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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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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2.07.18 12:32
최근연재일 :
2022.12.02 17:00
연재수 :
113 회
조회수 :
23,504
추천수 :
92
글자수 :
579,291

작성
22.12.0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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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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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112화 제국의 황제 (완)

DUMMY

“생긴 건 내가 나은데?”


황제가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형용할 수 없는 해괴한 심정.

뭐라 대답을 해야 할까 심히 난감했다.


‘그렇다고 맞장구라도 쳐야할는 걸까...?’


아론은 편하게 질문해도 된다고 했지만, 황제와의 독대는 심히 곤란했다.

제이드가 어색하고 불편해하는 것과 반대로 루퍼트는 태연하게 휘파람을 불며 책장에서 책을 골랐다.


“자네는 책을 좋아하나?”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점잖은 말투와 가벼운 질문.

처음 들었던 말은 긴장해서 잘못 들은 것이라며, 스스로 이해하면서 제이드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거 아쉽군. 자네한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 있네. 읽어 보게나.”

“...네.”


루퍼트가 책장에서 세 권을 꺼내 중앙의 탁자에 올리며 말했다.

누구 명령이라고 감히 거절하겠는가.

이럴 거면 왜 물어본 건지, 제이드는 속으로 투덜거리면서 책을 들었다.


‘...평범한 소설이잖아.’


특별한 검술 비법서나 금기의 마법서라도 되나 싶었는데 그렇지 않았다.

살짝 눈동자를 또르르 굴려서 황제의 눈치를 살피자 계속 읽으라는 듯 자신을 지긋이 바라보는 황제의 눈빛.


‘이게 급한 일...?’


제이드는 불만을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하며 잠자코 책을 읽었다.

억지로 읽는 소설이 뭐가 재미있을까 싶었지만.


‘으음...?’


제법 흥미롭게 읽었다.

특히 주인공의 상황에 감정이입이 잘돼서 몰입했다.

빠른 속도로 줄거리를 읽어나간다.

제이드는 초반에 흥미롭게, 중간에 의아해하다가, 결말 부분에 이르러서는 바로 책을 덮었다.


“...장난이 지나치시네요.”


제이드가 정색하며 루퍼트를 노려보았다.

일국의 지배자에겐 보내기엔 너무 건방진 눈초리였지만.


“끝까지 보지 않아도 되겠나? ”


예의 그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흘려 넘겼고, 다른 책들을 콕 집으며 말했다.


“다른 책들도 있으니 다 펼쳐보고 이야기하지.”


기분이 상한 제이드가 나머지 책들을 사르륵 훑어보았는데.

책이 바뀔 때마다 표정이 다양하게 변했다.


“작가가 누굽니까?”

“알아서 어쩌려고?”

“...만나봐야 겠습니다.”


신원을 파악하는 순간, 납치한 후에 온갖 고문으로 정보를 캐내고 죽일 생각이었다.

루퍼트는 제이드의 생각을 짐작했는지 숨죽여 웃고 있었다.


“작가를 만날 수 없을 걸세. 그래서 감상은 어떻지?”

“감상, 말입니까...”


주인공이 복수를 꿈꾸는 기사가 망명했지만, 끝내 이루지 못하고 비참하게 여생을 보낸다는 정말 분노를 유발하는 첫 번째 이야기.

독재국가 여왕의 친위대가 되어 대륙을 정복하는 내용의 두 번째 소설

마지막으로 이중스파이 노릇을 하며 양국의 공주와 사귀는 로맨스 소설까지.


‘아무리 봐도 주인공이 나잖아.’


낙서로 주인공의 이름을 가려면 무엇하나.

주변 등장인물이 똑같은데.

심지어 모든 책의 초반 내용이 똑같았고, 이후 세부적인 내용이 달라지면서 아예 다른 방향으로 전개가 되었다.


“제 착각이라면 우습겠지만, 이 책의 주인공. 저 맞습니까?”

“맞아, 정확히 알아봤어.”


루퍼트는 제이드의 말을 부인하지 않았고 덕분에 제이드의 의혹은 더 커졌다.

작가는 어떻게 자신을 이렇게 자세하게 쓸 수 있었을까.


“너무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게. 자네하고 책의 내용과 완전히 다르지 않나.”


그제서야 제이드는 자신이 너무 과몰입을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만큼 충분히 있을 법한 내용이었기 때문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근데 이 책을 제게 보여주신 이유가 뭔가요.”


제이드는 이 책을 보여준 황제의 의도가 궁금했고.

루퍼트는 그 질문을 질문으로 대답했다.


“만약 이 책을 남들이 봤을 때 어땠을 거 같나?”

“...그냥 평범한 글이죠.”


제이드를 아는 사람은 물론 모르는 인간들도 마찬가지.


“그래, 그냥 별거 없는 허무맹랑한 내용의 책일 뿐이지.”


그 대답이 정답인 듯 루퍼트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멸망론자들은 이 책을 예언서라고 부르고 있다네.”

“네? 이게요?”


이전의 파몬드가 열심히 폭로하길래 신비스런 물건으로 여겼는데. 이런 글이었다니 실망스러웠고.

의구심이 생겼다. 어째서 이것을 믿는 것일까.


“예언서는 어디서 들었었나 보군.”

“그게...”

“설명할 필요는 없다네. 그보다 왜 이게 예언서인지 이해했나?”


제이드가 다른 의미로 놀라는 모습을 보였지만, 루퍼트는 문제로 여기지 않았다.


“잘 모르겠습니다. 바보도 아니고. 왜 이런 책을 믿는 겁니까?”


심지어 하나도 아니고 여러 개가 있으면서 죄다 다 틀리지 않았나.

제이드의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좀 어려운 문제였나? 그럼 힌트를 주지. 우리 카르타 제국이 있기 전 까마득한 옛날 신성 시대에도 제국이 있었다네. 알고 있나?”

“...모릅니다.”


뜬금없이 역사 이야기를 해왔지만, 황제의 표정이 진지했기에 제이드도 일단 경청하게 되었다.

신을 떠받드는 신관들이 지배하는 신성제국.

그리고 그 당시 신은 실제로 존재했으며 종교도 효력이 있었다.


“신의 위세를 업은 신성제국은 대륙을 지배하에 두면서 이 세계에 종교를 설파했지.”


광신도들이 지배하는 세상.

믿음을 강요하고 본격적으로 종교 탄압을 시작했지만.

알다시피 신성 시대는 저편으로 사라지고 전쟁시대가 도래했다.

황제가 말하길 그 원인은.


“우리 제국의 조상님 덕분이지. 그 신이라고 불리는 존재를 무찌르셨으니까.”


전쟁 끝에서 제국을 세웠다면서.

다시는 광신도들이 지배하는 시대가 되지 않기 위해 제국이 노력하고 있다는데.

이것이 종교를 금지 한 이유였다.


“아. 그러시구나.”


루퍼트가 감명 깊게 말하고 있었지만.

제이드의 마음에는 크게 와 닿지 않았다.

그 태도를 보고 황제는 불쾌해하지 않고 그저 작게 웃었다.


“거기서 생략된 부분이 중요하다네.”


특히 신이 소멸하지 않기 위해 발악하는 부분이라는데.

신은 자신의 신도들뿐만 아니라 다른 곳의 이방인들을 불러와 싸움에 끌어들였다.

제이드가 만났던 천사들처럼.


“천사가 대표적이기야 하다만 이방인들은 종류가 다양해.”


루퍼트가 열심히 말하는 와중에 제이드는 슬슬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예언서랑 이 이야기가 무슨 연관이 있다는 걸까.


“그리고 자네가 마주쳤던 멸망론자들은 이방인들이지.”

“그렇군요... 네?”


반사적으로 대답하고 머릿속이 한동안 정리가 되지 않았다.

순간적으로 매치가 안 되었기 때문이다.

여태까지 만났던 멸망론자들이.


‘그 녀석들이 전부 대륙인이 아니라고?’


대화를 오래 나눈 건 아니지만, 확실히 같은 인간으로 느꼈기에 다른 세계의 존재일 것이라고 상상도 못했다.

이 부분에서 일차적으로 놀랬고.


‘이게 전부 다 사실이라고?’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아까 황제가 말했던 허황된 이야기가 점점 믿음이 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힌트를 줬는데 아직 이해 못 했나?”


딴 생각에 빠져있던 제이드가 그 말에 정신을 번뜩 차렸지만.

한차례 충격을 받았던지라 제대로 된 사고가 돌아가지 않았고.

제이드가 고장이 난 것처럼 보이자 루퍼트는 그냥 답을 말해주었다.


“관점을 다르게, 전후 과정을 반대로 생각하면 된다. 여기서 읽은 것이 아니고 읽고 넘어온 거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자신의 세상과 다른 세계, 하지만 어디서 들어본 듯한 국가와 인물들.

말 그대로 이곳에서 앞으로 벌어질 내용을 적은 소설.

그것이 예언서의 정체였다.


“그럼 그 사람들은 환상에 빠지겠군요.”


진짜 소설 속에 들어온 것처럼 착각할 것이다.

과연 멀쩡하게 생활할 수 있을까.


‘노력한다면 적응이야 할 수 있겠지만.’


하지만 그 속내가 어떨지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시선, 관점부터가 다르다. 그들은 스스로를 특별하다고 생각할 테니까.


“...리나인을 언니라고 부른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 여자, 얼굴 가죽이 두껍군.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으면서.”


알고 있는 사실인 듯 루퍼트가 쓴웃음을 지었고, 제이드는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들의 눈에 대륙인들은 정말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 걸까.


“궁금한 게 있습니다.”


답답한 심정을 꾹 누르며 한가지 질문을 했다.


“루퍼트 폐하의 선조님께서 신을 물리치셨다고 했는데. 왜 이방인들이 아직까지 설치는 겁니까?”


신성제국이 사라진 지 몇천 년이 지났지만.

로먼, 파몬드, 메리 등 최근까지 인원이 충원되는 것으로 보였다.


“이곳을 차지하고 싶어하는 지독한 존재가 있으니까.”


루퍼트 또한 골치가 아프다는 듯이 내뱉었다.

아마도 그 존재는 자신들 세계의 밑에 속하길 바랄 터.

이것이 이 세계를 공격하는 자들의 목적이었다.


“이번에 침공한 천사들은 단순히 식민지로 삼고 싶어했지만, 멸망론자들의 뒷배는 우리가 한낱 글 쪼가리로 존재하기를 원하겠지.”


그 어처구니 없는 말에 제이드가 할 말을 잃었다.

한참을 멍하니 있던 제이드가 입을 열었다.


“...어째서 제가 주인공입니까?”

“글쎄. 자네가 작가의 마음에 쏙 들었나 봐.”


제이드는 차마 짓궂게 웃는 황제를 따라 웃을 수 없었다.

그에겐 너무 기분 나쁜 농담이었기 때문이다.


*


제이드가 부담스러움을 느끼면서 퇴장하고.

루퍼트는 그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았다.


‘긴장되는군. 시조님도 이런 기분이셨을까?’


한번은 주인공인 된 제이드를 죽일 생각을 했던 적도 있었고.

이 때문에 아론과 많은 상담을 했었다.


‘저만하면 괜찮지, 더 나은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죽일 수도 없으니까.’


더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루퍼트와 아론은 제이드한테 많은 기대를 걸고 있었다.

별 도움 없이도 제이드는 세계선을 비틀면서 자력으로 끔찍한 비극을 피해냈기 때문이다.


‘사실 이것들은 약한 편이지.’


루퍼트가 건네준 예언서는 그나마 행복한 결말에 가까운 내용이었고.

이것조차 피하려고 보이지 않는 방면으로 각고의 노력이 있었다.


‘가디언들도 잘 준비가 되었지.’


성녀가 되어 멸망론자들의 새로운 지도자가 되었을 터인 클로에.

동생의 꼬임에 넘어가 최악의 테러범 된 리나인.

희대의 엽기적인 살인마 마를롱 등.


‘이렇게 잘 될 줄은 몰랐는데.’


제국이 가디언을 만들었던 목적은 예언서를 활용해서 비극으로 끝날 안타까운 인재들을 갱생시키는 것이었다.


‘앞으로가 걱정되지만, 잘 해내겠지.’


본래 주인공에게는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법이니까.

주인공인 제이드 어셔의 앞으로 사건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날 것으로 생각했다.

제이드를 이용해 이 세상을 먹으려는 존재를 물리치고 대륙은 다시 한번 번영을 누릴 것이다.


작가의말

 

먼저 사전 공지도 없이 이렇게 완결 내버려서 죄송하다는 말씀 올립니다.

 

조기 완결에 대한 생각을 70화 때부터 계속해왔던 고민이었습니다.

 

100화까지만 써보자는 생각을 하다가 그래도 완결까지 한번 써보자고 다짐했었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에 정신적으로 힘든 사건을 겪으면서 일주일에 가까운 시간 동안 글을 쓰지 못했습니다.

 

비축분도 다 고갈되면서 이제 멈춰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7월 달부터 벌써 5개월 가까이 연재를 했네요. 그동안 제 부족함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글을 쓰면서 재밌었던 부분도 많았지만, 저 혼자 재밌으면 안 되겠죠.

 

부실한 시놉시스, 부족한 설명,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 부족 등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많은 작품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끝까지 지켜봐 주신 독자님들께 죄송하다고 다시 한번 말씀드리겠습니다.

 

다음 작품은 발전된 모습으로 찾아뵙겠습니다.

 

모두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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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2화 제국의 황제 (완) 22.12.02 131 2 11쪽
112 111화 제국의 황제 (1) 22.12.01 90 0 11쪽
111 110화 천사 사냥 (4) 22.11.30 98 0 12쪽
110 109화 천사 사냥 (3) 22.11.29 101 0 11쪽
109 108화 천사 사냥 (2) 22.11.28 96 0 11쪽
108 107화 천사 사냥 (1) 22.11.25 101 0 11쪽
107 106화 천상의 존재 (2) 22.11.24 97 0 11쪽
106 105화 천상의 존재 (1) 22.11.23 100 0 12쪽
105 104화 불새 토벌 (2) 22.11.22 98 0 11쪽
104 103화 불새 토벌 (1) 22.11.21 116 0 11쪽
103 102화 가출 (2) 22.11.18 99 0 11쪽
102 101화 가출 (1) 22.11.17 106 0 11쪽
101 100화 활동 재개 (3) 22.11.16 112 0 12쪽
100 99화 활동 재개 (2) 22.11.15 104 0 11쪽
99 98화 활동 재개 (1) 22.11.14 136 0 11쪽
98 97화 테스트 (2) 22.11.11 114 0 12쪽
97 96화 테스트 (1) 22.11.10 109 0 11쪽
96 95화 낭중지추 (2) 22.11.09 103 0 11쪽
95 94화 낭중지추 (1) 22.11.08 102 0 11쪽
94 93화 반발 (2) 22.11.07 106 0 11쪽
93 92화 반발 (1) 22.11.04 105 0 11쪽
92 91화 전출 (2) 22.11.03 103 0 11쪽
91 90화 전출 (1) 22.11.02 115 0 11쪽
90 89화 네 개의 기사단 (4) 22.11.01 106 0 11쪽
89 88화 네 개의 기사단 (3) 22.10.31 111 0 12쪽
88 87화 네 개의 기사단 (2) 22.10.28 117 0 12쪽
87 86화 네 개의 기사단 (1) 22.10.27 11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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