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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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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2.07.18 12:32
최근연재일 :
2022.12.02 17:00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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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63
추천수 :
92
글자수 :
579,291

작성
22.11.0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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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94화 낭중지추 (1)

DUMMY

보통 때라면 고위직들의 회의가 벌어졌을 시각이었지만, 현재 그들은 본래 회의장이 아닌 다른 장소에 있었다.

서로를 마주 보는 배치가 아니라 중앙에 낮은 단상에 놓여있으니 누군가를 심판하는 자리 같았고, 실제로 이곳은 재판장이었다.


“흠.”

“저자가...”


대체로 나이가 지긋한 마법사들이 죄인처럼 포박당한 채 끌려온 제이드를 품평하듯 지켜본다.

정숙한 분위기 속에서 제이드는 시선에 상관치 않고 자리한 이들을 하나하나 눈에 새겼다.


‘다섯 장로가 다 모였군.’


대마법사이자 마 탑 주인 오르빌 후작과 대회의가 아니고서야 제이드가 보기 힘든 장로들, 여왕과 아놀드 또한 위치한 광경.

아델라가 제이드와 마주치자 눈웃음을 짓는다.


‘이런 걸 왜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어.’


눈치없이 재밌다는 듯 미소를 짓는 모습이 아니꼬웠다. 물론 저곳에 있는 장로들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쓸데없는데 시간 낭비하는군.’

‘반성의 기색도 없다니.’


파견대가 해체되면 환영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장로들은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천천히 몰래 진행해도 모자를 판에...!’

‘진짜 제국의 끄나풀이라도 되는 건가.’


한마디 상의도 없이 저지른 덕분에, 로디니움의 중추들이 발 벗고 나서서 한자리에 모일 수밖에 없었다.

오르빌 후작의 주도하에 그를 향한 심문이 시작되었다.


“자네는 파견대를 왜 해체했나?”


성질 급해 보이는 한 장로가 발언권을 얻자마자 핵심질문을 던진다.

아델라도 이 부분이 제일 궁금했는지 눈 깜박이는 것도 잊고 제이드를 바라보았다.


“...”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었을까.

어째서인지 한참을 기다려도 제이드의 입은 열리지 않았다.


“어서 대답하지 못할까!”


충동적으로 저지른 일이긴 하나, 제이드는 기사단을 해체한 목적이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그 장황한 이야기를 말로 풀어서 설명하기란 매우 어려웠다.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하나.’


최고기사 타이틀을 차지하기 위해서 아놀드한테 도전장을 내밀 생각이었다.

굳이 파견대를 해체한 이유는 그 이후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대로 냅두고 나중에 내 휘하로 거두면 편하기야 하겠지.’


그런 방식으로 데려왔다간 나중에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같은 식구였다는 이유로 특혜를 준다는 트집을 잡힐 테니까.


‘이제 와서 녀석들을 포기할 생각은 없고.’


한가지 묘수가 떠올랐다.

단원들을 세 기사단에 뿔뿔이 흩뿌려놓는 것이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나 싶기도 할 테지만.


‘내가 직접 가르친 놈들이다.’


제이드의 부하들은 여타 기사들과 궤를 달리하는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서로의 다른 점을 깨달으며.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알아서 튀어나올 기사들이었다.


‘그걸 배경으로 내 친위대로 뽑으면 그만이다.’


최고기사가 된 이후까지 그림을 그리고 행동한 일이었기에 설명하기 너무 까다로웠다.

애초에 최고기사의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말부터가 저들에겐 충격일 텐데 정말 난감하다.


“혹시 기사를 그만둘 생각인가?”


제이드가 고민하는 사이, 이전 대답을 듣는 것을 포기했는지 다른 질문을 던졌다.


“아닙니다.”


다행히 이건 쉽게 답할 수 있는 사항.

빠른 대답에 장로들은 미심쩍은 얼굴이었다.


“그럼 실수로 제이드 경의 소속 이동이 누락 된 것이오?”


파견대는 해체했으니 단장이라는 자리 또한 소멸.

제이드는 현재 기사로서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서는 어느 기사단에 소속되어야만 했다.


“아닙니다.”


똑같은 단답형에 질문한 장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듯 이마를 문지른다.


“제이드 경, 지금 괴상하게 말한다는 것을 아시오?”


차라리 그만둔다고 대답했으면 모르겠으나, 무소속인 상태로 자리를 유지하고 싶다니.

마치 기사는 하고 싶은데 일하기는 싫다고 투정부리는 것 아닌가.


‘음... 어떻게든 아놀드와 질답을 해야겠는걸.’


장로들이 하는 질문에 답해야 할 뿐, 다른 이야기를 꺼내서는 안 되었다.

심문하는 상황에서 함부로 입을 열었다가는 불호령이 떨어질 터.

어떻게 해야 아놀드한테 멋지게 도전장을 날릴 수 있을까.


“자네가 무슨 목적으로 이리 행동했는지 궁금하군.”


오르빌조차 턱을 쓰다듬으며 의문을 표하자, 제이드는 고심 끝에 의미심장한 말을 툭 내뱉었다.


“여기 무소속 기사가 한 명 더 있지 않습니까.”


그 말에 재판장 내의 모든 이들의 시선이 아놀드에게 향한다.

평소 나른한 태도를 보이던 그는 오늘따라 유독 날카로운 기세를 풍기고 있었다.


‘아놀드 경과 같은 대우를 받겠다고?’

‘그건 좀 그렇지 않나.’

‘아놀드 경도 기분이 나쁜가 보군.’


능력이 출중하다지만 까마득히 후배인 제이드가 그와 맞먹으러 들다니.

묵묵부답인 태도에 장로들은 아놀드가 정색할만하다고 여겼다.


“건방지기 짝이 없구나.”

“기사가 된 지 고작 6개월이 지난 주제에 감히!”


장로들이 침묵하는 아놀드를 대신해서 제이드에게 가차없는 비난을 토해낸다.

제이드도 이 말이 얼마나 터무니 없는 발언인지 알고 있었다.

쾰른에서야 열여섯 살부터 기사가 되었지만, 이곳에서는 막 육 개월이 지난 애송이.


‘그냥 최고기사 되겠다고 말해봤자 헛소리하지 말라고 단번에 반려당하겠지.’


제이드가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먼저 아놀드가 최고기사를 내려놓아야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계기는 제이드와의 승부가 될 것이다.


‘자, 어서 시원하게 한판 합시다.’


아놀드는 처음부터 의도를 이해하고 있었다. 오히려 그도 이날을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을 정도였다.


‘이렇게 빨리 오는 건 내 예상 밖이지만. 최소 일 년은 걸릴 줄 알았는데,’


아놀드에게 있어서 제이드의 첫인상은 새싹일 적 짓밟힌 거목.

당시 희망을 주듯이 말했었지만, 재기불능으로 여기며 기껏해야 높은 등급의 용병으로 활동하다가 사라질 인물이었다.


‘하지만 너에게는 가능성이 있다고 했어.’


가디언에서 제이드를 찾아온다는 소식을 넌지시 들었고, 아놀드는 엄청난 질투심을 느꼈다.

특히 반푼이 취급을 받으며 활동하다가 가디언 자리를 박탈당한 자신과 다르게, 제이드는 계속해서 왕성하게 활동을 이어갔다.


‘내 재능이 사실 보잘것없었나.’


승승장구하던 그의 인생에서 유일한 오점.

프리지아의 기사도 훌륭하지만 아놀드는 가디언들과 같이 명예로운 일을 하고 싶었다.

푸념하듯이 던진 이야기에 주책 맞게도 가슴이 뛰었다.


‘결과적으로 너는 그곳에서 잘 적응했지.’


복수까지 이루었으니 앞으로는 가디언으로 사람들을 구원해줄 터.

제대로 된 첫발을 내딛기 전 자신의 마지막 미련을 털어내고 싶었다.


‘이제 남은 것은 나와 무슨 차이가 있는 지다.’


그들 같이 하기엔 자신이 늙었다는 것을 알기에 같은 기사로서 가디언이 된 그와 겨루고 싶었다.

나이가 들어 퇴보했지만 그래도 선배로서 가르칠 것이 남아있지 않을까.


“@#$%!”

“!%$#@”


소란스러운 재판장에서 아놀드가 손을 들어 발언권을 얻었고.

그의 지위 박탈을 위한 결투가 성사되었다.


*


파비앙과 윌레스를 선두로 소속이 변경된 전 파견대 단원들이 감찰대에 도착했다.


“파비앙. 단장님이 뭔 생각을 하시는지 아십니까?”

“몰라, 일단 명령대로 하자. 나중에 맞기 싫으면.”


갑자기 이동을 하게 되었는데도 단원들은 동요하지 않았다.

출발하기 전 어리둥절해하다가 모두와 작별하며 제이드가 정해준 곳으로 나가는 당시.


-잘 놀고 와.


뒤에서 들려오는 제이드의 목소리가 그들의 심신을 안정시켜주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와 별개로 감찰대의 모든 것이 낯선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난 스승님부터 뵙고 올 테니까. 연무장에서 인사나 나누고 있어.”


그나마 감찰대를 잘 아는 파비앙이 의외로 리더쉽을 발휘하며 이들을 이끌고 있었다.


“네, 먼저 가 있겠습니다.”

“시비 걸면 때려눕히고 나 불러.”


항상 갈구었던 그가 이리 챙겨주니 당황스러울 만도 했지만, 여기서는 같은 편으로 든든하게 느껴졌다.


“하하, 걱정 마시죠. 저희가 누구 밑에 있었는데요.”


서로 마주 웃다가 이윽고 파비앙이 어깨를 두드리고는 떠났고, 윌레스도 동료들과 함께 연무장을 찾았다.

한창 훈련에 열중하던 이들이 윌레스의 등장에 주목했다.


‘새로 전입한 얘들인가.’

‘많이도 왔네.’

‘다들 알지?’


평소라면 휴게실에서 늘어졌을 고참기사들도 기선제압을 위해 다 같이 연무장에서 대기하는데.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윌레스는 쏠린 이목을 이용해서 한 번에 자신이 대표해서 인사를 하는데. 묘한 기분을 느꼈다.

경계하고 의심하는 얼굴. 언짢고 불편한 분위기. 무시하며 깔보는 눈빛.


‘이거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아하.’


제이드를 처음 만났던 순간. 낯선 이의 등장을 경계하고 기를 죽이려 할 때.

전형적으로 부리는 텃세였다.


“풉!”

“...?”


제이드의 눈에는 이렇게 하찮게 보였을까. 회상장면이 겹치자 순간적으로 윌레스는 웃음이 터졌다.

영문을 모르는 감찰대원들과 달리, 윌레스의 동료들은 실소를 머금었다.


‘야야, 왜 웃어.’

‘아니, 이거 그때랑 똑같잖아.’


전원이 그 자리에 함께 있었기에 이해를 못 하던 이들도 간단한 설명으로도 구체적으로 떠올릴 수 있었고.


“푸하하하하하!”

“웃지 마. 미친놈들아.”


단체로 웃음을 터뜨렸다.


“크흐흐.”

“웃지 말라고. 크케케.”


웃음이 전염되는 탓일까. 겨우 멈추려던 윌레스도 다시 웃어버리고 말았고, 상대방은 점점 험악하게 변해갔다.


“이것들이 안 멈춰?”

“지금 웃기냐?”


감찰대 기사들이 죽일 듯이 그들을 노려보았고, 그제야 실례라는 것을 깨닫고 멈춘다.

일행들은 사과를 해야 할까 싶은 찰나.


“선배님들,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도 오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윌레스가 가장 먼저 크게 외치자, 달아올랐던 공기가 식어가려 하는데.


“그러니까 대련으로 다 푸시죠?”


이어지는 발언에 파도가 일 듯 한차례 출렁거렸다.

기사단원들은 부정하겠지만, 어느덧 제이드와 닮아가고 있었다.


“갑자기 대련?”

“위험하게 무슨...”


기사들은 과열된 상태에서 대련은 삼가는 편.

감정이 격해져서 휘두르는 검은, 자칫하면 상대를 다치게 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견대의 문화는 다르다.


“싫으시면 어쩔 수 없고요.”


대련을 거부하는 것이 가능하고, 그게 이성적으로 맞는 선택이지만.

다같이 제이드에게 빙의하듯 피식거리는 모습은 뺨을 한 대 갈기고 싶은 수준이었다.


‘나가 말아?’

‘헌데 벤자민 단장님께서는 절대로 마찰 일으키지 말라고 하셨는데.’


벤자민이 조치한 덕분에 고참들이 가까스로 인내했을 때.


“선배님들 앞에서 그 무슨 무례한 말입니까!”


참다못한 한 인물이 당당히 앞으로 나섰다.

제이드한테 벌벌 떨었던 밀리언의 동기 중 하나였다.


“좋아, 화끈하네. 가볍게 놀아보자고.”

“...다쳐도 책임 못 집니다.”


가벼운 태도인 윌레스와 달리 상대는 진지하게 경고를 건넸지만.

승패는 참으로 쉽게 갈라졌다.


“이거 운이 좋았네.”


윌레스의 승리, 이를 악문 동기를 대신해서 무수한 지원자가 나섰지만.

오로지 그의 연전연승의 제물이 되었다.

단 한 명도 나서지 않게 되자 윌레스는 고된 훈련의 성과와 보람을 느낀 한편.


“시시해서 돌아가고 싶어졌다.”


허세를 잔뜩 드러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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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108화 천사 사냥 (2) 22.11.28 96 0 11쪽
108 107화 천사 사냥 (1) 22.11.25 101 0 11쪽
107 106화 천상의 존재 (2) 22.11.24 96 0 11쪽
106 105화 천상의 존재 (1) 22.11.23 9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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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101화 가출 (1) 22.11.17 10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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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99화 활동 재개 (2) 22.11.15 104 0 11쪽
99 98화 활동 재개 (1) 22.11.14 136 0 11쪽
98 97화 테스트 (2) 22.11.11 114 0 12쪽
97 96화 테스트 (1) 22.11.10 109 0 11쪽
96 95화 낭중지추 (2) 22.11.09 103 0 11쪽
» 94화 낭중지추 (1) 22.11.08 101 0 11쪽
94 93화 반발 (2) 22.11.07 105 0 11쪽
93 92화 반발 (1) 22.11.04 105 0 11쪽
92 91화 전출 (2) 22.11.03 103 0 11쪽
91 90화 전출 (1) 22.11.02 115 0 11쪽
90 89화 네 개의 기사단 (4) 22.11.01 106 0 11쪽
89 88화 네 개의 기사단 (3) 22.10.31 111 0 12쪽
88 87화 네 개의 기사단 (2) 22.10.28 116 0 12쪽
87 86화 네 개의 기사단 (1) 22.10.27 11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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