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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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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2.07.18 12:32
최근연재일 :
2022.12.02 17:00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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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81
추천수 :
92
글자수 :
579,291

작성
22.11.1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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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01화 가출 (1)

DUMMY

겨우 목숨을 부지해서 살아간 메리와 파몬드.

파몬드가 메리를 구해주고 치료해주었지만, 그녀는 그를 경계하고 있었다.


“너, 언데드였어?”


목이 갈라지고 심장이 꿰뚫린 채로 움직이다니, 언데드가 아니고서야 할 수 없는 일.

메리의 물음에 파몬드는 무심하게 답한다.


“그건 아니고, 조금 운이 좋아서. 아니 나쁜 건가.”

“그래서 언데드는 아니란 거지?”

“그래.”


어렸을 적 멸망론자들에게 납치되어서 첫 만남 이후.

파벌이 갈라지고 각자 활동했으니, 파몬드한테 그녀가 모르는 이면이 존재하는 거야 가능했다.


“그보다 몸은 괜찮아?”


파몬드가 대놓고 말을 돌리자, 구해준 사람한테 메리도 꼬치꼬치 캐묻고 싶진 않았는지 넘어가 주었다.


“잘 모르겠네. 지금으로선.”


약물로 전신의 감각이 마비된 상태.

혼자서 진단을 내리기엔 힘들었고, 파몬드도 전문의가 아니기에 외견상으로는 상태를 살펴보는 것에 그쳤다.


“...내가 하지 말라고 했지?”


이번엔 파몬드가 반대로 메리를 추궁했고, 그녀도 시원하게 인정했다.


“미안. 네 말을 들을 걸 그랬어.”


괜히 마음만 앞서서 나섰고 고집을 꺾지 못했다. 결국 가장 미련한 선택이 되었다.


“그래서, 상대해보니 어때?”

“...내가 이길 것 같았는데, 갑자기 달라지더라.”


사실 파몬드가 생각하기에도 타이밍은 나쁘지 않았다. 아니 꽤 좋았다.

메리가 소동을 일으켰을 때, 마침 가디언에도 인력이 부족한 덕분에 제이드 혼자 임무에 나섰으니까.

하지만 운이 나빴다.


‘벌써 완성했을 줄이야.’


예언이 벌써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다.

이러면 상부도 눈치챌 것이고, 거짓말이 들통 나는 건 시간문제.


‘들켜도 딱히 상관은 없지만.’


할줄 아는 거라곤 바퀴벌레처럼 열심히 목숨을 연명하는 것뿐인 존재들.

괜히 제국에서 자신들을 청소하겠다고 표현하는 게 아니다.

숨어 살기 바쁜 인간들이라 그다지 무섭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자신의 행보를 방해할 수는 있었다.


‘다 터뜨리고 잠적해야겠다.’


최대한 보고를 늦추다가 그들이 눈치챘을 때는 이미 자신의 흔적은 없을 것이다.

지금도 보나 마나 지레 겁먹고 다 관두고 복귀하라고 하면서 잔뜩 웅크리고 있을 터.


“너도 동참할래?”


메리는 상대에 따라 가디언과도 막상막하로 싸울 막강한 전력.

자신의 계획에 끌어들인다면 훨씬 그럴 듯해졌다.


“뭔데?”

“일단 쉬고 있어봐. 몸부터 회복해. 언젠간 기회가 올 테니까.”


물론 파몬드는 안타깝게도 그 미래가 상당히 어둡다는 것을 몰랐다.


*


제이드가 그들과 사투를 벌이기 며칠 전.

남쪽으로 까마득한 거리에 존재하는 한 시골 마을.


“안녕하세요, 아저씨!”

“트리나인, 오늘도 활기차서 보기 좋구나.”

“네!”


두 사람이 정답게 아침 인사를 주고받는다.

트리나인의 덩치는 아저씨라 불린 인물과 비슷했지만, 오동통한 볼살과 앳된 목소리로 그가 보기와 달리 어리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들은 보통 인간이 아닌 거인, 거인 왕국 히베르의 국경지에 사는 거인들이었다.


“배고픈데. 사과 한그루만 주실 수 없나요?”

“예끼, 이 녀석. 아침도 먹었으면서!”


과수원 주인은 어리광을 부리는 트리나인을 타박하면서도 수확한 사과 한 바구니를 녀석에게

슬쩍 건네주었다.


“몰래 먹으렴.”

“와아아아!”


겉보기와 다르게 트리나인은 어른들에게 모든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었다.

그는 제 막 여섯 살이 된 거인. 마을에 하나 있는 어린이였기 때문이다.

트리나인을 어찌나 예뻐하는지 녀석의 통통한 살집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천천히 먹으래도.”


마른 체형의 어른들과 달리 트리나인은 평범한 체구를 가지고 있었다.

으적으적-.

사과 바구니를 들이킨 그가 바구니를 내려놓으면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바르게 인사를 마친 후 거인 어린이는 울타리를 넘어 다시 뛰어다녔고.

흐뭇하게 바라보는 과수원 주인이 트리나인을 향해 외쳤다.


“그래도 강은 건너가지마렴!”

“네!”


혹여나 호기심에 멀리 나갈까 봐 당부했다.

저 강 너머에는 잔인하고 무서운 소인들이 살고 있으니까.

어른들은 하루에 몇 번이고 넘어가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리고 트리나인도 아직까지는 어른의 말씀을 잘 듣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내일 새벽이 좋겠다!’


기대감으로 들뜬 발걸음.

우리의 호기심 많은 어린이 트리나인은, 강너머의 구경하고 싶어 내일 마을을 떠날 생각이었다.


다음날 해가 뜨려면 먼 시각.

트리나인이 넝마 같은 바지 양주머니에 사과를 잔뜩 집어넣은 모습으로,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긴다.


“...아저씨 미안해요.”


그리고 가는 길에 먼저 과수원에 들려 양손에 하나씩 뽑았다.

사과나무를 들고 마을을 떠나는데,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바닥을 뒹구는 사과들.


“앗, 아까워라.”


떨어진 것들을 멈춰서 주워 먹으면서, 소인국과 거인국을 나누는 강을 건넜다.


*


“네? 오거가 두 마리라고요?”

“맞습니다. 하나인 줄 알았는데, 멀리서지만 똑똑히 봤습니다. 분명 둘이었습니다.”


오거의 행적을 추격하는 연합왕국 요원의 주장에 제이드는 당황했다.

메리와 파몬드를 동시에 물리치고, 제이드는 임무를 이어가기 위해 피노와 함께 이곳에 도착했다.


“탈출한 것은 하나라고 들었습니다만.”

“저도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토벌하시는 사이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부탁합니다.”


갑작스럽게 일이 두 배로 늘긴 했지만, 딱히 문제는 없었다.

제이드 혼자서도 사냥할 수 있으니까.

끼익-.


“그래, 너도 있지.”


자신도 잊지 말라는 듯 피노가 자신을 주장했고, 제이드의 그 의견을 동의해 주었다.


“그러면 아예 하나 맡아볼래?”


끼릭!

시간끄는 걸로도 충분했지만, 피노는 자기가 직접 쓰러뜨려 보겠다는 듯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정말 가능할까 싶었지만, 이참에 정확한 수준 파악이 되리라 판단하며 오거가 있는 곳으로 향한다.


“자리 잡을만하네. 좋은 곳이야.”


산의 제왕이라는 별명답게 울창한 산속.

그냥 훑어만 봐도 아름다운 자연과 다양한 동식물들이 관측되는데.

제이드도 알 수 있을 만큼 몬스터가 지내기 괜찮은 환경이었다.


“천적이라고 할 것도 없으니까.”


지능이 낮은 게 흠이지만, 사실상 몬스터 중 최상위 포식자.

가리킨 곳으로 쭈욱 나아가고 있을 때.

크와아아아아-!

한낮에 울리는 소리를 들린다.


“저기 있네, 그만 보고 가자.”


아직 버릇은 못 버렸는지 독초같이 화려한 꽃을 구경하는 피노.

목각인형의 잎사귀를 잡아당기며 이끌었다,

연이어 들리는 울음소리를 찾아 나선 끝에 보이는 난장판.


“내분인가.”


아쉽게도 피노는 오거와 일대일 대결을 펼칠 일은 없어 보였다.

도착하자 보이는 광경은 오거들의 혈투.

두 마리가 맞붙어서 주먹을 내뻗으며 싸우고 있었다.


“서로 친하지 않나 보네.”


그럴만한 일이다. 아무리 사냥감이 충분하더라도 같은 영역에 포식자가 둘이나 존재하기는 힘들다.


“성별이 같아서 그런가. 노린 건 아닌데 타이밍이 좋네.”


끼익.

피노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근데 너무 일방적이잖아?”


덩치는 비슷해 보이지만, 한 마리가 속절없이 밀리고 있었다.

압도하고 있는 쪽은 오우거 특유의 괴력과 흉포함으로 상대를 압박했는데.

다른 한쪽은 영 힘을 쓰지 못했다.


“오거가 몸이 왜 저래, 저거 다 지방이야?”


배가 나오긴 했지만, 괴력에 알맞게 발달한 양팔과 제대로 잡힌 전신 근육.

그에 비해 한 쪽은 체격이 사람 마냥 균형이 잡혀있었지만. 맞을 때마다 출렁이는 살 때문에 전혀 강해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피부 또한 오거치고는 거칠지 않았다.


“얼빠진 표정 보소.”


벌벌 떨면서 겁먹은 표정이 드러났다.

돌연변이인 걸까. 어쩌다가 저리 태어났는지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을 무렵.

한 가지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표정? 몬스터 표정이 원래 저렇게 선명하게 보이던가...?’


*


당당하게 고향을 등지고 떠났던 트리나인.

첫날 강을 건너고 미지를 향한 발걸음은 가볍고, 즐겁기 그지없었지만.

사과는 이틀도 안가고 동나면서, 배가 고프고 힘든 상황이 되었다.


“배고파... 먹을 게 없나...”


꼬르륵.

그래도 느린 걸음이지만 앞으로 가고는 있었고.


“물이다!”


지평선 끝에서 큰 호수를 발견했다.

쿵.쿵.쿵.

어디서 힘이 솟아났는지 헐레벌떡 뛰어간다.


“물고기가 살 거야!”


트리나인은 희망을 품으면서 망설임 없이 호수 안으로 몸을 던졌지만, 그 기대는 배신당했다.


“뭐야, 이 피라미는!”


집게 손가락으로 쑥 들어 올린 작은 물고기.

트리나인이 이걸 먹었다간 오히려 배만 더 고파질 것 같았다.


“으아아아!”


버릴 수도 없었기에 입안에 털어 넣고는 분한 듯이 수면을 내리치는데.

바위라도 던진 것처럼 거센 물결이 일며 물난리를 일으켰다.

홀딱 젖은 트리나인이 돌연 물속으로 머리를 처박고.

벌컥벌컥. 호수의 물을 다 마실 기세였지만.


“배고파!”


물로는 배가 차지 않았다.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정면을 바라보는데.

트리나인의 눈에 저 멀리 돌담이 보였다.


“울타리...? 마을이다!”


높게 쌓아올린 연합 국가의 최남단의 성벽.

트리나인은 배를 부여잡고 터덜터덜 걸어갔다.


한편 거인을 발견한 영지는 발 빠르게 대응을 했다.

땡,땡,땡!

뿌우-. 척. 척.

적습을 알리는 종과 뿔피리가 울려 퍼지고, 병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거인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뭣하나! 다들 빨리 움직이지 못해? 실제 상황이다!”


경비대장의 윽박지름에 성벽 위에 갑옷을 입은 병사들이 줄지어서 배치되고.

많은 소인들의 모습에 트리나인은 멋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사람이 많아, 저기라면 나도 배부르게 먹을 수 있겠다!’


휘황찬란한 갑옷과 날카로운 기세는 알아차리지 못한 채, 트리나인이 신나게 다가갔다.


“다가오지 마라, 거인! 더 이상 다가오면 위협으로 간주하겠다!”


다행히 인간종의 경우, 제국의 언어로 통일한지 오래여서.

그게 강한 경고라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아직 어렸던 트리나인은 전부 이해할 수 없었다.

단편적인 내용만이 머릿속에 들어왔다.


‘뭐라는 거지, 오지 말라고?’


일단 그 자리에 멈춰 서고.

인상을 잔뜩 찡그린 채로 경비대장의 목소리에 집중하자, 경비대장은 트리나인이 대화를 알아들었다고 오해했다.


“그 거리를 유지하도록 해라. 왜 여기 왔는지 이유를 대라!”

“이유?”


트리나인이 알아들은 한 단어. 그가 여기 온 이유는 뻔했다.


“배고픈데, 음식 좀... 쓰읍.”


허기진 거인이 입가를 훑으며 말하는데, 상대방은 엉뚱한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하다못해 인간들을 마을을 가리키기 위한 목적으로, 경비대장을 향한 손가락은 절대 들지 말았어야 했다.


“식인거인...!”

“인간을 음식으로 보고 있나?”


소름이 끼치고 황당하다는 표정. 경비대장이 잔뜩 열이 올라 붉어진 얼굴로 명령을 내렸다.


“궁벼어어어어엉!”


성 위에 입는 궁병들이 일제히 화살을 장전하고.


“발사아아아!!”


거인을 향해 화살이 발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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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109화 천사 사냥 (3) 22.11.29 101 0 11쪽
109 108화 천사 사냥 (2) 22.11.28 96 0 11쪽
108 107화 천사 사냥 (1) 22.11.25 101 0 11쪽
107 106화 천상의 존재 (2) 22.11.24 97 0 11쪽
106 105화 천상의 존재 (1) 22.11.23 100 0 12쪽
105 104화 불새 토벌 (2) 22.11.22 97 0 11쪽
104 103화 불새 토벌 (1) 22.11.21 11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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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1화 가출 (1) 22.11.17 106 0 11쪽
101 100화 활동 재개 (3) 22.11.16 112 0 12쪽
100 99화 활동 재개 (2) 22.11.15 104 0 11쪽
99 98화 활동 재개 (1) 22.11.14 136 0 11쪽
98 97화 테스트 (2) 22.11.11 114 0 12쪽
97 96화 테스트 (1) 22.11.10 109 0 11쪽
96 95화 낭중지추 (2) 22.11.09 103 0 11쪽
95 94화 낭중지추 (1) 22.11.08 102 0 11쪽
94 93화 반발 (2) 22.11.07 105 0 11쪽
93 92화 반발 (1) 22.11.04 105 0 11쪽
92 91화 전출 (2) 22.11.03 103 0 11쪽
91 90화 전출 (1) 22.11.02 115 0 11쪽
90 89화 네 개의 기사단 (4) 22.11.01 106 0 11쪽
89 88화 네 개의 기사단 (3) 22.10.31 111 0 12쪽
88 87화 네 개의 기사단 (2) 22.10.28 116 0 12쪽
87 86화 네 개의 기사단 (1) 22.10.27 11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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