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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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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2.07.18 12:32
최근연재일 :
2022.12.02 17:00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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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79,291

작성
22.11.1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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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99화 활동 재개 (2)

DUMMY

울퉁불퉁한 시골 길. 나이 든 마부가 묵묵히 마차를 이끈다.

덜컹거리는 허름한 짐마차에 사내 한 명과 목각인형이 몸을 싣고 있었다.

다행히 오거는 민가 쪽이 아닌 사람이 살지 않는 험한 산지로 이동했고.

그나마 있는 주민들도 주변의 큰 성벽이 있는 영지로 피신했기에 여유가 있었다.


“다들 대처가 빨라서 다행이야.”

끼익.


지붕이 뚫려 하늘이 훤히 보이는 탓에 제이드와 피노는 답답하지 않았다.

불어오는 바람에 피노의 머리에 자란 이파리가 살랑거린다.


“아오, 저걸 뽑아버릴 수도 없고.”


제이드가 손을 들자, 반사적으로 몸을 빼는 피노.

그래 봤자 마차 위였기에 도망칠 공간도 없었지만 말이다.

머리채를 잡힌 피노가 발버둥치자 제이드는 그것을 놓아주었다.


“알았어. 그만할게”


그전까지는 별다른 점이 없었는데, 성장하면서 바뀐 것일까.

잎이 자란 이후부터 계속 제이드는 꺼림칙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그의 기분 탓일 뿐, 피노는 지금까지 쭉 그래 왔듯이 제이드에게 호의를 보내고 있었다.


“같이 가줘서 고맙다. 혼자서 가는 것보단 한결 낫네.”


기사단을 데려갈까도 싶었지만.

거리가 멀다 보니 인원을 데리고 다니기도 번거로울 뿐 아니라 타국이기도 하니 포기했다.

애초에 오거는 허망하게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강력한 몬스터.


‘시간 끄는 것 정도는 할 수 있겠지만, 위험부담이 너무 커.’


마수들까지 잡는 게 임무였다면 모를까.

오거 하나라면 그 혼자서 잡는 게 편했다.


‘피노야 거치적거리지 않으니까.’


칼이 잘 박히지도 않은 피노의 내구성은 이전에 입증되었고, 피노도 같이 가고 싶다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갑자기 마차가 멈추고, 나이 든 마부가 제이드에게 물었다.


“나으리. 갈림길입니다. 어디로 가시겠습니까?”

“계속 남하하면 됩니다만, 차이가 있나요?”

“오른쪽 길에는 큰 마을이 있지만, 왼쪽으로 가면 야영을 해야 합니다.”


보고받은 내용으로 오거의 행적을 예측한다.


“왼쪽으로 갑시다.”


오거의 이동속도는 중구난방이지만 가는 방향이 범상치 않았기에 제이드는 가능한 직선 코스를 선택했다.


“거인국이라도 갈 셈인가.”


그러면 제이드에게도 나쁘지 않았다. 거인들의 손을 빌려서 토벌당할 테니까.

그 탓에 후에 벌어지는 일들은 연합왕국에서 해결할 일이었다.

사실 오거 잡는 것보다 제이드의 머리를 어지럽히는 것은 따로 있었다.


‘예상대로 처음 보는 용병들이었지.’


제국으로 치면 영지나 다름없을 여러 소규모 국가들로 이루어진 이슬론드 연합 왕국.

제이드는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자신을 아는 척했다는 용병들을 수소문했고.

그쪽도 예상했는지 용병 길드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하르도라고 합니다.


직각형의 얼굴이 인상적인 하르도와 과묵한 게로를 만났고, 먼저 사과와 전함과 동시에 자신들이 겪은 상황들을 털어놓았다.


‘분홍머리에 별 모양의 귀걸이를 착용한 여성이라...’


그들은 사고를 일으킨 범인을 알고 있었다.

이리 여유롭게 천천히 가는 이유도 절대 농땡이를 피우는 게 아니고, 그 정체불명의 여성을 유인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빨리 다시 나타날 줄은 몰랐는데. 내가 만만한가?’


제국의 감시를 열심히 피해 다니는 것들이 가디언인 제이드를 언급하다니.

디아나는 제대로 마주친 적도 없다는데 유독 제이드의 눈에 잘 보이는 듯했다.


‘만나보면 알겠지.’


생각을 정리했을 무렵.

흠칫.

제이드의 예상대로 여성이 등장했다. 그가 원치 않은 방향으로 말이다.

콱-.


“안녕?”


자신의 개성을 여과 없이 드러낸 여성이 제이드의 눈앞에 나타나 인사를 건넨다.

목이 꺾인 노인을 움켜쥔 채로.


“...”


분명 충분히 떨어진 거리에서 기척을 느꼈었는데, 반응할 틈이 없었다.

제이드는 그녀를 경계하면서 마부가 즉사한 것을 눈으로 확인했다.


‘역시 마부를 고용하는 게 아니었는데, 안일했어.’


물론 충분히 위험하다는 사실을 전달했지만, 기사의 노고를 줄여주겠다고 나선 노인.

웬만한 위기는 사전에 차단하고 보호도 문제없을 것이라고 자신했었지만.

벌어진 참사에 제이드는 입술을 깨물었다.

미친 사람에게 말해봤자 소용없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한마디 날리기 위해 상대를 노려본 순간.


“야... 어, 리나인?”


무심코 리나인의 이름을 말할 수밖에 없었다.

키가 조금 작고 머리색은 분홍색으로 물들였지만, 리나인을 똑 닮은 외형과 분위기.


“와, 눈썰미 좋은데. 어떻게 알았어? 언니랑 친해?”


놀래면서 마스크를 벗었는데, 입가에 있는 화상 자국만 없다면 정말 쌍둥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나중에 생각할 문제다.’


제이드는 혼란한 머릿속을 깨끗이 비운다. 한가롭게 대화나 나눌 상황은 아니었으니까.

상대가 리나인의 가족일지도 모르나, 그것과 별개로 제이드의 적이다.

메리도 애초에 그렇게 생각했는지 마부의 목을 놓으며.


“어떻게 망가뜨려 줄까.”


잔혹한 미소를 지었다.


‘말하는 것 봐라.’


이래서 제이드는 편견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여겼다.

코린느 여왕도, 리나인도 그리고 메리도 정말이지 보기도 싫은 종자들이었다.

탁-. 휙-.


“박력 있네.”


제이드가 자리를 박차고 메리를 향해 검을 휘둘렀지만, 허공을 갈랐고.

확 뿜어지는 열기를 뒤집어 쓰며 감당해야 했다.


‘공간 이동 같은 건 아닌데.’


이전에 본 파몬드와 다른 회피 방식.

허공으로 사라져서 나타나는 모습과 달리 워낙 순식간이었지만, 그녀의 이동 경로가 눈에 보였다.


‘움직임은 허접한데... 압도적으로 빠르다.’


지금 몸놀림만 봐도 그런 속도를 낼수 있어 보이지 않았지만, 현실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근접전을 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방심해선 안 되겠어.’


맨손이고 무기가 없다지만, 단숨에 파고드는 상황만큼은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뭘 그리 고민해? 먼저 간다?”


튕겨낸 손가락에서 발사된 무언가.

친절하게 예고까지 해주는데 제이드가 피하지 못할 리가 없다.

눈으로 보이지 않지만 빠르게 접근하는 알맹이를 느끼고 마차에서 뛰어내렸다.

콰아아아앙!


“이걸 피해? 감이 좋다.”


폭발에 휘말린 마차가 박살 나며 소리에 놀란 말이 도망쳤고, 부서진 잔해에 파묻힌 피노가 급하게 빠져나온다.

낄낄거리는 가벼운 모습과 달리 꽤 위험한 능력을 지닌 인물이었다.


“가만히 있으면 큰일 난다?”


예고도 없이 발밑에서 폭발이 일어나고, 바닥을 구른 제이드가 땅 위를 기어 다니는 유리같이 투명한 기운을 보았다.


‘리나인과 능력도 비슷한 건가.’


프리지아 연회장에서 이곳저곳을 터뜨리면서 암살자를 학살한 리나인.

같은 편일 때와 그 감상은 차원이 달랐다.


‘다가가기도 힘드네.’


당시에 왜 암살자들이 고전했는지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지뢰 마냥 깔린 폭탄들.

한가지 다행인 점은 위력은 비교적 낮았다는 점이었다.

쾅쾅콰쾅!


“뭐야, 저거...?”


멀리서 연달아 터지는 폭음에 메리가 당황한다.

흙먼지가 날리는 탓에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 폭발의 중심에는 피노가 서 있었다.


“좋아, 계속 그렇게 해!”


제이드에게 도움이 되고자 몸을 사리지 않는 피노의 육탄돌격에 길이 보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메리한테 피노의 지뢰 제거 작업은 큰 위협이 아니었다.

지뢰야 다시 설치하면 그만일뿐더러, 공격 수단은 그게 전부가 아니니까.


“그게 다일 것 같아? 이것도 맞아봐.”


활짝 메리의 손 위로 투명한 두 개의 구슬이 생겨난다.

분명 가볍게 던졌건만 말도 안 되는 속도로 각각 제이드와 피노에게 향했다.

콰아아아아앙!


“쿨럭!”


바닥에 널린 지뢰 따위와 비교가 안 될 정도의 폭발력.

제이드는 급히 물러나며 충격을 완화했고, 피노는 공중을 높이 날아오르다 땅으로 추락했다.


“다시 간다?”


메리는 말한 그대로 폭탄을 생성하는데, 제이드는 이대로라면 일방적으로 처맞다가 끝날 거라는 것을 직감했다.

제이드는 방패를 앞세우며 돌격을 감행했고, 이에 맞춰서 피노도 돌진했다.


“기사 상대하는 게 세상에서 제일 편하다니까.”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상처를 입힐 생각이었지만, 상성이 최악이었다.

마치 이동능력이 뛰어난 마법사와 중무장한 기사의 싸움 같았고.

게다가 메리는 살이 타들어 가는 열로 제이드를 괴롭히면서, 기이한 이동으로 공격 범위에서 쉽게 벗어났다.


‘이래선 끝이 없어.’


저 이상한 움직임을 파악할 필요가 있었기에 손과 발을 쉬지 않고 쫓았다.

추격을 뿌리치려는 메리를 단검을 사용하여 이동을 제지.

또 다른 방향으로 피노가 몸을 던져 방해하고, 제이드는 방패 대신에 창을 쥐었다.

쉭-.


“크윽!”


이동 경로를 예측하고 급작스럽게 찌른 창이 메리의 팔뚝을 스친다.

쉴새없는 공격에 그녀도 아까와 같은 여유를 보이지 못했고.

이어 한 바퀴 돌리면서 올려친 창대가 그녀의 턱에 적중한다.


“뭐가 제일 편하다고?”


한발짝 늦은 회피 동작. 기어코 따라잡고야 말았다.

아직 이해할 순 없었지만, 그 움직임에 딜레이가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너 미쳤구나?”


제이드의 이죽거림에 메리가 턱을 매만지며 헛웃음을 지었다.

살짝 스친 상처를 제외하고는 겨우 한방.

그녀에게 유효타를 먹이긴 했지만, 이는 공정한 거래가 아니었다.


“생긴 것답게 무식하네.”


턱을 후려치기 위해 받아낸 공격은 결코 적지 않았다.

구겨진 갑옷과 붉어진 피부가 제이드가 얼마나 많은 폭격과 열기를 견뎠는지 말해주고 있었다.

그런 것 따위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다시 달려드는 제이드.


“어디 이것도 버텨봐!”


메리는 그 모습에 오기가 생겼는지 소리를 지르며 양손을 가슴 앞에 합장한다.

오므렸던 손 사이가 벌어지며 조금 전과 비교도 못 할 크기의 에너지가 요동쳤다.


“흐아아앗!”


제이드는 있는 힘껏 검과 창을 동시에 찔러넣었다.

그 궤적을 따라 잔상처럼 연기가 흩어진다.


“죽어어어엇!”


메리 또한 양손으로 거대한 에너지 덩어리를 마주 밀어 넣었고.

제이드는 어마 무시한 폭발력을 대비하면서 양손에 힘을 주었지만.

파아아아아-. 찌이잉!

소리를 삼키는 듯한 먹먹함이 귀를 간지럽히다가 찌를 듯한 고통이 찾아오고.


“우웨에에엑!”

“웁, 웨엑!”


둘은 동시에 속을 게워냈다.

자신의 피해까지 감수한 자폭공격.

메리도 꽤나 타격이 있는 것 같았지만, 제이드가 더 심각한 것은 당연했다.


“대체 어떻게 되어 먹은 몸뚱이야...”


언뜻 보기엔 자신과 달라 보이지 않는 상태에 그녀는 매우 놀랐다.

둘다 몸이 굳은 상황.

하지만 그녀도 예상 못 한 존재가 있었으니.


“뭐야? 저리 꺼져!”


끼릭.

피노가 몸을 던져 메리를 넘어뜨렸다.

그녀도 피노에게 발목을 잡힌 사이.

제이드는 품에 손을 넣어 잡히는 대로 보석을 꺼냈고 망설임 없이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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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105화 천상의 존재 (1) 22.11.23 10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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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101화 가출 (1) 22.11.17 106 0 11쪽
101 100화 활동 재개 (3) 22.11.16 112 0 12쪽
» 99화 활동 재개 (2) 22.11.15 105 0 11쪽
99 98화 활동 재개 (1) 22.11.14 13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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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95화 낭중지추 (2) 22.11.09 104 0 11쪽
95 94화 낭중지추 (1) 22.11.08 102 0 11쪽
94 93화 반발 (2) 22.11.07 106 0 11쪽
93 92화 반발 (1) 22.11.04 105 0 11쪽
92 91화 전출 (2) 22.11.03 103 0 11쪽
91 90화 전출 (1) 22.11.02 11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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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87화 네 개의 기사단 (2) 22.10.28 117 0 12쪽
87 86화 네 개의 기사단 (1) 22.10.27 11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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