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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보칼수없 님의 서재입니다.

환생한 헌터는 농사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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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보칼수없
작품등록일 :
2023.05.10 23:15
최근연재일 :
2023.07.20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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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30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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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1화. 상남자의 술 보드카

DUMMY

감자를 주원료로 하는 술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역시 보드카다. 나는 리안의 감자로 보드카를 생산할 계획을 세웠다.


"여기 말씀하신 교회 법전입니다."


집사 다니엘은 내가 부탁한 두꺼운 교회 법전을 구해다줬다. 그는 내 전속 집사로 배정된 청년으로 나보다는 두 살 연상인 남자였다.


"고마워요."


법에는 언제나 헛점이 있기 마련. 나는 우선 관련법부터 검토했다. 다행히 법전에는 목차와 색인이 충실히 기록되어 있어 내가 궁금해하는 부분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교회법 제 65조 14항. 주조에 대한 교회의 독점적 권한···."


눈으로 법조문을 읽어나가던 나는 무릎을 탁 쳤다.


"좋아! 이거면 파고들 수 있겠어."


교회법에 따르면 교회가 독점하고 있는 술은 적포도주와 증류주였다. 여기서 말하는 증류주란 문맥상 적포도주를 증류해서 만든 코냑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교회는 모든 종류의 증류주를 독점하는 게 아니라는 논리도 성립 가능하다는 얘기였다. 나는 그 점을 파고들 생각이었다.


법이란 이렇듯 파고들 여지만 있으면 충분하다. 남은 건 실수 없이 일을 진행하는 것 뿐. 문밖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똑똑···.


"네."


"다니엘입니다. 문 밖에 손님이 와계십니다."


"누구요?"


"영주님께서 붙여주신 사람입니다. 이런저런 일을 추진하려면 수족처럼 부릴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지 않겠냐며···."


"아! 어제 말했던 사람들이군. 들여보내세요."


어제 영주가 말했던 입이 무겁고 손이 빠른 사람이 도착한 모양이었다.


"실례합니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들은 남자 둘에 여자 하나. 모두 평범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지만 나는 그들이 특수한 훈련을 받은 병사들이란 것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절도 있는 걸음걸이와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나의 질로부터 그들이 상당한 정예 병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잘 오셨어요. 저는 이곳 리안의 부관 윌리엄 애커만입니다. 영주님의 특명에 여러분들의 도움이 절실하니 잘 부탁드립니다.”


그들은 조금의 미동도 없는 완벽한 부동 자세로 내 말을 듣고 있었다. 나는 딱딱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자기 소개를 시키기로 했다.


“저··· 우선은 자기소개부터 해주세요. 서로 통성명도 하고 친해져야 일도 잘 돌아가는 거 아니겠어요? 왼쪽부터 차례로 이름을 대고 특기를 소개하면 됩니다.”


그러자 그들 중 금발의 호리호리한 남성이 말했다.


“저흰 모두 사정이 있어 가명을 쓰는데 자기 소개는 가명으로 해도 괜찮을까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관계 없습니다.”


여유있는 미소를 띠며 자기소개를 시작하는 금발의 남자.


“저는 로이 하복입니다. 직업은 상인. 특기는 단검술과 변장이고 주업무는 암살입니다.”


···


다음은 뒤에 서 있던 덩치큰 남성이 자기 소개를 시작했다.

“제 이름은 매즈 캠벨. 항구의 하역장에서 일하고 있으며 특기는 맨손 격투, 고문, 세뇌이며 주 업무는 정보 교란입니다.”


···


마지막으로 몸매가 부각되는 화려한 옷을 입은 여성이 말했다.


“저는 칼리 콘도르라는 이름으로 왕국 곳곳에서 주점과 고아원을 운영하고 있어요. 정보수집과 암기술이 특기이고 주업무는 정보 수집입니다.”


···



“하하하 영주님도 참 짖궂으시네요. 특명이라 해봤자 사실 술만 만들면 되는 일인데 왜 굳이 암살자들을 붙여 주셨을까요? 그냥 조용히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면 되는데 말이죠.”


내 말에 로이는 자신만만한 얼굴로 말했다.


“조용히 일을 처리하는 거라면 제가 전문입니다. 업무상 비밀을 알게된 자는 쥐도 새도 모르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푸웁!”


나는 마시고 있던 물을 뿜었다.


“켁! 켁! 아니. 제 말은 누굴 죽이라는 얘기가 아니라요. 보안이 중요하다는 그런 취지에서···.”


씨익 웃어보이는 로이.


“물론이죠. 저흰 아무것도 못들었습니다. 부관님은 절대 모르시게 알아서 잘 처리하겠습니다.”


나는 아무래도 잘못된 부하들을 얻은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저기··· 혹시나 뭔가 오해들을 할까봐 확실히 말할게요. 절대 안된다고까진 않겠지만 임무 중의 살인은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 주세요. 저는 농부이지 군인이 아닙니다. 제 말 무슨 말인지 아시겠죠?”


“네! 알겠습니다!”


군기가 바짝든 세 명의 부하들의 목소리가 집무실에 쩌렁쩌렁 울렸다. 나는 본격적으로 업무 얘기로 넘어갔다.


‘과연 알아들은 게 맞는 걸까?’


나는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의구심을 억누르며 말했다.


“지금부터 임무를 전달 드리겠습니다. 우선 로이.”


“네!”


“왕국 내의 연금술사들을 일부 포섭해서 은밀히 데려와야합니다. 절대 행선지를 들키면 안되고요.”


“네! 알겠습니다!”


“다음은 매즈. 마찬가지로 왕국 내의 대장장이들과 목수들을 울프문트로 은밀히 데리고 옵니다. 돈이 얼마가 들던 상관 없어요.”


“네!”


“마지막으로 칼리. 당신은 교회쪽 동향을 지속적으로 주시하고 주기적으로 보고해주세요. 각자 추진금은 집사장에게 가서 필요한만큼 요구하면 됩니다. 이상.”


“네! 알겠습니다!”


그들은 복명복창 하자마자 집무실을 빠져나갔다. 나는 그들이 빠져나간 집무실에 잠시 멍하니 앉아 있었다.


‘나 지금 맞게 가고 있는 거겠지?’


나는 마음 한 켠에서 스멀스멀 기어올라오는 불안감을 억지로 털어버리고 눈 앞의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



성의 대주방.


성의 요리사는 나이든 요리장 한스와 견습 요리사 도티와 마티까지 총 세 명이었다. 내가 들어서자 요리장은 깜짝 놀라며 말을 더듬었다.


“헉! 부···부관님! 여긴 어쩐일로···?”


나는 주방 안쪽을 쓰윽 둘러보았다. 몇 년전에 왔을 때와 크게 달라진 게 없는 풍경이었다.


“요리장님. 혹시 술 빚을 줄 아세요?”


대뜸 묻는 말에 그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야 성안에서 소비되는 맥주는 전부 저희가 만들고 있긴 하죠. 하지만 소인에게 그건 어째서 물으시는지요?”


“잘됐네요. 지금부터 감자로 술을 만들어주세요. 가능한 많이요.”


“네? 감자로 술을 만들라고요? 그럼 맥주는요?”


“맥주의 제조는 앞으로 절반으로 줄이세요. 대신 그만큼 감자술을 만들라는 겁니다. 다만 정말로 좋은 술을 만드셔야 합니다. 만일 술의 품질이 나쁘면 영주님이 가만두시지 않을 겁니다.”


그는 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최선을 다해서 술을 빚겠습니다.”


이것으로 밑술은 준비할 수 있겠고···. 다음은 증류탑을 만들어서 본격적인 중류주 생산을 시작해야 할텐데, 사업을 벌일만큼 대량으로 만들려면 연금술사와 대장장이들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일이었다.


하지만 계산해보니 내가 하려는 밀주 사업 또한 초기 투자가 많이 필요한 분야였다.


동으로 만든 대형 증류기 여러대와 그것을 놓고 일할 충분히 넓은 작업장. 그리고 그 안에서 일할 사람들의 인건비까지. 대충 계산해도 초기 투자비는 금화 오백개는 족히 넘었다.


“하··· 영지에 이 정도 돈은 없을텐데. 무슨 수로 이 돈을 마련하지?”


안그래도 가난한 영지라 리안의 일년 세수는 금화 300개 정도가 전부였다. 그 예산으로 종사자들 봉급에 성 유지보수비 및 기타 지출을 제하면 매우 빠듯한 재정이었다.


“어디에서건 돈을 벌려면 돈이 필요한 지독한 아이러니군. 뭐 좋은 방법 없을까?”


늑대성의 금고에선 쥐어짜내도 돈나올 가능성이 없는지라 골머리를 썩고 있던 와중에 성 중앙의 공터로부터 훈련소리가 들려왔다.


“이얍!”


“으라차찻!”


“끄악!”


“헙!”


창문 밖을 내려다보니 리안의 기사들이 웃통을 벗은 채 한창 훈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나는 기사들이 훈련 하는 것을 구경하며 머리를 식히려고 밖으로 나갔다.


'그래 머리 싸매고 책상 앞에 앉아 있어봐야 좋은 생각이 날리가 없지. 바람이나 쐬자.'


그들은 레슬링과 비슷해보이는 맨손 격투술을 연마하거나 목검을 허공에 휘두르거나 가죽을 입힌 대련용 목검으로 검을 주고받는 등 다양한 훈련에 여념이 없었다.


그 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 이게 누구야? 리안 최고의 농부 윌리엄 부관 아니신가?”


목소리의 주인공은 그들 사이에서 훈련 중이던 에드워드 공자였다. 그는 삐딱하게 선 자세로 나에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그렇게 서성대는 걸 보니 할 일도 딱히 없어 보이는데 이쪽으로 와서 같이 땀이나 뺄까요?”


근처 벽에 기대어 그들을 구경하고 있던 나에게 사람들이 시선이 쏟아졌다.


“소인 공자님들도 계시는지 몰랐습니다. 업무 중 잠깐 바람 좀 쐰다는 게 훈련을 방해하고 말았군요. 그럼 더 방해되기 전에 이만 올라가보겠습니다.”


에드워드는 황급히 자리를 피하려던 나를 붙잡으며 말했다.


“누가 잡아먹어요? 어차피 바람좀 쐬러 나온 김에 같이 땀 좀 빼자는 거 뿐인데. 냉큼 와보라니까!”


왠지 저번부터 에드워드 공자의 말투에서 가시가 느껴졌었다. 생각해보면 짐작할 만한 일이 아주 없지는 않았지만 그걸 감안하고서라도 그의 적대감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는 건들거리는 태도로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물었다.


“전에 보니까 허리에 검도 차고 다니시던데. 설마 장식용 검은 아니었겠죠?”


그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들고 있던 목검을 내게 던졌다.


턱!


그것은 리안 기사의 제식검인 바스타드 소드의 형상을 목검이었다.


롱소드와 같은 긴 검신에 한 손 반의 그립. 기본적으론 한손검처럼 쓰지만 투핸디드 소드와 같이 양손검으로 확장할 수 있는 형태의 검이었다.


검날 부분에 가죽으로 여러겹 덧대지만 않았다면 그 자체로도 살상력이 충분해 보였다.


기사단장 브란 휘태커가 나서서 말렸다.


“에드워드 공자님. 윌리엄 부관은 본업이 농부라 검은 많이 안잡아 봤을텐데 곧바로 대련을 하는 건 좀 위험할 거 같습니다.”


에드워드는 옆에 선 기사에게 목검을 새로 받아들고 말했다.


“여기 리안에선 문관, 무관 구분 없이 모두 검을 잘 다뤄야 하거든. 우리 핼포드 같은 명문 검가(劍家)에서 설마 검하나 못다루는 부관이 있다면 얼마나 영이 안서겠습니까? 안그런가요 농부 아니 부관님?”


‘하··· 곤란한데···.’


이것은 명백한 도발이었다. 여기서 내가 진심으로 덤볐다간 하극상이 될 것이고, 꼬리를 말고 도망가면 두고두고 놀림감이 될 게 불보듯 뻔했다.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좋아요. 저도 너무 책상일만 해서 몸이 찌뿌둥하던 차에 잘됐습니다. 핼포드가의 검술 한 수 배울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윌리엄 이 친구야. 눈치껏 빠져···]


브란은 나에게 귓속말로 말했지만 이미 상황은 겉잡을 수 없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다들 봤지? 우리 부관도 하고 싶다잖아? 재미로 하는 건데 뭐 어때?”


에드워드 공자가 워낙에 강경하게 나오는 바람에 기사단장 브란도 말리는 건 포기하고서 말했다.


“정그러시다면 제 입회 하에 정식으로 대련을 실시 하겠습니다. 다만 에드워드님은 이미 초급 기사 수준의 오러 사용자이므로 초보자인 윌리엄을 상대로 오러는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괜찮겠습니까?”


그러자 에드워드는 자신만만한 태도로 말했다.


“걱정 마시라고요. 그냥 여흥이니까.”


나는 목검을 들고 자세를 취했다. 그 모습을 본 에드워드가 다시 한 번 비아냥대기 시작했다.


“오~ 그래도 우리 부관님 검 쥐는 법은 배우셨나보네? 어때요? 계집애나 들법한 그 장난감 검보다 차라리 이 목검이 더 무겁죠?”


시시껄렁한 도발에 넘어간 것은 아니지만 명백한 도발을 그냥 넘길 정도로 호인도 아니었다.


“아무쪼록 한 수 청합니다.”


에드워드와 나는 목검을 들어 얼굴을 가리는 동작을 취했다. 리안의 기사들이 결투를 하기 전에 취하는 동작. 그것을 신호로 검술 대련이 시작되었다.


작가의말

후원금 정말 감사합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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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50화. 능력 흡수 스킬 23.06.28 3,241 92 13쪽
50 49화. 암살자 23.06.27 3,180 92 14쪽
49 48화. 피 대신 돈 +1 23.06.26 3,250 94 15쪽
48 47화. 튤립 +3 23.06.25 3,316 96 17쪽
47 46화. 왕도 노보스 +3 23.06.24 3,403 104 16쪽
46 45화. 휴민트 풀가동 +2 23.06.23 3,545 96 16쪽
45 44화. 대족장 비요른 +5 23.06.22 3,498 103 13쪽
44 43화. 얼어붙은 땅으로 3 +1 23.06.21 3,561 98 12쪽
43 42화. 얼어붙은 땅으로 2 +2 23.06.20 3,786 93 15쪽
42 41화. 얼어붙은 땅으로 +2 23.06.19 4,101 95 13쪽
41 40화. 관개 공사 2 +4 23.06.18 4,302 113 14쪽
40 39화. 관개 공사 +3 23.06.17 4,421 122 14쪽
39 38화. 반복 +3 23.06.16 4,478 110 14쪽
38 37화. 검의 천재 +2 23.06.15 4,583 114 15쪽
37 36화. 공감 능력 +3 23.06.14 4,684 125 15쪽
36 35화. 뜻밖의 재능을 발견하다 +11 23.06.13 4,832 130 14쪽
35 34화. 검술 명가의 반푼이 사남 23.06.12 4,847 128 14쪽
34 33화. 기사가 되다 +6 23.06.11 4,990 133 14쪽
33 32화. 무력(武力)을 인정받다 +3 23.06.10 5,097 136 14쪽
32 31화. 두더지 사냥 23.06.09 4,976 131 12쪽
31 30화. 두더지 마수의 습격 +1 23.06.08 5,143 121 17쪽
30 29화. 사업이 궤도에 오르다 +3 23.06.07 5,385 123 14쪽
29 28화. 집사 다니엘 +3 23.06.06 5,476 122 13쪽
28 27화. 증류기를 완성하다 23.06.05 5,529 133 12쪽
27 26화. 야근엔 뜨끈한 수제비? 23.06.04 5,592 149 14쪽
26 25화. 장인 마을 바엘 +4 23.06.03 5,805 142 16쪽
25 24화. 종자 개량 +6 23.06.02 5,805 156 13쪽
24 23화. 닭꼬치는 못참지 +6 23.06.01 5,992 150 13쪽
23 22화. 검술 대련 +3 23.05.31 6,028 149 16쪽
» 21화. 상남자의 술 보드카 +7 23.05.30 6,130 14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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