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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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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2.07.18 12:32
최근연재일 :
2022.12.02 17:00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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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50
추천수 :
92
글자수 :
579,291

작성
22.12.0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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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11화 제국의 황제 (1)

DUMMY

천장은 물론 벽면과 바닥까지 광채가 나서 눈부시게 만드는 복도.

제이드가 서 있는 장소만 봐도 아르카 영지의 저택이 아니란 것은 쉽게 알 수 있었다.


“도착했다, 여기 들어가서 잘 대화해봐.”


이곳까지 직접 안내해준 아론이 들어가라며 문을 열어주는데.

방 안이 보이는 게 아니라 거울처럼 제이드의 모습을 비췄다.


“묻고 싶은 거 많다고 했지? 다 물어봐라.”

“...네.”


영혼이 나간듯한 모습의 제이드가 겨우 정신을 추스르며 문 앞에 섰다.

손끝이 닿자 옅은 파문이 생겼는데, 잠시 망설이던 그는 마음을 다잡고 안으로 들어갔다.

아르카 영지에 있었을 제이드가 이곳에 온 것은 사실 그의 선택이 아니었다.


*


“수도에서 여기까지 언제 오신 겁니까, 그것보다 직접 와도 되는 거에요?”


제이드가 놀라워하는 게 표정으로 드러난다.

아론의 지위를 알고 있었기에 제국 밖에서 이리 만날 거라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었다.


“백작의 저택은 내가 정리했으니 걱정 말고.”


제이드가 미처 생각지 못한 정황을 묻기도 전에 아론이 입을 열었고.

이어서 그에게 다른 용건을 꺼냈다.


“급히 갈 곳이 있다.”


아무래도 목적이 따로 있는 듯한 모습.

하기야 웬만한 일에는 움직이지도 못할 테니, 더 중요한 무언가가 있을 게 분명했다.


‘아니지. 이 정도면 큰일이라고 볼 수 있지 않나?’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에 의구심이 피어났으나 제이드는 이를 제쳐두고 답변하였다.


“지금 바로 가야 합니까?”


피노가 무사한지 상태를 점검해야 하고.

천사들을 죽이고 나올 전리품 등 챙겨야 할 것이 많다.

무엇보다 트리나인을 데려다 줘야 했다.


‘드와이트 백작과 인사도 안 하고 떠나는 것도 좀 그렇지.’


딱히 자신의 전공을 자랑하고 싶은 건 아니다.

백작은 고마움을 전하고 싶을지도 모를 텐데, 제이드는 굳이 회피하는 태도를 보이고 싶지 않았다.


“다 이야기해놔서 괜찮다.”

“제가 안 괜찮은데요...”


아론의 설명에 제이드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순순히 따를 생각이었다.


‘아론이 내 공을 가로채려 하는 건 아닐 테니까.’


뭐가 아쉬워서 그러겠나. 정말로 급한 사안으로 보였다.


“확실히 바로 만나는 건 조금 그렇군.”

“네?”

“첫 만남인데 이리 가면 실례지.”


위아래로 훑어 지나가는 아론의 시선.

얼굴에 덕지덕지 말라붙은 핏자국, 지혈 중인 옆구리에선 피가 배어 나온다.

누굴 만날지는 몰라도 이 꼴을 반기지는 않을 것이다.


“일단 치료부터 받을까요?”

“가서 받도록 하지 금방이다.”


제이드는 아론을 괜한 말로 설득하지 않았다.

자기 상처 아니라고 너무 막말하는 것 같았지만 죽을 정도의 부상도 아니었고.

항상 여유로운 태도였던 아론이 바쁘게 행동하게 이유도 궁금했으니까.


“어디 가는지나 알려주시죠. 누굴 만나는지도.”

“사촌 형님.”

“아, 사촌분이시구나...”


제이드는 여태껏 신경 쓰지 않았지만, 사실 아론은 가디언의 수장이라는 배경보다 황족으로서 더 영향력이 막대한 사람이었다.


‘그럼, 황족이라는 말인데.’


제이드한테 개인 의뢰라도 맡기고 싶을 것일까.

임무가 마무리되지도 않았는데, 임무라니 쓴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조금 쉬고 싶은데. 거절할 수는 있으려나.’


아론이 저리 서두르는 것을 보니 강한 권력을 가진 자일 터.

제이드는 한숨을 참으며 아론이 넘겨준 목걸이를 착용했고, 처음으로 텔레포트라는 마법을 경험했다.


*


“저기 봐라. 황궁에 도착했다. 몸은 괜찮나?”

“...네, 괜찮습니다.”


아론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지만, 워낙 생소한 경험이었던지라 제이드는 충격에서 벗어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얼마 안 걸린다더니 진짜였어.’


아론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언제 말해뒀는지 이곳으로 오는 중간 지점에서 뛰어난 치료사가 대기하고 있었고.

덕분에 제이드의 겉모습은 환자처럼 보이지 않았다.


‘프리지아가 마법은 제국과 맞먹는다고 하더니.. 다 헛소문이었어.’


누가 그런 망발을 지껄였을까.

제이드가 비록 마탑을 속속들이 다 파악하고 있진 않지만, 적어도 제국에 비견된다는 건 허언임을 알 수 있었다.


“어서 와. 아론 이것도 빚으로 달아두면 되는 거지?”


포탈에서 걸어나온 그들을 마중을 나온 한 여성이 요염한 눈웃음을 짓는다.

부드러울 것 같은 유황색의 긴 머리를 흩날리는데, 살랑살랑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다.


“헛소리 좀 그만해라. 누구 명령인지 몰라서 그래?”

“반가워서 농담 한번 해봤어. 까칠하기는.”


아론이 지겹다는 듯이 말하며 짐짓 위협적인 표정을 지었지만, 싫어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친밀한 사이라고 생각되었다.


“이쪽이 중요한 손님이신가?”


동글동글한 주황색의 눈동자가 제이드를 응시한다.

제법 친절하게 행동하지만, 제이드는 그녀처럼 친근하게 굴 수 없었다.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제인, 얘 기사니까 괜히 관심 있는 척할 필요 없어.”

“궁금할 수도 있지 왜, 자기는 능력이 뭐야?”


마음대로 지칭하는 여성. 제인이 아차 싶었는지 말을 이었다.


“내 소개부터 해줄게. 제국의 마법병단부대 가이아의 대마법사 제인. 네가 알기 쉽게 설명하자면.. 그래, 프리지아의 오르빌 후작이랑 비슷하다고 보면 돼.”


소문이 무성한 제국의 마법병단, 제인은 그중에서 한 부대의 대장이었고.

이는 제이드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제국 오강 중 유일한 마법사, 아드리안의 제자라고 들었지.’


본인 입으로는 오르빌 후작과 대등하다고 주장했지만.


‘겸손도 이정도면 기만이다.’


같은 초인이라고 제이드와 아놀드를 동급이라 말하는 셈.

아직 남아있는 감각으로 알 수 있었다. 대마법사라도 차이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처음 뵙겠습니다. 가디언 제이드입니다.”

“너무 딱딱하게 굴지 않아도 돼.”


긴장감에 굳은 음성에 제인이 손사래를 치며 입을 조잘거리는데, 보다 못한 아론이 그녀를 제지했다.


“바쁘니까 나중에 이야기하자고.”

“아, 미안. 출입증 줄게, 손 내밀어 봐.”


제인의 말에 그들이 고분고분하게 손을 내밀었고.

손바닥에 제국의 상징, 태양의 문신이 새겨진다.


“황궁에서 벗어나지 말고 나갈 때 이곳으로 와서 꼭 제거해줘.”


부탁하듯이 가볍게 말했지만, 이는 필수적으로 이행해야 할 통행절차였다.

문양이 없는 출입자는 발견 즉시 사살되고.

새겨진 채로 황궁을 벗어났다간 한 손이 사라지는 마법이었다.

무척 꺼림직한 방법이지만, 황궁에 진입하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


“디아나랑 같이 놀러 와~.”


제인이 제이드한테 친근하게 군 목적이 디아나였을까.

뒤에서 들려온 사근사근한 음성을 들으며, 제이드는 디아나한테 주의하라고 말할 것이라 다짐했다.


“이따 부를 테니까. 적당히 쉬고 있어.”


아론의 말에 대답하기도 전에 하인들이 나타나더니 제이드를 이끌었다.

끌려가서 치장이라도 하는 걸까 싶었는데.

휴게실 같은 공간에서 제이드가 원했던 결과를 보고해주었다.


“목인은 현재 이송 중이고, 티르나인이라는 거인도 무사히 히베르로 돌려보냈습니다. 다음으로 천사의 시체들은...”


대부분 마무리가 잘 되었다는 소리였다. 고생이 컸던 만큼 전리품도 많았다.

먼저 천사라고 불리는 날개 달린 침입자들의 시체는 제국에서 사들인다고 하는데.

그중 몇몇 객체는 국제적인 경매에 나갈 거라고 한다.


‘천사 시체로 경매라... 세상이 한바탕 뒤집히겠군.’


아마도 각국이 혈안이 되어 열을 올리지 않을까.

제이드는 외형이 외형이다 보니 경매를 벌여도 될지 걱정이 되었지만.


“이번 기회에 제국은 천사는 지성체의 개체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공표할 생각입니다.”


이어지는 하인의 설명에 납득했다.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는 외형. 이들을 명백한 적이라고 알리겠다는 뜻이었다.


‘앞으로 돈 걱정은 없겠네.’


적어도 앞으로 제작에 드는 비용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이고.

제이드는 제국의 연구원들에게 비용를 들여서 더 박차를 가할 생각이다.


‘쏠쏠하게 잘 써먹었지. 다 써버렸으니까 보충도 필요하고’


미리 받아둔 약품들 대부분을 소모했다.

만약 이것들을 개발해두지 않았다면.


‘라이언이나 마를롱처럼 부상을 치료하느라 휴식기간을 가져야 했겠지.’


이 부분은 참 다행이었다.

마지막으로 이름도 모르는 천사들의 대장에게서 수상한 마법 장치를 발견했다는데.


“그건 아론 대장한테 맡길게.”

“그렇게 전해드리겠습니다.”


아론한테 넘겼다. 어디 쓸모가 있지 않을까도 싶지만.

정체도 모르는 물건을 떠맡고 싶지 않았다.

감당하지 못할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당분간은 요양이 필요하겠어.’


육상동물로서 공중을 머무르기 위해 육신을 혹사했고. 옆구리에 칼에도 제대로 찔렸다.

옆구리에 난 상처는 제이드의 온전한 실수.

태연한 척하기는 했지만, 당시 제이드의 체력은 고갈된 상태였다.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하인이 물러가고, 제이드는 소파에 몸을 깊숙이 파묻었다.


‘그래서 날 부른 건 누구시려나?’


아론은 웃음만 지을 뿐, 끝까지 정체를 알려주지 않았다.

제국의 황족은 프리지아나 쾰른의 왕족과 달리 그 수가 너무 많아서 외우는 것을 포기할 정도였다.

제이드가 아는 황족은 끽해야 황제 루퍼트와 아론 정도밖에 몰랐다.


‘아론의 사촌 형만 해도 셋이 넘어가는데.’


그래도 힌트는 있었다. 아론이 사촌 형님이라고 말했으니까.

사촌 형 중에는 제국의 황제 루퍼트 하이젠베르크도 포함되어 있었다.


‘에이 설마...’


속으로 부정하고 있지만, 제이드의 촉이 말해준다.

아론의 급한 행동과 처음보는 제인의 친절한 행동, 하인의 극진한 태도.

제이드를 부른 자가 황제라는 것을 직감했다.


‘황제가 왜 날 불렀을까.’


머리가 아프다. 그럴듯한 이유가 떠오르지 않는다.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의 생각을 어찌 알겠는가.

그것도 상대는 평범한 사람도 아닌 대륙의 지배자.


‘에라 모르겠다.’


복잡한 머리를 비우고 눈을 감았고.

별다른 대책도 없이 시간이 흐르면서 부름을 받았다.

아론의 안내를 받아 도착한 휘황찬란한 문짝이 제이드의 심장을 조였다.


“묻고 싶은 거 많다고 했지? 다 물어봐라.”

“...네.”


솔직히 제정신으로 대화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망설이는 마음을 다잡고 들어간 공간에서 제이드는 제국의 젊은 황제 루퍼트 하이젠베르크를 만났다.

꿀꺽.

저도 모르게 침을 삼키고, 말 한마디 없이 서로를 마주보았다.


“...”

“...”


눈부신 금발 뚜렷한 이목구비.

눈을 빼앗길 수밖에 없을 벽안에는 왠지 모를 지혜가 깃들어 있어 보였는데.

대단히 귀족다운 생김새를 떠나서 지배자의 위엄과 기품이 느껴졌다.

제이드는 어떻게 입을 열까 고민했을 때.


“생긴 건 내가 나은데?”


황제가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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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1화 제국의 황제 (1) 22.12.01 91 0 11쪽
111 110화 천사 사냥 (4) 22.11.30 98 0 12쪽
110 109화 천사 사냥 (3) 22.11.29 102 0 11쪽
109 108화 천사 사냥 (2) 22.11.28 97 0 11쪽
108 107화 천사 사냥 (1) 22.11.25 102 0 11쪽
107 106화 천상의 존재 (2) 22.11.24 97 0 11쪽
106 105화 천상의 존재 (1) 22.11.23 100 0 12쪽
105 104화 불새 토벌 (2) 22.11.22 98 0 11쪽
104 103화 불새 토벌 (1) 22.11.21 117 0 11쪽
103 102화 가출 (2) 22.11.18 100 0 11쪽
102 101화 가출 (1) 22.11.17 106 0 11쪽
101 100화 활동 재개 (3) 22.11.16 112 0 12쪽
100 99화 활동 재개 (2) 22.11.15 104 0 11쪽
99 98화 활동 재개 (1) 22.11.14 137 0 11쪽
98 97화 테스트 (2) 22.11.11 114 0 12쪽
97 96화 테스트 (1) 22.11.10 109 0 11쪽
96 95화 낭중지추 (2) 22.11.09 104 0 11쪽
95 94화 낭중지추 (1) 22.11.08 102 0 11쪽
94 93화 반발 (2) 22.11.07 106 0 11쪽
93 92화 반발 (1) 22.11.04 105 0 11쪽
92 91화 전출 (2) 22.11.03 103 0 11쪽
91 90화 전출 (1) 22.11.02 115 0 11쪽
90 89화 네 개의 기사단 (4) 22.11.01 107 0 11쪽
89 88화 네 개의 기사단 (3) 22.10.31 111 0 12쪽
88 87화 네 개의 기사단 (2) 22.10.28 117 0 12쪽
87 86화 네 개의 기사단 (1) 22.10.27 11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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