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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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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2.07.18 12:32
최근연재일 :
2022.12.02 17:00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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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11
추천수 :
92
글자수 :
579,291

작성
22.11.2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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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09화 천사 사냥 (3)

DUMMY

“실컷 공격할 때는 좋았지?”


비행로를 차단하며 등장한 제이드가 이를 드러낸다.

급정지하여 위기를 모면한 파누엘은 탈출할 생각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섬광처럼 머리 위를 지나간 제이드가 곧바로 건물을 박차며 공격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런 전투는 내 취향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지...!’


검술 형식도 없이 연속으로 돌진하면서 정신없이 싸움을 거는 대결은.

한순간에 실수로 판도가 엇갈릴 수 있기에 제이드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선택하지 않는 방식이었다.


“너무 급했나 보군, 이런 악수를 두다니.”


파누엘이 공중에서 몸을 돌리며 제이드와 맞섰다.

빠른 속도로 이동하여 사각을 노리는 일격이라면 모를까. 직선으로 들어오는 공격을 방어하지 못할 상대가 아니었다.

자신 있게 마주한 파누엘이 제이드의 검을 사선으로 흘려내는데.


“크윽!”


깔끔하게 팔목을 베고 지나가는 제이드.

파누엘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번진다.


‘분명 완벽하게 흘려냈을 텐데?’


피해자가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기민한 손재주.

제이드는 조급해져서 서두른 게 아니었다. 현재로선 가장 적합한 공격이었다.


‘확실히 경고할만해. 자제하기가 힘들다.’


이번에 복용한 약품은 클로에가 될 수 있으면 먹지 말라고 경고한 물건이었다.

각종 몬스터의 피를 원료로 혼합하여 만든 혈석.

짐승의 송곳니 같은 흉악한 생김새를 따라 마음에서 끓어오르는 거친 본성을 주체하기가 어려웠지만.


“무슨 수작을 부린 거냐!”


동체시력과 반사신경 같은 본능에 가까운 날카로운 감각 능력이 매우 효과적이었다.

다채로운 검로, 심리 싸움 등, 그런 것들은 이 전투에서 필요치 않았다.

무자비한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파누엘의 고도가 점점 낮아진다.


“그, 그만...”


이제 공중에 떠 있는 것도 힘들어 보이는 파누엘의 팔을 자른다.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이어서 가슴을 가르고 지나치고 거의 동시라고 착각할 만한 속도로 목을 꿰뚫었다.


“후!”


바닥에 안착한 제이드가 참았던 숨을 내쉰다.

폭발하듯이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고 싶었지만, 피가 끓어오르는 느낌과 함께 혈기가 매우 솟구치며 다음 상대를 찾았다.


*


쾅-. 쾅-.

전신이 바들바들 떨리고 심장이 터질 듯이 두근거렸지만, 트리나인은 전력을 다해서 손바닥을 내리쳤다.


‘나도 할 수 있어!’


당황한 적이 속절없이 뒤로 밀려나고.

한껏 자신감이 차오른 트리나인은 손을 너무 높게 들어 올리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휙-.


“앗...!”


미처 잡을 새도 없이, 눈 깜짝할 사이에 상공으로 올라가는 천사.

트리나인은 그것을 멀뚱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큰, 큰일이다..!’


순식간에 부풀었던 자신감이 쪼그라들며 자취를 감추고.

다음으로 어떻게, 무슨 행동을 해야 하는지 몰라 몸을 움츠렸다.

천사도 마찬가지로 트리나인을 경계하며 적당한 거리에서 배회하고 있었다.


‘정말 덩치가 어마어마하군. 섣불리 접근했다간 위험하겠어.’


그도 아직 트리나인의 높이에 적응하지 못했다.

팔을 쭉 뻗었을 때나 점프했을 때의 범위 같은 사정거리가 얼마나 길지 예측할 수 없었고.

비대한 몸집만큼이나 굉장할 괴력도 짐작할 수 없었다.


‘악력이 얼마나 될지 몰라, 잡히는 순간 끝이라고 봐야겠지... 젠장, 하필 무기를 놓치서.’


요컨대 함부로 덤벼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뜻이다.

빈틈을 노리는 천사가 먹이를 노리는 독수리처럼 눈을 부릅뜨고 주변을 맴돌 무렵.


‘아아, 졸리다아... 씁. 안 돼! 정신 차려!’


어린 트리나인은 극도의 긴장감에 피곤을 이기지 못하며 자세가 느슨해지며, 집중력을 유지하지 못했고.

천사는 이 모습을 포착했다.


‘날 앞에 두고 방심하다니, 몸집만큼이나 오만하구나!’


자존심이 상한 천사가 속도를 내어 습격했고.

갑작스러운 활강에 트리나인은 두 팔을 뻗어 휘저었지만.


‘이런 장애물 따위 아무것도 아니다.’


천사는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곡예에 가까운 비행으로 손을 비집고 들어가는 데 성공.

눈알을 노리고 싶었으나 눈을 질끔 감으며 보호한 탓에, 아쉬운 대로 온몸을 비틀어 턱을 가격했고.

트리나인의 고개가 가볍게 돌아갔다.


“꾸엑!”


비명과 함께 몸뚱이가 넘어가며 거리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창문을 짓이기고 건물을 허물며 엉망진창으로 망가뜨렸다.


“..괜히 겁먹었잖아?”


너무나 쉽게 픽- 쓰러지자 허무함이 느껴질 정도.

별다른 능력조차 없이 몸집만 큰 인간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맨손으로도 죽일 수 있다고 판단을 내렸다.


“오지마!”


트리나인이 처음 보는 자세를 취하면서 다가오는데, 적어도 그것이 화해의 행동이 아닌 것은 누구라도 알 수 있었다.

겁을 먹은 그가 주변에 있는 물건들을 잡히는 대로 집어 던졌다.


“...겨우 이런 녀석한테 발목을 잡히고 있었다니.”


기술도 요령도 없는 어린아이의 장난 같은 투척, 이런 상대로 시간을 낭비하다니 전사로서 수치스러웠다.

날아오는 가판과 벽돌 같은 잡동사니들을 피하며 다가갔고.


“으아아아-!”

“학습능력이 없나?”


똑같이 내미는 두 팔을 회피하며 콧잔등을 깍지 낀 두 손으로 내리쳤다.

얼굴을 감싸며 고통스러워 하는 트리나인의 관자놀이에 천사의 무릎이 직격.

쿵.


“으...!”


소리조차 지르지 못한 채 무릎을 꿇었다.

기절하지는 않았지만, 그것도 시간문제.

트리나인은 연습용 허수아비나 다름없었다.


“한번에 목을 부러뜨려주지.”


타고난 맷집 덕분에 결과가 시원치 않자 천사가 까마득한 높이로 올라갔다.

두 팔을 겹쳐서 트리나인의 뒷목을 향해 단숨에 떨어져 내렸지만.

한순간 누군가가 끼어들어 낙하방향이 틀어졌고 엉뚱한 가게로 떨어져 버렸다.


“큭, 너는...?”


끈적끈적한 과일 더미를 쓸어내리며 천사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본다.

여기저기 패이고 깎여나간 부위가 있었지만, 틀림없이 적 중 한명이었다.

피노가 등장했다는 것은 그의 동료가 죽었다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훌쩍, 피노. 우으으.”

끼익.


곧장 울음을 터뜨리는 트리나인에게 온화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을 믿으라는 듯 가슴을 두어 번 두드린다.

트리나인의 앞을 막아서며 상대방한테 호전성 짙은 눈빛을 보냈다.


‘기습도 아니고 정면대결로 죽었어. 우리엘 님한테 보고 해야 돼!’


예상 밖의 전력, 지원이 필요하다.

피노는 천사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먼저 행동에 나섰다.

천사가 몸을 일으키기 무섭게 달려들어 양 어깨를 붙잡고 안으로 밀어 넣었다.


“이거 놓지 못해!”


벗어나기 위해 목과 얼굴을 연거푸 후려쳤지만 끄덕도 하지 않았고, 팔뚝을 내려쳐도 미동도 없다.

발로 걷어차기도 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으며 오히려 바닥으로 힘껏 내쳐지며 등이 바닥에 닿았다.


“이 자식이... 불타버려라!”


정말 위기에 몰렸다는 걸 깨달았는지 양손에서 성스러운 불꽃을 내뿜었고.

자신 위에 올라탄 피노의 얼굴에 힘껏 문댔다.

타닥. 타닥.

나무 장작이 타는 소리가 들린다.


“흐흐, 불쏘시개 주제에, 당장 비켜!”


나무라서 그런지 불꽃이 약점이라는 사실에 안심하며 기쁨의 웃음을 흘리는데.

타들어가는 얼굴 속에서 형형하게 빛나는 눈과 쪼개지듯 벌어지는 입을 보았다.


“너, 뭘 하려는...!”


불길한 예감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든다.

붙잡은 어깨를 놓았을 때 기우였나 싶었는데, 나무 인형의 손이 등 뒤로 펼쳐진 날개로 향하자 끔찍한 고통이 몰려왔다.


“끄아아아악!”


뽑혀나간 날개는 피노의 입속으로 직행.

신음하며 몸부림치는 천사를 보고 입맛을 다신다.

피노가 마저 식사를 이어가려 할 때.


“쯧, 여기에도 이런 괴물이 있었나.”


가게 밖에서 들어온 화염폭풍이 공간을 집어삼켰다.

얼마나 강력했는지 건물이 통째로 증발해버려 검은 흔적만이 남아있었는데.

그 잿더미 속에서 피노가 삐거덕거리는 몸을 일으켰다.


“보아하니 처음 먹는 것도 아니네.”


상공 위에서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던 천사장.

우리엘이 팔짱을 낀 채로 숯처럼 변한 피노를 무심한 눈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곳을 정복하는 데 있어 가장 위험한 존재는 나무 인형이었다.


“이번이 두 번째인가. 저번 비료가 제법 괜찮았던 모양이야.”


피노의 모습을 보고 우리엘은 자신들 말고도 이곳을 노리는 침략자들이 더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새로운 정보는 잠시 뒤로 미뤄두고 일단 더 자라기 전에 싹을 뽑아야 했다.

팔짱을 풀며 손을 들어올리는 순간.

후다닥 달려온 트리나인이 피노를 와락 껴안았다.


“그게 뭔지는 알고 보호하는 거냐.”


어이가 없다는 것을 넘어 경멸하는 듯한 표정.

물론 고개를 숙인 트리나인은 볼수 없었다.


“살려주세요...”


그저 몸을 웅크리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목숨을 구걸할 뿐.

우리엘의 입장에서 감흥이 일지도 않았고 딱히 들어줄 이유도 없었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음성이 트리나인의 귀에 꽂혔다.


“몸이 크니까. 제물로 더 좋겠지.”


단순하게 좀 더 인원수를 채워주지 않을까.

특별할 것 없는 감상을 끝마치며 팔을 내리려는데, 그 팔이 중간에 우뚝 멈춰 섰다.


“네가 새인간들 대장이지? 내려왔네?”


살기를 감추지 못하는 제이드와 우리엘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


갑작스러운 기습으로 삭막해진 영지.

저택의 삼엄한 분위기가 전쟁을 연상시켰다.


“호콘, 현재 상황이 어떻지?”


영지의 주인, 아르카 드와이트 백작이 나타나 자신의 충직한 기사에게 상황을 묻는다.


“백작님 이곳은 위험합니다. 안으로 들어가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됐네. 여기서 말하게.”


호콘이 난데없는 영주의 등장에 화들짝 놀라면서 안으로 모시려 했으나.

단호한 목소리에 그 자리에 멈춰 서서 보고를 올렸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적들의 공세가 멈췄으며 현재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반격할 수는 없겠지?”

“네, 불가능합니다.”


드와이트 백작도 모르고 묻는 것은 아니고, 그저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을 뿐이다.

지하에 숨은 병력들은 현재 쓸 수가 없을뿐더러, 저택 방마다 배치된 수백에 달하는 영지병들도 마당을 벗어나기도 전에 다시 후퇴를 해야 할 것이다.


“다른 영지에 연락은 어떻게 됐지.”


날개 달린 인간들이 습격했다는 허무맹랑한 이야기였지만.

평소 인망이 두텁고 진중한 성격이었던 백작이었기에 주변 영지로부터 병력을 보태준다고 하였다.


“아무리 빨라도 한나절은 걸립니다.”

“...그렇군.”


암울하기 짝이 없는 소식에 절망하고 있을 때.

호콘이 오묘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리고 믿기 힘든 소식이긴 합니다만.. 제국에서 바로 지원이 오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했습니다.”

“허허, 그거 참 믿음직스럽군.”


벌써 이야기가 전해진 것도 놀라웠지만, 제국이 나선다는 것이 의외였다.

거인의 침공 해왔다고 와전이라도 된 것일까.

자신들이 멸망해도 복수는 해줄 것이라는 점에서 백작은 기이한 안도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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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108화 천사 사냥 (2) 22.11.28 96 0 11쪽
108 107화 천사 사냥 (1) 22.11.25 102 0 11쪽
107 106화 천상의 존재 (2) 22.11.24 97 0 11쪽
106 105화 천상의 존재 (1) 22.11.23 100 0 12쪽
105 104화 불새 토벌 (2) 22.11.22 9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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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101화 가출 (1) 22.11.17 10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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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99화 활동 재개 (2) 22.11.15 104 0 11쪽
99 98화 활동 재개 (1) 22.11.14 13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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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96화 테스트 (1) 22.11.10 109 0 11쪽
96 95화 낭중지추 (2) 22.11.09 103 0 11쪽
95 94화 낭중지추 (1) 22.11.08 102 0 11쪽
94 93화 반발 (2) 22.11.07 106 0 11쪽
93 92화 반발 (1) 22.11.04 105 0 11쪽
92 91화 전출 (2) 22.11.03 103 0 11쪽
91 90화 전출 (1) 22.11.02 11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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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88화 네 개의 기사단 (3) 22.10.31 111 0 12쪽
88 87화 네 개의 기사단 (2) 22.10.28 117 0 12쪽
87 86화 네 개의 기사단 (1) 22.10.27 11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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