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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보칼수없 님의 서재입니다.

환생한 헌터는 농사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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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보칼수없
작품등록일 :
2023.05.10 23:15
최근연재일 :
2023.07.20 22:45
연재수 :
7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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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5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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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7화. 증류기를 완성하다

DUMMY

작업장 옆 공동 식당에는 어느새 야식을 먹으로 모인 장인들로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이 음식 부관님 만들었대.”


“뭐? 부관님이 요리도 할 줄 알아?”


자리에 앉은 장인들은 음식을 앞에 두고 왁자지껄 떠들었다.


“와~ 냄새 죽인다! 이거 무슨 스프입니까?”


‘글쎄 뭐라고 설명해야할까?’

나는 잠시 생각한 후 수제비에 대해 설명했다.


“이건 감자 수제비라는 요리입니다. 밀가루와 감자로 만든 반죽을 손으로 뜯어서 끓인 스프인데 말린 날치로 국물을 냈어요.”


“음~ 냄새가 훌륭해. 어디···.”


후루룩.

쩝쩝


후루룩.


“크으··· 좋다.”


식사를 시작한 사람들의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메뉴 선택이 성공했나?’


땀흘려 일한 사람들의 지친 몸과 마음을 힐링해줄 수 있는건 뜨끈한 국물 요리가 정답.


나 역시 그들 사이에 자리를 잡고 앉아 수제비를 한숟갈 떴다. 말린 날치의 깊은 국물맛에 피로가 사르르 녹아 내리는 것 같았다.


후룩.


“아~ 좋다.”


장인들의 숟가락질이 빨라지고 있었다.


밀가루 반죽에 감자 전분을 섞은 게 신의 한 수였다. 감자 특유의 풍미와 쫄깃한 식감이 더해져 수제비의 심심한 맛을 살려주고 있었다.


큼지막하게 썰어 넣은 감자는 후후 불어 입안에 넣으니 포슬포슬한 식감과 함께 단맛을 더해주었다.


···


식사가 끝난 후. 사람들은 내게 저마다 감사 인사를 건넸다.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저흰 부관님이 이렇게 요리를 잘하시는 분인지 몰랐습니다.”


“정말요! 울프문트로 돌아가시기 전에 우리 마을 요리사에게 레시피 좀 알려주고 가세요!”


방금까지만해도 지쳐 있던 그들의 눈에 다시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확실히 맛있는 음식은 지친 사람들에게 새 힘을 준다.


내가 농사를 지으며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내가 키운 농작물로 만든 요리를 사람들이 맛있게 먹어줄 때였다.


식사를 마친 장인들은 만족스러운 얼굴을 하고 작업장으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자자 다들 맛있는 음식도 얻어먹었으니, 오늘도 철야 작업이다!”


“그래. 힘내서 좋은 작품 한 번 만들어보자구!”


···


장인들이 모두 빠져나가자 촌장이 다가와 말했다.


“저 솔직히 감동했습니다. 음식이 워낙 맛있기도 했지만 것보다 우리 같은 장인에게 직접 음식을 만들어주신다는 발상을 하셨다는 점에서요.


뭔가 정중한 대접을 받았다는 느낌이 들어 격려가 많이 됐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음식을 먹은 장인들 모두가 그렇게 느낄 겁니다.”


그렇게 말하며 그는 주머니에서 반짝이는 물건 하나를 꺼내어 내게 내밀었다.


“앞으로 물건을 제작하는 일과 관련해서 뭔가 의논하고 싶으신 게 있으면 이걸 이용해서 제게 직접 말씀해주세요. 저희 장인들이 최우선적으로 도와드리겠습니다.”


그것은 손바닥 안에 쏙 들어갈만한 크기의 수정구였다.


“이건?”


“연락용 재보입니다. 이걸 쥐고 마음속으로 제게 말을 걸면 제 수정구가 빛을 내며 진동하게 됩니다. 두 사람이 동시에 쥐고 있으면 서로의 생각을 읽을 수 있게 됩니다.”


“원격 통신용 재보로군요. 하지만 이렇게 귀한 걸 제가 어떻게 받나요? 연락이 필요할 때는 새매를 이용해도 돼요.”


내가 거절하자 그는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귀한 물건이니까 귀하게 써야죠. 제 생각에 이건 부관님이 갖고 계시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저희 마을 뿐아니라 다른 마을에도 가보셔야할텐데 계속 왔다갔다 하시기도 힘드실 거 아닙니까?”


‘확실히 이게 있으면 힘들게 여길 오지 않아도 중요한 논의를 진행할 수 있다. 이거라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도 있겠지.’


“좋아요. 감사히 잘 받겠습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그러면 잘 되는지 한 번 시험해보실까요?”


나는 수정구를 손에 쥐고 마음 속으로 그에게 말을 걸었다. 하지만 그가 들고 있는 수정구에는 변화가 없었다.


“잘 안되는군요.”


그는 미소를 띤 얼굴로 내게 덧붙여 설명했다.


“처음엔 익숙하지 않아 잘 안될겁니다. 요령을 알려드리자면, 수정구를 손으로 감싸쥐고 상대방의 이미지를 떠올려주시면 됩니다.”


나는 그가 설명해준대로 수정구를 감싸쥔다음 그의 얼굴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폴 스미스 촌장님.]


이번에는 그가 들고 있는 수정구가 푸른색으로 빛나며 부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아 그렇게 되는군요.”


“네 이번엔 제가 말을 걸어보겠습니다.”


[윌래엄 애커만 부관님. 폴 스미스입니다.]


그러자 내가 쥐고 있는 수정구가 빛나며 그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리고 있었다.


“우와! 정말로 머릿속에 목소리가 울리네요.”


“네 사용이 익숙해지면 목소리 뿐아니라 이미지까지도 전달할 수 있게 됩니다. 부관님이 만들고자 하는 물건의 이미지도 고스란히 제 머릿속에 전달할 수 있겠죠.”


‘정말 굉장한 물건이다. 재보라고 하면 뭔가 무기와 관련된 걸 떠올리기 쉬운데 이렇게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는 재보도 있는 건가? 아무튼 이왕 받은 거 요긴하게 써야겠다.’


촌장은 나를 숙소로 안내한 뒤 내일 다시 보자고 인사하고 헤어졌다. 바엘 마을에서의 첫 날. 뭔가 장인들의 뜨거운 열정을 느낀 하루였다.


늦은 밤. 숙소의 침대에 누운 나는 작업장으로부터 들려오는 망치소리를 들으며 잠에 빠져들었다.



***



다음날 아침 일찍 나는 작업장으로 서둘러 달려갔다. 어젯밤 늦게까지 망치소리가 이어지던 것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작업장 문을 열고 들어가자 눈앞에 거대한 증류기가 한대 서 있었다. 그 주변엔 지쳐 쓰러져 골아 떨어진 장인들이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하룻밤 만에 완성됐구나!’


내가 다가가니 작업대 위에 엎드려 자던 촌장이 잠에서 깨어 나를 알아보고는 피곤에 절은 얼굴로 말했다.


“밤새 어떻게든 만들어봤습니다. 이번엔 제대로된 물건이어야 할텐데요.”


걱정스런 표정의 촌장을 뒤로하고 나는 완성된 시제품을 살펴봤다.


내가 말한대로 증류기의 아랫부분은 토기로 되어 있었고 윗부분과 관은 구리로 만들어져 있었다.


길게 뽑혀진 구리관은 차가운 물이 담긴 통을 통과하여 반대편으로 삐져나와 있었다. 기화된 술이 응결되어 관에 맺히면 아래에 받쳐놓은 유리병에 고이는 구조였다.


우선 나는 그 물건의 만듦새에 무척 놀랐다.


‘금속판을 손으로 두드려 만들었는데 이정도로 매끈하게 뽑아내다니!’


실로 감탄이 절로 나오는 솜씨였다.


“하룻밤새 만들었다고 하기엔 품질이 너무 좋군요. 금속과 토기의 이음매에 빈틈이 전혀 없네요.”


촌장은 내 말에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시제품이라고 해도 어디 대충 만들 수 있나요? 부관님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네요.”


물건을 보자 나는 당장 시험해보고 싶어졌다.


“한 번 작동시켜 볼까요?”


그는 내 생각을 읽었는지 주변에서 자고 있는 장인들을 깨운 다음 서둘러 증류기를 작동시킬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여기엔 시험삼아 맥주를 부어보죠.”


밑술로 맥주를 사용하여 증류시키면 그게 곧 위스키가 된다. 물론 오크통에서 오랜시간 숙성시켜야 맛있는 위스키가 되겠지만 지금은 증류기가 잘 작동되는지만 확인하면 되는 것이라 맥주로 시험해보기로 했다.


“자~ 그럼 불을 넣겠습니다.”


그들은 보일러의 아랫부분에 숯을 넣으며 말했다.


“화력을 되도록 일정하게 유지시키라고 주문하셔서 가열에는 숯을 사용한 화로를 이용해봤습니다."


'과연 여기선 화력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숯을 사용하는 건가?'


밑으로 불이 들어가자 술이 서서히 가열되기 시작했다. 알코올이 끓는 점은 물이 끓는 온도보다 낮기 때문에 술을 가열하면 알코올이 먼저 기화되어 반대편 통에 모이는 간단한 원리.


하지만 정확한 온도를 유지하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맥주의 알코올 도수는 보통 20도니까 맥주를 증류해서 나온 증류주는 양이 5분의 1정도로 줄어드는 게 보통이다.


잠시 후. 차가운 물이 담겨있는 통을 통과한 구리관 끝에 투명한 액체가 맺혔다. 수정처럼 투명한 물방울. 예전 세계의 사람들은 영혼에 빗대기도 한 술의 정수였다.


똑!


받쳐놓은 유리병에 맑은 액체가 떨어졌다.


똑!


똑 똑


물방울이 떨어지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술이 끓지 않게 불을 낮춰주세요. 최대한 천천히 가열해야 순도가 높아져요.”


내 말에 장인들은 화로의 구멍을 막아 화력을 낮췄다.


똑 똑 똑 똑


우리는 다같이 모여 유리병에 모여가는 증류주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약 한 컵 정도의 분량이 모였을 때 화로에 숯을 빼도록 했다.


“누가 촛불 좀 가져와주세요.”


제대로 증류되었는지 확인하려면 한 잔으로 충분했다. 증류주에 불을 붙였을 때 불이 붙는지만 확인하면 된다.


나는 병을 기울여 술에 불을 붙였다.


화륵!


술의 표면에 푸른 불꽃이 일자 숨을 죽이고 구경하던 장인들이 소리쳤다.


“우오오! 술에 불이 붙었다!”


"부관님, 꼭 연금술사 같아요."


일반적으로 불이 붙을 정도로 도수가 높으려면 술의 도수가 50도는 넘어야 한다. 한 번 증류해서 이 정도 도수의 술을 얻어낼 수 있다면 증류기는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나는 그들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여러분이 잘 만들어주신 덕분에 증류기는 제대로 작동했습니다. 다들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성공이다!”


“우와아아!”


내 말에 바엘 마을의 장인들은 서로 얼싸안고 기뻐했다.


이것으로 우리 영지는 이제 알코올을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두 번 증류해서 70도가 넘는 순수한 주정(酒精)은 직사광선만 피하면 오랫동안 보관해도 변질되지 않는다.


이걸 대량생산해서 자유도시의 부유한 상인들과 귀족들에게 판매한다.


‘유리병과 유리잔의 수요도 증가하겠군.'


나는 주머니에서 금화 20개를 꺼내어 촌장에게 전달하며 말했다.


“선금으로 20골드를 더 드리겠습니다. 이 증류기와 똑같은 걸로 열 대 더 제작해서 울프문트에 납품해주세요. 납기는 10일. 10일 안에 제작해야 합니다.”


나는 경악하는 장인들을 뒤로 하고 말에 올랐다. 촌장이 다가와서 물었다.


“벌써 가시게요?”


“네. 다른 마을들을 돌면서 농사를 도와야 합니다. 이제 감자를 심어야 하거든요.”


그는 이마를 짚으며 웃었다.


“하하 부관님은 정말 몸이 두 개라도 부족할 것 같군요. 계시는 동안 저희가 식사라도 한 번 대접해드리려고 했었는데 아쉽게 되었군요.”


나는 장인들과 간단히 인사를 나눈 뒤 말머리를 돌렸다.


바엘 마을을 떠나며 큰 숙제를 해결한듯한 느낌이 들었다.


‘우선 첫 관문은 해결했다. 남는 건 대량 생산과 판로 개척이다.’


바엘 마을보다 서쪽에 있는 도른 마을로 말을 달리며 나는 머릿속으로 재빨리 계산해봤다.


올해 2모작을 실행했을 때 영지 전체에서 생산할 수 있는 1년 감자 수확량은 전부 120만개. 지금 시세로는 감자 한 개당 동전 5개니 다 팔면 600골드의 수익이 난다.


물론 생산량이 증가해서 시세가 떨어질걸 감안하면 600 골드의 절반 정도의 매출이 나올 것이다.


여기에 감자 꽃을 판매한 대금을 더하면 700골드. 수수료와 재료비를 제하면 여기서 빌린 500골드는 어느 정도 메울 수 있다.


술을 판매해서 벌어들이는 돈은 고스란히 영지의 추가 이익이 된다는 뜻. 그렇게 목돈을 확보하면 재투자해서 관계 시설을 확충한다.


개선된 환경이 다시 농업 생산량을 증가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그렇게만 된다면 이 영지는 저절로 발전할 것이다.


달리는 말 위에서 나는 머릿속에 구상은 멈출 수 없었다.


‘이 사업 반드시 성공시키고 만다.’


작가의말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독자님! 

좋은글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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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50화. 능력 흡수 스킬 23.06.28 3,241 92 13쪽
50 49화. 암살자 23.06.27 3,179 92 14쪽
49 48화. 피 대신 돈 +1 23.06.26 3,249 94 15쪽
48 47화. 튤립 +3 23.06.25 3,316 96 17쪽
47 46화. 왕도 노보스 +3 23.06.24 3,403 104 16쪽
46 45화. 휴민트 풀가동 +2 23.06.23 3,545 96 16쪽
45 44화. 대족장 비요른 +5 23.06.22 3,498 103 13쪽
44 43화. 얼어붙은 땅으로 3 +1 23.06.21 3,560 98 12쪽
43 42화. 얼어붙은 땅으로 2 +2 23.06.20 3,786 93 15쪽
42 41화. 얼어붙은 땅으로 +2 23.06.19 4,101 95 13쪽
41 40화. 관개 공사 2 +4 23.06.18 4,302 113 14쪽
40 39화. 관개 공사 +3 23.06.17 4,421 122 14쪽
39 38화. 반복 +3 23.06.16 4,478 110 14쪽
38 37화. 검의 천재 +2 23.06.15 4,582 114 15쪽
37 36화. 공감 능력 +3 23.06.14 4,683 125 15쪽
36 35화. 뜻밖의 재능을 발견하다 +11 23.06.13 4,831 130 14쪽
35 34화. 검술 명가의 반푼이 사남 23.06.12 4,847 128 14쪽
34 33화. 기사가 되다 +6 23.06.11 4,990 133 14쪽
33 32화. 무력(武力)을 인정받다 +3 23.06.10 5,096 136 14쪽
32 31화. 두더지 사냥 23.06.09 4,975 131 12쪽
31 30화. 두더지 마수의 습격 +1 23.06.08 5,143 121 17쪽
30 29화. 사업이 궤도에 오르다 +3 23.06.07 5,384 123 14쪽
29 28화. 집사 다니엘 +3 23.06.06 5,475 122 13쪽
» 27화. 증류기를 완성하다 23.06.05 5,529 133 12쪽
27 26화. 야근엔 뜨끈한 수제비? 23.06.04 5,591 149 14쪽
26 25화. 장인 마을 바엘 +4 23.06.03 5,805 142 16쪽
25 24화. 종자 개량 +6 23.06.02 5,804 156 13쪽
24 23화. 닭꼬치는 못참지 +6 23.06.01 5,991 150 13쪽
23 22화. 검술 대련 +3 23.05.31 6,028 149 16쪽
22 21화. 상남자의 술 보드카 +7 23.05.30 6,129 14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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