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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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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2.07.18 12:32
최근연재일 :
2022.12.02 17:00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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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79,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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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0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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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화 반발 (2)

DUMMY

당연하겠지만 감찰대의 단장 벤자민과 파견대의 부관 클라크의 대결은 성사되지 않았고.

기사단은 모임은 그대로 파투가 나버렸다.

각 단장들은 숨기기 위해 노력했지만, 어떻게든 소문이 나기 마련.


“누가 이겼지?”


퇴근하기 직전 아놀드가 찾아와 대뜸 질문을 건넨다.


“뭐가요.”


제이드는 단장들과 합의한 대로 숨기려고 발뺌했지만, 아놀드는 대충 사정 파악이 끝난 듯했다.


“보나 마나 네가 자네가 흥분해서 날뛰다가 부관들끼리 대신해서 꽝-하고 부딪친 거 아니겠나?”

“...아닙니다.”


제이드의 부정에도 아놀드는 제멋대로 결과까지 유추해내고야 만다.


“흠, 드디어 클라크가 베테랑 기사들을 제치고 서열 1위를 차지했겠군.”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도 그의 가정일 뿐, 단장들이 제대로 의견일치를 한 덕분에 마탑은 사실무근으로 결론.

있다고 하더라도 과장되었다고 판단하여 넘어가게 되었고.

다행히 재판으로 이어지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어떻게 할 생각이지?”

“일단 쾰른에서 온 요청은 거부해야죠.”


아놀드도 그에 대해 깊이 묻지는 않고, 제이드의 의견을 물었고.

제이드는 쾰른에서 온 요청은 거절할 생각이었다.


“그다음은?”


아놀드의 질문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의 예감상 벤자민의 폭언은 시작에 불과, 여기저기에서 날이 선 반응이 제이드에게 쏟아질 것이다.


‘이걸 기점으로 오히려 내부에 있는 불만이 터져 나올지도 모르지.’


분명 제이드가 스스로 쟁취한 지위인데도,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이들 중 나쁘게 보는 이들은 벼락출세한 인물로 여겼고.

이따금 난폭한 행동 탓에 능력은 있을지언정, 인성은 글러 먹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아직은 괜찮아 보입니다.”


의자에 늘어진 제이드가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지만.

아놀드는 그 안에 속뜻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 기다리고 있으마.”


그리고 아놀드의 예상대로 기다렸다는 듯이 곳곳에서 제이드의 안 좋은 소문들이 판을 치기 시작했다.

소문의 진원지는 거의 감찰대로, 떠도는 이야기의 99퍼센트가 감찰대의 일원들이 떠드는 말이었다.


[제이드 단장이 클라크 부관보고 벤자민 단장님의 암살을 명령했다.]

[제국을 등에 업고 경우 없이 행동한다.]

[사실 가디언이 된 것도 위조다.]


사실과 근접해서 와전된 정보도 있는가 하면, 아예 터무니 없는 헛소문도 존재했고.

일선에 있는 길버트의 귀에 자주 들려왔다.


‘아무리 그래도 마지막은 너무 거짓말이잖아.’


길버트는 막무가내로 지어낸 말들에 어이가 없는 한편, 제이드가 어떻게 반응할지 걱정이 되었다.

왕궁의 웬만한 사람들은 그저 가십거리로 여겼지만.


‘길어져서 좋을 게 없지.’


제이드의 성질을 건드려서 좋을 게 없다는 걸 알 텐데. 왜 이러는 것일까.

지금이라도 그가 멈췄으면 하지만, 길버트는 벤자민 단장의 속을 알 수 없었다.



*


‘젠장, 이러면 내가 제이드 단장의 뒷말을 주도하는 것처럼 보이잖아!’


한편 그는 현 상황에 골머리를 앓는 중이다.

뿌린 대로 거두는 것인지 그가 무슨 말을 하지 않아도 감찰단원들은 제이드 단장을 마구잡이로 헐뜯었다.


‘제발, 그만두라고...’


이것은 순전히 벤자민의 업보.

그가 직접 다시는 입에 올리지 말라고 엄포를 늘어놓아도.


‘더 하라는 건가.’

‘이걸로도 만족 못하시다니.’

‘독하다 독해.’


자동으로 다르게 받아들이니 오히려 역효과였다.


벤자민은 제이드를 건드리지 않는 게 상책이라고 여기게 되었지만, 한번 쏟아진 물을 담을 수 없었고.

상황은 그의 생각과 반대로 흘렀다.



‘그나마 별 소용이 없어서 다행이지.’


당초의 생각과 다르게 실질적인 효과가 미미했다.

정작 중요한 마법사들이 입을 꾹 닫고 있으니, 소문은 감찰대에서 고여 있었다.

허구한 날 떠들어봐야 입만 아프다,

이로써 벤자민은 인원만 조금씩 늘어갈 뿐, 기사단의 영향력이 변함이 없다는 사실을 통감했었다.


‘하하.. 나도 나이를 먹었군. 눈이 흐려졌어.’


로디니움에서 기사가 중앙에 우뚝 설 시기는 한참이나 멀었다.

벤자민은 모든 계획을 전면 철회하면서 제이드에게 지난 일에 대한 사과를 건네려 했는데.

제이드한테서 먼저 연락이 왔다.


“쓰읍.”


집무실에서 제이드를 기다리는 벤자민.

그와 개별적으로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

초조함에 물로 목을 축이지만, 자꾸 벤자민의 입술은 메말라갔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그러지?’


똑똑-.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무렵, 누군가 문을 두르렷다.

제이드의 나지막한 음성이 밖에서 들려왔다.


“말씀드린 대로 찾아왔습니다.”

“큼, 어서 들어오시게.”


헛기침을 한 번 크게 하며 안으로 불러들이자, 천천히 열고 들어오는 제이드.

그는 이상하게도 해맑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저러다가 결투를 신청하는 건 아니겠지?’


기분이 좋아 보여서 다행이었지만, 그렇다고 방심해선 안 된다,


“그래, 어쩐 일로 찾아왔는가.”


꺼리직한 기분을 숨기고 제이드의 용건을 물었다.

벤자민은 호선을 그리고 있는 제이드의 입에 집중했다.


“다름이 아니라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려 왔습니다. 싶어서요.”


서류하나를 꺼내 드는데, 건네주는 문서를 벤자민이 조심해서 받았다.

내용을 확인하기 전까지 안심할 수 없었다.


“이건...!”


한순간 헛숨을 들이키며 동그랗게 뜬 눈으로 제이드를 쳐다보는데.

의문이 담겨있는 눈동자. 이게 정말 사실인지 묻는듯했서.


“선물입니다.”


제이드는 흔쾌히 대답해주었다.

벤자민이 깜짝 놀랄만한 선물은 바로.


“파비앙을 원하시죠? 자, 여기 소속 변경해 드리겠습니다.”


그가 아끼는 제자, 파비앙.

예상치도 못한 일에 그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파비앙이 비로소 내 뒤를...!’


부관으로 임명된 제자가 자신의 뒤를 이어 감찰대의 단장이 되는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기쁨도 잠시, 벤자민은 제이드에게 사과를 건넨다는 목적을 떠올렸다.

선물까지 받은 훈훈한 분위기. 서로 간의 오해를 풀면서 화해하기에 더할 나위 없었다.


“미안하네.”

“네?”

“자네가 이렇게까지 해주는데, 내가 어찌 용서를 구하지 않겠나.”


진중하게 벤자민이 사과하자, 가면이 깨진 것처럼 제이드의 해맑은 표정이 살짝 뒤틀렸지만.

고개를 숙인 탓에 벤자민은 이를 눈치챌수 없었다.

거듭되는 사과에 제이드가 웃는 낯으로 화답했다.


“...아닙니다. 이제라도 이렇게 사과하셨으니 좋습니다.”

“나도 늙었나 보군. 이런 건실한 청년을 음해했다니.”


벤자민은 그때를 후회한다는 듯이 말했다.

당시 그의 눈에는 파비앙의 앞길을 막으면서 등장한 제이드가 몹시 미웠했는데.

늦었지만 이렇게라도 관계가 호전되었다는 것이 무척 다행이었다.


“믿기 힘들겠지만 지금 소문들이 나도는 것도 내 의도가 아니라네. 지난번에 자네는 건드리면 안 되는 것을 깨달았거든. 하하!”

“...그렇습니까?”


이 말은 몰랐다는 듯 제이드가 낮은 목소리로 대답한다.

의외로 말이 잘 통하는 두 사람.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래, 언제든지 오게나.”


벤자민은 좋은 후배가 생겼다고 기뻐했다.

.

.

그리고 다음날 왕성 전체가 뒤집어지며 소란에 휩싸였다.


[고심 끝에 파견대는 해체하기로 했습니다. 클라크(호위) 파비앙(감찰) 세실(치안) 윌레스(감찰) 밀리언(호위)...... 오늘 오후 부로 기사들은 변경된 소속으로 이동할 것입니다.-제이드.]


아침에 출근한 마탑 장로들과 기사단의 장로들에게 떨어진 폭탄이었다.



“농담하는 건가?”

“장난이 지나치군.”


일단 진실인지부터 의심하는 사람들.

당혹스러운 것은 마탑도 마찬가지였다.


“또 무슨 생각이냐.”

“오늘 회의 끝나면 알겠지.”


대부분이 제이드의 행동을 파악하기보다는 결과를 기다리게 되었고.

오르빌 후작은 평소보다 빠른 걸음으로 회의실로 향했다.

어제까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눈 벤자민은 제이드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었다.


‘어째서?’


처음이야 파견대의 해체를 원했지만, 애초에 그러지 못할 거란 사실을 잘 알게 되었고.

이제와서는 그럴 이유 자체도 사라졌다.

벤자민은 몇 번이고 내용을 읽다 보니 이상한 점을 찾을 수 있었다.


‘없다, 없어.’


눈 씻고 찾아봐도 제이드가 어디 소속인지 적혀있지 않았다.

파견대를 해체하면서 기사단장인 그의 소속을 옮기지 않다니.


‘기사를 때려치우기라도 할 셈인가?’


벤자민은 혹여나 제이드가 잘못된 선택을 내린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


“아침에 한가한 사람이 저리 많았나.”


제이드의 한숨 섞인 소리에 단원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한다.

아침부터 몰려든 인파 덕분에, 파견대의 마지막 아침훈련은 제대로 끝마치지 못했다.


“제이드 경. 정말 기사를 그만둘 생각인가?”

“제국으로 갈 속셈이지?”

“다 틀렸어. 저놈은 쾰른으로 돌아가려는 거야!”


시장을 방불케 하는 시끄러운 고함소리.

정보국, 마탑, 기사단을 비롯한 조직들이 뭐라도 알아내기 위해 보내온 자들과 하릴없이 한가한 인물들이 호기심에 파견대를 기웃거리고 있었다.


‘좋아, 주목은 이 정도로도 충분해.’


제이드는 예상보다 커다란 관심에 만족스러웠다.

파견대 해체는 그도 제법 충동적인 결정이었기에 잘 풀려갈지 확신할 수 없었다.


‘사실 이렇게 할 필요가 있나 싶긴 한데.’


벤자민이 파악했던 그대로 기사단에 나도는 헛소문 따위가 제이드한테 타격이 될 리가 없었다.

기사단은 각자 분야별로 나뉘어 있고, 혹여나 겹치는 공용 구역이 있더라도 굳이 뒷담으로 대화를 시작하는 경우는 적었다.


‘덕분에 나도 그 꼴들을 볼 때까진 잘 몰랐었지.’


일반적으로 체감하기 어려웠다.

부관인 길버트는 정보에 민감했기에 정확히 알고 있었지만.

눈치가 없는 단원들은 제이드와 마찬가지로 모르고 상태로 있다가 신입들의 행동으로 알아차린 경우가 많았다.


‘욕 먹는 건...뭐 괜찮아.’


어렸을 때부터 온갖 시기와 질투,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제이드.

악명도 명성이라고 받아들인지 오래다.


‘근데 내 행동을 막는 건 조금 그렇지.’


진정한 자유를 추구하는 제이드한테 마탑의 강요는 매우 불쾌한 일.

동부기사 대회때부터 그는 언제든지 기사단장을 그만둘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도 아직 프리지아의 기사로 남은 이유는.


‘다른 나라에 비교하면 프리지아의 기사들은 제약이 헐거운 편이니까.’


제국의 5강만 보더라도 자신의 영역을 벗어나기 위해 절차를 밟는데, 프리지아의 최고기사인 아놀드는 휴가까지 쓰면서 놀러 다닌다.

프리지아는 급한 사건이 터지면 마법사부터 찾는 국가.

공명심을 원하는 기사한테는 아쉽겠지만, 제이드는 최고의 직장이었다.


‘일부러 파견대를 만들었는데 이렇게 방해받아서야.’


원치도 않는 단장으로 가디언 활동을 수월하게 하려고 만든 것이기에, 제이드로선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었다.


“뭐, 어쩔 수 없지.”


솔직히 제이드는 이르다고 판단했지만.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기사단을 장악할 뿐만 아니라, 이참에 국가에서도 함부로 다룰 수 없는 인물이 될 생각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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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111화 제국의 황제 (1) 22.12.01 90 0 11쪽
111 110화 천사 사냥 (4) 22.11.30 98 0 12쪽
110 109화 천사 사냥 (3) 22.11.29 101 0 11쪽
109 108화 천사 사냥 (2) 22.11.28 96 0 11쪽
108 107화 천사 사냥 (1) 22.11.25 101 0 11쪽
107 106화 천상의 존재 (2) 22.11.24 97 0 11쪽
106 105화 천상의 존재 (1) 22.11.23 100 0 12쪽
105 104화 불새 토벌 (2) 22.11.22 97 0 11쪽
104 103화 불새 토벌 (1) 22.11.21 116 0 11쪽
103 102화 가출 (2) 22.11.18 99 0 11쪽
102 101화 가출 (1) 22.11.17 106 0 11쪽
101 100화 활동 재개 (3) 22.11.16 112 0 12쪽
100 99화 활동 재개 (2) 22.11.15 104 0 11쪽
99 98화 활동 재개 (1) 22.11.14 136 0 11쪽
98 97화 테스트 (2) 22.11.11 114 0 12쪽
97 96화 테스트 (1) 22.11.10 109 0 11쪽
96 95화 낭중지추 (2) 22.11.09 103 0 11쪽
95 94화 낭중지추 (1) 22.11.08 102 0 11쪽
» 93화 반발 (2) 22.11.07 106 0 11쪽
93 92화 반발 (1) 22.11.04 105 0 11쪽
92 91화 전출 (2) 22.11.03 103 0 11쪽
91 90화 전출 (1) 22.11.02 115 0 11쪽
90 89화 네 개의 기사단 (4) 22.11.01 106 0 11쪽
89 88화 네 개의 기사단 (3) 22.10.31 111 0 12쪽
88 87화 네 개의 기사단 (2) 22.10.28 116 0 12쪽
87 86화 네 개의 기사단 (1) 22.10.27 11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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