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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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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2.07.18 12:32
최근연재일 :
2022.12.02 17:00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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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79,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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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1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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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화 활동 재개 (1)

DUMMY

제국이 대륙의 몬스터를 서쪽으로 물리치고 다시는 침범하지 못하도록 벽을 세워 영역을 고착화했을 무렵.

위치상 제국과 협력하여 몬스터 월드를 가로막을 도시가 하나 존재했다.


거액의 빚을 진 사람의 마지막 안식처, 혹은 용병들의 주요 수입로.

연합 왕국 알로란드의 지원을 받아 목숨을 걸고 몬스터를 죽이는 사냥꾼들의 도시, 카자라크였다.

바로 그 카자라크에서 출발한 호송단이 현재 큰 사건이 발생했다.


“도망쳐어어어!”

“허억, 헉! 살려주시오!”

“미친놈들, 관리를 어떻게 했길래 저것들이 탈출한 거야?”


사람들의 비명과 흉악한 짐승의 울음소리가 섞여 소란스럽다.

군데군데 널브러져 있는 마차들, 전복 사고라도 있었는지 내용물이 쏟아져 있었는데.

닫혀있어야 할 철창들이 훤하게 열려 텅 비었으니, 심각한 상황인 것은 틀림없었다.


“대장님 만만치 않습니다!”

“장난해? 생포할 생각 따위 집어치우고 어서 죽여!”


용병들로 보이는 자들이 발악하며 외친다.

연합 왕국의 마법사들에게 전달할 물건으로, 대부분이 실험체로 쓰일 몬스터.

마수들이 마구잡이로 용병들을 공격했고, 몇몇 약삭빠른 녀석들은 틈을 타 도망친다.


“망했군. 이걸 어떻게 책임질 셈이지?”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카라자크의 너머도 아니고, 연합왕국으로 옮기는 와중에 탈출 소동이라니.

주변 마을의 피해를 측정할 수도 없을 터.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사태였다.


“정신 똑바로 차려, 둘러싸서 찌르라고!”


머리가 두 개 달린 늑대를 둘러싼 용병들이 동시에 달려들어 사정없이 무기를 휘두른다.

부산물 따위 신경 쓰지 않는 그들의 칼부림에 베이고 찢기며 늑대 마수는 쓰러지고 만다.


“빨리빨리 움직여, 네가 한발 늦으면 한 명이 죽는다!”


용병들의 대장으로 보이는 사각턱의 용병이 거칠게 칼을 뽑으며 외쳤다.

마차를 호송하는 용병들은 폼이 아니었기에 당장의 인명피해는 적을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쿠워어어어어!


“씨x, 저게 왜 풀렸어?!”


고막을 터트릴 듯 우렁찬 포효. 온몸의 털이 쭈삣쭈삣 일어선다.

저 울음소리의 주인공은 이번에 운송 중인 것들 중 가장 위험한 몬스터, 오거가 틀림없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구속 장치가 있을 텐데?!”


비교적 약한 몬스터들은 튼튼한 특제 철창에 가두는 것이 끝이었지만.

오거 만큼은 위험을 잘 알고 있기에 제국에서 심혈을 기울여 만든 마법 구속 도구로 제압했었는데.


“없어, 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


사지에 묶여있을 터인 두꺼운 수갑이 온데간데없다.

비로소 용병은 이것이 우연히 발생한 사고가 아닌 것을 눈치챘다.

오거의 등장으로 순탄하게 흘러갈 것 같았던 상황은 반전되었다.


“멍청아, 도망치지 마!”


긴장으로 뻣뻣하게 굳은 이들은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몇몇 심약한 이들은 무기를 내동댕이친 채 줄행랑을 치고 있었다.

용병대장이 그들을 불러세웠지만, 뒤도 돌아보지 않았고.

쿵-. 쿵-.


“으아아아악!”

“살려줘!”


도망치는 이들을 보고 흥분했는지 단숨에 달려간 오거가 주먹으로 그들을 짓뭉개버린다.

승기를 잡은 마수들이 용병들을 거칠게 밀어붙이며, 용병대장은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게 되었다.


“제에에엔자아아앙!”

“이대로 죽는 거요?”

“재수 옴팡지게 없군.”


용병대장이 욕설을 내뱉고. 묵묵히 적들을 베어 가던 동료, 눈가에 흉터진 용병 또한 암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최우선으로 확보한 책임자를 중심으로 감싸 원형의 형태로 선 용병들.


“즐거웠수다.”

“이건 가망이 없어.”


내뱉은 말들이 유언이라도 되는 듯.

털썩.

마수들에게 역으로 둘러싸인 용병들이 하나둘 쓰러져간다.


“...대장, 이젠 관리자 챙길 여력이 없소.”

“얌마, 이 상황에 그 소리냐.”


그거야 당연했다. 서 있는 인원은 용병대장과 눈가에 흉터진 용병, 둘이 전부였으니까.

쿵-. 쿵-.

모든 도망자들을 척살했는지 오거가 손에 피를 묻힌 행색으로 돌아왔고.

그들을 에워싸던 마수들은 사방으로 흩어졌다.


“크큭,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대회를 보러 가는 건데. 너 걔 팬이잖아. 안 그래?”

“제이드 말이오...? 하하, 그가 짠하고 등장해서 우릴 구해주면 참 좋겠군.”


당연히 그럴 일은 없으니, 부질없는 대화를 하며 희희덕거리며 최후를 준비했는데.


“너희, 제이드 알아?”


허스키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먹을 불끈 쥔 오거의 뒤로 평범한 체구의 여성이 서 있었다.

크르르릉-!

그리고 곧바로 오거는 등에 다가선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돌아섰지만.


“대화 좀 나눠야 하니까 가만히 있어.”


여성이 뭔가를 쏘아내듯 오거를 향해 엄지를 튕기자.

쾅!

오거의 얼굴에서 가벼운 폭발이 일어났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었는지 흉포한 이를 드러내며 두 팔로 덮쳐들었다.


“쯧, 풀어준 은혜도 모르고.”


여성은 귀찮다는 듯 손을 내젓자, 그녀에게 향하던 오거의 팔이 타들어 갔다.

자글자글. 달구어진 불판에 고기를 올린 듯 익어가는데.

화상이 매우 고통스러웠는지 오거는 화들짝 놀라 두 손을 빼고 황급히 도망쳤다.


“...당신이 범인인가.”

“응. 그것보다 너희 제이드 알아?”


범인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린 용병대장이 그녀를 노려보았지만.

당당한 태도에 할 말을 잃고 만다.


“프리지아 수도에서 봤었소.”


말문이 막힌 대장을 대신해서 다른 이가 말했다.

왠지 몰라도 제이드에 대해 아는 척을 하면 살 확률이 높아질 것 같았다.


“그래? 너 이름이 어떻게 돼?”


의심이라기 보단 호기심이 가득해 보이는 질문.

긴장감에 침을 꿀꺽 삼키며 대답했다.


“나는 게로, 이쪽은 하르도라고 하오.”

“음...”


가늘게 뜬 눈으로 그들의 행색을 살폈는데, 이윽고 그녀가 입을 열었다.


“너흰 특별히 살려줄게. 가”

“알겠소.”


괜히 말을 더하면 들통 날 것이라 여겼기에 두 사람은 말을 아끼고, 관리자를 데리고 그 자리를 빠르게 벗어나려 했다.


“만약 제이드 만나면 전해줘. 오거는 계속 남하할 거라고”

“알겠소.”


같은 말을 똑같이 한 그들이 바삐 자리를 벗어났다.

홀로 남은 여성. 메리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이 정도 소동이면 움직이겠지.”


제이드가 안 올 수도 있지만 몇 년 잠적해서 다음을 노리면 그만.

그녀는 충분히 해볼 만 하다며 생각했다.


*


“좋아요,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요?”

“더 해도 괜찮은데?”


가디언 박물관 앞 공터.

제이드가 몇 번이나 반복한 자세로 묻자, 영혼 없는 어투로 품평을 대답한다.

그가 제국으로 온 지 사흘이 지난 시점. 클로에는 자꾸 찾아오는 제이드가 귀찮았다.


“괜찮으니까. 내일 연구소에서 봐요.”


역시 몸을 쓰는 것에는 재능이 있는지 그녀의 걱정과 다르게 제이드는 출력 조절을 막힘없이 익혀나갔고.

연구 및 생산도 순조롭게 진행되어 보석 종류가 벌써 네 가지나 완성되었다.


“리나인이 없어서 앞으로는 조금 개발이 느려질 거에요.”


클로에의 말에 제이드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지금 완성된 것도 리나인이 손을 봐준 것들, 그녀가 없으니 진척이 느려지는 것은 당연했다.


“쓸 때마다 보고 해서 발주 넣는 것 잊지 마요. 지금 가지고 있는 거 몇 개인지는 알고 있죠?”

“알고 있지...!”


그녀의 물음에 제이드는 손가락을 꼽으며 개수를 파악한다. 그 행동을 보고 클로에가 이마를 짚으며 낙담한다.


“여섯 개 있네.”

“아껴서 쓰세요. 흥청망청 쓰다가 큰일 나요. 특히 그 붉은 혈석은 진이이이짜!”


클로에의 말대로 평소에 쓸려고 만든 물건이 아니었다.

가격 자체가 높기는 했지만 사실 그리 부담스럽지 않았다.

수입을 포기한다면 임무에서 한 개 정도는 비용을 지불하며 꼬박꼬박 써도 무방할 정도.


‘문제는 가격이 아니라 성능이지.’


본래 제이드는 스테인이나 마를롱처럼 오리진이 단순한 유형에 속한 가디언이었으나, 이번에 새로 발견한 오리진은 복합적이었다.


‘이것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지. 라이언은 대체...’


클로에가 고개를 저었다.

복합계열은 강력한 대신 기운 소모속도가 어마무시했다.

그 차이를 깨닫지 못하고 이전처럼 최대출력으로 사용했다간 금세 기력이 바닥나고 말 것이다.


“제발 경거망동하지 마세요.”


제이드는 이번 계기로 가디언 내에서도 상위권에 해당하는 강함을 지니게 되었다.

그를 믿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너무 급격한 성장에 괜히 다른 사람으로 변하지 않을까 클로에는 걱정이 되었다.


‘실전에서 써보고 싶은데.’


그녀의 걱정이 무색해지게 제이드는 사용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성능 자체가 압도적이니 웬만한 적들을 상대로 쓸 일이 있기는 할까 싶었지만 말이다.


*


다음날, 제이드는 아론의 호출을 받아 그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꼭두새벽부터 찾아부른 것을 보아 꽤 큰 사건이 터진 것으로 예상하였다.


“뭐가 탈출했다고요?”

“오거가 풀려났다고.”


아론이 허탈하게 말한다. 제이드도 믿기 힘든 소식에 두 눈을 크게 떴다. 평범한 일반 기사들로는 기사단 단위로 갈아 넣어도 잡을 수 없다는 가히 최악의 몬스터.

오거가 서쪽에 접경지역도 아니고, 왕국 한복판에 몬스터가 풀려나다니 비상사태가 분명했다.


“잘 피신했다고 합니까?”

“다행히 오거는 사람이 적은 남쪽으로 향했다는데, 마수들 파악하는 것도 바쁘다고 해.”


백성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오거도 계속 내버려둘 수도 없는 노릇.

또다른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빠르게 토벌할 필요가 있었다.


“제가 가서 토벌하면 되는 겁니까?”

“그것도 그런데, 이상한 말이 있어서. 게로라는 용병과 친분이 있어?”


아론의 입에서 나온 낯선 이름. 제이드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모릅니다.”

“하르도는?”

“그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제이드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용병들과 친하게 지낸 적이 없었는데.

그를 아는 척했다고 하니 참 신기한 놈들이 나타났다.


“알았습니다. 가면서 한번 보고 오겠습니다. 그게 전부입니까?”

“맞아. 그게 전부야.”


오거가 아무리 재앙과 공포의 대상이라고 불리지만, 제이드한테 그리 힘든 몬스터는 아니다.

거절할 생각은 단연코 없었기에 떠날 채비를 했다.


‘일단 프리지아에 연통을 넣어야겠군.’


마탑에 보고를 하는 등. 차근차근 준비를 마칠 무렵.

금고에 고이 보관해둔 시제품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것도 임무니까.’


쓸 일이 없을 거로 생각하지만, 제이드는 만일을 대비하고자 주머니에 넣어 챙겼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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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106화 천상의 존재 (2) 22.11.24 97 0 11쪽
106 105화 천상의 존재 (1) 22.11.23 10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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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102화 가출 (2) 22.11.18 100 0 11쪽
102 101화 가출 (1) 22.11.17 106 0 11쪽
101 100화 활동 재개 (3) 22.11.16 112 0 12쪽
100 99화 활동 재개 (2) 22.11.15 104 0 11쪽
» 98화 활동 재개 (1) 22.11.14 137 0 11쪽
98 97화 테스트 (2) 22.11.11 114 0 12쪽
97 96화 테스트 (1) 22.11.10 109 0 11쪽
96 95화 낭중지추 (2) 22.11.09 104 0 11쪽
95 94화 낭중지추 (1) 22.11.08 102 0 11쪽
94 93화 반발 (2) 22.11.07 106 0 11쪽
93 92화 반발 (1) 22.11.04 105 0 11쪽
92 91화 전출 (2) 22.11.03 103 0 11쪽
91 90화 전출 (1) 22.11.02 115 0 11쪽
90 89화 네 개의 기사단 (4) 22.11.01 107 0 11쪽
89 88화 네 개의 기사단 (3) 22.10.31 111 0 12쪽
88 87화 네 개의 기사단 (2) 22.10.28 117 0 12쪽
87 86화 네 개의 기사단 (1) 22.10.27 11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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