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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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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2.07.18 12:32
최근연재일 :
2022.12.02 17:00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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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79,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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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0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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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화 반발 (1)

DUMMY

몇십에 달하는 대인원이 모여있는 한 공간.

이전의 기사단장들의 조잡한 모임이 아닌, 여왕까지 참석한 마탑에서 이루어지는 공식적인 대회의.


“다음 안건은 쾰른에서 온 요청사항입니다.”


단상 바로 앞의 위치한 노인마법사가 진행을 맡아 순서대로 회의를 이끌었다.


‘앙드레한테 들었던 내용이네.’


제이드는 친구들과 대화를 기억했다.

요약하자면 에카르트 공작은 찰리의 행동에 비웃으면서도 한번 찔러나 보자는 생각으로 보냈다고 한다.

물론 끝머리에 부담가질 필요 없다고 거절해도 괜찮다며 덧붙이면서.


“급해 보이지 않으니 일단 거절하는 게 좋아 보이는데, 제이드 단장의 생각은 어떻지?”


높은 단상에 있는 대법사 오르빌 후작의 질문.

참석자 전원의 시선이 제이드한테 꽂혔다.


‘디아나는 제국에서 잘 지내고 있나?’


잠시 생각에 잠겨 있어 보이는 제이드는, 오르빌 후작의 비어있는 옆자리를 보며 디아나를 떠올리고 뜸들이다가 대답을 내놓았다.


“네, 제 의견도 동일합니다. 거절하는 게 좋겠습니다.”


다행히 후작의 제안과 생각이 일치했다.

그가 대회의에서 하는 발언은 모든 마법사들과 마탑의 결정이나 다름없기에 반대해서 좋을 게 없었다.

사실상 가장 현명한 방법을 추천해주는 것일 터.


‘확실히. 바로 가겠다고 하는 건 좀.’


프리지아의 기사단장이나 되어서 쾰른의 요청을 받고, 한걸음에 달려가는 것은 심히 보기 좋지 않았다.


“나중에라도 수락할 생각이 있나?”


중간에 있는 마법사가 발언권을 얻으며 제이드에게 재차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이 상황을 흥미진진하게 쳐다보는 아델라 여왕.

여왕에게도 굴하지 않았던 제이드가 압박받는 게 신기한 모양이었다.


‘여럿이서 패는데 장사 있나... 그보다 넌 뭐하냐?’


제이드의 맞은 편에 있는 벤자민이 입술을 씰룩인다.

그에 대한 불만이 많아 보였지만, 대회의라는 여건상 조용히 있는 듯했다.


‘넌 일단 내가 두고 본다.’


벤자민을 바라보는 제이드도 손이 근질근질해졌다.

언제는 실적을 문제 삼고 태클을 걸더니. 일거리가 들어왔는데 또 그게 불만인 상황.

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줘야 하는 것일까.


“그건, 고민 좀 해보겠습니다.”


선택시기를 늦추는 제이드의 발언에 벤자민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빠른 시일 내에 정하도록 하게.”


단상앞의 노인마법사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안건으로 넘어갔고.


‘바로 거절해야지. 지금 뭐하는 짓이냐.’

‘하, 저 눈깔 띠껍네.’


진중한 분위기 속에서 둘은 서로를 노려보았다.


*


여느 때와 달라진 점 없는 낡은 호위대 건물 안에서, 벤자민과 제이드의 눈싸움 이차전이 시작된다.

예전에 겁을 먹었던 것이 창피했는지 벤자민은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건방진 자식. 그때는 깜짝 놀랐을 뿐이다.’


관련 관리자들이 전원 참가하는 대회의가 마무리되고, 파견대로 돌아가려는 찰나.


-단장들은 따로 모여서 대화를 나눠야 하지 않겠는가.


벤자민의 뜬금없는 제안에 회의가 끝나고 다시 한번 회의가 열렸다.


‘뭔 또 회의야, 우리가 마탑 장로나 왕인줄 아나.’


매일 왕국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요약, 정리하는 궁전회의라면 모를까.

기사단은 개별보고만으로도 충분했는데, 벤자민은 주간회의로도 모자랐는지 또 소집했다.


“이틀 뒤에 말하면 될 것을, 뭣 하러 이리 부른 겁니까.”

“제이드 단장, 당신 때문인 것을 모르시오?”


용건을 물었을 뿐인데 벤자민이 제이드의 탓으로 돌리며 꾸짖었다.

영문을 모르는 건 다른 단장들도 마찬가지였는지 어이없다는 표정이다.


“이번에도 쾰른의 요구를 들어줄 셈인가?”

“고민해 보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만.”


노골적으로 걸어온 시비에 제이드도 삐딱하게 답한다.

벤자민이 이렇듯 제이드를 못마땅해하는 이유는 여러 개가 있지만.

그중 하나는.


‘파비앙은 언제까지 묶어둘 생각이냐.’


자신의 애제자 때문이었다.

분명 스벤의 밑으로 길버트가 돌아갔다는 정보를 입수.

파비앙도 얼마 안있어 자신의 곁으로 돌아올 줄 알고 기대했는데, 시간이 지나도 파비앙을 내놓지 않았다.


‘제이드의 밑에 있는 한 파비앙은 절대 올라설 수 없어!’


길버트는 스벤의 지도로 실적을 쌓으며 승승장구하는데, 파비앙은 정체되어 있었다.


‘영감과 모종의 협약을 맺은 건가.’


그 이후 스벤은 벤자민의 주장에 동조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사건건 반대하는 경우가 부지기수.

초조해진 그가 입에 담아선 안 될 말을 해버리고 말았다.


“자네는 자신이 어디 기사인지 모르나 보군?”

“...”

“어...”


선을 넘는 발언에 제이드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었고, 브라이언은 잘못들은 게 아닌지 두 귀를 의심했다.


“지금 무슨 망언인가!”


스벤이 언성을 높이며 벤자민을 소리친다.

솔직히 자신 하나 빠지는 걸로 바뀔지는 모르겠으나, 제자의 성의를 봐서 적어도 동참하지는 않았는데.

제자의 부탁이 없었더라도 이건 조용히 넘어갈 수 없었다.


“벤자민, 제이드 단장에게 어서 사과하시오!”


쾅-.

책상을 내려치며 스벤이 항의한다.

출신지가 다르다지만, 사적인 모임도 아닌 공식 석상에서 저리 말하다니 형벌을 집행당해도 할 말이 없다.


“흥! 사절단 때 기사단을 버리고 홀로 톨레드로 떠나고, 이번 베르티오 백작령도 단독으로 임무에 나섰는데. 어떤 근거로 기사들을 지휘하는 단장이라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벤자민의 반박에는 약간의 억울함이 섞여 있었는데.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여기 있는 모두가 동의했기 때문이다.

제이드의 독단적인 행동은 전원이 부정적인 시선을 보냈었다.


“스벤 단장이 직.접. 지적하셨던 부분인데. 잊으셨습니까?”

“너, 네가...!”


과거의 말을 있는 그대로 내뱉자 스벤이 자신의 뒷목을 붙잡았다.

벤자민의 말이 도가 지나친 것을 스스로 알고 있지만, 제이드의 태도에는 확실히 문제가 있다는 점을 꼽았다.


“제이드 단장, 자네가 알고 있을진 모르겠지만.. 아니 이미 알고 있겠지. 다들 불만이 많다는 것을.”


그가 중앙 기사들을 대표해서 말했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벤자민의 발언이 다른 이의 말을 사실대로 전달한 건 맞았다.

그만큼 중앙 기사들의 내부 불만은 높아진 상태.


“그만해라, 이놈!”

“벤자민 단장, 진정하세요.”


이전에 스벤과 벤자민이 대회의에서 했던 언쟁과 다르다.

단장들이 벤자민을 말리려 했지만 도리어 폭주한 벤자민이 비난이 점칠된 언행을 쏟아낸다.

표정의 변화없이 끝까지 지켜본 제이드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다했냐?”

“...?”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혓바닥을 놀리네.”


제이드도 벤자민과 마찬가지로 예절 따위 집어치우기로 결심.

그가 거칠게 일어서며 앉아있던 의자가 뒤로 넘어진다.


“씨x, 죽고 싶냐?”


제이드한테서 느껴지는 명백한 적의.

동부의 다니엘에 이어 두 번째로 적이 아닌 인물에게 살기를 품었다.


“...!”

“...!”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지 장내의 사람들이 붕어처럼 입만 뻐끔거린다.

헙하고 숨을 한껏 들이쉰 벤자민이 힘겹게 새된 목소리를 내었다.


“너, 뭘...”

“닥쳐. 넌 안 되겠다.”


제이드가 검을 뽑아들자 벤자민이 눈에 띄게 긴장했다.

단장들이 안전한 안방에서 놀고 있을 때, 제이드는 생사를 넘는 싸움을 해왔다.

벤자민이 아무리 검을 놓고 쉬지 않았다고 해도 제이드의 상대가 될 리가 없었다.


“내가 잘못...!”


쩍-.

뒤늦게 사과를 건넸지만, 제이드의 휘두른 단칼에 원탁이 갈라지고, 그 소리에 묻혀버린다.

다행히 제이드의 검이 다음으로 향한 곳은 벤자민이 아니었다.


“클라크, 박살 내.”

“알겠습니다.”


직접 손을 쓰는 대신, 곁에 있는 클라크를 부르며 검을 맡겼다.

클라크는 언제든지 준비 완료됐다는 듯이 곧바로 검을 잡았다.

어째서 세실이 아니라 클라크가 옆에 있는 것일까.


‘세실 경이 말한 대로군.’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세실이 자기 대신 클라크를 이번 회의에 참석시켰기 때문이다.

안 좋은 예감이 들었던 세실은 클라크를 보내면서 당부했다.

-클라크, 네가 나서야 할 수도 있다.


단장끼리의 결투는 군법상 금지되어 있다.

마법사든 기사든 높은 직위의 인물들은 친선대련이라 하여도 규정을 지켜서 복잡한 절차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이 때문에 부관들끼리의 결투가 주로 성사되었는데 단장들도 이리 경우가 없는 매치는 처음이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여기서 뭘 한다고?’


벤자민의 출신지 발언 때부터 클라크는 슬그머니 각오하고 있었다.

벤자민의 부관 또한 이를 짐작했는지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거부터 치워봐.”


제이드의 명령에 클라크가 동강이 난 책상을 번쩍 들어 벽으로 던졌고, 중앙에 좁은 경기장이 만들어졌다.


“지금 뭐하는 겐가!”


입이 풀린 브라이언이 없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외치지만.

제이드의 완고한 태도에 말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체념했는지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뒤로 물러났다.


“덩컨. 조심해라.”

“걱정 마세요.”


파비앙 못지않은 커다란 덩치의 기사가 자신만만하게 나섰다.

벤자민의 체면을 위해 승리할 의도를 가졌는데.


“클라크.”

“네.”


클라크도 상대와 똑같은 이유였다.

그의 선에서 끝이 나야 상대편들에게도 좋았기에 무슨 일이 있어도 무조건 이길 생각이었다.


‘덩컨. 벤자민의 첫 제자이자, 파비앙의 사형.’


클라크는 굵직한 선을 그리는 파비앙의 검술을 기억하며 전략을 짰고.

덩컨은 가까이 서자 거대한 몸을 지닌 그를 보고 놀랐다.


‘파비앙보다 크다니.’


파견대의 덩치 삼인방, 고만고만한 제이드와 파비앙과 달리 클라크는 독보적인 존재였다.

덩컨은 살짝 주눅이 들었지만, 베테랑 기사답게 그간 갈고닦은 기술로 제압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럼 그렇지.’


멀찍이서 지켜본 제이드는 첫 경합에서 누가 이길지 알 수 있었다.

비슷한 스타일이기에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클라크가 질 일은 절대 없었다.


‘딱 파비앙이 적당하게 성장한 형태네.’


제이드와 단련하여 신체개조를 마친 파비앙한테도 승률에서 강세를 보이는데, 그 마이너 버전에 질 리가 없다.

벤자민도 현실을 깨달았는지 표정이 안좋았다.


‘제법, 아니 대단하군. 길버트보다 더한 게 있었군.’

‘나이만 차면 내 후임으로 괜찮을 것 같은데...’


스벤은 순수하게 감탄했고, 브라이언은 내심 호위대로 데려오고 싶어했다.

상당히 여유롭게 우위를 점하는 데 성공한 클라크가 승리를 직감하고.


“...내가 졌다.”


덩컨이 패배를 선언했다.

평범하지는 않지만, 잘 해결된 일에 클라크가 만족스럽게 제이드를 쳐다보는데.


“쟤는 왜 냅둬.”


제이드는 벤자민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클라크를 독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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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109화 천사 사냥 (3) 22.11.29 108 0 11쪽
109 108화 천사 사냥 (2) 22.11.28 102 0 11쪽
108 107화 천사 사냥 (1) 22.11.25 108 0 11쪽
107 106화 천상의 존재 (2) 22.11.24 105 0 11쪽
106 105화 천상의 존재 (1) 22.11.23 107 0 12쪽
105 104화 불새 토벌 (2) 22.11.22 102 0 11쪽
104 103화 불새 토벌 (1) 22.11.21 124 0 11쪽
103 102화 가출 (2) 22.11.18 105 0 11쪽
102 101화 가출 (1) 22.11.17 112 0 11쪽
101 100화 활동 재개 (3) 22.11.16 126 0 12쪽
100 99화 활동 재개 (2) 22.11.15 111 0 11쪽
99 98화 활동 재개 (1) 22.11.14 141 0 11쪽
98 97화 테스트 (2) 22.11.11 120 0 12쪽
97 96화 테스트 (1) 22.11.10 115 0 11쪽
96 95화 낭중지추 (2) 22.11.09 108 0 11쪽
95 94화 낭중지추 (1) 22.11.08 109 0 11쪽
94 93화 반발 (2) 22.11.07 110 0 11쪽
» 92화 반발 (1) 22.11.04 112 0 11쪽
92 91화 전출 (2) 22.11.03 110 0 11쪽
91 90화 전출 (1) 22.11.02 120 0 11쪽
90 89화 네 개의 기사단 (4) 22.11.01 111 0 11쪽
89 88화 네 개의 기사단 (3) 22.10.31 119 0 12쪽
88 87화 네 개의 기사단 (2) 22.10.28 123 0 12쪽
87 86화 네 개의 기사단 (1) 22.10.27 12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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