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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보칼수없 님의 서재입니다.

환생한 헌터는 농사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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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보칼수없
작품등록일 :
2023.05.10 23:15
최근연재일 :
2023.07.20 22:45
연재수 :
7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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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5,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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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57,252

작성
23.06.21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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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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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글자
12쪽

43화. 얼어붙은 땅으로 3

DUMMY

치솟은 검기가 소년을 채가는 와이번의 두 발목을 깔끔하게 잘라내었다.


캬아아악!


발이 잘린 와이번은 고통에 몸부림을 치며 울부짖었다. 나는 재빨리 추락 지점에 스킬을 시전했다.


“급속 성장. 대상 풀.”


아슬아슬한 순간까지 풀들을 성장시키고 서로 엮어 쿠션을 만들어 기어이 소년을 받아내었다.


푹!


잠시 후. 정신을 차린 와이번이 크게 선회하여 이안을 노리고 날아들기 시작했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흉흉한 검은 오라가 그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 다음 순간. 검은 오라가 번뜩이는듯 하더니 빠르게 쇄도하던 와이번이 정확히 반으로 갈려 양 옆으로 나누어졌다.


그 바람에 와이번의 피와 내장이 흩뿌려지며 검을 든 이안의 실루엣을 극명히 드러냈다. 그 모습을 본 나머지 와이번들이 피칠갑을 한 이안을 노리며 급강하를 시작했다.


캬아아악!


“발사!”


퉁!


둔탁한 소리를 내며 나무탄이 발사되었다.


빠르게 강하던 와이번의 편대가 나무탄을 피하기 위해 흩어지는 순간 나는 다시금 스킬을 시전했다.


“나무 변형. 가시 덩굴. 대상 나무탄.”


나무탄으로부터 뻗어나온 가시덩굴이 와이번들을 휘감아 조였다. 몸이 서로 얽혀 균형을 잃은은 와이번들은 그대로 땅에 추락했다.


콰앙!


지축을 뒤흔드는 굉음과 함께 흙먼지가 치솟아 올랐다. 흙먼지가 걷힌 뒤 드러난 것은 온몸의 뼈가 산산조각나 사지가 괴상하게 뒤틀린 와이번의 시체였다.


한마리는 아직 숨이 붙어 괴로움이 울부짖었지만 펜릴 늑대들이 달려들어 기어코 숨통을 끊어 놓았다.


으적 으적

찌이익!

우드득!


산을 넘느라 배고팠던지 아직 온기가 피어오르는 와이번의 시체를 뜯어먹기 시작했다.


아드득!

빠드득!


온몸에 피칠갑을 하며 죽은 와이번들을 뜯어먹는 그들의 모습은 영락없는 마수였다. 재빨리 달려간 나는 먼저 이안의 안위를 살폈다.


“공자님! 괜찮으세요?”


그는 소년의 몸에 박혀 있는 와이번의 발톱을 뽑아내며 내게 말했다.


“저는 괜찮아요. 그런데 이 아이가 많이 다친 거 같아요.”


나는 정신을 잃은 채 풀숲에 누워있는 야만족 아이의 상처를 살펴보았다. 열 살이 조금 넘어 보이는 어린 소년이었다.


“와이번의 발톱에는 세균이 많을 겁니다. 우선은 소독부터 해야 합니다.”


나는 주머니에서 97% 순도의 알코올 병을 꺼내 깨끗한 천에 묻혀 상처를 닦았다. 알코올이 묻은 상처에서 부글부글 흰 거품이 일었다.


다행히 와이번의 발톱이 파고든 상처는 그리 깊지 않아 보였다. 상처에 더는 검붉은 피가 묻어나오지 않을 때까지 알코올 소독을 마치고 나는 약초를 짓이겨서 만든 특제 연고를 꺼내 빨라주었다.


“역시 스승님! 상비약을 항상 가지고 다니시는군요.”


깨끗한 붕대로 상처를 싸매고 있는 나에게 그가 말했다.


“이제 이 아이의 목숨엔 지장이 없을 겁니다. 이 정도면 할만큼 했으니 야만족이 오기 전에 도망쳐야겠죠?”


아이의 상처를 치료하기 전까진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막 생각이 바뀐 참이었다.


“아이를 부모님께 데려다 줍시다.”


“네?!”


깜짝 놀란 이안이 저 멀리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고 있는 야만족 기마병 무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야만족은 흉포한 자들이라고요! 우리가 자초지종을 설명할 기회도 주지 않고 먼저 공격부터 할 걸요? 아이의 목숨은 구했으니 이제 그만 도망쳐요. 네?”


하지만 나는 아이의 가슴에 새겨진 독특한 문신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비달족의 문신은 그 사람의 신분과 경력을 나타내죠. 자세히 보니 이 아이는 평범한 목동이 아닙니다. 여길 보시면 대족장의 직계만 새길 수 있는 문신이 있습니다.


이 상황을 잘만 이용하면 몰래 잠입하지 않고도 부족의 상황을 정탐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다시금 존경의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이안.


“스···스승님! 그 짧은 시간에 문신을 관찰해 신분을 알아낼 정도의 지식이라니! 과연 치밀하십니다. 또 하나 배웠습니다.”


대족장의 아들을 구해줬다는 명분. 그리고 로버트 핼포드 남작의 선물. 마지막으로 남작의 아들인 이안 핼포드의 신분까지. 재료는 충분했다. 남은 건 이 좋은 재료를 이용하여 그럴듯한 스토리를 만드는 것.


나는 차고 있던 검과 검집을 뽑아 바닥에 내려놓고 두 손을 번쩍 들고 땅바닥에 엎드렸다.


“우리에게 공격 의지가 없다는 걸 보여줘야 합니다. 공자님도 저처럼 검을 검집과 함께 내려 놓고 바닥에 엎드리세요. 아이를 구해준 공으로 비요른의 바로 눈앞까지 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상황은 뜻하지 않은 계기로 급변하고 있었다.


‘이용할 수 있는 건 모조리 이용해 주지. 우선은 정보부터 얻는다.’


두두두 두두두!


야만족의 기병은 거대한 순록을 타고 있었다. 그것은 말보다도 훨씬 거대한 짐승이었다. 그들은 우릴 에워싸고는 한동안 빙글빙글 돌며 동태를 살폈다.


잠시 후.


우리가 엎드린채 미동도 없는 걸 확인한 그들은 회전을 멈췄다.


“그 아이를 어떻게 한 거지?”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엎드린 상태에서 침착한 어조로 대답했다.


“와이번의 습격으로부터 구했습니다.”


“너흰 누구고 여긴 왜 온거지?”


과연 야만족이라 해도 지휘관은 머리가 아주 안돌아가는 자는 아니었다. 그녀는 소년의 신분을 굳이 밝히지 않고 우선 우리의 동기를 살피려는 모양이었다.


‘소년이 귀한 신분이란 걸 들키면 인질로 잡혀 이용당할 것을 우려한 것인가?’


“이쪽에 계신분은 리안의 영주 로버트 핼포드 남작의 아들 이안 핼포드님이십니다. 그리고 저는 리안 영주의 부관인 윌···.”


“돌집에 사는 자들이 여긴 왜 왔지?”


그녀는 나의 말을 끊고는 말에서 내려 검을 뽑아들었다.


“대답해라. 목적이 뭐냐?”


“영주님의 선물을 가져왔습니다. 대족장 비요른님께 드릴 선물입니다. 영주님께서 약속을 잊지 않았다고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들으시면 무슨 얘긴지 아실 거라고···.”


그녀는 내가 꺼내든 보드카 병과 깨진 도끼 조각을 받아들고 나를 흘깃 보더니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눈을 가린 다음 손을 뒤로 묶어라. 대족장님께 데려간다.”


야만족 기병들이 우릴 묶으려하자 풀숲 너머에 은신하고 있던 펜릴 늑대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크르르르. 크르르르.


“펜릴이다!”


놀란 기병들이 무기를 들고 전투 태세에 들어가자 이안이 소리쳤다.


“안돼! 기다려!”


끼잉···.


그의 말을 들은 펜릴이 한순간에 순한 양처럼 되었다.


“앉아.”


그의 명령 한마디에 다소곳이 앉아 헥헥대는 펜릴 늑대들을 보며 야만족들은 몹시 놀라는 눈치였다.


“와르그다!”


“늑대를 부리는 자다!”


그들의 목소리엔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 하지만 지휘관인듯한 여자는 오히려 흥미롭다는듯 이안을 쳐다보았다.


“흐음··· 돌집에 사는 인간 중에 와르그가 있다고? 재밌구나. 너흰 대족장께 데려가주마. 하지만 저들은 안된다.”


이안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펜릴 늑대들에게 말했다.


“난 괜찮으니까 여기서 기다려줘. 아! 그리고 저기 있는 사향소는 이 사람들이 키우는 거니까 잡아먹지 말고. 말썽부리지 말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끼잉··· 끼잉···


말귀를 알아들었는지 이 거대한 마수들은 바닥에 엎드려 커다란 눈을 꿈뻑 거리고 있었다.


“이제 괜찮아요.”


그러자 지휘관으로 보이는 여자가 말했다.


“너희를 어떻게 대할지는 대족장님이 직접 보고 결정하실 거다. 그 전까진 어쩔 수 없이 손을 묶는 것이지 이해해 주길 바란다.”


그렇게 우리는 꽁꽁 묶인 뒤 순록의 등에 실린 채 어디론가 끌려가기 시작했다.



***



비달족의 부락.


낯선 손님을 싣고 돌아오는 기마대의 주변으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발더! 발더!”


절규하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다친 소년의 어머니이자 대족장의 아내 시란. 기마병의 품에 안겨 있는 그를 받아들고 숨이 붙어 있나 확인한다.


“발더는 괜찮아.”


기마대의 여자 지휘관은 대수롭지 않다는듯 그녀에게 말했다. 그러고는 한마디 덧붙였다.


“와이번이 습격했었어.”


그러자 소년을 끌어안은 어머니가 물었다.


“어떻게 살았어?”


“돌집에 사는 자들이 구해줬다고 하는데 직접 본 건 아니야. 뭐 발더가 깨어나면 얘기해주겠지.”


우락부락한 야만족의 전사들이 포박당한 두 사람을 각자 어깨에 들쳐메고 몰려드는 사람을 헤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들이 향한 곳은 대족장의 천막.


족히 100명은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천막의 입구엔 야만족 전사 두 명이 지키고 서 있었다.


그들은 선두에 선 여전사의 얼굴을 보더니 즉시 길을 터줬다. 그녀의 이름은 아사. 대족장 비요른의 셋째 딸이자 기병 삼십명의 지휘관이었다.


그녀가 천막 안에 들어서자 자욱한 연기가 코를 찌른다. 그것은 통증을 덜어주는 약초를 태운 연기. 야만족의 장로들은 기다란 담뱃대에 말린 약초를 태워 피우며 들어선 전사들을 물끄러미 올려다 보았다.


“와이번이 습격했어.”


천막 안의 사람들은 그다지 놀라지 않은 눈치였다. 그들 중 하나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또인가?”


천막의 가장 안쪽. 거대한 나무 의자위에 앉은 거구가 몸을 비스듬히 돌리며 말했다.


“또 와이번이냐? 이번달 들어 벌써 열번째군. 전사들이 먹을 가축이 줄어들고 있다. 후방에 전사들을 배치해야겠군.”


그는 대족장 비요른이었다.


비요른의 몸은 바위처럼 크고 단단해보였지만 어딘지 모르게 거동이 불편해 보였다. 그는 자신의 딸이자 기병 30기를 이끄는 아사가 등장하자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그런 그의 한 쪽 눈은 이미 멀어있었다.


“아사로군! 발더는 어디에 있느냐?”


그녀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발더는 괜찮아. 이 자들이 말하길 아버지에게 가져온 선물이 있대.”


그는 몸을 더욱 앞으로 기울여 포박당한 남자들을 바라보았다. 그 바람에 그의 허리 아래를 가리고 있던 두꺼운 모피가 흘러내렸다. 놀랍게도 그의 하반신에 있어야할 다리가 안보였다.


무릎 바로 위. 다리의 절단면에 감겨진 붕대에는 피고름이 맺혀 있었다. 그렇다면 통증을 잊는 약초 연기는 그를 위한 것일 터. 그는 상처가 보이든 말든 신경쓰지 않는듯 포박당한 인간들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돌집에 사는 녀석들이군. 누가 보낸 것이냐?”


“리안의 영주가 옛 약속을 잊지 않았다고 전하라는데?”


아사는 도끼 조각과 술병을 대족장에게 건네 주고는 물러나 그의 분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을 들고 한참을 보던 대족장 비요른이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우하하하! 로버트 그 자식이 아직 살아 있었나? 기억하고 말고! 이건 내 도끼 조각이 맞다! 틀림없이 그 자가 보낸 게 맞군. 내 도끼를 가져와라.”


잠시 후. 두 사람의 야만족 남자들이 커다란 양날 도끼를 낑낑대며 들고 왔다. 그 무지막지한 무기의 한쪽 날에는 커다랗게 이가 빠져 있었다.


그는 아사가 가져온 부러진 조각을 도끼에 맞춰보며 다시금 웃어보였다.


“우하하하! 딱 맞는군! 20년이나 지났지만 아직 잊지 않고 있다. 그 날 우린 서로에게 치명상을 입혔지만 결판을 내진 못했거든. 그 때 그 자식이 말하더군. 언젠가 다시 한 번 붙어보자고.”


그의 한쪽 눈은 마치 오랜 친구를 떠올리는듯 아련하게 부러진 도끼 조각을 내려다 보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아사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자들을 풀어줘라. 내가 직접 얘기하겠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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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50화. 능력 흡수 스킬 23.06.28 3,241 92 13쪽
50 49화. 암살자 23.06.27 3,180 92 14쪽
49 48화. 피 대신 돈 +1 23.06.26 3,250 94 15쪽
48 47화. 튤립 +3 23.06.25 3,316 96 17쪽
47 46화. 왕도 노보스 +3 23.06.24 3,403 104 16쪽
46 45화. 휴민트 풀가동 +2 23.06.23 3,545 96 16쪽
45 44화. 대족장 비요른 +5 23.06.22 3,498 103 13쪽
» 43화. 얼어붙은 땅으로 3 +1 23.06.21 3,561 98 12쪽
43 42화. 얼어붙은 땅으로 2 +2 23.06.20 3,786 93 15쪽
42 41화. 얼어붙은 땅으로 +2 23.06.19 4,101 95 13쪽
41 40화. 관개 공사 2 +4 23.06.18 4,302 113 14쪽
40 39화. 관개 공사 +3 23.06.17 4,421 122 14쪽
39 38화. 반복 +3 23.06.16 4,478 110 14쪽
38 37화. 검의 천재 +2 23.06.15 4,583 114 15쪽
37 36화. 공감 능력 +3 23.06.14 4,684 125 15쪽
36 35화. 뜻밖의 재능을 발견하다 +11 23.06.13 4,832 130 14쪽
35 34화. 검술 명가의 반푼이 사남 23.06.12 4,847 128 14쪽
34 33화. 기사가 되다 +6 23.06.11 4,990 133 14쪽
33 32화. 무력(武力)을 인정받다 +3 23.06.10 5,097 136 14쪽
32 31화. 두더지 사냥 23.06.09 4,975 131 12쪽
31 30화. 두더지 마수의 습격 +1 23.06.08 5,143 121 17쪽
30 29화. 사업이 궤도에 오르다 +3 23.06.07 5,384 123 14쪽
29 28화. 집사 다니엘 +3 23.06.06 5,475 122 13쪽
28 27화. 증류기를 완성하다 23.06.05 5,529 133 12쪽
27 26화. 야근엔 뜨끈한 수제비? 23.06.04 5,592 149 14쪽
26 25화. 장인 마을 바엘 +4 23.06.03 5,805 142 16쪽
25 24화. 종자 개량 +6 23.06.02 5,805 156 13쪽
24 23화. 닭꼬치는 못참지 +6 23.06.01 5,991 150 13쪽
23 22화. 검술 대련 +3 23.05.31 6,028 149 16쪽
22 21화. 상남자의 술 보드카 +7 23.05.30 6,129 14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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