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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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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2.07.18 12:32
최근연재일 :
2022.12.02 17:00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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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13
추천수 :
92
글자수 :
579,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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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0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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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95화 낭중지추 (2)

DUMMY

마탑의 지하시설. 프리지아에서도 손가락에 꼽히는 권력자들의 허락하에 들어올 수 있는 이 비밀스러운 장소.

그 중 마도 병기를 실험하는 널찍한 공간에 국가의 고위직들이 두 기사를 바라보고 있었다.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대체 왜 이런 결투가 성사된 겁니까. 그것도 지면 직함까지 내려놓겠다는 내기까지 걸고.”

“아놀드 경의 뜻이 있겠지.”


제이드가 초인 급이라고 정보를 받았다지만, 사실이라 믿는 사람이나 정말 아놀드를 이길 거로 생각하는 자들은 없었다.


‘이제 나이가 들어서 점점 퇴보해간다지만, 애송이에게 질 수준은 절대 아니지.’


프리지아에서는 검술로 경지를 이룬 최초의 인물, 아놀드는 말 그대로 살아있는 역사이다.

혹시 모를 부상이라도 당해서 소문이라도 퍼질 것을 대비해서 비밀스럽게 진행했을 정도니까 말 다했다.


“저기 아놀드 경의 얼굴을 보게나.”

“여유로워 보이는군요.”


실제로 아놀드는 평안한 표정으로 상대인 제이드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제이드는 난감하다는 얼굴이었다.


“괜한 걱정하지 말게.”


아놀드라면 배은망덕하고 건방진 외국인에게 하늘을 보여주어 겸손을 깨우쳐줄 것이다.


*


한편, 아놀드는 제이드에게 아쉽다는 듯 말하고 있었는데.


“살살 부탁하네.”

“어렵다는 거 아시는 분이 참.”


제이드는 이기기 위해 온 힘을 다하겠다고 완곡히 표현했고, 아놀드는 그 말에 섭섭함을 토로했다.


“내가 자네를 그렇게 배려해줬는데. 이럴 건가?”


아놀드는 제이드가 무난하게 가디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가슴이 찔렸지만.


“저도 높은 분들한테 잘 보여 드려야죠.”


어지간한 모습으로는 내기를 무효로 하고 더 나아가 제이드를 매장해 버릴지도 모른다.

저들의 상식을 벗어난 압도적인 실력으로 충격을 주는 것이, 가장 간편하고 평화로운 설득 방법이었다.


‘그리고 당신이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한평생 검술을 익히고 자립한 기사. 현재로선 티모시보다 훨씬 존중받을 인물이다.

특히 제이드는 이미 그에게 진 전적이 있지 않은가.

육 개월 동안의 성장을 체감해볼 시간이다.


‘눈부시군.’


아놀드는 자신의 앞에 다시 선 제이드한테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유례가 없을 정도로 미친 성장 속도.

기력 각성이라는, 터무니 없는 불공평하기 짝이 없는 능력으로 기사회생에 성공한 것이었지만.


‘기회를 붙잡는 것도 능력이지.’


물론 한동안 기사로서 시기와 질투를 느끼기는 했으나, 제이드가 고생했던 나날에 대한 보상이라고 여기며 그를 곁에서 지켜보았다.

만약 그를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을 꼽는다면, 그건 디아나가 아닌 아놀드일 것이다.


“그때를 기억장치로 저장해두었어야 하는데.”

“그런 도발은 먹히지 않습니다.”


한 마디씩 주고받으면서 서로의 자세를 취한다.

한 손으로 검을 앞으로 쭉 빼 든 제이드와 언제든지 검을 찔러넣을 태세로 양손으로 붙잡은 아놀드.

먼저 움직인 것은 아놀드였다.


‘선공 따위 줄 만한 상대가 아니지.’


그는 오랜만에 선공을 양보하지 않았다.

평소라면 몇 번의 공격을 하라고 말했겠지만, 제이드한테까지 그럴 수는 없었다.

필사적인 모습에 제이드도 마주 찌르기로 화답해주었다.


“여왕님. 제 뒤로 오십시오.”


무대에서 부딪친 충격으로 한차례 큰 진동이 공기를 타고 관람객들에게 닿았다.

오르빌 후작이 여왕을 뒤로 물리고, 장로들이 급히 방어진을 펼쳤다.

콰아아아앙! 쾅!

서로 마력으로 감싼 검은 멀쩡했지만, 기운이 흩뿌려지면서 무대를 파괴했다.


“대단하네요.”

“네, 그렇습니다.”

“정녕 저 젊은 기사가...”!


여왕과 마찬가지로 마법을 최고라 자부하는 마법사들조차 입을 떡벌린 채 구경한다.

검과 검이 부딪치는 순수한 대결.

그리고 그 대결에서 우위를 차지한 것은 제이드가 아닌 아놀드였다.


‘역시 쉽지 않군.’


초반에 잡은 공세를 늦추지 않으며 제이드를 압박하는 아놀드.

마력을 퍼뜨리며 화려한 기술을 선보이는 고차원의 검술이 아니었지만.

손톱만큼 짧은 거리까지 계산하는 감각과 검을 완벽히 통제하면서 몸의 중심을 잡은 균형으로 공세를 유지했다.


‘완전 기본기의 완성형 같군.’


밀도 있고 단단한 검술에 제이드는 좀처럼 기세를 잡지 못하는 듯했다.

아놀드한테 있어 마력은 검을 붙잡고 싸우게 만드는 연료.

가디언들처럼 기이한 능력은 없었지만, 행색만큼은 그들과 다르지 않았다.


‘가디언이셨다더니 역시 한가락 하시네.’


어떻게 보면 참으로 단순한 검로였지만, 그로 인해 파생되는 수많은 패턴이 상대를 궁지로 몰아넣었다.


‘그대로 뭔가 아쉽군.’


제이드를 경악시킬만한 것을 지니고 있지 않았다.

그렇기에 제이드에게 그리 까다로운 상대는 아니었다.

완성까지는 아니더라도 제이드 또한 탄탄한 기본기를 갖췄으며, 특별한 능력까지 있었으니까.


‘너무 억울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깡-.

들이미는 왼팔에 갑자기 방패가 생성되고, 그 탓에 검로가 틀어지자 아놀드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제이드의 부하들조차 모르는 방패를 이용한 싸움. 그가 알 리 없었다.


‘이 정도야. 아무렇지 않지!’


창을 꺼낼 틈을 주지 않기 위해 쉴 틈 없이 공격하고 있었지만, 아놀드도 제이드가 숨겨진 또 다른 능력이 있을 것은 예상하고 있었다.

오히려 상상을 뛰어넘는 엄청난 능력이 아니라는 것에 안도하면서도 안타까웠다.


“이게 전부냐? 제이드으으으!”


아놀드가 이유모를 짜증을 쏟아내는 그 순간, 제이드는 빈틈을 찾아냈고.

구경꾼들은 회색의 연기가 제이드를 감싸는 것을 보았다.

공중에서 휘날리는 연기가 아놀드의 눈을 현혹한다.

그가 정확히 제이드를 베었을 때, 제이드 또한 아놀드를 베고 지나갔다.


‘뒤에...!’


상처에 아랑곳없이 연기처럼 지나간 제이드를 눈으로 쫓았지만, 잔상처럼 남아있다가 바로 허물어졌고.

아놀드 앞에서 아주 낮은 자세로 몸을 숙인 제이드, 손안에서 폭발적인 속도로 검이 발사된다.


‘막을 수 있다!’


아놀드는 짧은 축적시간을 보고 판단을 마쳤다.

검을 세워서 찔러오는 검을 막았지만, 점차 검면에 균열이 생기더니 깨져나갔다.

충격파에 날아가려는 신체를, 가까스로 발끝에 힘을 주며 버티다가 무대의 끝에서 멈췄다.


“하아, 하아.”

“...”

“이게 대체...?”

“우와.”


관람자들은 자신의 두 눈을 의심하고,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이십 세도 되지 못한 어린 기사가 최고기사를 상대로 승리한다니.

아놀드는 부러진 검을 바라보더니 나지막하게 한숨을 내쉬고 천장을 바라봤다.


‘졌군.. 결국 자네와 나의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우수에 잠기려던 아놀드는 고개를 털었다. 중요한 건 제이드가 이겼다는 사실이니까.


“하, 나도 29세로 이 자리에 올랐는데. 그 나이에 그곳까지 올라선 건 자네가 최초일 걸세.”


제이드의 승리를 축하해주었다. 십대에 초인에 올라선 자를 대륙에서 찾아보면 없는 건 아니다.

하물며 옆 나라 제국에는 열다섯에 초인이 된 검성이라는 희대의 괴물이 존재했으니까.

하지만 한 국가에서 기사의 정점에 오른 것은 최초가 맞았다.


“감사합니다.”

“내 선배로서 마지막 훈수 한마디만 하지.”


아놀드는 제이드에게만 들릴듯한 작은 목소리로 진중하게 속삭였다.


“벤자민을 용서해주게.”


그의 마지막 충고는 제이드가 높은 위치에서 지배하려 들지 않고 포용력을 발휘하기를 바랐다.


“알겠습니다.”


이미 벤자민과의 대화로 오해를 푼 제이드는 별거 없는 요청에 수락해주었다.

그렇게 아놀드는 프리지아의 최고기사 자리에서 내려왔다.

후일담으로 아델라와 제이드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제부터 제이드 경이 날 호위하는 건가?”

“아닌데요.”


아델라 여왕은 몹시 실망했다고 한다.


*


그날로 아놀드는 최고기사 직함 내려놓겠다고 선언하면서, 이 소식에 많은 사람이 당황스러워했다.

그러면서도 다음 내정자는 과연 누구일지 궁금했는데.

아놀드를 대신해서 그 자리에 오를 기사가 있기는 한 것인지 의심스러웠다.


“이게 말이 됩니까? 차라리 복직하는 게 더 옳지 않겠습니까?”


다음 내정자의 정체가 드러나면서, 각 단장들이 아놀드를 찾아왔기 때문에 매우 소란스웠다.

특히 브라이언은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는데.

아무리 실력이 출중할지라도 타국에서 온 인물에게 그만한 지위를 주는 것이 이해할 수 없었다.


“지난번에 말하지 않았던가. 출신이 문제가 아니라고.”


아놀드는 그때부터 제이드가 가질 위상을 예감하고 있었다.


“아놀드 님. 그래도 자고로 기사는...!”


브라이언은 제이드의 기사도를 비롯한 여러 문제를 꺼내려 했지만.


“내 앞에서 기사를 논하다니. 자네는 참 자신감이 대단하군.”


아놀드의 말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상황파악을 못 한 브라이언을 위해 그가 그 이유를 조곤조곤 말해주었다.


“생각 좀 해보게나. 만약 제이드가 용병으로 활동한다면 어떻겠나. 초인용병이라니. 상상만으로 오금이 저리지 않나?”


아놀드는 나지막하게 웃었다.

어지간한 귀족들은 막대한 금액에 의뢰를 건네지도 못할 테고, 위세를 부리려 해도 한나라의 국왕이 직접 나서야 하지 않을까.


“여기서 그만두고 제국에 간다면 어떻고?”


최소 백작의 지위와 함께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는 권력을 쥐여줄 터.

오강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는 제국에게 제이드는 큰 위협이 되지 않으면서 제법 쓸만한 인물일 것이다.


“초인은 그런 존재라네.”


아놀드는 귀족 태생이라는 책임과 기사라는 충성과 권력으로 이곳에 남았다.

프리지아에서 그러지는 않겠지만, 어느 하나라도 성에 차지 않았다면 이곳에 남아있을지는 모른다.


“그런 존재가 내 자리를 원한다. 이것만 넘겨주면 이곳에 있어주겠다고 말했지.”


브라이언은 혼란스러웠다. 뭔가 자신과 다른 세계를 목도한 듯한 모습이었다.

그는 같은 기사라는 이유로 착각에 빠져있다.


“자네들은 너무 이 나라에 익숙해졌어. 어떤가, 더 설명이 필요한가?”


제이드는 이제 아놀드와 같이 국가를 초월한 자가 되었다.

브라이언의 항의할 생각을 관뒀고, 스벤은 허탈하게 웃었으며, 벤자민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위상을 체감한 단장들과 다르게 마법사들은 이성적으로 판단을 마친 상태였다.


“결국 다 씹어먹었네.”

“솔직히. 빨라도 3년은 걸릴 줄 알았는데.”


티론과 앙드레는 이 사태를 쉽게 받아들였다.

사실 제이드가 가디언이 된 순간부터 예견된 결과 중 하나였으니까.


“그래도 여기 남았네.”

“디아나야 마탑이라면 치를 떨었으니까 떠난 거고, 제이드는 기사단이 버젓이 있잖아.”


친구가 떠나지 않아 반가우면서, 국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긍정적으로 바라보았다.

그렇게 제이드는 마법왕국 프리지아의 최고기사로 등극.

쾰른에서 이루지 못한 일을 이곳에서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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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108화 천사 사냥 (2) 22.11.28 96 0 11쪽
108 107화 천사 사냥 (1) 22.11.25 102 0 11쪽
107 106화 천상의 존재 (2) 22.11.24 97 0 11쪽
106 105화 천상의 존재 (1) 22.11.23 10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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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103화 불새 토벌 (1) 22.11.21 11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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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101화 가출 (1) 22.11.17 10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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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99화 활동 재개 (2) 22.11.15 104 0 11쪽
99 98화 활동 재개 (1) 22.11.14 136 0 11쪽
98 97화 테스트 (2) 22.11.11 11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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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5화 낭중지추 (2) 22.11.09 104 0 11쪽
95 94화 낭중지추 (1) 22.11.08 102 0 11쪽
94 93화 반발 (2) 22.11.07 106 0 11쪽
93 92화 반발 (1) 22.11.04 105 0 11쪽
92 91화 전출 (2) 22.11.03 103 0 11쪽
91 90화 전출 (1) 22.11.02 11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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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88화 네 개의 기사단 (3) 22.10.31 111 0 12쪽
88 87화 네 개의 기사단 (2) 22.10.28 117 0 12쪽
87 86화 네 개의 기사단 (1) 22.10.27 11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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