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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2.07.18 12:32
최근연재일 :
2022.12.02 17:00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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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24
추천수 :
92
글자수 :
579,291

작성
22.11.1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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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02화 가출 (2)

DUMMY

“그렇게 막 저한테 나뭇가지를 던졌어요!”


호들갑을 떨어대는 거인 앞에 누워있는 거대한 몬스터.

오거를 깔고 앉은 제이드가 건성으로 대답했다.


“어 그래, 이어서 말해봐.”


오거를 토벌해달라는 임무는 완료되었지만, 새로운 문젯거리가 나타났다.


‘설명만 들으면.. 아르카 백작령인 것 같은데.’


말로 달려도 나흘은 걸릴 거리.

어쩌다가 이곳에 도달한 걸까. 더 자세한 사정을 들을 필요가 있었다.


“그게...”


트리나인의 거대한 눈망울에서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린다.

지금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정말 무서웠던 상황.

그때 그가 겪었던 경험은 입 밖으로 꺼내기조차 두려웠지만, 차근차근 설명을 이었다.


*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화살을 트리나인이 멍하게 보고 있다.

보통 인간이라면 위협을 느꼈겠지만, 그는 위험하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


“앗, 따거!”


가느다란 나뭇가지로 착각한 트리나인은 몸에 박히는 화살에 고통을 느꼈다.

피부를 뚫기 했으나 인간과는 크기부터 많은 차이가 있기에 큰 상처는 없었지만.

간질간질한 느낌에 긁어버린 게 문제였다.


“피, 피피!”


손톱에 묻어나오는 선혈, 팔뚝에서 피가 줄줄 새어나온다. 그것도 넓은 범위에서.

트리나인은 울음을 터뜨리며 바로 뒤돌아 도망쳤다.


“성문을 열어라! 기사단, 저 거인에게 인간의 무서움을 알려주어라!”


굳게 닫혀있던 성문이 열리고, 아르카 백작의 자랑스러운 기사단이 말을 타고 뛰쳐나간다.

허겁지겁 도망치는 거인의 뒤를 순식간에 따라잡은 기사들.


“먼저 다리를 봉쇄한다, 발목 쪽을 노리도록 해라!”


양쪽에서 찔러대는 창 공격에 트리나인의 발이 멈추었고, 기사단은 그에 맞춰서 발 빠르게 움직여 포위했다.

곧바로 사방에서 찔러오는 날카로운 창.


“그만해애애애앵!”

“계속 번갈아 찔러!”


트리나인의 울부짖으며 발악해도 기사들은 그만두지 않았다.

발목을 손으로 가리느라 허리를 숙였을 때, 그 위로 덮쳐지는 그물들.


“으아아아아아아아!”


흥분과 두려움에 팔다리를 마구잡이로 휘젓지만 왠지 더 엉키는 것 같았다.

그래도 더 이상 창을 찌르지 않았기에 이제 아프지 않은 것일지 주변을 바라볼 때.

삐져나온 팔에 올가미 밧줄이 걸린다.


“이거 놔아아아아아아아!”


트리나인이 있는 힘껏 당기자 올가미를 건 기사가 말에서 떨어졌으나,

주변에 있던 기사들이 나머지 팔 쪽을 무참히 베었다.

그쪽으로 팔을 휘저었지만, 상대들은 이미 물러난 지 오래였고.

휙-.


“걸렸다!”


오히려 나머지 팔마저 올가미에 걸리고 말았다.

점점 속박되어 가는 트리나인.

두 팔에 걸려있는 밧줄을 안간힘을 쓰며 당기지만.


“다들 붙어!”

“꽉 잡으라고!”


기사들이 찰싹 달라붙어 같이 밧줄을 붙잡았고.

곧이어 두 팔에 묶인 밧줄이 팽팽해지며 꼼짝 못하게 되었다.

다시 공략되는 하체.


“아,아아아아!”

“조심해!”

“거리를 잘 보고 공격해라!”


트리나인이 꼼짝 못하는 상태인데도 아직 움직이고 있다는 이유로 사정없이 공격당한다.

창으로 다리를 찔러대고, 검이 광활한 등짝을 베어낸다.

마침내 거인이 무릎을 꿇자, 다시 한번 덮이는 그물.

그 안에 트리나인이 머리를 감싼채 땅에 웅크리고 있었다.


‘엄마...’


밖으로 나온 것을 후회하고, 두 눈에 눈물이 넘쳐흐른다.

트리나인은 두려움 가득한 공포의 시간이 끝나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정신을 잃었고.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우리가 이겼어!”

“거인을 잡다니...!”


거인을 제압하는 데 성공한 병사들이 승리의 함성을 질렀다.


*


며칠 후, 아르카 영지의 광장.

많은 주민이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광장의 장면을 구경한다.


“아빠, 저거 뭐야? 되게 커!”

“거인이라고. 저 밑으로 가면 나오는 몬스터란다.”


광장의 중앙에, 목과 손, 팔. 하나도 빠짐없이 튼튼한 족쇄가 채워진 거인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이리저리 얼굴을 돌리는 모습이 성질을 죽이지 못하고 사납게 구는 것처럼 보였다.


‘...무서워!’


실제로는 불안에 떠는 어린이였지만 말이다.

구경거리가 된 트리나인은 두려움이 가득 찬 눈으로 주변을 살폈다.


‘집으로 가고 싶어...’


트리나인이 자고 나란 마을의 풍경과는 너무 달랐다.

무르고 먼지가 날리는 흙바닥이 아닌 단단한 돌 바닥.

벽돌로 지은 집과 자신을 상처입힌 병기들로 무장한 병사.


‘소인들은 이렇게 사는 건가?’


인간들과는 달리 문명의 발전이 더뎠다.

말이나 개, 여러 동물과 공생할 수 있는 인간과 달리 거인들은 공생할 수 있는 존재가 적었기 때문이다.


“왜 안 죽이고 전시하고 있는 거야?”

“거인도 제국법상 일단 인간이라서. 사정을 듣고 법으로 다스려야 한다나 봐.”

“그래?”


초창기 문명이 발달한 인간들에게 거인들은 몬스터로 분류되었으며 사냥당했었다.

한쪽 눈이 없는 거인은 사이클롭스라고 불리는 굴욕도 겪었었는데.

그래서 아직도 거인을 몬스터로 착각하는 사람들도 존재했다.


“조용. 거인에 대한 처벌을 결정하겠다.”


웅성거림이 잦아들고, 광장의 사람들은 경비대장의 발언을 기다렸다.

트리나인 또한 포박된 채로 그의 말을 귀를 기울였다.


“이는 제국에서 정한 거인들의 법안에 기반을 뒀음을 알린다.”


한참을 떠드는 경비대장.

그 요점만 서술하자면 아르카 백작령은 정당방위로서 거인을 제압했고.

피해가 적고 얌전히 있었으니 트리나인을 용서해 주고 풀어준다는 내용이었다.


“당장 고향으로 돌아갈 것을 명한다.”

“네, 네!”


대부분의 내용을 정확히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돌려보낸 준다는 말에 트리나인은 냉큼 고개를 끄덕인다.

이후 그는, 인간 입장에서는 많지만 거인한테는 한 끼나 다름없는 음식을 받고 영지 밖으로 쫓겨났다.


“여긴 위험해...”


일단 이곳에서 멀리 떨어지고자 트리나인은 되는대로 걸음을 옮겼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계속해서 몸을 움직였다.

얼마나 움직였을까. 인적이 드문 길을 걸으며 모르는 강을 건너다가.


“사과다...!”


산 깊숙이 들어가서 헤매다가 과일이 풍부한 숲을 발견.

트리나인은 그곳에서 며칠간 머무르다가 오거와 마주치게 되었다.


*


“그래서 도착한 곳이 여기라고?”

“네.”


고생의 나날이 생각났는지 트리나인은 의기소침한 목소리로 대답했고.

제이드는 이 녀석을 어찌할지 고심했다.


‘완전히 반대되는 곳으로 왔네.’


어떻게 된 게 거인 왕국의 위치에서 더 멀어진 곳으로 찾아왔다.

만약 영지에서 길을 알려주었는데도 이곳으로 향했다면.


‘심각한 길치야. 혼자선 절대 못 가.’


녀석을 직접 데려다 줘야 한다는 결론에 제이드는 절로 한숨이 나왔고.

트리나인은 자신의 한심한 상황을 아는지 잠자코 있다가 입을 삐죽였다.


“저도 솔직히 이길 줄 알았어요.”


뭔 말인지 생각하다가 말을 이해한 제이드가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네가, 오거를?”

“네.”


오거를 처음 봤을 때, 슬쩍슬쩍 자신의 눈치를 보는 탓에 얕잡아 보았고.

그 모습에 트리나인은 자신감을 얻었다.

숲속을 마음껏 헤치며 과일들을 먹었는데. 갑자기 오거가 이를 드러냈다.


-“흥. 겁쟁이 자식이 어디서 반항이야.”


까불길래 한 대 때렸지만 오거는 트리나인의 주먹을 맞고 비웃었다.


-“어...?”


곧바로 이어지는 반격에 코피가 나면서 뒤로 엎어졌다.

한번 거친 경험을 한 덕분이지 이번에는 도망치지 않고 맞서 싸웠지만.

그 결과로 열심히 얻어터졌고, 처맞는 와중에 등장한 제이드에게 살려달라고 외친 게 끝이었다.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형님!”


티르나인이 두 손을 깍지를 낀 채 제이드를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본다.

제이드의 강함을 보고 존경심이 무럭무럭 생겼나 보다.


“형님이라... 그래 그렇게 불러라. 일단 난 제이드라고 하는데, 네 이름은 뭐냐.”

“티르나인입니다!”


무엇에 감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티르나인은 매우 기쁘게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일단 제이드는 그를 데리고 마을로 내려가기로 정했고.


‘그냥 데리고 거인국으로 데려가도 문제없으려나?’


영주한테 부탁해서 연락을 통해 상의를 해봐야겠다고 여겼다.


*


열기가 가득한 텁텁한 공간.

뚝-.

파시시.

어찌나 뜨거운지 마를롱의 턱 끝에서 떨어져 내린 땀방울이 바닥에 닿은 즉시 증발해버렸다.


“후욱, 후욱.”


마를롱이 옷은 어디가 버려두고, 구릿빛 피부를 드러내며 거칠게 숨을 내쉬고 있었다.

근처에 있는 디아나도, 마를롱처럼은 아니지만 꽤나 가벼운 옷차림이었다.


“이거 디아나 없었으면 큰일 났겠는데요. 그쵸?”


매우 지쳤음에도 억지로 기분을 올리며 윙크를 한다.

평소라면 한마디 했을 디아나였지만,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그런 걸 지적할 여력이 아니었다.


“...다 끝났다고 방심하지 말죠.”


여태까지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집중해야 할 때.

물론 마를롱의 노력과 고생을 이해했기에 그의 너스레 정도는 받아줄 수 있었다.


삐이...

힘없는 새의 울음소리가 처연하게 공간에 울려 퍼지고, 디아나는 마지막을 준비한다.


“디아나.”

“네.”


수정으로 이루어진 그리폰에 까려 있는 거대하고 검붉은 불새.

그뿐만이 아니라 날개죽지 부분에 말뚝이 꽂혀있어 보기 처참한 장면이었다.

몸에 두르고 있던 화염은 사그라졌고, 이제 옴싹달싹 못하는 표적에 강한 일격을 꽂으면 그만이었다.


“마무리 잘 부탁합니다.”


마를롱이 당부하지 않아도 디아나는 완벽하게 마무리를 지을 생각이었다.

크고 날카로운 얼음 창이 피닉스의 심장부를 꿰뚫었다.

한순간 증기가 강하게 터지며 시야를 가렸지만, 죽음은 확실해 보였다.


“해치웠나?”


여차하면 다시 한번 확인 사살을 할 생각으로 증기가 걷히기를 기다리는데.

쿠르르르르릉-!

땅이 진동한다.


“이런...”

“아...”


둘 다 평범한 진동이 아님을 눈치챘다.

그들이 서 있는 장소 밑에서부터 용암이 솟구치며 분화가 시작.

당장 도망쳐도 모자를 판에 두 사람은 결연한 표정을 지은 채 멈춰서 있었다.


“디아나, 우선 용암부터 막아보세요.”


이만한 폭발이면 마을까지 용암이 닿을 터.

당장 용암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은 디아나뿐이었다.


“저건 내가 어떻게든 해볼 테니까.”

“...조심해요.”


마를롱의 다짐에 디아나는 그 이상 말할 수 없었다.

증기는 사라지며, 그 안에 있었던 피닉스가 모습을 드러낸다.

삐이이이이익-!


활활 타오르는 휘황찬란한 불꽃. 완전히 부활에 성공한 모양이다.

위에서 찍어누르던 수정 그리폰은 녹아서 바닥에 쓰러져있었다.


“...디아나, 용암 막으면 말하세요.”

“네?”


집중하는 도중에 마를롱이 작게 속삭인 탓에 디아나는 듣지 못했지만.


“도망쳐야 하니까!”


자신없는 발언과 달리 마를롱은 화염 속으로 거침없이 도약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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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106화 천상의 존재 (2) 22.11.24 97 0 11쪽
106 105화 천상의 존재 (1) 22.11.23 100 0 12쪽
105 104화 불새 토벌 (2) 22.11.22 9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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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101화 가출 (1) 22.11.17 10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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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99화 활동 재개 (2) 22.11.15 104 0 11쪽
99 98화 활동 재개 (1) 22.11.14 13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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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95화 낭중지추 (2) 22.11.09 104 0 11쪽
95 94화 낭중지추 (1) 22.11.08 102 0 11쪽
94 93화 반발 (2) 22.11.07 106 0 11쪽
93 92화 반발 (1) 22.11.04 105 0 11쪽
92 91화 전출 (2) 22.11.03 103 0 11쪽
91 90화 전출 (1) 22.11.02 11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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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87화 네 개의 기사단 (2) 22.10.28 117 0 12쪽
87 86화 네 개의 기사단 (1) 22.10.27 11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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