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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2.07.18 12:32
최근연재일 :
2022.12.02 17:00
연재수 :
113 회
조회수 :
20,634
추천수 :
91
글자수 :
579,291

작성
22.11.2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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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05화 천상의 존재 (1)

DUMMY

“이젠 비명도 지르지 않는 거야? 재미없게.”


듣는 것만으로 등골이 서늘한 목소리가 제이드의 정신을 깨운다.

오래된 철창과, 갖은 고문 기구, 찰랑거리는 보랏빛 머리칼이 눈앞에 아른거리고.

눈앞에 있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제이드가 잘 아는 인물이었다.


“코린느...”

“왜? 용서를 빌고 싶어? 이제라도 나한테 충성을 맹세하면 특별히 용서해줄게.”


용서해준다니, 사과와 충성을 바치면 이 지옥에서 탈출시켜주겠다는 걸까.

살이 타는 듯한 고통. 마약에 취한듯한 몽롱한 정신.

어째서 이렇게 된 것인지, 어지러운 머리를 굴리며 퍼즐을 끼워 맞췄다.


‘그래, 나는 여왕을 암살하려다 실패했었지.’


무모한 도전의 결과는 실패.

앞으로 고문을 받아 망가지고, 악명높은 투기장으로 끌려갈 일만 남았다.

어째서 자신은 그 끔찍한 일들을 다 알고 있을까. 의구심을 느끼는 한편, 다른 생각이 떠오른다.


‘만약 여기서 용서를 구한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니면 그전에 디아나를 죽이라는 명령을 철저하게 완수했더라면.

제이드의 어머니, 소피아는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마친 순간, 공간이 변질되었다.

물감처럼 이리저리 뒤섞이더니 제이드는 익숙한 장소에 서 있었다.

넓은 사각형의 대련장. 그리고.


“아직 안 끝났어. 벌써 이겼다고 생각하는 거 아니지?”

“...”


새파랗게 어린 디아나의 모습.

제이드한테 있어서 인생의 전환점이 된 시합.

그것도 엄청나게 후회했던 디아나를 죽일 수 있는 시점이었다.


‘이렇게 보니까 정말 실패할 수가 없었군.’


깨진 보호막과 훤히 드러나 있는 급소. 간단하게 생명을 뺏을 수 있는 절호의 순간이었다.

하지만 마치 시간이 정지라도 된 듯 제이드는 아무런 활동이 없었다.


“쯧, 그렇다고 이딴 명령을 들을 리가 없잖아.”


재활하면서 수없이 생각한 전부 쓸데 없는 가정.

애초에 전부 떨쳐내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악몽까지 꾸다니.


“그래, 지울 수 없는 악몽이야.”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이라 인정하며 숨 막힐듯한 답답한 공간을 벗어났다.


*


“으으음. 정말 거지 같군.”


깊은 한숨을 토해내며 제이드가 눈을 떴다.

눈앞이 새카만 어둠 속, 이대로 기절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다.

방패를 냅다 치우며 익어버릴 듯한 열기를 허공에 발산했다.


“아, 이제 좀 살거 같네. 는 개뿔.”


후덕지근한 공기. 따끔따끔한 피부, 기분 나쁜 꿈. 최악의 기상.

제이드는 최대한 열을 몰아냈지만, 기분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이 상태론 합류할 수 없어.’


움직이기도 힘든 전신 화상에 이른 수준, 몸이 만신창이로 이대로 갔다간 본 실력을 발휘하기 힘들었다.

제이드는 회복이 필요했고, 망설인 끝에 그는 새로운 보석을 꺼내 들었다.

잎사귀 모양의 녹색 보석.


‘벌써 세 개째...’


이렇게 쓰다간 적자가 나지 않을까 싶었지만, 다행히 두 개 정도는 무리가 없었다.

문제는 단지 동시에 복용한 적이 없다는 것뿐.


‘개수도 충분하지 않고, 하나 쓰는 것부터 완벽히 익숙해지자고 했으니까.’


아무래도 클로에의 말하는 대로 차근차근하게 따르긴 힘들어 보였다.

가끔은 실전에서 과감하게 써볼 필요도 있으니까.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며 바짝 마른 입안에 털어 넣자, 이전에 느꼈던 상쾌함이 온몸을 휩쓸고 지나간다.


“후-.”


내쉬는 숨결에 기운이 섞이며 초록색 구름이 생성되었고, 체내에 깃들었다.

온통 붉게 물들어있던 제이드의 피부가 원래대로 돌아오고, 회복된 몸으로 서둘러 움직였다.


“...성공했나 보네.”


벽에 난 거대한 구멍을 확인한 제이드.

디아나가 성공했다는 것에 안도하고 화산 밖으로 나갔고.


“뭐야, 이 냄새는... 트리나인?”


쿰쿰한 탄 냄새가 코를 찌르며 신체 반쪽이 검게 변한 거인이 눈에 들어왔다.

어찌나 바싹 태웠는지 검은 부스러기가 떨어졌고, 기절한 듯 눈이 뒤집혀 있었다.


“얜 또 언제 따라온 거야, 내가 가만히 있으라고 했는데.”


혀를 찬 제이드가 거인에 몸에 손을 대고 치료.

트리나인의 활약상을 모르는 제이드는 그저 잘못해서 휘말렸다고 여겼다.


‘이걸로 응급조치는 끝났고. 저쪽은...’


산 중턱에서 언덕 아래의 싸움을 지켜보았는데.

둥지에서 빼내는 것이 정답이었는지 피닉스의 불꽃이 초라해 보였다.

디아나의 얼음 마법에 그것조차 시들어가고 있었다.


‘후딱 끝내버리자.’


혼자서도 충분히 해치울 수 있어서 조금 휴식을 취할까 했지만, 지금 상태가 어떤지 점검도 해볼 겸 전투에 난입했다.

아등바등하는 피닉스의 부리를 창대로 후려쳤다.


“괜찮아? 도와주지 않아도 돼.”

“됐다, 마음에도 없는 소릴 하네.”


디아나가 만류하지만, 제이드는 물러나진 않았다. 시험해볼 것들이 많았다.


‘일단 바꾸는 건 어렵지 않고.’


먼저 다른 성질의 두 가지 기운을 번갈아 다루는 데 문제가 없었다.

트리나인을 치료하고 난입한 순간부터, 바로 세계수의 결정 대신 정화의 불꽃의 능력을 자유자재로 발휘했다.


“잘 붙잡아, 내가 죽일게.”

“무슨 소리야, 그건 내 역할이잖아.”


제이드의 의견에 딴죽을 걸면서도 디아나는 순순히 따랐는데.

수정 그리폰이 피닉스의 날개를 짓누르고, 디아나가 물벼락이 화염이 솟아나는 날개를 식혔다.


“가볼까...!”


제이드가 자세를 낮춘 자세로 창을 돌린다.

초록의 기운이 몸 내부의 생기를 북돋아 주고, 그를 불태우는 듯한 아지랑이가 뿜어진다.


‘동시 운용도 괜찮아. 상성이 좋은 걸까.’


지체할 시간이 없기에 제이드는 짧게 감상을 마치면서 발을 내디뎠고.

허공에 다홍색과 녹색의 두 줄기 선이 그어지며 불새의 심장을 꿰뚫었다.


*


불새를 토벌하고 그로부터 나흘이 지난 시각.

결과 소식만을 기다렸던 주민들이 제자리로 찾아가며 관광지로서 시장이 돌아가기 시작했고.

이것을 해결해준 가디언에게 감사를 표하며 제이드는 편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난 그만 보내주면 안 될까. 여기서 하는 일도 없는데.”


온천을 즐기는 것도 며칠뿐, 제이드는 서둘러 성가신 일을 정리하고 싶었지만.

디아나는 여전히 조사할 부분이 남았는지 책상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거의 다 찾았어.”


마를롱은 화산 분화의 원인이 피닉스라고 주장했고, 실제로 정답이었다.

녀석을 토벌하자마자 화산이 잠잠해졌기 때문이다.


“궁금하지 않아? 왜 피닉스가 화산을 터뜨렸는지?”

“별로.”


마을의 도서관을 쑤셔댄 끝에 디아나는 한가지 정보를 알아냈다.

오래전부터 화산의 살고 있었던 생명체의 존재를.


“수 백년 전부터 여기서 살고 있었어. 다른 곳에서 날아온 게 아니라.”

“수 백년이라... 확실히 이상하네. 그동안 잘 살다가 갑자기 이런다고?”


그 긴 세월 동안 가만히 있던 짐승이 이리 난리를 피우다니 뭔가 원인이 따로 있던 것은 아닐까.


‘설마 그 놈들 때문인가.’


일전의 싸웠던 멸망론자, 메리와 파몬드가 먼저 떠올랐지만, 디아나의 말에 그 생각은 철회했다.


“내 추측으론 아마 여태까지 수면기였던 것 같아.”

“수면기?”


몇십년에 걸쳐 한 번씩 기온이 상승할 때가 있었는데.

디아나는 그 시기가 피닉스의 활동 시기로 예상했다.


“그럼 계속 잠이나 잘 것이지, 왜 깨어나서 행패를 부렸을까아.”

“단잠을 깨웠기 때문이야.”


제이드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지만, 디아나는 무언가 짐작되는 게 있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단잠을 깨웠다고?”

“제이드 너도 저번에 느끼지 않았어?”

“뭘?”

“세 달 전의 지진 말이야.”


삼 개월 전 대규모의 지진이 발생.

신기하게도 큰 진동에 비해 지속시간도 짧았으며 피해도 없었다.

제국에서 조사하기도 했지만, 결국 자연의 소동으로 마무리. 기사 몇 줄 쓰이면서 끝이 났다.


“세달 전의 지진...?”


분명 피노가 일으킨 사태를 말하는 것일 터.

당시 기사단에는 피노와 상관없는 일이라며 상황을 모면했었는데.

그곳뿐만이 아니라 전 대륙의 사람들이 느꼈다고 하니 기막힌 우연의 일치라고 어떻게든 우겼었다.


“그것 때문이면 시기가 얼추 들어맞거든.”


수수께끼를 풀었다고 확신한 디아나.

명쾌한 해답에 기분이 좋은 듯하다가 표정이 점차 무너져갔다.


“크흠, 표정이 왜 그래?”

“그냥, 꼭 죽여야 했나 싶어서.”


자료 조사를 일찌감치 시작했거나, 차라리 조금 늦게 착수했다면.

피닉스는 죽을 필요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진정하지 않았을까.


“그, 그것참 불쌍하네.”

“괜히 조사했나 봐, 마음이 편하지 않네.”


디아나의 찝찝한 심정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제이드의 마음은 거북했고.

이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 피노는 묵념하듯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천천히 출발하겠다는 디아나와 마를롱을 두고 제이드는 트리나인을 불러 길을 나서기로 결심했다.


“트리나인 오래 기다렸지? 이제 데려다 줄게. 네 고향으로 출발하자.”

“일은 잘 끝냈어요?”

“대충은.”


제일 중요한 피닉스의 심장은 디아나가 선점했지만, 전리품 배분도 공정하게 마쳤으니 미아 를 데려다줄 일만 남았다.


“이번엔 사고 안 칠 수 있지?”

“물론이죠!”


트리나인의 자신감 넘치는 발언을 들으며 그들은 다시 연합왕국으로 향했다.



*


오거가 토벌되었다는 소식에 연합 왕국의 주민들은 제자리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대부분이 고향을 찾아 떠났지만, 이참에 귀족 영주가 지배하는 큰 도시에 정착하려고 마음먹은 자들도 있었는데.

이곳저곳을 떠돌며 상행하던 연합왕국의 클레인 상회의 대표, 클레인이 대표적이었다.


“이쪽으로 들어가시면 안에 주인님이 계십니다.”


하녀로 보이는 자가 로브를 뒤집어쓴 남성을 접객실로 인도했다.

들어가기 전 옷매무새를 만지며 후드를 벗었는데, 그 인물은 제이드한테서 도망쳤던 파몬드였다.


“클레인 씨, 제가 오랜만에 찾아뵙습니다.”


피치 못한 사정으로 제국으로 돌아간 제이드와 다르게 파몬드는 아르카 백작령에 모습을 드러냈다.


“괜찮다네. 바쁠 수도 있지.”


서로 친분이 꽤 깊었는지 노인이 일어서며 반갑게 맞이한다.

자글자글한 주름과 얼굴에 핀 검버섯이 그가 적지 않은 나이임을 알려주었는데.


“여전히 독실하시군요.”


날개가 달린 아기 천사의 그림과 주술적 의미가 깃든 토템과 부적.

군데군데 장식되어 있어 참으로 독특했으며.


“허허. 칭찬 고맙구려.”


대답하는 클레인의 차림새 또한 굉장히 오묘했다.

검은 목사 복장에 십자가를 수놓았고, 나무 구슬을 엮어 만든 팔찌를 착용하고 있었다.

으리으리한 저택을 보유했듯이 장신구 또한 범상치 않아 보였다.


“그보다 어쩐 일로 찾아왔나?”


클레인의 물음에도 파몬드는 빙긋이 웃을 뿐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았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클레인이 무언가 짐작이라도 했는지 활짝 미소를 짓는다.


“설마...!”

“네, 바라시는 걸 이뤄 드리겠습니다.”


그는 파몬드의 답변에 감동을 하면서 젖은 눈가를 손수건으로 닦았다.


“그게 정말인가. 가능하다고?”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당연히 해야지! 자네가 말렸어도 내가 하늘로 가기 전에는 했을 걸세. 허허.”


클레인 혼자서 진행하기엔 어려움이 많았기에 파몬드의 도움은 무척이나 기쁜 소식이었다.


“조만간 당신이 원하는 대로 뵐 수 있을 겁니다. 이 땅에서 사라진 천상의 존재를.”

“오오오오, 고맙네. 참으로 고마우이...!”


자신의 두 손을 꽉 잡은 클레인을 보며 파몬드가 활짝 웃어 보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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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109화 천사 사냥 (3) 22.11.29 66 0 11쪽
109 108화 천사 사냥 (2) 22.11.28 71 0 11쪽
108 107화 천사 사냥 (1) 22.11.25 74 0 11쪽
107 106화 천상의 존재 (2) 22.11.24 71 0 11쪽
» 105화 천상의 존재 (1) 22.11.23 73 0 12쪽
105 104화 불새 토벌 (2) 22.11.22 71 0 11쪽
104 103화 불새 토벌 (1) 22.11.21 76 0 11쪽
103 102화 가출 (2) 22.11.18 72 0 11쪽
102 101화 가출 (1) 22.11.17 76 0 11쪽
101 100화 활동 재개 (3) 22.11.16 79 0 12쪽
100 99화 활동 재개 (2) 22.11.15 80 0 11쪽
99 98화 활동 재개 (1) 22.11.14 81 0 11쪽
98 97화 테스트 (2) 22.11.11 84 0 12쪽
97 96화 테스트 (1) 22.11.10 81 0 11쪽
96 95화 낭중지추 (2) 22.11.09 77 0 11쪽
95 94화 낭중지추 (1) 22.11.08 73 0 11쪽
94 93화 반발 (2) 22.11.07 71 0 11쪽
93 92화 반발 (1) 22.11.04 76 0 11쪽
92 91화 전출 (2) 22.11.03 76 0 11쪽
91 90화 전출 (1) 22.11.02 81 0 11쪽
90 89화 네 개의 기사단 (4) 22.11.01 77 0 11쪽
89 88화 네 개의 기사단 (3) 22.10.31 82 0 12쪽
88 87화 네 개의 기사단 (2) 22.10.28 90 0 12쪽
87 86화 네 개의 기사단 (1) 22.10.27 9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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