104 0 11쪽
95 94화 낭중지추 (1) 22.11.08 102 0 11쪽
94 93화 반발 (2) 22.11.07 106 0 11쪽
93 92화 반발 (1) 22.11.04 105 0 11쪽
92 91화 전출 (2) 22.11.03 103 0 11쪽
91 90화 전출 (1) 22.11.02 11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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