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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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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2.07.18 12:32
최근연재일 :
2022.12.02 17:00
연재수 :
113 회
조회수 :
23,984
추천수 :
92
글자수 :
579,291

작성
22.11.1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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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96화 테스트 (1)

DUMMY

“소식 들었어요?”


복도를 울리는 고운 음성. 디아나가 리나인과 걸으며 재잘거리고 있었다.


“쾰른 동부 바닷가에 인어들이 정착했다는 거?”


방금 들어온 정보를 알고 있음에도 일부러 틀린 답을 말하는 리나인에게 디아나는 입술을 삐죽인다.


“아니, 제이드가 최고기사가 된 거 말이에요!”

“그게 뭐 대단한 일인가?”


그녀의 호들갑과 다르게 리나인은 심드렁한 태도였다.

제국의 반에 반은 될까 싶을 정도로 조그만 나라에서 뭘 그리 유난을 떠는지, 리나인한테 크게 와닿지 않았지만.

디아나는 달랐다.


‘나한테도 마탑 줬으면 계속 있었을 텐데.’


멍청한 마법사들의 조수 노릇부터 하라는 오르빌 후작의 명령에 홧김에 마탑이나 내놓으라고 하면서 대판 싸우고 나왔는데.

정작 제이드는 떡하니 자리를 차지해버리니 배가 슬슬 아팠다.


“앞으로 조금 편해지긴 하겠어.”


리나인이 생각하는 좋은 점은 딱 그정도였다.

보통 높은 자리에 오르면 엉덩이가 무거워지기도 하지만, 제이드가 그럴 인간은 아니니까.

그한테는 움직이는 데 있어 방해하는 요소들을 제거하는데 훨씬 의미가 컸다.


“잡담 그만하고 들어가자.”

“네.”

“들어갈 참이었어.”


언제부터였는지 등 뒤에 서 있는 아론이 방안으로 그녀들의 등을 떠밀어 넣고는 문을 닫았다.

방안에 진입한 디아나의 눈에 대기 중인 세 사람이 보였다.


“어라? 에녹은 어디 갔어요?”


평소 일찍 모이는 편에 속하던 그가 안 보이자 디아나가 물었다.

제이드와 마를롱, 스테인은 이곳에 없다지만, 에녹은 얼마 전 본부에 도착해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을 텐데.


“개인 활동 갔다.”


대답은 뒤에 있는 아론의 입에서 나왔다.


“참 열심이네.”


한마디 내뱉은 리나인이 살랑살랑 걸어가 비어 있는 클로에의 옆자리에 앉았고.

곧이어 그녀에게 몸을 기울이자 클로에는 불편한 기색으로 몸을 쭉 빼며 시선을 돌렸다.

디아나까지 자리에 앉자 아론이 모인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마를롱한테서 지원 요청을 왔어.”


여기서 누가 갈까 논의하자는 것인가 싶었지만.

아론은 이미 정해두고 왔는지 한 사람을 꼭 집어 말했다.


“자연력이 필요하다고 하니까. 디아나 네가 간다.”


마를롱은 온몸에 열과 화염을 내뿜는 새를 발견했고, 녀석이 화산을 활성화시킨 원인으로 확신했다.

퇴치를 시도했지만, 위험하다 싶으면 제집으로 돌아가 회복하는 행동으로 애먹고 있었다.


“사대 속성도 다루고 공중요격도 가능한 네가 적격이야.”


대부분이 육체파인 가디언에게 마법을 다루는 아론과 디아나는 정말 귀한 구성원으로.

만약 그녀로도 부족하다면 제국의 마법병단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


“대장, 이런 건 그냥 개별적으로 전달하면 안 돼?”


아론이 말하는 사이 클로에의 목덜미를 껴안은 리나인이 귀찮다는 듯이 말한다.

확실히 아론이 미리 예정해두고 보고하는 형식은 모두를 번거롭게 만들었다.


“그게 다가 아니니까 불렀어. 스테인이 연락 두절이 됐다.”


아론도 디아나를 보내는 것이 전부였다면 이리 소집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른 이유가 존재했고 사실상 이것이 본론이었다.


“흐음. 그 아저씨가?”


리나인도 이런 상황은 예상하지 못했는지 놀란 모양.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내 한마디를 던졌다.


“죽었나.”


최악을 고려했을 때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에 전원이 침묵했고, 클로에는 몸을 뒤틀더니 리나인에 품에서 빠져나왔다.

잔뜩 인상을 찡그린 채 노려보는 그녀의 모습에 리나인이 작게 중얼거렸다.


“아닐 수도 있지. 편지 하나 쓰기 힘들 정도로 바쁜가 보다.”

“이, 이!”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는 클로에를 보고 리나인은 히죽 웃었는데.

보다 못한 다른 이들이 나서기 직전, 아론이 리나인을 지목했다.


“리나인, 너도 라이언과 함께 설산으로 가도록 해.”


아론의 발언에 리나인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라이언으로 충분하잖아. 왜 나를 끼우는데.”


설득하려고 해도 그의 단호한 태도에 리나인은 내심 혀를 찼고.

머릿속으로 클로에를 놀릴 수 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클로에, 지금 연구하는 거 나 빠져도 괜찮겠어?”


제국 연구진의 발견으로 기반은 닦아놓은 상태.

이제 리나인이 나서서 도와줄 차례였으니, 클로에는 그녀가 필요했다.


“필요 없어요.”

“그래?”


슬며시 올라가는 리나인의 입꼬리.

되지도 않는 주장에 그녀는 실컷 비웃고 싶었지만, 클로에의 간절한 눈빛에 그럴 수가 없었다.


“아... 마음 약해지게시리. 추운건 질색이란 말이야.”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면서 결국 리나인은 승낙에 가까운 말을 내뱉었다.

어차피 대장이 명령한 이상 어차피 따를 수밖에 없었지만.


“알았어. 최대한 일정 당겨서 애송이가 마지막 테스트하는 것만 보고 갈게.”

“제이드는 프리지아에 있는데요, 어떻게 하시게요?”


당최 무슨 소리를 하는지 이해 못 한 클로에게 반문하자 리나인이 탁자를 두드리며 말했다.


“이쪽으로 오라고 해. 그러려고 자리 먹은 거잖아?”


제국의 부탁으로 자리를 비우는 것 따위 이제 어렵지 않을 터. 제이드가 이곳으로 온다면 실험속도는 빨라지고 진도는 막히지 않을 것이다.

그러는 편이 서로에게 훨씬 편했다.


‘그럼 나도.’


디아나도 한순간 제이드 얼굴이나 보고 갈까 싶었지만.


“일단 디아나랑 라이언은 먼저 출발하는 걸로 이야기는 끝났지?”


이어지는 리나인의 목소리에 마음을 접었다.


‘그래, 뭐 될 리가 없지.’


디아나는 클로에를 향해 손을 뻗는 리나인이 유독 얄밉게 느껴졌다.


*


독재국가인 쾰른에서 독재자가 사라진다면 어떻게 됐을까.

잠시 왕이 되었던 공작은 대영주들과 합의한 후, 평가를 통해 업적을 이룩한 인물에게 땅을 하사하거나, 경매를 통해 척박한 땅을 팔면서 국가를 활성화했고.

영주들은 억누르고 있던 야망을 한껏 드러내면서 스스로 개발해나가며 영지를 키워나갔다.


분명한 건 이전보다 활기차졌다는 것이다.

동부의 플로이드 후작령만 빼놓고 말이다.


-배고파.

-언제 바다로 나갈 수 있는 거야...


어업이 중단되면서 영지는 그 많은 인구를 감당할 수 없게 되었다.

결국 주민들은 남북으로 갈라져서 주변 마을로 이주하기 시작했지만.

찰리가 멍청한 건 여전했다.


“X 같은 놈들 형제가 아주 쌍으로 날 엿먹여?”


제이드가 거절한 것을 무시당했다고 여기며 길길 날뛰는 얼간이.

본래 있었던 자신의 방에서도 쫓겨난 그는, 작고 허름한 독방에서 반성하고 있어야 했다.


“내 듣지도 않았으면서 제국의 부름에는 개처럼 달려가다니, 애시어 날 꺼내! 공작님께 찾아가야겠어!”

“안됩니다. 백작님께서 돌아오실 때까지 기다려주십시오.”


애시어는 주제 파악을 못 하는 작은 주인이 안타까웠다.

현재 플로이드 가문은 대위기의 상태에 봉착한 상황으로.

그런 사소한 분쟁에 신경을 쓸 때가 아니었다.


‘이대로면 독재가 끝나고 처음으로 멸망한 가문이 되겠군.’


가신들이 울음을 삼키고 억지로 수용한 인원들도 다시 풍요로운 곳을 찾아 떠나기 시작하면서.

이때다 싶은 능력이 있는 중앙의 귀족들이 토지를 사들이고, 넘치는 자원을 쏟아부으며 마을을 일구어 가고 있었다.


‘하필 핀리, 린다 남매가 이쪽으로 올 줄이야.’


어디갔나 싶었던 팔라딘 남매는 동쪽에서 가장 비옥한 토지의 주인이 되었다.

전 팔라딘이었던 그들의 유명세는 대단했기에, 젊은 귀족들은 벌써부터 추대하면서 근처에 자리를 잡으려 경쟁하고 있었다.


“네들이 뭔데! 나도 대영지를 물려받을 사람이야!”


이들에게 있어 마지막 희망은 버니 플로이드 후작뿐이었다.

인어들은 멀리서 찾아온 거대한 바다뱀을 쫓아내 준다면 순순히 돌아가겠다고 말했고, 후작은 직접 해군을 이끌고 토벌하러 떠났다.


“두고 봐라, 내 기필코 용서치 않겠다!”


애시어는 찰리의 허언이 혹여나 바깥으로 말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철저히 단속했고.

찰리는 혼자서 어셔 형제를 향해 열을 올렸다.


*


제이드는 본부의 부름을 받아 출발하기에 앞서 프리지아와 협상을 진행했다.

그의 소원은 자신이 잘 키운 기사들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것이었고.

제이드는 기존 단원들을 차출하여 친위대를 결성했다.


-“이거 완전 파견대랑 다를 게 없지 않나?”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제이드가 하고 싶다는데 어쩌겠는가.

명목상 제국의 로열나이트와 같은 정예부대로 지정되었지만 거창한 명칭과 달리 하는 일은 똑같았다.


-“우리 위에 제이드 단장님 뿐인 거야?”


한순간에 신분 상승이 이루어진 기사들은 실감이 가지 않았다.

특혜라는 논란은 오히려 기사들 쪽에서 꺼렸다.


-“인정해야지.”

-“어디 패왕 윌레스님을 모욕하려 드느냐.”


제이드의 예상보다 훨씬 효과적이어서 단원들은 각자 별명이 붙었을 정도.

파견단원들을 본 기사들에게 있어 이것은 당연한 노력에 대한 대가였다.


-“별일이 있지 않은 한 전 로디니움을 떠나지 않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제이드가 직접 선언하면서 이야기는 끝났고.

제국에 도착한 제이드는 컨티넌트의 첨단시설을 체험하고 있었다.


“정말이야. 지치지가 않네.”


투명한 벽으로 둘러싸인 공간 안에서, 처음 보는 괴상한 장비를 착용한 제이드가 놀랍다는 듯이 말했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연구원들의 입가에 미소가 걸린다.


“그렇게 쪼잔하게 말고 팍팍 좀 내뿜어봐요.”

“알았어.”


클로에는 답답해하며 조금 더 힘을 내라며 독촉했다.

전투할 때는 거침없이 쏟아내면서, 안전할 때는 조심스럽게 행동하다니 그녀가 보기엔 제이드의 사고방식은 정말 독특했다.


‘믿지 못해서 그랬다고 하면 화낼 테니까. 말하면 안 되겠다.’


괜한 말을 속으로 삼키며 자신의 최대한도를 시험한다는 생각으로 전력으로 기운을 끌어올렸다.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가 하늘로 올라가듯이 천장으로 향하고 구름을 형성시켰다.


“켁..”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들며 머리가 핑-돈다.

마치 빈혈이라도 온 것처럼 제이드가 몸을 비틀거리자 클로에가 이번에도 잔소리를 날렸다.


“왜 당신은 중간이 없는 거에요?”


연구원들은 제이드의 모든 행동으로 비롯된 결과를 수치로 나타내며 기록지에 적어나갔다.


“클로에, 제이드의 출력이 디아나보다 높게 나왔어요.”


다른 이들과 같이 백의를 입은 여성 연구원이 한가지 사실을 알려주었다.

클로에는 가볍게 듣고 흘려 넘겼지만, 제이드는 그녀에게 질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제일 높은 사람은 누굽니까.”

“라이언이요.”


두말할 것도 없다는 듯이 바로 답하는 그녀에게 제이드는 다시 한번 물었다.


“저랑 비교하면?”

“어림 없죠.”


귀엽다는 듯이 상큼하게 웃었지만, 제이드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제이드는 헛기침하며 클로에한테 양해를 구해보려 했지만.


“크흠. 한 번만 다시 측정할까?”

“안 돼요. 시간 없어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거절당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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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111화 제국의 황제 (1) 22.12.01 94 0 11쪽
111 110화 천사 사냥 (4) 22.11.30 102 0 12쪽
110 109화 천사 사냥 (3) 22.11.29 108 0 11쪽
109 108화 천사 사냥 (2) 22.11.28 102 0 11쪽
108 107화 천사 사냥 (1) 22.11.25 108 0 11쪽
107 106화 천상의 존재 (2) 22.11.24 105 0 11쪽
106 105화 천상의 존재 (1) 22.11.23 107 0 12쪽
105 104화 불새 토벌 (2) 22.11.22 102 0 11쪽
104 103화 불새 토벌 (1) 22.11.21 124 0 11쪽
103 102화 가출 (2) 22.11.18 105 0 11쪽
102 101화 가출 (1) 22.11.17 112 0 11쪽
101 100화 활동 재개 (3) 22.11.16 126 0 12쪽
100 99화 활동 재개 (2) 22.11.15 111 0 11쪽
99 98화 활동 재개 (1) 22.11.14 141 0 11쪽
98 97화 테스트 (2) 22.11.11 120 0 12쪽
» 96화 테스트 (1) 22.11.10 116 0 11쪽
96 95화 낭중지추 (2) 22.11.09 108 0 11쪽
95 94화 낭중지추 (1) 22.11.08 109 0 11쪽
94 93화 반발 (2) 22.11.07 110 0 11쪽
93 92화 반발 (1) 22.11.04 113 0 11쪽
92 91화 전출 (2) 22.11.03 110 0 11쪽
91 90화 전출 (1) 22.11.02 120 0 11쪽
90 89화 네 개의 기사단 (4) 22.11.01 111 0 11쪽
89 88화 네 개의 기사단 (3) 22.10.31 119 0 12쪽
88 87화 네 개의 기사단 (2) 22.10.28 123 0 12쪽
87 86화 네 개의 기사단 (1) 22.10.27 12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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