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xSn50 님의 서재입니다.

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2.07.18 12:32
최근연재일 :
2022.12.02 17:00
연재수 :
113 회
조회수 :
23,510
추천수 :
92
글자수 :
579,291

작성
22.11.25 17:25
조회
101
추천
0
글자
11쪽

107화 천사 사냥 (1)

DUMMY

이따금씩 있다.

단지 다른 세계에 불과한 천상을 천국 혹은 천당이라 부르짖으며, 낙원으로 지칭하는 이들.

전사인 자신들을 신의 사자라고 착각하는 무리들.


“원하는 대로 구원해주마.”


순전히 거짓말이었지만 상관없었다.

이들은 그렇게 믿고 있을 테니까.


“...”


우리엘이 경건하게 말을 했어도 감사의 대답은 들을 수 없었다.

가슴에는 꽂힌 클레인은 이미 목숨이 끊어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수백에 달하는 시체가 곳곳에서 마을을 장식하고 있었다.


“부족해.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어.”


십 퍼센트도 채워지지 않은 생명력.

통로가 연결되려면 훨씬 인간이 많은 곳을 찾아야 했고.

적당한 장소를 찾을까 싶을 때.


“우리엘 님, 근처에 큰 영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감지 능력이 뛰어난 부하가 아주 좋은 소식을 가져왔다.

우리엘이 씨익 멋들어진 웃음을 보였고.


“다들 주목!”


우리엘은 외침으로 사상자를 확인하던 열 열 넷의 분대원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믿음직스러운 부하들을 하나하나 지긋이 바라본 그가 소리쳤다.


“너희들 만족하지 못했겠지? 걱정 마라. 다음 목적지는 여기에 비교도 못 할 정도로 크다고 하니까.”


이어서 한 방향을 가리키는데, 그곳에는 그들이 바라던 대로 대영주 아르카 백작의 영지가 자리 잡고 있었다.


“단단히 준비하고.”


우리엘의 말에 전사들답게 빠르게 채비를 마쳤고.


“출발한다.”

“네!”


분대원들의 우렁찬 대답과 함께 열 다섯 명 의 날개가 펼쳐지고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


제국의 수도 루테디아의 가디언 본부, 그중에서도 수장 아론의 집무실에 베드로가 찾아왔다.

문을 열고 들어왔음에도 아론은 눈을 감고 가만히 있었는데, 잠을 자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아론. 결국 사건이 터졌습니다.”


잠시 대기하던 베드로가 입을 열어 적막함을 깨뜨렸고, 아론 또한 눈을 가늘게 뜨며 그에게 응답했다.


“정말 네가 우려한 대로 됐군.”


대륙에서 괴멸에 가까운 상태였던 멸망론자들이 쾰른에서 암약하고 있다는 현실을 깨닫고.

베드로는 대륙에서 파악한 골칫덩이들을 한번 조심해서 살펴보자고 건의했었는데. 이리 빠르게 일이 터질 줄은 몰랐다.


“클레인, 그 노인은 안정된 상태인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우리가 다 파악한 건 아닌 모양이야.”


멸망론자의 포섭을 거부한데다가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있었던 상인.

유유자적한 생활을 이어가던 클레인의 위험순위는 낮은 편이었다.


‘문제를 일으킨다면 거인왕 크리오스 쪽이 먼저일 줄 알았는데.’


호전적인 성격을 이어받은 거인왕 대신 트리나인이라는 꼬맹이가 가출하는 작은 일이 있을 뿐이었다.


“저희가 알지 못하는 수작을 부린 것 같습니다.”


위험도 만큼이나 우선순위가 낮았기에 아론의 입장에서 느닷없이 발생한 사건.

또 가디언들이 하나같이 바쁘기도 했으니 고려해야 할 부분이었다.


“이참에 싹 다시 점검해야겠어.”

“전부 말입니까.”


아론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생각이 맞다는 것을 알려주었고.

그보다 앞서서 이번 사태부터 해결해야 했기에 논의에 들어섰다.


“일단 근처에 있는 사람이... 제이드가 있군. 정말 신기하지 않나. 아니 신기해할 필요가 없는 걸까.”


아론이 의미심장한 웃음을 짓는 것도 잠시, 뒤에 이어지는 베드로의 말에 인상을 찌푸렸다.


“거리도 멀고 시간이 없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탁. 탁. 탁.

고심에 잠긴 듯 아론이 펜을 책상에 두드리는 소리가 일정하게 울린다.

아무리 고민해봐도 그들에게는 한 가지 방법밖에 없었다.



“... 마법병단에 이동지원 요청해. 급하니까 빠르게 해달라고.”


꺼림직하고 불편한 목소리.

내키지 않았지만, 이 상황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베드로는 아론의 껄끄러운 심정을 이해했다.


“네, 그럼 준비하겠습니다.”


베드로는 자신이 알로란드 연합왕국으로 가리라 지레짐작하고 일어섰는데. 예상치 못한 소리를 들었다.


“아니, 넌 쉬고 있어 내가 갈 테니까.”


아론의 말에 베드로가 우뚝 멈춰 섰다.

말에 담긴 속뜻을 파악하고 이 행동으로 앞으로 일어날 일을 쉽게 예측했다.


“제이드에게도 알려주실 생각입니까.”

“응, 루퍼트도 수락했어.”


카르타 제국의 황제, 루퍼트의 이름이 거론되자 베드로도 말을 아낄 수밖에 없었고.

아론은 그의 반응에 가볍게 웃었다.

가디언의 수장은 오랜만에 무거운 엉덩이를 들고 제국 밖으로 향하게 되었다.


*


아르카 영지의 영주 드와이트 백작은 이전에 있었, 트리나인의 사건 이후, 한시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고.

현재 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었다.


“화살, 화살을 더 가져와!”

“각자 쏠 생각하지 말고 화망을 형성해!”


궁병들의 외침과 경비대장의 고함소리.

하늘에 빗발치는 화살이 천사들의 접근을 차단했다.

천사의 모습을 한 악마들을 상대로 아르카 영지병들은 분투를 벌이고 있었지만, 피해는 조금씩 누적되어갔다.


“으아아아아!”

“섣불리 내지르지 말라고!”


공격이 닿을 것 같아 찌른 병사의 창을 위로 떠올라 간단하게 피해내고.

손쉽게 목을 베어버리자 병사의 머리가 성벽 위를 뒹굴었다.

등의 날개로 공중에 떠 있는 적들은 거리재기의 귀재들이었다.


“버텨라, 시민들이 대피할 때까지 시간을 끌어어어어!”

“네!”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소리를 지르는 경비대장의 악에 받친 선포.

병사들 또한 필사적으로 천사들한테 항전한다. 이들은 알로란드 연합왕국의 국경선을 책임지는 정예병들.

건너편들의 거인들이 침공해오거나 혹은 그 상대가 천사, 악마들이라도 가족들을 지킬 다짐을 하고 있었다.


“호콘 경, 대피가 끝났다고 합니다.”


아르카 영지의 동료 기사가 경비대장을 역임한 호콘에게 다가와 소식을 전했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대피하기 위해 전투를 벌였을 뿐. 성벽은 크게 의미가 없었다.

날아다니는 적들은 상대로 아무리 높은 벽을 지어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


“후퇴, 저택으로 후퇴하라아아아!”


그래서 호콘은 미련없이 성벽을 버리고 후퇴를 감행했다.

병사들을 지휘해서 저택으로 재빠르게 물러섰고, 미리 이야기 했던 대로 각자의 대피소로 흩어졌다.

천사들도 무리해서 뒤를 추격하지 않았다.


“제법 하는군요...”

“그러게 말이야.”


우리엘은 대원의 말에 동의했다.

건물 사이사이로 도망치는 적들은 섣부르게 쫓아갈 수 없었다.


“다들 잠시 쉬도록 하지.”


성벽을 점령한 천사들이 잠시 날개를 털며 각자 휴식을 취한다.

퍼덕거리는 날갯짓에 하얀색 깃털이 떨어지고, 고여있는 피 웅덩이에 빠지며 붉게 물들었다.


“이것들... 대처가 왜 이리 좋아.”


예상치 못한 상황. 빠른 것도 빨랐지만, 건물 안과 지하로 숨어버리는 대피 방법이 우수했다.

하나하나 다 뒤지며 전진하다가는 너무 지체될 것이고, 그렇다고 무시하기에는 뒤통수가 간지러웠다.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시간이 흐르고 충분한 휴식을 마친 조장이 살며시 의견을 물었다.

적들도 정비를 끝마치고 대기 있을 것이 분명했기에 우리엘은 빠르게 결단을 내렸다.


“무시하고 저택을 친다.”


자신들은 침략자고 이곳은 적들의 영토이다. 지원군이 있을지는 모르나 길게 끌어서 좋을 것이 없다.

말 그대로 속전속결이 필요한 상황.

게다가 근처에 이만한 인간들이 사는 구역은 존재하지 않았다.


“함부로 지붕을 밟지 않도록 조심하고. 되도록 높게 올라가서 이동한다.”


지하로 숨은 인간들은 죄다 민간인이니 전투력은 한없이 영에 수렴할 테지만.

그래도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그들은 산전수전을 겪은 전사들.

자신들의 강점과 약점을 알고 있었다.


‘성벽에서 계속 싸워줬다면 좋았을 텐데. 아쉽군.’


그들에게 있어 하늘 높이 시야가 탁 트여있는 평야 같은 단순한 지형은 최고의 전투 장소였지만.

나무가 많은 숲 속이나 건물들이 모여있는 시가지 등. 복잡한 지형은 매우 불리했다.


‘고질적인 약점이지.’


특히 천장과 가구들이 걸려있는 집안은 최악, 날개가 거추장스러웠기에 위험한 순간이 올 수도 있었다.

천사장 우리엘의 손짓에 따라 분대원들은 하늘 높이 비행을 개시했다.


그리고 천사들이 저택을 향하고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서야.

그들의 행적을 추적한 제이드 일행이 성문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역시 여기로 왔군.”


성벽에 흐르는 피와 그 위를 어지럽히는 병사들의 시체.

곳곳에 남은 흔적들이 이곳에 참상의 원흉이 왔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왜 익숙하게 느껴지나 했더니.”


제이드는 성문 앞에 떨어져 있는 하얀색 깃털을 주워 살폈다.

천사의 날개. 재료로 봤기에 알 수 있었다.


“...얼마 만에 등장한 걸까. 공식으로는 한 이백 년 만인가.”


가디언의 박물관을 보면 비공식적으로도 더 등장한 듯싶지만, 역사적으로 쓰인 기록으로는 그쯤 됐을 것이다.


“트리나인 나와 피노를 성벽 위로 올려줘.”


잡생각은 그쯤이면 충분했다.

제이드와 피노가 트리나인의 힘을 빌려 성벽을 넘었고.

트리나인 또한 힘겹게 몸을 가누며 넘어가는 데 성공했다.


“전멸하지 않았어. 지휘관이 무능하지 않아서 다행이야.”


최악을 고려했을 때, 확실히 시체가 적었다.

제이드는 저항이 되고 있다는 사실에 늦지 않았다는 점에 안도했다.

멀리서 들려오는 함성과 비명소리.


‘저긴가.’


제이드는 지붕 위를 뛰어넘으며 소리의 진원지로 찾아갔는데.

천사들이 마당까지 점령하고 저택을 포위하고 있었지만, 그것 또한 영지군의 전략적인 선택으로 보였다.


‘...잘 싸우잖아?’


입구와 창문을 틀어막고 맞서 싸우는 용맹한 기사들과 소수지만 마법사들도 마법을 날리며 항전하고 있었다.


‘급하게 끼어들 필요가 없다.’


상대의 전력을 파악하고 유리하게 시작할 수 있었다.

날카롭게 상황을 지켜보던 제이드가 곧이어 도착한 피노와 트리나인에게 뛰어내렸고, 작전을 설명했다.


“...알았지? 둘 다 녀석들을 적당히 유인하면 되는 거야.”


피노는 건물 사이로 숨으면서 다니면 문제없었고, 트리나인이 팔만 뻗어도 저들한테 위협적이었다.

그들이 시간을 끄는 사이 제이드가 적을 제거해나가는 일종의 게릴라전이 될 터.


“알겠습니다!”

끼익.


긴장감으로 트리나인의 몸이 굳은 것을 알 수 있었지만, 긴장이 풀릴 때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었다.

여태까지는 탐색적이었다는 듯 천사들이 일제히 검과 손에서 불을 내뿜으며 저택을 습격했기 때문이다.


“나 혼자서도 충분하니까. 무리해서 할 필요는 없다.”


사실 구경만 해도 상관없다고 말을 해준 다음, 땅을 박차고 가까운 지붕으로 뛰어올랐다.

천사 사냥을 할 시간이다.


작가의말

지각해서 죄송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시간 변경 공지 22.11.16 53 0 -
공지 프롤로그 내용 추가 22.08.18 65 0 -
공지 연재 시간 공지 및 약간의 수정 22.08.11 125 0 -
113 112화 제국의 황제 (완) 22.12.02 131 2 11쪽
112 111화 제국의 황제 (1) 22.12.01 90 0 11쪽
111 110화 천사 사냥 (4) 22.11.30 98 0 12쪽
110 109화 천사 사냥 (3) 22.11.29 101 0 11쪽
109 108화 천사 사냥 (2) 22.11.28 96 0 11쪽
» 107화 천사 사냥 (1) 22.11.25 102 0 11쪽
107 106화 천상의 존재 (2) 22.11.24 97 0 11쪽
106 105화 천상의 존재 (1) 22.11.23 100 0 12쪽
105 104화 불새 토벌 (2) 22.11.22 98 0 11쪽
104 103화 불새 토벌 (1) 22.11.21 116 0 11쪽
103 102화 가출 (2) 22.11.18 99 0 11쪽
102 101화 가출 (1) 22.11.17 106 0 11쪽
101 100화 활동 재개 (3) 22.11.16 112 0 12쪽
100 99화 활동 재개 (2) 22.11.15 104 0 11쪽
99 98화 활동 재개 (1) 22.11.14 136 0 11쪽
98 97화 테스트 (2) 22.11.11 114 0 12쪽
97 96화 테스트 (1) 22.11.10 109 0 11쪽
96 95화 낭중지추 (2) 22.11.09 103 0 11쪽
95 94화 낭중지추 (1) 22.11.08 102 0 11쪽
94 93화 반발 (2) 22.11.07 106 0 11쪽
93 92화 반발 (1) 22.11.04 105 0 11쪽
92 91화 전출 (2) 22.11.03 103 0 11쪽
91 90화 전출 (1) 22.11.02 115 0 11쪽
90 89화 네 개의 기사단 (4) 22.11.01 106 0 11쪽
89 88화 네 개의 기사단 (3) 22.10.31 111 0 12쪽
88 87화 네 개의 기사단 (2) 22.10.28 117 0 12쪽
87 86화 네 개의 기사단 (1) 22.10.27 117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