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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보칼수없 님의 서재입니다.

환생한 헌터는 농사 천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햄보칼수없
작품등록일 :
2023.05.10 23:15
최근연재일 :
2023.07.20 22:45
연재수 :
7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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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5,492
추천수 :
9,204
글자수 :
457,252

작성
23.07.04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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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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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글자
17쪽

56화. 신경전

DUMMY

토벌대의 선두가 칼바람 협곡을 통과한 뒤에도 제일 후미에 있던 보급대는 아직 협곡을 빠져나오지 못한 채 하피들의 공격에 노출되었다.


끼에에엑!


퓽! 퓽!


나는 화살을 쏘며 하피들의 공격에 대항하고 있었다. 각성 능력을 숨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 내 옆에선 던컨 오크하트가 같이 화살을 쏘며 투덜대고 있었다.


“젠장! 어떻게 지들만 쏙 빠져나가고 후미는 신경도 안쓰냐! 으악! 이것들은 대체 몇 마리나 있는 거야?”


그는 짐수레 호위를 맡기 전까진 핼포드 기사단의 단장인 브란을 대신하여 늑대성에 남아 견습 기사들을 책임지고 있었다. 하지만 인력이 부족한 나머지 그와 견습기사까지 동원할 수 밖에 없었다.


그의 말처럼 왕을 지키는 최선두 그룹은 이미 협곡을 빠져나가 눈보라 지대를 통과하고 있었다.


다행히 일부 레인저들과 원거리 공격 수단을 가진 모험가들이 남아 보급대 역할을 하는 리안의 기사들과 함께 싸워주고 있었다.


퓽! 퍽! 끼엑!


멜키서스의 레인저들은 그 명성답게 백발백중의 활 실력을 뽐내며 하피들을 차근차근 쏘아 떨어뜨리고 있었다. 그 때 갑자기 빗발치는 화살을 뚫고 내려온 하피가 날카로운 발톱으로 공격을 시도했다.


끼에엑!


하피의 발톱은 매우 예리하면서도 세균이 득실거려 당할 경우 치명상을 면치 못할 게 분명했다. 이에 나는 얼른 활을 놓고 검을 뽑아들며 생각했다.


‘칫! 약한 척 하는 것도 불편하군. 힘들게 검으로 싸워야 하다니···.’


식물 지배 능력을 활용한다면 하피 따위 순식간에 제압할 수 있었을 터. 하지만 지켜보는 눈이 많아 어쩔 수 없었다.


그 때 갑자기 날카로운 하피의 발톱 공격에 막아서는 남자가 있었다.


“위험해!”


촤아악!


“윽!”


그 남자는 내 앞을 가로막아 하피의 공격을 몸으로 받아내며 다시 날아오르려는 하피의 양발을 꽉 붙잡은 다음 소리쳤다.


“지금!”


내가 빠르게 내지른 레이피어의 검끝이 하피의 턱 아래를 찔러들어갔다.


콰직! 끼엑!


턱을 관통한 칼날이 정수리를 뚫고 나오자 비로소 하피의 눈동자가 위를 향하며 축늘어졌다. 그야말로 일격 필살의 찌르기. 그 모습을 본 레인저들이 주고 받는 이야기가 귀에 들려왔다.


“깔끔한 찌르기군!”


“봤어? 저 부관 제법인데?”


“어. 나도 봤어. 의외로 칼쓰는 폼에 군더더기가 없군.”


“그래도 기사잖아. 저 정도는 당연한 거 아냐?”


하지만 나는 그들의 수근거림보다는 하피의 발톱에 할퀴어진 모험가가 신경쓰였다.


‘하피의 발톱에 당하면 상처는 반드시 곪는다. 덧나기 전에 제대로 소독해둬야해.’


드디어 보급대마저 협곡에서 빠져나가는데 성공하자 하피들은 더는 쫓아오지 않았다. 협곡을 벗어나자 살을 에는듯한 칼바람은 덜했지만 이번에는 눈보라가 휘몰아쳐 시야가 짧아질 수 밖에 없었다.


나는 모험가를 향해 말했다.


“괜찮아요? 다친데를 보여주세요. 지금 당장 소독하지 않으면 안돼요.”


그러나 그는 대수롭지 않다는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 괜찮다.”


“상처를 소독해야 한다고요.”


그렇게 말하며 그의 목덜미와 등쪽을 살폈지만 신기하게도 긁힌 상처 하나 없이 멀쩡했다.


‘흠··· 갑옷이 막아줬나?’


“아 다친데는 없나보네요! 다행입니다. 그런데 아깐 왜그랬어요? 굳이 몸으로 대신 맞아줄 필요까진 없었는데.”


내가 재차 묻자 그 남자는 딱딱한 어투로 짧게게 대답했다.


“그게 내 일이야.”


그러자 옆에 있던 던컨이 갑자기 아는 체를 해왔다.


“검은 갑옷에 긴 은발! 혹시 당신··· 제이미 홀스타인?”


남자는 던컨을 흘끔 바라보더니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찌된 영문인지 늘 묻는 말에 두 마디 이상을 대답하지 않는 이 과묵한 남자의 이름을 던컨이 알고 있었다.


“부관님 이 사람 모르세요? 광전사 제이미!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꽤나 이름을 날리는 모험가에요. 이야! 이렇게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제이미는 던컨이 내민 손을 마지못해 잡으며 대꾸했다.


“아아··· 그리 대단한 사람은 아니다. 그저 선봉이라 습관적으로 블로킹을 한 것뿐.”


그가 말하자 던컨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마구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부관님, 모르셨구나~ 광전사 제이미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다니까요! 광전사라고 불리는 이유는 바로 저주 받은 갑주형 재보인 ‘광전사의 갑주’의 소유자이기 때문인데요.


받는 데미지를 전부 고통으로 치환하는 저주받은 능력이 있는 재보로 유명하죠. 그야말로 무적이지만 그에 상응하는 고통을 견뎌야 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저주 받은 재보라고 부르는 거에요.


물론 그 점이 남자들의 가슴을 뜨거워지게 만드는 요소이긴 하지만···. 이야~ 소문으로만 듣던 그 ‘광전사 제이미’도 토벌대에 합류 했다니. 휴··· 여기까지 따라온 보람이 있네요.”


‘이친구 기사 주제에 묘하게 모험가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군.’


사실 기사와 모험가는 비슷하면서도 상반된 직업이라 할 수 있었다. 둘 다 강함을 추구하는 직업이라는 점에선 공통점이 있지만, 맹세와 규율에 묶여 있는 기사와 달리 모험가는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이 있다.


중급 기사이자 핼포드 기사단의 부단장씩이나 되는 던컨 오크하트도 어쩌면 자유로움의 대명사인 모험가를 동경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역시 촌장에게 들어 모험가의 파티를 구성하는 포지션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전사 클래스가 맡는 ‘선봉’과 주로 원거리 공격 수단을 가진 궁수가 맡는 ‘중견’ 그리고 치유의 기적이 가능한 ‘후위’가 모험가 파티를 구성하는 기본 포지션이었다.


즉 제이미 홀스타인은 ‘선봉’이기에 마물의 공격을 대신 맞아주는 블로킹을 했던 것. 나는 제이미에게 제대로 감사를 표했다.


“아무튼 감사합니다. 덕분에 안전하게 마물을 처리할 수 있었네요.”


그러자 그는 매우 쑥스러워 하면서 손사래를 쳤다.


‘딱히 감사인사를 받을만한 일은···.”


그러자 제이미의 등짝을 후리며 등장한 여자가 명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으휴! 이 무뚝뚝한 녀석! 이럴 땐 좀 웃으면서 부드럽게 말하라고! 몇 살인데 아직까지 사회화가 덜된 거야? 응?”


그녀는 휘몰아치는 눈보라 속에서도 전혀 기죽지 않은 목소리로 당차게 말했다.


“난 하이디 포프! 이 재미 없는 녀석이 소속된 파티의 장을 맡고 있어. 넌 윌리엄 애커만이지? 너도 말 편하게 해. 모험가들은 계급이 없어서 그런가 경어를 잘 안써.”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이 여성 모험가는 자신만만한 태도로 내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으며 대답했다.


“응. 나는 리안의 부관을 맡고 있어. 토벌대에선 보급 담당이고.”


내 말을 듣자 그녀는 쨍한 목소리로 크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하하! 일부러 소개 안해줘도 이미 알고 있어. 리안의 ‘농부 기사’ 윌리엄 애커만. 난 특히 인재에 관한 소문에 민감하거든! 너 최근에 상급 기사가 되었지? 그 정도 중요 인사 동향은 항상 체크하고 있다고!”


‘소문참 빠르군. 아니··· 이 여자가 특이한 건가?’


아니나 다를까 모험가 마니아인 던컨 오크하트가 불쑥 끼어들며 말했다.


“우왓! 하이디 포프까지! 떠오르는 신생 파티를 이끄는 젊은 수장! 여기서 하이디 파티원들을 직접 보다니 운이 좋군.”


그녀는 던컨을 돌아보며 대답했다.


“아! 나 당신도 알아. 핼포드 기사단의 부단장이지? 어린 나이에 중급 기사가 된 검술 천재. 하지만 어쩐 일인지 그 때부터 실력이 향상되지 않는 지독한 슬럼프에 빠져 의기소침해진 그 던컨 오크하트. 맞지?”


나는 그녀의 정보력에 새삼 놀라고 있었다. 물론 나보다 더 놀란건 던컨 본인이었다.


“오! 어··· 어떻게 안거지?”


“중급 기사 이상 정도 되는 인재 동향은 늘 체크하고 있거든! 어때? 우리 파티 들어올래?”


그녀의 뜬금 없는 영입 제안에 던컨은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윽! 기사의 맹세만 아니었어도···.”


그녀는 부관인 내가 지켜보고 있는데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던컨을 영입하려고 하고 있었다.


“아하하! 보기보다 성실남? 우리 파티에 없는 종류의 인간이군. 이봐! 맹세는 어기라고 있는 거야~ 이번 원정 끝나면 한 번 생각해봐. 너 정도면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을 걸?”


나는 던컨과 그녀의 사이를 가로막으며 말했다.


“던컨은 안돼. 영지에 가뜩이나 사람 없는데 부단장을 빼가게 두진 않아.”


그녀는 내말에 장난스런 표정으로 덧붙였다.


“우리가 버는 돈이 얼만지 듣게 된다면 기사의 맹세따위 금방 잊게 될걸? 아하하! 농담 농담~.”


어느새 휘몰아치던 눈보라가 잦아들고 시야가 확보되자 야트막한 구릉지대가 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엇? 눈 그쳤다!”


“와아! 저기봐!”


모험가 하이디가 가리킨 곳에는 장난감처럼 작게 보이는 야만족들의 천막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저곳이 야만족들의 부락? 생각보다 규모가 작네?”


“응. 원래는 훨씬 더 강대한 세력이었는데, 서리용의 군세에 밀려 해안선을 뺏긴 이래로 계속해서 인구가 줄고 있어. 아마도 토벌대의 첫 번째 과제는 빼앗긴 해안선을 되찾는 일이 될 거야.”


“흐음···.”


모험가 하이디 포프는 망원경을 꺼내 내가 가리키고 있는 해안선을 유심히 봤다.


“으··· 해안선 따라 와이번이랑 오크가 바글바글 하네? 근데 이상하네~ 와이번이면 몰라도 오크는 북쪽에서 보기 힘든데···. 이건 일반적인 조합이 아니야. 매우 부자연스러워.”


그녀는 베테랑 모험가답게 종족 구성의 부자연스러움을 정확히 짚어 내었다. 물론 그것은 나역시 예전부터 느끼고 있던 부분이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이안도 이상하다고 말했었지. 분명 와이번에게서 [마음]을 느낄 수 없다고···.’


마수와의 공감대 형성을 통한 사실상의 지배가 특기인 이안조차도 지난번 와이번과의 교전에서 전혀 공감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게 기억났다.


“뭐! 아무튼 가보면 알겠지. 가만히 앉아서 생각해봤자 답은 나오지 않아. 우리 모험가란 족속들은 궁금한 건 못참으니까! 하하 요즘 같은 시대에 용이라니! 멋지지 않아? 반드시 두 눈으로 확인하고 말겠어.”



***



토벌대가 야만족의 천막촌에 다다른 것은 오후가 다 되어서였다. 무려 500명이나 되는 인파가 몰리자 황량한 얼어붙은 땅에 다소 생기가 도는듯 했다.


파라곤의 왕 고드릭을 맞이한 건 대족장 비요른과 리안의 영주 로버트 핼포드.


“리안의 영주 로버트가 폐하를 뵙습니다.”


한쪽 무릎을 꿇고 왕에게 곡배하는 로버트와는 대조적으로 비요른은 의자에 앉은 상태에서 왕을 맞이했다.


“드디어 왔군! 당신이 왕인가? 이거 듣던 것보다 젊어보이는구만! 우하하하!”


“이··· 이 무례한 놈이! 어느 안전이라고 함부로 지껄이느냐!”


근위기사단장 알시온이 소리치며 검을 뽑아들자 환영식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비요른은 알시온을 슬쩍 쳐다보더니 배를 긁적이며 말했다.


“난 자유인이다. 너희 돌집에 사는 인간들이 만든 예의범절은 나완 아무 상관 없지.”


“이··· 이놈이 그래도! 어서 무릎을 꿇지 못할까!”


“어허! 칼을 도로 넣어라 알시온.”


고드릭 왕이 말리자. 알시온은 분노를 억누르며 검을 도로 칼집에 집어 넣었다. 왕은 기품있는 태도로 말에서 내려 비요른의 앞까지 걸어가 섰다.


“그대가 비달족의 족장 비요른인가?”


“응. 내가 비요른이다. 보다시피 나는 꿇을 무릎이 없어.”


비요른은 그의 잘린 두 다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물론. 다리가 멀쩡했어도 네게 무릎을 꿇진 않았겠지만.”


왕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그 꼴이 되고서도 전혀 위축되지 않는군. 과연 한무리의 수장이 될만한 남자야.”


그는 로버트 핼포드를 향해 비아냥 거리듯 말했다.


“이 무식한 사내들을 설득해내느라 자네가 고생이 많았겠군. 내 그래서 무력으로 짓밟으라 명령했던 것이야. 야만족들은 같은 인간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짐승들이거든.”


모여있던 야만족들은 고드릭 왕의 도발에 분노를 표출하며 살기를 뿜어대기 시작했다. 사실 북부 야만족과 파라곤 왕국 사이에는 케케묵은 구원(舊怨)이 있었다.


오랜 세월 서로 전쟁을 해오던 사이가 갑자기 동맹을 맺는다고 웃는 얼굴로 마주볼 수 있을리가 없을터.


하지만 이 살얼음판 같던 분위기를 깬 건 의외로 대족장 비요른이었다.


“와하하하! 거 말 한 번 살벌하게 하네. 아무튼 여기까지 행차하시느라 수고 많았소! 들어가서 덥힌 술이나 한잔씩 하며 앞으로의 일들을 얘기해봅시다.”


비요른의 너털 웃음에 잔뜩 독기를 품었던 고드릭 왕도 이내 허탈해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뼈가 든 말을 내뱉었다.


“하긴 여기까지 와서 이빨을 드러낼 건 없지. 어찌됐건 우린 동맹일세. 자네의 무례함을 굳이 탓하진 않겠지만 하나 명심해야할 게 있어.


서리용 캇네자르에게 괴멸될 처지에 있는 자네들을 구원할 사람은 다름아닌 나라는 사실 말이야. 그 점을 자각한다면 좀 더 공손한 태도를 보여줄 수 있을 걸세.”


왕의 말에 비요른은 지지 않고 대꾸했다.


“흥! 말은 그럴듯하게 잘하는군. 아랫동네의 왕이여! 과연 서리용을 직접 만나고도 그렇게 목이 뻣뻣할 수 있는지 어디 한 번 지켜보겠다.”


나는 두 사람의 팽팽한 신경전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힘들게 성사한 동맹인데, 여기서 전쟁이 벌어지면 리안 역시 전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좀처럼 분위기가 풀리지 않자 보다못한 핼포드 남작이 나섰다.


“폐하! 이자들에게 우선 이야기를 들어보시는 게 좋을듯 합니다. 여기 있는 비요른은 백해를 건너가 서리용과 직접 싸워본 장본인. 그들이 하는 얘기는 분명 이번 원정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러자 성기사단장 오릭스가 핼포드 남작을 비웃으며 말했다.


“자네 그깟 용 한마리 잡는데 너무 호들갑이 심한 거 아닌가? 솔직히 말해보게. 사실 서리용은 핑계였지?”


그의 말에 핼포드 남작의 눈에 분노가 스쳐지나갔다.


“그게 무슨 소린가? 오릭스 경?”


“자네가 아프락사스 궁까지 쪼르르 달려와서 폐하께 간청했다는 얘긴 들었다네. 용과 싸우는 게 무서우니 제발 폐하보고 대신 싸워달라고 했다지?


예전의 자네였다면 여기 있는 야만인은 물론이고, 서리용의 목도 단칼에 벨 정도로 기상이 대단했는데 지금 보니 그저 눈치나 살살 보는 정치꾼이 다되었단 말이야.


아니면 못본새 겁쟁이가 된 건가? 솔직히 자네에겐 왕국 제 1검이란 호칭이 아까워.”


뿌드득.


핼포드 남작이 어금니를 깨무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렸다. 성기사단장 오릭스를 노려보는 그의 턱수염이 분노로 인해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오릭스는 한 번 시작한 도발을 멈추지 않았다.


“왜? 뭣하면 여기 있는 야만족과 함께 같이 베어줄까? 솔직히 우리 입장에선 몸풀기도 안될 거 같거든.”


순간 내 머릿속엔 한가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노브고르드 대공이다.’

현시점에 동맹이 와해되면 가장 득을 보는 건 노브고르드 대공이었다. 그러므로 왕과 성기사단장을 비롯한 토벌대의 필두의 이 값싼 도발은 분명 계산된 행동일 가능성이 있었다.


“에에취!”


별안간 터져나온 재채기 소리에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 몰렸다.


“에에에···. 에에취! 에에에취! 아이고··· 하하 이거 감기가 심하게 걸렸네. 다들 추운데 밖에서 이러지 마시고 우선은 안에 들어가시는 게 어떨까요? 이러다가 싸워보지도 못하고 몸져 눕겠습니다.”


나의 난입으로 인해 팽팽하던 투기가 어느정도 누그러졌다.


“에에취! 따뜻한 술한잔 하면 몸이 좀 풀릴 거 같은데···.”


내 모습을 본 왕은 경멸과 조소의 빛을 띤 얼굴로 말했다.


“분위기 파악 못하는 걸 보니 그 영주에 그 부관이로군. 좋다. 일단은 안으로 들어가지. 하지만 오래 머물진 않을 거다. 백성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 지금 한시라도 빨리 사악한 용을 퇴치하는 게 군왕의 도리! 우선은 얘기를 듣겠다.”


그는 위엄있는 태도로 토벌대를 향해 소리쳤다.


“전군은 이곳에서 대기하라! 짐은 얼어붙은 땅에서 숙영할 생각이 없노라! 오늘 저녁은 서리용이 있는 백룡섬에서 먹겠다.”


작가의말

황녀님 소중한 후원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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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50화. 능력 흡수 스킬 23.06.28 3,248 92 13쪽
50 49화. 암살자 23.06.27 3,186 92 14쪽
49 48화. 피 대신 돈 +1 23.06.26 3,256 94 15쪽
48 47화. 튤립 +3 23.06.25 3,321 96 17쪽
47 46화. 왕도 노보스 +3 23.06.24 3,408 104 16쪽
46 45화. 휴민트 풀가동 +2 23.06.23 3,551 96 16쪽
45 44화. 대족장 비요른 +5 23.06.22 3,503 103 13쪽
44 43화. 얼어붙은 땅으로 3 +1 23.06.21 3,566 98 12쪽
43 42화. 얼어붙은 땅으로 2 +2 23.06.20 3,792 93 15쪽
42 41화. 얼어붙은 땅으로 +2 23.06.19 4,112 95 13쪽
41 40화. 관개 공사 2 +4 23.06.18 4,308 113 14쪽
40 39화. 관개 공사 +3 23.06.17 4,426 122 14쪽
39 38화. 반복 +3 23.06.16 4,482 110 14쪽
38 37화. 검의 천재 +2 23.06.15 4,588 114 15쪽
37 36화. 공감 능력 +3 23.06.14 4,689 125 15쪽
36 35화. 뜻밖의 재능을 발견하다 +11 23.06.13 4,837 130 14쪽
35 34화. 검술 명가의 반푼이 사남 23.06.12 4,851 128 14쪽
34 33화. 기사가 되다 +6 23.06.11 4,996 133 14쪽
33 32화. 무력(武力)을 인정받다 +3 23.06.10 5,103 136 14쪽
32 31화. 두더지 사냥 23.06.09 4,981 131 12쪽
31 30화. 두더지 마수의 습격 +1 23.06.08 5,153 121 17쪽
30 29화. 사업이 궤도에 오르다 +3 23.06.07 5,390 123 14쪽
29 28화. 집사 다니엘 +3 23.06.06 5,481 122 13쪽
28 27화. 증류기를 완성하다 23.06.05 5,535 133 12쪽
27 26화. 야근엔 뜨끈한 수제비? 23.06.04 5,597 149 14쪽
26 25화. 장인 마을 바엘 +4 23.06.03 5,810 142 16쪽
25 24화. 종자 개량 +6 23.06.02 5,813 156 13쪽
24 23화. 닭꼬치는 못참지 +6 23.06.01 5,997 150 13쪽
23 22화. 검술 대련 +3 23.05.31 6,034 149 16쪽
22 21화. 상남자의 술 보드카 +7 23.05.30 6,136 14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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